소설리스트

타임트레인-498화 (498/519)

498화

“조선 지역과의 교역량이 많아서 그런가?”

단동 시장은 빠르게 답했다.

“그렇사옵니다. 폐하! 조선지역과의 물동량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에 아무래도 배다리의 규모를 지금보다 2배로 늘여야 되겠습니다.”

“필요하다면 늘리도록 해.”

“넷!”

배다리의 규모를 늘리는 문제는 중요한 국가 정책이다.

경제적인 필요도 있지만 군사적인 이유도 있었다. 혹시 조선 한양을 비롯한 남쪽에서 대규모의 반란이라도 벌어지면 많은 군대를 일시에 내려 보내야 된다.

이제 조선과 합병을 했으니 조선 지역에서도 전쟁 물자를 모아서 지원해도 되지만 아직도 나라가 사라져 약간은 혼란 상태인 조선지역에 그런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울고 싶은 놈 따귀를 때릴 수는 없어.’

압록강에는 수많은 철새들이 한가롭게 이제 풀리기 시작한 강물에서 놀고 있었다. 강의 상류에서는 서서히 대형 원목들이 뗏목이 되어 내려오고 있었다.

압록강을 보자 최인범은 남쪽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되고 있었다. 조선의 위화도 회군도 떠오르고 최영 장군이나 또는 기타 북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결국 조선을 지나 왜로 출동을 하게 되었군.’

명나라를 점령하고 조선까지 합병하고 이제 왜까지 합병하기 위해 떠나다 보니 많은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난다.

아직도 왜를 완전히 복속시키기 보다는 혼슈 지역의 서쪽 지역만 차지하고 전쟁을 끝낼 생각이다. 설사 그게 아니어도 이번에는 최소한 천황이란 제도를 말살 시킬 계획으로 벌이는 군사작전이다.

‘왜의 구심점은 완전히 사라지게 해야 돼.’

전쟁에서는 대내외적으로 전쟁을 벌이는 명분이 필요했다.

대진국에서 왜를 침공하는 명분은 아주 사소한 문제다. 전에 왜의 왕에게 앞으로는 천황이라 칭호를 사용하지 못하게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왜의 왕실에서는 외부로는 변했다고 주장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천황이란 단어로 기록을 했다. 또한 왜에 있는 수많은 신사에서는 공공연하게 천황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것이 황제국인 대진국에 항거하는 의미라고 해서 침공하는 것이다.

‘명분 치고는 너무 약해.’

왜에 대한 전생의 쓰라린 감정만 없다면 이쯤해서 중단할 수 있다. 그러나 사무친 내밀한 원한이 많다가 보니 왜인들에 대한 감정이 좋을 수 없었다.

복잡한 심정을 지닌 최인범은 크고 긴 배다리를 지나 의주에 도착했다. 의주에서는 배다리 근처에 검문소가 설치되어 있고 사람들을 검문하고 있었다.

웅성웅성

초라한 옷차림인 조선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검문검색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아하니 조선에서 살기가 힘들어 일자리를 찾아 북쪽으로 오는 것 같았다.

‘여전히 이동인구가 많군.’

북쪽에서 내려오는 사람은 신분증만 제시해도 된다. 그러나 남쪽에서 북쪽의 단동으로 올라가려면 통행증이 별도로 필요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봉황성을 중심으로 한 도심지역으로 외부사람들이 너무 몰려오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현재는 단동 지역의 산업이 발전되었다. 하지만 차츰 조선지역도 발전시킬 계획이기 때문에 자주 인구가 대규모로 이동되는 불필요한 점을 막기 위해서다.

최인범은 신속하게 이동하기 위해 조선왕과 헤어져 빠르게 남하했다.

두두두두

많은 기마병들이 빠르게 이동하자 도로에는 백성들이 난리라도 났는지 궁금해 구경하고 있었다. 그들은 두려운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자네는 소문도 듣지 못했나? 태왕폐하께서 왜를 정벌 하신다는데.”

“그런가? 나는 금시초문일세.”

“그러니 자주 출타해서 세상의 일에 관심을 두라고.”

“알았어. 내가 요즈음 인삼재배를 위해 삼포를 만들고 있으니 그것이 끝나면 자네 집으로 가서 수담을 나누세.”

“알았네.”

조선 지역은 새로운 농법으로 인삼 재배지도 많고 옥수수나 고추 그리고 감자나 고구마도 이제는 거의 전국적으로 보급되어 재배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전보다 농촌에서 할 일들이 많아지고 식량 증산이 되어 삶이 전보다 풍요로워 지고 있었다. 개인당 소유하는 토지의 수량이 많아지자 자연히 조세 수익도 점차 늘어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농토가 없는 민초들은 넓은 토지가 있는 북쪽으로 가족과 같이 이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부하들과 같이 남쪽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최인범 일행은 대도로에서 강제로 동원되어 도로 정비작업을 하는 수많은 부역자들을 보았다.

‘다행이 도로 정비 상태가 빠르게 진행되는군.’

대도로는 왜의 정벌에도 필요하지만 의주에서 부산까지는 앞으로는 더욱 물동량의 이동이 많아져 도로를 새롭게 정비하고 있는 것이다.

의주를 지나 평양 그리고 개성을 지나 한양에 도착하게 되었다. 지나가는 큰 강에는 어김없이 배다리가 놓여 있었다. 오래전부터 왜로 가기위해 준비를 철저히 해놓은 결과다.

조선 출신 병사들은 감회가 새로웠다.

“우리가 점령군이 된 격이군.”

“무슨 소리야 점령군이라니 잠시 고향을 떠나 오랜 염원인 요동을 차지하고 돌아 온 것이지.”

각자 보는 관점에서 전혀 다른 느낌으로 한양 도성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특히 한때 조선에서 벼슬까지 했던 최인범의 마음을 병사들 보다 더욱 복잡했다.

‘후세에 역사학자들은 나를 과연 뭐라고 기록할까?’

자신의 출신 지역을 정확하게 입증할 근거지가 없으니 스스로 판단해도 자신의 정체성이 다소 애매모호하니 해보는 생각이다.

뭐라고 칭하던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그런 평가는 머나먼 훗날 역사가들이나 백성들의 몫이다.

잠시 이런 생각을 하면서 왕십리 지역에 설치된 대형 역참을 살폈다.

“조선지역도 역참을 더욱 발전시켜야 되겠군. 최소한 의주에서 부산포까지는 도로를 새로 개설하고 다리를 놓아 마차가 충분히 다닐 정도로 만들어야 돼.”

“이번에 가져가는 마차만 풀어도 역참은 잘 운영될 것입니다.”

최인범은 이런 말에 옆에 있던 남경의 시장이 이내 답했다. 남경(대전)의 시장에는 주세붕이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한양까지 올라와 태왕을 맞이하고 있었다.

“폐하! 천안에서 남경(회덕:대전)을 경유하면 추풍령을 넘어야 되옵니다. 그리되면 경상도 북부 지역은 발전이 더딜 수 있사옵니다. 부산포에 이르는 대도로 구간을 재조정하심이 어떠하신지요.”

“그대는 남경 시장을 하면서도 그런 말을 하나요? 그쪽은 별도로 대도로를 개설해야 되니 이미 지시한 그대로 추풍령을 넘는 대도로를 건설하세요. 그리고 남경을 기점으로 목포까지 이어지는 대도로를 새롭게 착공하세요.”

“넷!”

전생에서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가 한반도의 경제 발전에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끼쳤는지 잘 안다. 그 때문에 그 고속도로 코스를 따라 마차가 다닐 수 있는 대도로 건설을 지시하는 것이다.

‘공연히 너무 편하면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니 부역을 통해 대도로부터 먼저 정비하고 역참을 활성화시키도록 해서 경제 부흥에 우선하는 정책을 시행하자고.’

민심이란 아주 단순했다.

살림살이가 어려우면 그런 불만은 결국 최고통치권자인 황제인 자신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그리되면 그런 틈을 타고 정권이나 권력을 잡으려는 세력들이 준동하게 된다.

그러니 집권자는 경제를 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정권을 잡지 못한 패거리는 항상 나라가 잘되어 경제가 발전하기를 싫어해 트집을 잡기 쉽다. 그런 방법이 정권 탈취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고래부터 정치란 항상 그런 양대 세력의 싸움이야.’

가진 자는 어떻게 해서라도 지키려고 하며 가지지 못한 자는 불만을 토로해 민심을 교란하거나 또는 도적질을 해서라도 탈취하려는 것이 세상의 인심이다.

한양 도성의 동쪽에 위치한 왕십리에 잠시 머물던 최인범 일행은 이제는 완전히 합병된 조선이라 경복궁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양의 동대문을 지나면서 거리가 너무 한산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 한양 전체가 마치 도둑이 들어온 빈집처럼 썰렁하군.”

“여기서 살던 많은 사람들이 새로 건설된 남경으로 이사를 떠나서 그렇습니다.”

최인범은 한양이 급격하게 몰락해 버리는 것이 별로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지금 정도의 인구는 살고 있어도 충분하다고 판단해 이렇게 말했다.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유동 인구가 너무 많군.”

“그러 하옵니다. 이제 한양은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너무 몰락해도 곤란하지.”

왕국의 경제, 사회, 정치 중심인 수도로써 그 기능이 상실되었다. 근처에 있는 고도인 개성처럼 한양도 역사 속으로만 남는 고도로 변하고 있었다.

조선은 이제 평양, 한양, 남경으로 나뉘어 그들 세 도시가 경제, 문화, 군사의 중심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래서 남경의 시장은 충청, 경상, 전라도를 통합해 관리하고 있었다.

한양 한곳에 집중되던 힘을 3개 지역으로 분산한 것이다.

두두두두

많은 기마병이 광화문 앞으로 가게 되자 한양의 백성들은 두려운 표정들이다. 무력을 동원하지 않은 순탄한 합병이지만 조선을 멸망시켰으니 점령군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저놈들이 이번에는 무슨 행패를 부릴지.”

“설마 민가로 들어와 약탈은 하지 않겠지?”

“그야 모르지. 아무튼 재물도 중요하지만 자네는 아내와 딸 단속 잘하게.”

“알았네. 자네는 가족들을 친정으로 보냈지?”

“그렇다네. 그러니 자네는 빨리 집으로 가서 문단속부터 하시게.”

일부는 환영하는 백성들도 있지만 여전히 갓을 쓴 양반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더구나 단발을 한 병사들의 모습에 다들 혀를 차고 있었다.

“상놈들이 모여서 그런지 봉두난발이군.”

“내가 보기에는 봉두난발보다 못한 단발이군. 역시 오랑캐 무리라 달라.”

위생을 중시해 최인범은 대진국의 국민들은 모두 다 단발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물론 일반 백성에게는 강제로 단발을 명령하지 않고 관료나 군인은 의무적으로 단발하도록 지시했다.

‘빨리 현대화된 모습으로 나라를 개조하려면 상투를 트는 풍습은 사라져야 해. 머리를 관리하는데 소모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한반도를 빠르게 발전시키려면 최대한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모든 정책을 수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미 동양에서 제일 크고 넓은 영토를 차지한 대제국을 건설했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야망들은 많았다.

영토가 크고 국민의 수가 많다고 해서 강대국이 아니다. 국민들의 소득도 높아야 되고 문화 수준도 높아야 진정한 강대국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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