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6화
태왕의 활발한 활동으로 경상도 풍기를 점점으로 변화의 분위기가 형성되어 전보다 살기가 좋아졌다. 그러나 조선 왕국은 너무 거대한 북쪽의 힘에 의해서 완전히 멸망했다.
드넓은 요동을 빼앗기고 한반도에서 웅크리고 살던 한민족이다. 그러나 태왕이란 걸출한 인물의 원대한 행보를 따라 북으로 진출하게 되었다.
어떤 이유였던 한민족이 북벌에 성공한 것이다.
북벌에 성공한 응집된 힘은 드디어 오래전부터 한민족에서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나라를 발전시키던 몽골, 시베리아 그리고 왜나 유규, 대만까지 미치고 있었다.
천지개벽.
달리 표현할 길이 없으니 민초들은 이를 천지개벽이라고 한다.
항상 굴종해야 했던 명나라까지 멸망시켰기 때문에 그렇게 평하고 있었다. 이제는 동양의 중심은 한반도로 이곳에 사는 한민족의 힘에 의해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한민족은 전보다 자부심이 높아진 상태다.
민족적으로 차별 정책을 쓰지는 않지만 한민족의 순수한 혈통은 아무래도 조선왕조 출신들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 중에 제일 알아주는 혈통은 의외로 함경도 출신들이다.
“우리가 진짜 위대한 혈통이야.”
“무슨 소리야 태왕께서는 조선 출신이 아니고 여진 출신인데.”
백두산 출신이라고 알려진 태왕의 영향력 때문이다. 백두산을 기점으로 나라를 일으키고 더구나 항상 백두산을 향해 천제를 지내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경향이 많았다.
최인범은 황궁에 머물면서 나름 일반적인 통치와 더불어 종교 통합에 많은 힘을 기울였다. 그가 힘을 쓰자 빠르게 홍익종으로의 통합은 이루어지고 있었다.
본래 만주 지역이야 그런 종교 시설이 별로 없기 때문에 쉽게 정리가 되었다. 그러나 한반도에 있는 사찰들의 경우 상당한 진통 속에서 정리되고 있었다.
일부 불교계의 지도자들이 봉황성으로 찾아와 힘들게 태왕을 만날 수 있었다.
“태왕폐하! 종교를 이런 식으로 탄압하시면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에도 부합되지 않사오니 통합에 대해서 보다 유연하게 대처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소. 현실적으로 통합 과정에서 다소 무리가 있었던 것 같으니 그런 문제는 추후에 잘 조율하도록 도지사들에게 지침을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권력에 아부하려는 부류들은 항상 있었다. 태왕께서 신경을 쓰는 사업이다가 보니 현장에서는 간혹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많았다.
불교계도 나름 힘이 있으니 시군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대부분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도지사들이 행정력을 동원해 무리수를 두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일부 도심 주변에 있는 사찰들이 강제로 홍익종의 사찰로 변하게 되었다. 그런 일을 당한 불교지도자들이 힘들게 태왕을 찾아와 하소연을 토하는 것이다.
“기왕에 흡수된 상황이니 좋은 지역에 새로 사찰을 건립하세요. 사찰 건립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은 별도로 보내드리지요.”
“폐하! 그건 천부당만부당하옵니다. 저희는 재물은 원치 않아 옵니다.”
“알았어요. 그럼 돌려 드리도록 조치를 하죠.”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사찰의 소유권 분쟁 문제는 차츰 시정되고 있었다.
결국 홍익종 사찰을 도심과 가깝게 함으로 통합된 종교의 파급효과도 높이게 되었다.
또한 미래에는 그곳의 사찰들에 속한 부지가 도심지역에서 사는 시민들의 휴식 공간인 산림이 울창한 시민공원으로 활용되길 바라니 이런 조치를 내리는 것이다.
분명 조정에서 자금을 내서 부지를 마련하라면 상한선까지 매입할 것이다. 그러니 시군을 기준으로 8만평이란 큰 공간이 시민공원으로 존속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정도 해놓으면 미래에도 그런대로 시민공원 하나씩은 도심지역에 만들어 둘 수 있어.’
먼 미래에는 어찌 변할지 모르지만 그런 공간은 쉽게 소멸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었다.
최인범은 홍익종 사찰 경내에 건립하려던 태권도 수련장이나 지부 사무실을 변경해 사찰과는 별도로 똑 같은 기구를 두고 시설에 필요한 부지의 크기도 책정해 주기로 했다.
“태권도 수련원과 지부 부지는 모두 국유지로 그 안에는 체육시설만 들어설 수 있는 용도로 결정해 두시오.”
“넷!”
이렇게 되면 훗날 그런 체육시설의 부지는 자연스럽게 또 다른 시민 공원으로 변한다. 운동장이나 시민 체육관 건립 부지로 이용될 것으로 판단했다.
본인이 격투기를 비롯해 운동을 좋아하고 또한 체력도 좋으니 그런 방면에도 세계에서 제일 좋은 여건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이와 더불어 하나의 민속놀이로 정착한 바둑도 시군 단위에 지부를 두어 바둑 도장이 생기고 있었다. 그런 도장은 태왕이 원하지 않았지만 양반들 사이에 널리 보급되고 있었다.
‘머리 좋은 놈들이 바둑에 너무 빠지면 손실이 많아.’
본인은 무척 좋아하지만 남이 먹고 노는 행동이나 비슷한 바둑을 두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내기바둑의 고수지만 그 피해를 잘 알고 있었다.
‘바둑도 잘못하면 내기를 좋아하는 잡기로 변하니 너무 바둑 보급에 힘쓰면 안 돼.’
나중에는 어찌 변하던 아직은 경제 활동에 전 국민이 총동원해 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종교 통합과 더불어 무술까지 통합을 이루는 바탕을 마련하자 최인범은 가장 중요한 언어나 글에 대한 통합을 추진하게 되었다.
자음과 모음으로 구성된 한글은 대진국의 글로써 빠르게 보급되고 있었다. 모든 학교 기관이나 혹은 공문서는 한글 위주로 작성되고 또한 오랜 기간 사용하던 한문을 병기하고 있었다.
물론 한글로 모든 글은 써지고 한글만으로 그 뜻이 다소 불명확한 단어의 겨우는 한자를 옆에 적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한글을 전체적으로 사용한다고 봐야한다.
문교부 장관을 불러 지시했다.
“한글로 써진 영웅전 보급에 힘을 쓰시오.”
“넷!”
“역사 교육을 주입식 보다는 소설 형태로 알리는 것이 효과적이오.”
“명심해 거행하겠습니다.”
자순이 수집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대진국에서는 영웅호걸들에 대한 소설이 대량으로 출판되어 보급되고 있었다. 자모의 활자만 가지고 금속 활자로 제작을 하니 보급은 무척 빨랐다.
이런 가운데 어느새 새해가 밝아오고 있었다.
황궁 안에서 각료들의 신년하례를 겸한 제사인 천제를 지내고 나자 최인범은 가족인 황족들과 같이 봉황산으로 가고 있었다.
“황후! 기회에 나들이를 합시다.”
“예.”
“내명부의 모든 사람이 같이 가도록 합시다. 시녀들도 답답해 할 것이니 데리고 가고.”
“명을 따르겠나이다.”
태왕이 참석하는 천제라고 해서 크게 다른 것은 없었다. 그저 평소보다 다소 거창하게 음식을 차려서 제사를 지내고 각료들과 같이 주변 사람들과 먹는 정도다.
봉황성이나 또는 봉황성에서 단동에 이르는 길은 이제는 완전히 현대적인 형태의 도시로 발전해 있었다. 마치 유럽의 대도시를 연상하는 도시로 변했다.
잘 포장된 길을 따라 마차로 이동하는 태왕의 행렬을 보자 사람들은 모두 찬양하고 있었다. 크게 외치는 백성들의 목소리에 최인범은 옆에서 같이 가는 황자를 안고 가는 황후를 비라보며 빙그레 웃고 나서 넌지시 말했다.
“황후! 인심을 후하게 쓰지 않는 모양이구료.”
“예? 폐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백성들이 연도에 나와서 짐만 칭송하고 황후나 황자를 칭송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구료.”
“그런가요. 어려운 황궁 살림을 하다가 보니 제가 조금 박하게 매사 처리해서 그런 가 봅니다.”
“좀 후하게 재물을 푸세요.”
“알겠어요. 다음에 그렇게 하죠.”
두 사람은 이런 농담을 나누며 한가롭게 새해를 맞이한 백성들을 위한 대화를 나누었다.
나라가 아무리 부강해도 가난한 백성은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런 가난한 백성들 중에서 특히 부모가 없는 고아의 생활은 무척 힘이 든다.
그런 이유로 태왕은 황후에게 당부했다.
“황후! 앞으로 전국에 있는 힘들게 사는 고아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도록 하세요.”
“알겠사옵니다.”
“자식이 없는 노인들도 돌보고요.”
“예.”
최인범이 봉황산으로 가는 중요한 이유는 그곳에는 고아들이 많이 모여 살기 때문이다. 봉황사인 그곳은 대진국의 고아들을 모아 놓고 성장하기 전까지 돌보는 곳이다.
황실 소속인 고아원이라 다른 지역에 있는 고아원들 보다 환경 조건이 좋았다.
전에 명나라에서 오게 된 고아들이 이제는 성장해버린 시녀들이나 또는 호위무사들이 그들을 교육시키거나 돌보고 있었다.
어떤 명분을 지녔던 전쟁은 반드시 민초들의 처참한 희생이 따른다. 그래서 전쟁터에서 발생하는 고아들은 대진국에서는 시도나 또는 시군에서 고아원으로 보내 기르고 있었다.
“황후! 권력이란 백성들의 힘에 의해 나오니 앞으로 지금 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도와주시오. 황실의 재정을 절약하더라도 그들의 살림이 곤궁하지 않게 해주시오.”
“명을 따르겠나이다.”
태왕 일행이 봉황사로 향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뒤를 따르고 있었다. 황비들을 비롯한 많은 시녀들이 따르고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온 가족이 나들이를 하는 셈이다.
“황비! 아이들은 건강하지?”
“예.”
자신의 처소와 다소 떨어져 지내는 황비들이라 전처럼 자주 만나기가 어려웠다.
‘가족이라고 해야 몇 명도 되지 않는데. 그동안 너무 소홀했어.’
최인범은 마차를 타고 가다가 말에 올라 황비들 옆으로 가서도 간단하지만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가족의 화목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이렇게 신경을 쓰는 것이다.
이런 사소한 배려 때문에 황후를 비롯한 황비들은 다들 만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인에게는 권력이나 그 무엇보다도 남편의 관심이 제일 중요했다.
많은 사람들이 뒤를 따르지만 특이한 것은 그들 중에는 이미 망해버린 왕국이 되어버린 조선 왕실의 왕과 왕족들도 있었다.
이제는 대진국의 황족이라 왕족들은 이미 연말이 되기 전에 봉황성으로 와서 지내고 있었다. 그들은 매년 가을이 되면 황궁으로 와서 지내고 다음 해의 봄이 되어야 한양으로 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한반도에는 여전히 불순 세력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들의 구심점을 황실에서 통제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인범은 이제는 그저 왕이란 호칭으로 불리는 어린 주상에게 물었다.
“주상은 세종대왕의 업적을 잘 아시오?”
“폐하! 잘 알고 있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