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4화
주변국을 공격해 모조리 허약한 나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대진국이 더욱 강대국으로 변하는 것이 중요했다.
‘나부터 강해야 돼.’
이미 주변국에서 대진국을 위협할 만한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항상 머리가 아픈 왜도 허약하기만 했다. 명나라의 경우 분리 시켜놓아 큰 문제는 없지만 항상 그들의 통일을 막아야 된다.
명나라의 한족들은 통일만 하면 반드시 동북쪽으로 진출하려고 침략전쟁을 벌었다. 그런 사실이야 역사가 증명하니 항상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
아울러 서양의 식민지를 개척하는 팽창주의도 무시할 수 없었다. 유럽지역도 인구가 많다가 보니 그들 나름대로 살아 남으려고 외부로 분출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앞으로는 세계 곳곳이 동서양의 대결로 변하니 지금부터 준비를 잘 해두어야 해.’
최인범은 더욱 강한 나라를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자손만대로 거대한 제국에서 살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대진국을 통합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남의 나라 분리도 좋지만 내 나라의 단결이 더 중요해.’
해야 할 일은 너무 많았다.
앞으로 영토 확장보다는 국민들을 하나의 문화로 통합하기 위해 교육에 전념해야 된다. 언어와 글을 같이 사용함은 물론 종교나 문화도 하나로 통합할 필요성이 있었다.
‘나라에 큰 위기가 닥치게 되면 내부적으로 분열이 생길 수 있어.’
큰 나라로 성장한 대제국들도 결국 스스로 분열로 무너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 국민을 하나로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봉황성으로 돌아가자.”
“넷!”
단동에서 일단 조선과 왜의 일부를 완전히 복속시키려고 군대를 조선으로 보내고 나자 서둘러 봉황성으로 돌아왔다. 그가 돌아오는 길에는 백성들이 나와 환호성을 질렀다.
“폐하! 만세!”
“만만세!”
“천제님! 만만세!”
봉황성으로 돌아와 황궁에서 머물며 먼저 종교의 통합을 고려했다.
특별히 불교를 믿고 있지는 않지만 현재 설화 왕비가 추진하던 천제를 불교와 접목해 하나의 민족종교와 같이 발전시키기로 결정했다.
‘새롭게 종교를 만들기 보다는 이미 국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대승불교의 교리와 같이 호국불교로 발전시키는 것이 좋아.’
대승불교(大乘佛敎)는 많은 사람을 구제하여 태우는 큰 수레라는 뜻이다. 일체중생(一切衆生)의 제도(濟度)를 그 목표로 하였다. 종래에 출가자(出家者:승려)만의 종교였던 소승불교와는 달리 민중에게까지 널리 개방하는 방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군대에서 사용하는 군승과 같이 그들은 제도권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다. 특히 격투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것 역시 접목시키기로 결정했다.
‘소림사 무술처럼 스님들이 심신단련을 위한 무술을 통합해둘 필요가 있어.’
이렇게 판단한 최인범은 서둘러 문교부 장관을 편전으로 불렀다.
“장관, 앞으로 전국의 도에 하나씩 무술을 수련하는 사찰을 정하시오.”
“폐하, 그렇게 하려면 그들을 통괄할 중앙사찰이 반드시 필요하옵니다.”
구심점이 될 사찰이 필요하다니 그것부터 정하기로 했다.
“장관의 생각에는 총괄할 사찰을 어디에 설치하는 것이 좋겠소?”
이런 물음에 문교부장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수도 근처에 있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 되면 불교가 정치의 영향을 받게 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수도가 아닌 지역을 추천하기로 했다.
“폐하, 봉황성 근처에 있는 것도 좋지만 소신의 생각으로는 야외에서 수련하고 어느 정도 교통편도 좋아야하니 현재 신도시 개발을 추진 중인 남경 주변이 제일 적당해 보입니다.”
“남경이라면 너무 남쪽이지요.”
“폐하, 그렇지 않사옵니다. 이미 규슈와 유구 그리고 남해도까지 영토로 변했으니 그곳이 중심이라고 볼 수 있사옵니다. 인구분포도 유념해야 되옵니다.”
“좋소! 남경 주변에 좋은 터를 잡아서 사찰을 건립하시오.”
“넷!”
이런 지시를 내리고 나자 최인범은 그동안 조선에서 전승되던 무술을 통합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수련하는 방법이 너무 다양해 통합하는 것이 군사적으로도 유리했다.
“통합된 태권도는 학교에서나 군대에서 수련 시키도록 하시오.”
“예이! 명을 따르겠나이다.”
태왕의 결정으로 태권도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무술은 통합됐다. 또한 국교는 아니지만 불교를 정점으로 국민들을 통합하려는 움직임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당연한 것이지만 불교의 교리에서도 호국 불교를 선호하고 있다. 그 때문에 무술 통합 역시 그와 같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동양에서는 음양 사상과 더불어 태극이나 팔괘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 그 때문에 그런 내용도 참고해 통합한 무술의 명칭도 새롭게 정했다.
‘다른 명칭보다는 백성들이 쉽게 이해가 되는 것이 좋겠어.’
이렇게 판단한 최인범은 무술 통합에 힘쓰는 무술인들을 모아 놓고 발표하게 되었다.
“새롭게 통합된 무술의 명칭은 태권도라고 부르도록 하시오.”
“넷!”
“수련과정의 단계는 바둑과 같은 방식으로 하급으로 9급부터 시작해 1급까지 급수를 두고 수련 정도가 어느 정도 되는 단은 초단부터 시작해 9단까지 주도록 하시오.”
“그들을 어떻게 구분하죠?”
“구분은 도복에 차는 띠는 유단자는 검정. 1-3급은 빨강, 4-5급에서 파랑, 6-7급은 노랑, 8-9급은 흰색을 사용하시오.”
전생에서 접하던 방식이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대진국의 관료 계급도 그런 식으로 총 18단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과 더불어 최인범은 급이나 단을 오르거나 혹은 지도자인 지도사범에 대한 자격도 결정해 주었다.
“3단에서 지도자 수업을 끝내면 4단을 주고 지도사범으로 결정하시오.”
“넷!”
이런 결정으로 종교에 이은 무술 역시 빠르게 통합되는 효력이 발생하게 되었다.
본시 종교나 혹은 무술이나 기타 모든 것은 자유스럽게 번창해야 된다는 소신이 있다. 그 때문에 그에 대해서도 불교계의 거두들을 모아 놓고 추가로 발표했다.
“종교도 통합을 한다고 해서 강제로 하나의 종파로 합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봅니다. 그러니 불교계에서 나서서 자율적으로 통합하도록 하시오. 원지 않는 종파는 통합하지 않아도 됩니다.”
“폐하! 그렇다면 불교는 어떤 종파가 중심이 되나요?”
“그건 이미 지시한 것과 같이 모든 종교는 나라의 안녕과 백성들의 삶을 돕기 위해 발전시켜야 하는 호국 불교니 부르기 편하도록 홍익종이라 칭하도록 하시오.”
“알겠사옵니다.”
사람의 이름이 중요하듯이 어떤 사물이나 현상도 불리기 되는 명칭에 따라 추구하는 방향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종교나 무술은 그런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이런 결정은 태왕이 추구하는 바를 잘 나타내고 있었다.
홍익종(弘益宗)이란 명칭은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었다. 대진국의 주축인 한민족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배달국이나 조선국(古朝鮮)의 건국이념에 해당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에서 따온 것이다.
이런 조치로 조선에 있는 불교계는 크나큰 변화가 있었다.
새롭게 통합되는 홍익종에 속하고 싶어 하는 사찰도 있지만 자신들의 종파를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 파로 나누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오랜 전통을 고수해야 합니다.”
“그럼 그건 마음대로 정하시오. 우리 종파는 대세에 따라 통합되는 홍익종에 속하겠소.”
당연한 일이지만 기존에 세를 크게 과시하던 종파는 버티는 중이다. 작은 종파는 자연스럽게 새롭게 통합하는 홍익종으로 흡수되고 있었다.
군소 종파가 홍익종으로 흡수가 되자 빠른 속도로 홍익종의 교세는 크게 확장되고 있었다.
막강한 권력의 힘이 작용하기 때문에 홍익종은 빠르게 거대한 제국인 대진국 전체를 아우르는 큰 종파로 거듭나고 있었다.
태왕의 지엄한 명령으로 통합되고 있다. 그 때문에 홍익종은 행정구역인 시도나 시군 읍면을 기본으로 통합된 상하 구조를 만들었다.
중앙에는 종 본산인 중앙 종단이 있다. 시도에는 지부, 시군에는 지원, 읍면에는 분원이 있었다.
중앙 종단은 봉황성에 있다. 그리고 당초 총본산으로 삼으려던 남경지역에는 중앙수련원을 두기로 했다. 아무래도 행정력을 발휘하려면 중앙 종단은 봉황성과 가까운 것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이한 것은 불교의 종파인 홍익종은 깊은 산속에 사찰을 두지 않는다. 모두 백성들이 많이 사는 고을의 중심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호국 불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교신자나 스님이라고 해서 병역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도 없었다. 사찰에서 수양하는 스님도 나라나 지역에 위급한 일이 발생하면 도와야 한다.
태왕이 추지하는 통합정책이라 자연히 불교의 종파인 홍익종에 속한 사찰들은 대진국 조정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최인범은 통합되는 홍익종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홍익종의 최소 조직 단위인 분원에 속한 사찰 경내 부지는 기본이 2만평에서 4만평으로 정하도록 하시오. 시군에 있는 지원의 경우는 4만평에서 8만평으로 정하고 지부의 경우는 8만평에서 16만평을 사찰에 속한 부지로 정해주도록 하시오. 마지막으로 중앙종단의 경우 16만평에서 32만평의 부지를 정하도록 하시오.”
실로 어마어마한 토지를 새롭게 통합하는 홍익종단에 하사하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러자 국고를 관리해야 하는 재무부 장관이 다급하게 그에 대해 물었다.
“폐하! 그리되면 그런 부지나 건물은 어디에서 관리하고 소유권은 누구에게 있는 것이옵니까?”
“건물의 관리나 사찰 운영은 홍익종의 종단에서 하지만 사찰에 속한 토지나 건물의 소유권은 국가 재산으로 등록하시오.”
“폐하, 그리되면 기존에 개인 사찰을 보유한 주지들이 반발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소. 그들이 보유한 사찰과는 별도로 새롭게 건립하거나 책정되는 토지니 그런 문제는 발생할 수 없소.”
설사 그렇더라도 실로 방대한 토지를 전국적의 일개 종파에게 하사하는 사업이라 재무장관은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폐하! 사찰에 꼭 그런 방대한 부지를 하사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더구나 마을이나 도심과 가까운 지역이라 부지를 마련하려면 엄청난 재화가 들어가옵니다.”
“그것도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도시와 가깝다고 해서 민가가 밀집한 곳에 부지를 정하라는 뜻이 아니니 생각보다는 그리 많은 재화가 들어가지 않을 것이오.”
“폐하!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소신의 아둔한 머리로는 도무지 그런 재화를 동원할 방도를 알 도리가 없으니 걱정되옵니다.”
최인범이 다소 무리하게 홍익종의 부지를 도심과 가깝고 또 넓은 지역을 책정하라는 이유가 있었다. 그건 미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국의 경우는 사람이 죽으면 매장이 관습에 속한다. 그러나 그런 매장 풍습은 훗날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에 큰 걸림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