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3화
중요한 사건의 배후세력을 찾았다는 보고에 최인범은 화들짝 놀랐다.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지만 완전히 실체가 드러나자 놀란 것이다.
“폐하, 전에 사신으로 왔던 윤원형이 궁녀들을 만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궁녀들의 부모를 윤원형이 감금해 놓고 협박한 것이 확실합니다.”
“조선으로 요원을 보내 확인했나?”
“그러하옵니다.”
“음! 결국 윤원형이 저지른 방화사건이었군.”
“폐하, 그러하옵니다. 정강대군을 죽이려고 저지른 방화이옵니다.”
최복동의 보고에 의하면 전에 봉황성으로 왔던 윤원형이 두 궁녀들과 몰래 접촉해 정강대군을 살해할 목적으로 방화 사건을 사주했다는 것이다.
“가담자는 그들뿐인가요?”
“황궁의 숙수가 같이 움직였사옵니다.”
“알았어요. 모조리 잡아서 감금해 놓도록 하시오.”
“넷!”
방화 사건의 배후가 밝혀지게 되자 조용히 조선합병을 진행하던 최인범은 난감한 상황으로 봉착했다.
‘흠! 조선을 합병하기가 조금 복잡해졌군.’
중대한 문제인 조선합병이 복잡해 질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혀 소란스럽지 않고 조용히 조선의 행정권을 차지하고 끝내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은근슬쩍 통치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니 황궁의 방화사건 배후가 윤원형이란 사실이 외부로 널리 알려지면 변수가 생길 수 있었다.
“최 원장, 그 사건 때문에 조선 합병에 변수가 생겨 고약하게 됐군요.”
최인범의 말에 최복동은 다부진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 조선 왕실이나 조정 내부에서 약간의 반발이 있더라도 감히 황실을 상대로 반역 행위를 저지른 윤원형을 엄하게 문책해야 하옵니다.”
“그야 그렇지요.”
다른 죄도 아니고 감히 황궁에 불을 지르고 또한 정강대군을 살해하려고 시도한 중대한 범죄 행위라 용서할 수 없었다. 왕정국가에서 황실에 대한 공격은 반역죄에 해당된다.
그러나 대진국에서 직접 반역죄를 물어 윤원형을 처치할 경우 자칫하면 다른 문제가 터질 수 있었다. 이렇게 판단한 최인범은 그 사건을 조용히 해결되길 희망했다.
“최 원장은 이 문제를 어찌 처결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나요?”
태왕의 물음에 최복동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단순하게 판단해 윤원형을 처벌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고 태왕이 생각하니 쉽게 답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황실을 상대로 저지른 방화사건이라 용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폐하, 소신의 생각으로는 조선의 윤 대비에게 알려서 그들이 스스로 윤원형을 처리하도록 조치하심이 제일 좋다고 판단되옵니다.”
“그 방법이 최선이라고요?”
“그러하옵니다.”
최인범은 잠시 생각하다가 드디어 지시를 내렸다.
“방화사건을 조사한 자료를 모조리 외무장관에게 넘겨서 조선으로 사건 전말을 모조리 통보하도록 하시오. 조선에서 윤원형의 처리를 깔끔하게 하지 않으면 정강대군의 귀국을 고려한다고 압박하시오.”
“넷!”
“직접 방화죄를 지은 궁녀들은 부모가 인질로 잡혀 저지른 행위니 모조리 감옥으로 가두어 두시오. 조선에서 윤원형을 처리하는 조치에 따라 나중에 직접 처벌하겠소.”
“넷!”
태왕은 전과 달리 수시로 국가정보원에서 보고 받았다.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주변국들에 대한 보고를 정기적으로 받았다.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이유는 조선 합병에 이어서 동왜 지역을 공격할 계획이라 보다 확실한 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 원장, 규슈 주민들의 움직임은 어떻소?”
“폐하, 규슈의 영주들이나 그곳에서 사는 왜인들은 모두 대진국 국민으로 되길 희망하고 있사옵니다.”
“반발할 움직임은 없겠소?”
“넷! 규슈 지역에서 주민들이 반발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옵니다.”
규슈 출신 주민들은 제주도나 또는 대진국 본토로 많이 이주해서 살고 있다. 또한 왜왕에 충성하는 기질을 지닌 사람들은 이미 혼슈로 이주한 경우가 많았다. 그 때문에 규슈 지역에서 사는 주민들 대부분은 대진국에게 매우 우호적인 사람들만 남아 있었다.
매우 허약하지만 군대를 보유하고 있는 규슈의 영주들이 은근히 신경 써졌다.
“규슈의 영주들이 바라는 것이 특별히 있나?”
“예, 그들은 감히 권력을 지니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그저 경제적인 혜택만 바라고 있사옵니다. 군인들의 경우 일부는 대진국 군인이 되기를 원하고요.”
“그렇다면 내무장관에게 알려서 규슈에도 도지사와 시장 군수를 보내도록 하시오. 아울러 새로 선발하는 방법으로 영주들이 보유한 군인들은 대진국 군인으로 흡수하고.”
“명을 받들겠나이다.”
최인범은 왜에 처리에 대해 오랜 기간 고심했다. 여전히 왜를 완전히 합병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다시는 머리를 쳐들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고 방치할 계획이다.
일부 지역은 대진국의 영토로 흡수할 생각이다. 규슈와 유구 지역을 이어주는 해역이 막히면 안 되기 때문에 그 곳은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
“규슈만 흡수하도록 합시다.”
“넷!”
“동왜 지역으로 집중해서 정보원을 보내도록 하시오.”
“명을 따르겠습니다.”
이미 하카다 담로가 설치된 규슈는 조선어가 어느 정도 보급되어 합병해도 별로 문제가 없었다. 국가정보원장을 만나 조선과 왜에 대한 조치를 내리고 나자 조용히 황궁을 떠났다. 그가 떠난 황궁에서는 숙수들이 대부분 교체되는 큰 변화가 있었다.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단동으로 향하며 옆에서 말을 타고 따라가고 있은 척계광에게 조용히 지시했다.
“척 비서관, 제 1함대 사령관으로 자리를 옮기도록 해.”
“넷!”
“제1함대 소속인 해군들은 되도록 더위에 익숙한 남쪽 출신으로 모집하고. 함정에서 필요한 격군들은 규슈로 가서 모집해.”
“명을 따르겠나이다.”
남쪽 출신이란 조선의 전라도나 경상도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나 또는 멀리 남경지역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을 칭하는 것이다. 격군은 규슈를 합병하면서 차출되는 왜인들로 충당할 생각이다.
살던 환경이 너무 다르면 적응하기 힘들다. 그 때문에 남쪽 사람들을 별도로 모아 앞으로 열대지방까지 진출할 여지가 많은 제 1함대 소속 해군을 구성하도록 지시했다.
척계광은 전에 여러 번이나 야전군 사령관이나 또는 임시로 함대총사령관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식으로 제1함대 사령관으로 임명하는 것이다.
봉황산성으로 가서 근무하는 장병들을 살폈다. 명나라를 공격해 북경을 차지하자 긴장감이 풀린 군인들은 조금은 흐트러진 분위기다.
사단장을 만난 최인범은 명령을 내렸다.
“봉황성에 주둔 중인 부대는 부산포로 이동할 준비를 해.”
“넷!”
단동의 조선소에 도착하자 넓은 부두에는 대형함정인 전함들이 건조되어 있었다. 전함 30척이 건조되어 있고 전함과 같은 크기인 보급선들도 60척이 있었다.
이런 정도의 함정 수라면 충분히 동왜 지역은 물론 남해도(대만)까지 충분하게 진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보급선의 경우 선원들 이외에 육군을 실어 나를 수 있도록 특별하게 건조됐다. 특히 말을 대량으로 싣고 갈 수 있도록 건조된 함정이다.
“척당 군마는 몇 필을 실을 수 있나?”
“폐하, 보급선 한 척당 150필이옵니다. 보급선을 모조리 동원하면 한번에 9000필의 말과 함께 기마병 9000명이 움직일 수 있사옵니다.”
“전함도 있으니 모두 동원하면 1만 5천명은 이동이 가능하겠군.”
“그러하옵니다.”
군마를 가져가려면 말에게 먹일 식수나 또는 곡물도 같이 적재하기 때문에 항해할 수 있는 기간이 한정된다. 그래서 그에 대해 물었다.
“항해기간은?”
“폐하, 항해 기간은 약 20일 정도입니다.”
이런 보고를 받자 동왜로 공격할 충분한 전력은 갖추어 겼다고 판단했다. 최인범은 드디어 동왜를 공격하기로 결심하고 철갑웅에게 지시했다.
“이번에 다시 동왜로 가게 되면 육지에서 활동하는 기마군단을 운용할 계획이야. 조선 출신으로 1개 군단 규모의 해외 원정 야전군을 차출해서 부산포로 이동시키도록.”
“넷!”
“부산포로 집결이 끝나면 야전군은 모조리 규슈의 하카타로 이동하고.”
“명을 따르겠사옵니다.”
동왜를 공격하기 위해 해군은 척계광에게 맡기고 육군은 철갑웅이 담당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일단 규슈로 군대를 보내서 규슈까지 통합하고 그 후에 기마병을 혼슈로 보낼 계획이다.
조금의 틈만 보이면 항상 남의 나라를 침범하는 왜인들을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응징할 생각이다. 기마병을 데리고 가려는 것은 해안이나 강변을 공격하는 방법으로는 동왜를 완전히 풍비박산을 내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인범이 단동에서 해군을 점검하고 있는 가운데 조선의 부산포로 보낼 기마병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해군 함정을 이용하지 않고 육지를 통해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조선의 한양을 거쳐 이동해.”
“넷!”
철씨 삼형제는 1만명의 기마병이 모아지면 그들은 인솔해 압록강을 넘어 남쪽으로 떠났다. 마지막 1만명의 기마병이 모아지자 철갑웅이 인사를 했다.
“폐하, 하카다로 가서 기다리겠사옵니다.”
“하카타로 가면 기마병들도 포병 훈련을 실시해.”
“넷!”
우수한 화포를 지닌 포병부대를 운용하면 빠르게 동왜 세력을 공략할 수 있었다. 서왜 세력도 있으니 그들과 합동 작전을 펼치니 많은 병력은 필요 없었다.
먼저 3만명의 기마병이 조선으로 떠나고 나자 90척의 함정으로 구성된 해외원정함대가 단동을 떠나게 되었다. 제1함대 사령관으로 임명된 척계광은 떠나기 전에 태왕을 만나 지시를 받았다.
“왜의 격군들을 최대한 확보해 놓도록 해. 동왜의 중요한 거점 도시를 공략해 해병대인 격군으로 상륙작전을 펴서 공격할 계획이니까.”
“명을 따르겠나이다.”
“정보원과 협조해서 왜왕이나 왜의 왕족들이 어디에서 지내는지 항상 파악해 두고.”
최인범은 이번 기회에 왜왕이나 또는 왕족을 완전히 제거해 버릴 계획이다. 왜가 뭉치는 힘이 강한 것은 왜왕이 존재하기 때문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천황이라고 불리는 왜왕을 죽이고 왕족을 소멸시킴으로 왜가 영영 분열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 생각이다.
‘이번에 가면 천왕제도를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것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