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7화
백두 건설 회사를 설립한 마팔복은 서둘러 유성의 제3군단 사령부로 찾아갔다.
“사령부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요?”
“그렇소. 우선 사령부의 담장을 만들어 주시오. 철조망으로 담을 치는 공사니 서둘러 주세요.”
“알겠습니다.”
대진국은 이미 철강 산업이 발달해 철조망을 만들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마칠복은 동생인 팔복이에게 지시했다.
“빨리 통화로 가서 철조망을 사오도록 해.”
“넷!”
철조망을 만들게 된 이유는 목장의 담을 치기 위해서 만들게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울타리용으로 사용되기 보다는 군사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령관님, 다른 것은 없습니까?”
“있소. 사령부 장병이 쓸 채소류와 육류 등 식품을 조달해 주시오.”
“알겠습니다.”
1만명이나 되는 군사들이 먹어야 하는 식재료라 상당량을 현지에서 매입하게 된다. 겨울에도 싱싱한 채소를 납품해야 되기 때문에 마칠복은 서둘러 유성으로 가서 온천수를 이용한 대형 온실을 만들었다.
“제일 기르기 쉬운 아욱, 상추, 근대를 집중해서 심고 들깨도 잎을 납품하니 심도록 해.”
“넷!”
마칠복은 이렇게 해서 태왕의 배려로 건설회사 이외에 식품회사도 설립하게 되었다. 표면적으로는 마칠복의 소유지만 회사 설립의 출자금 중 8할이 황후가 내려 보낸 자금이라 실질적으로는 황실이 운영하는 회사다.
“건설 회사는 이곳에 준사관학교 건물을 신축해 주시오.”
“알겠습니다.”
이미 많은 목수나 석공 인부들을 확보해 두고 있으니 마칠복은 신속하게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군에서 발주하는 공사라 그리 많은 이득을 남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건설 회사를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할 정도의 이득금은 생기고 있었다.
한밭의 넓은 토지에는 새로운 건축 열기가 생기고 있었다. 대부분 목수나 석공 그리고 인부들이 지내는 숙소가 먼저 지어졌다.
아울러 유성온천 지역에는 아주 큰 부지에 거창한 한옥이 들어서고 있었다.
“사장님, 여긴 뭐로 사용할 생각이신데 이렇게 크게 지으시려고 터를 크게 잡습니까?”
“본래 오경에는 반드시 태왕께서 지내는 행궁이 있어야 하니 행궁을 지어보려고 터를 잡는 거야.”
“그렇군요.”
“아직은 대진국에서 정식으로 남경을 이곳에 건설한다고 발표하지 않았으니 조심해.”
“넷!”
한편 국반장관인 이지함은 태왕의 명령을 받고 한양으로 왔다. 대진국이 군사권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조선의 모든 군 편제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다.
형식적이지만 협의를 거치는 형태를 취하려고 병조판서를 만나고 있었다. 한양의 왕십리에 주둔하고 있는 사단사령부에서 만나 협의하고 있었다.
제일먼저 양국이 협의할 사항은 회덕의 제 3군단 사령부와 부산과 광주에서 주둔하는 정규보병 사단의 신병교육대의 운영에 대해서다.
“병조판서께서는 신병교육대로 입교하는 장정을 어떻게 충당하실 겁니까?”
“앞으로 18세가 되는 양민과 상민출신인 장정들을 입교시키기로 했습니다.”
병조판서의 이런 대답에 이지함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답해 주었다.
“그건 아니 됩니다. 전에 대진국에서 분명히 양반이나 상민 그리고 양민을 가리지 말고 만 18세가 되면 장정으로 군대에 입대해야 된다고 통보했는데요.”
“장관님, 저희도 조정에서 논의를 많이 했지만 그것은 신분을 완전히 타파하는 너무 혁신적인 새로운 제도라 대비마마께서 결국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대비마마께서는 아직도 신분제를 채택하시고 계시는군요.”
“그렇습니다. 신분제도는 우리 조선의 뿌리인 제도라 쉽게 타파하기 어렵습니다.”
대진국에서는 우선 병영의무로 군복무를 3년간 하게 되는 장정을 모집해 주길 요청했다. 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2개 군단인 6개 정규사단에 신병 교육대를 두어 그곳에서 군사훈련을 시키기로 했다.
신병 교육대에서 3달간 군사 훈련을 마치면 일부는 정규보병사단에서 3년간 근무한다. 일부는 도에 하나씩 있는 예비보병 여단에서 근무하도록 할 계획이다.
대진국은 조선의 장정들은 신분을 따지지 않고 18세기 되면 모두 신병교육대에 입교하길 원했다. 그러나 조선은 양반의 자제의 경우 원하면 입교하고, 원하지 않는 장정은 면포를 내는 식으로 군 복무를 면제 받겠다고 주장했다.
“조선에서 그렇게 양반 출신을 별도로 우대하시겠다면 좋습니다. 앞으로 신병교육대로 양반 출신인 장정을 제외한 사람들만 입교시키도록 하세요.”
이런 이지함의 말에 병조판서는 기겁해서 즉시 응수했다.
“그건 너무 불평등한 조치죠. 양반은 원하는 경우 신병교육대에 입교시켜야 합니다.”
“불평등은 그쪽에서 주장하는 거죠. 앞으로 전부가 아니면 양반 출신 장정은 신병교육대는 물론 준사관학교로 입교시키지 마세요.”
이런 대화를 나누는 이유는 대진국은 군복무를 마치지 않은 사람은 누구도 관료가 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관료가 되길 원하는 조선의 양반 자제들은 싫어도 신병교육대로 입교하고 있었다.
이지함은 면포를 주고 군복무를 면제 받겠다는 조선의 양반들 행태를 완전히 막아보려고 했다. 그래서 입교를 원하는 양반 출신 장정들까지 신병교육대로 입교해 군복무를 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배짱을 부린 것이다.
“우리는 나라의 근본인 군복무를 그런 식으로 차별 정책을 사용할 수 없으니 조선의 조정에서는 잘 검토해서 신중히 선택하세요.”
워낙 단호하게 이지함이 주장하자 결국 병조판서는 한숨 토하며 말했다.
“후우! 그렇게 강경하게 주장하시니 그 문제를 다시 조절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정으로 돌아가서 새로 결정해 빠른 시기에 알려드리지요.”
“그래야 된다면 궁으로 가서 대비마마를 잘 설득시켜 보세요.”
조정으로 돌아간 병조참판은 조정에서 이 문제로 거론했다. 그러자 양반들을 옹호하는 윤 대비가 끝까지 모든 양반이 신병교육대로 입교시키자는 의견을 거부했다.
“그렇게 대진국이 나온다면 신병교육대로 양반 자제는 입교시키지 마세요. 그리고 군복무 대신으로 면포도 내놓을 필요가 없고요.”
“마마, 그리되면 결국 양반은 몰락하는 사태가 벌어지니 진짜 큰일이 납니다. 통촉해 주세요.”
“더 이상 논의하지 마세요. 대진국으로 내 결정을 그대로 통보하세요.”
“에이.”
일부 대신들도 모든 양반자제의 입교를 완강하게 반대했다. 특히 영의정인 윤원형은 대비의 뜻을 따르라고 윽박지르고 있었다.
“마마의 뜻을 반하겠다는 대신은 당장 물러나세요.”
기세등등해서 외치자 결국 양반 자제들은 모조리 신병교육대로 입교하지 않도록 결정되고 말았다. 조선 조정의 이런 결정으로 결국 양반출신들은 신병교육대나 준사관학교로 입교가 완전히 중단되었다.
이지함은 이런 조선의 결정에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들이군. 아직도 시대가 어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양반과 상놈을 구분하다니. 결국 조선의 사대부들은 스스로 자멸의 길로 접어드는군.”
대진국의 법에는 관료란 행정공무원, 군인, 교육공무원을 모두 포함되는 의미라 앞으로 대진국에서 건설하는 모든 관공서나 또는 교육기관에서는 조선의 양반 출신들이 근무하는 일이 사라지게 된다.
물론 상급자의 경우는 현재 조선의 관료들이 이전해서 근무하겠지만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양반출신인 관료는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이지함은 이런 조선 조정의 결정이 대진국으로는 더 잘된 일이라고 판단했다.
“처음에는 모르지만 조금만 지나면 오히려 잘된 일이 될 거야.”
비서관이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응수했다.
“장관님, 이제 조선은 완전히 무관은 사라지게 됐습니다.”
“그렇게 되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지함은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육군만 처리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수군도 깔끔하게 정리해야 조선의 군사력을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결국 이지함은 조선의 조정과 협의해 모든 해군을 해체했다. 새로 대진국의 함대 소속으로 재배치하게 되었다. 그래서 판옥선만 보유하게 되는 제 6함대와 7함대를 별도로 만들었다.
제6함대는 황해도,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를 담당하고 제 7함대는 경상도, 강원도, 평안도를 담당하기로 했다. 함대 사령부는 자연히 군산과 부산으로 정해졌다.
군산을 함대 사령부로 결정한 이유는 대륙을 의식해서다. 그리고 부산의 사령부는 왜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함대는 판옥선이 모두 30척로 한반도 해역만 담당에 총60척의 판옥선만 보유하게 된 것이다.
“병조판서께서는 남는 판옥선은 모조리 하카타 담로로 보내시오. 판옥선 대금은 그곳에서 지불할 것이니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이지함은 조선의 육군과 해군을 완전히 대진국 소속으로 바꾸고 이제 한양에 대궐을 수비하는 수비대로 1000명만 남겨 놓았다.
“한양의 도성 수문장은 어찌 하죠?”
“그건 우선 왕십리에 있는 정규보병사단에서 병력을 파견해 수행하게 됩니다. 앞으로 수문장의 경우는 한양의 경찰서에서 담당하게 될 것이고요.”
“알겠습니다.”
“한양은 경찰서를 우선 서부경찰서와 동부 경찰서로 두게 됩니다.”
조선에서 운용하던 좌포청과 우포청을 그대로 인수하게 되었다. 물론 근무하는 간부급 경찰은 모두 대진국에서 오게 되고 새롭게 하급 경찰을 뽑아 채용하게 된다.
아직 경찰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 사단장을 만나 지시했다.
“우선의 사단 헌병들과 일부 병사들을 경찰서에 배치하시오.”
“넷!”
이지함은 육군과 수군에 이어 조선의 치안을 담당하는 포도청도 대진국의 경찰서장이 담당하도록 조치를 내린 것이다. 대진국에서 알아서 치안을 담당해 준다고 하자 조정 대신들은 오히려 좋아했다.
“골치 아픈 범죄자를 잡는 일이고 많은 재정을 아끼는 일이니 오히려 잘 되었어.”
“암, 군대도 없고 포졸도 없으니 재물이 남아돌아가게 생겼군.”
이미 어느 정도 깬 관료들은 재빠르게 대진국의 관료로 변신했다. 그리고 그 전에 일찍 깨우친 사람은 이미 대진국으로 이주해 정상적인 관료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남아 있는 관리들은 모두 무사안일만 택하고 진정한 애국심도 없는 탐관오리들에 불과했다. 경찰력까지 완전히 장악하게 된 이지함은 서둘러 남쪽으로 향했다.
이지함은 한밭에 도착하자 바로 유성에서 한창 부대의 시설 공사를 하는 마칠복을 만났다. 그에게 경찰학교 건물 설계도를 보여주며 말했다.
“마 사장, 이 건물을 빨리 지어 주시오.”
“알았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경상도에서 기술자들과 인부들이 오면 시작하겠습니다.”
새롭게 많은 공공건물이 들어서기 위한 토목 공사를 시작했다. 자연히 한밭에는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서로 말투가 달라 공사장에서 패거리끼리 무리를 이루러 싸움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남경은 점차 고향이 같은 사람들이 따로 따로 밀집해 사는 형태로 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