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5화
만만치 않은 재정이 들어가게 되는 사업이라 자금 조달이 제일 큰 문제다. 그 때문에 내시부 수장인 태일 태감을 불러 지시했다.
“흑룡도로 연락해서 자순 태감을 부르도록.”
“넷!”
반월도를 모아 금광의 위치를 찾기 위해 북쪽으로 떠난 자순 태감이 보고를 해왔었다. 흑룡 강변에서 사금(砂金)을 찾게 되었다니 그 수량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한 것이다.
그곳에서 생산되는 황금이 많다면 남경직할시 건설을 시작하면서 또 다른 사업을 동시에 추진해 보려는 것이다. 기존에 있는 도로를 완전히 새롭게 정비해볼 계획이다.
“내소사에 있는 자금 내역서를 가져 오도록 해.”
“넷!”
국가 재정을 사용해 남경 개발을 추진하기 보다는 황실의 자금을 투입해 추진할 계획이다. 아무리 대진국이 큰 나라라고 해도 큰 사업을 하기위해 갑자기 예산을 한 쪽으로 보낼 수는 없었다.
‘본국의 경제를 흔들지 않으려면 황실 자금으로 개발하는 것이 제일 좋아.’
이렇게 판단한 최인범은 태일 태감과 같이 남경 개발에 쓸 수 있는 내소사 자금을 정리했다. 황실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내소사에는 여전히 소금판매 금액이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서경직할시가 들어설 곳인 회덕 현에 속한 지역은 대전지역으로 현청에서는 제법 떨어진 곳이다.
그 지역은 경상도에서 추풍령을 넘어 영동과 옥천을 지나 회덕으로 가는 교통의 요충지다. 또한 전주지역에서 은진을 지나 회덕으로 해서 충청북도로 가는 중심에 위치해 있다.
‘지금의 도로 상태로는 남경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워.’
여러 가지를 고려해 대전지역을 남경으로 정해 교통의 중심지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한밭이라고 불리는 그곳이 남경직할시로 변하면 우선 화폐제조창이 생기게 된다. 각종 관공서를 비롯해 고등 교육시설들이 들어서게 된다. 실질적으로 직할시의 재무부 지부는 은행 역할도 하게 되니 빠르게 발전을 가져올 수 있었다.
최인범이 토지를 많이 구입하려는 이유는 주민들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강제로 토지를 수용하게 되면 지역 주민들이 반발해 공사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지역에서 사는 주민들을 동원해 공사를 추진하려면 무리한 토지수용 방법보다는 순탄하게 토지를 미리 매입해 놓는 것이 수월해.’
이렇게 판단한 최인범은 우선 건축 기술자들을 황궁으로 차출해서 지시했다.
“토목 공사는 현지로 가서 하게 되지만 건물의 설계도는 미리 만들어 놓도록 하시오.”
“넷!”
이미 대전 지역의 토질은 건물을 세우기에 별로 어려움이 없는 지역이다. 토목 공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도 건물설계가 가능했다. 좋은 부지에 필요한 건물을 세우면 되니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렇더라도 도시의 하수도 공사를 해야 되고 도로 공사도 필요하기 때문에 준비할 것이 많았다.
이미 심양에서 신도시를 건설하기 위한 도시계획을 해본 경험이 있는 건설부의 관료나 민간 기술자들이 참여해 황궁에서 비밀리에 작업하게 되었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황궁의 생활은 이 때문에 활기가 넘쳤다. 현대식의 도시에서 살았던 최인범은 도시계획을 같이 하면서 자꾸만 욕심이 생겼다.
‘나중을 생각해서 도로를 넓게 만들어야 돼.’
건설 기술자들이 계획한 도로가 좁다고 판단해 지시했다.
“지금보다 4배 정도 넓게 도로 구역으로 잡으시오.”
태왕의 이런 지시 때문에 기술자들은 쉬는 시간에 모이면 그 때문에 논란이 생겼다.
“아니, 도로를 그렇게 넓게 만들면 밥보다 고추장이 많은 것 아니야?”
“그러니까 폐하께서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사시는 분이지.”
“나야 폐하께서 도로를 자꾸 더 넓히라고 하시니 새로 계획을 세워 보기는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도 많아서 이상해.”
도로 폭이 한양의 중앙로 보다 넓으니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이미 심양에서 시도한 경험이 있는 기술자들은 도로 폭을 넓이는 작업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미래를 생각해서 도로를 확장하라는 지시니 빨리 계획을 잡읍시다.”
“현지에 가서 다시 바꿔야 되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아요. 그곳은 평야 지대라 별로 문제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일단 제3 군단사령부에서 보낸 지도를 가지고 기본적인 도시 설계를 해봅시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중경이라 불리는 심양의 신도시 계획도 처음에는 도로가 너무 넓어 이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도시의 인구가 늘어났다. 자연히 대로에는 오가는 마차의 수가 다니는 대폭 늘어났다. 그래서 도로란 되도록 넓어야 편리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이 설계하는 건물들은 모두 현대식으로 3-4층 높이다. 더구나 학교 시설도 2층으로 설계하도록 지시하기 때문에 점차 태왕 폐하의 의중을 알 수 있었다.
“폐하께서는 한양을 버리고 남경을 한반도의 중심으로 삼을 계획이시군.”
“아무래도 그런 생각으로 이렇게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거야.”
“실제로 공사하려면 엄청난 자금이 들겠어.”
이런 대화를 나누던 기술자가 조심스럽게 전혀 다른 생각을 말했다.
“그게 확실하다면 우리 그곳에 토지를 사두면 안 될까? 전에 상해에서 토지를 미리 싸게 사둔 하카타 담로의 무역상들은 큰돈을 벌었다고 하던데.”
이런 말을 하자 건설부 관료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질책했다.
“이 사람아, 자네는 법령도 잘 모르나?”
“법령이라니?”
“공직을 통해 알게 된 중요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벌이면 뇌물 수뢰와 똑 같은 죄로 검찰이나 경찰에게 잡혀 간다는 것도 모르나?”
“그거야 먼 친척을 시켜서 사두면 되는 거지.”
“오라, 그런 방법도 있겠어.”
아무튼 법이 있으면 법망을 빠져나가서 이득을 챙기려는 사람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말만 이렇게 하지 새로 개발되는 회덕으로 가서 부동산을 살 수는 없었다.
그저 한번 해 보는 소리에 불과했다.
‘이거야 말로 그림에 떡이야.’
황궁으로 소환되어 남경의 도시 계획서를 만드는 작업을 함과 동시에 외부와의 연락은 전혀 할 수 없었다. 감옥과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이재에 밝은 태왕이나 황후께서 분명이 움직였다고 판단했다. 전에 상해에서처럼 이미 대부분의 토지를 사두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폐하께서 이미 손을 써두었을 거야.”
“당연하지. 그래야 관공서 건물을 지을 재정을 마련하지 않겠어.”
“공연히 이상한 생각은 그만 접고 부지런히 일하자고.”
“그럽시다.”
추운 겨울에 황궁에서는 남경을 건설하기 위한 열기로 가득했다. 최인범은 이제 북경까지 영토로 포함시키게 되자 남경건설과 연결해 새로운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장한배 건설부 장관을 불러 지시했다.
“장관, 서경에서 금주를 지나 중경을 연결하는 도로를 잘 정비하시오. 그리고 중경에서 봉황성까지 연결하는 도로도 새롭게 정비하고.”
“넷!”
도로를 정비하라는 뜻은 2대씩의 마차가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는 4차선인 도로로 만들라는 뜻이다.
이미 도심지역은 모조리 그렇게 만들고 일부 지역은 8차선으로 만들어 놓았다. 앞으로 그런 도로를 도시마다 연결해 육상 교통도 발전시키라는 뜻이다.
“조선의 의주에서 평양에 이르는 도로도 예산을 투입해 똑같이 만들 수 있도록 재부부에 예산을 요청하시오.”
“명을 받들겠나이다.”
최인범은 부산포에서 서경(북경)까지 연결되는 국도 1번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미 대진국의 요동 지역은 대로가 건설되어 있었다. 그 도로는 더 깔끔하게 정리해 육상 교통의 중심으로 삼아볼 계획이다.
한반도를 관통하는 도로를 만들어 남경을 교통 요충지로 삼으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필요해 자금 조달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이런 국토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동안 멀리 북쪽으로 갔던 자순 태감이 황궁으로 돌아왔다.
“폐하, 소신 문안드리옵니다.”
“고생 많았소. 북쪽으로 갔던 일은 잘 되었소?”
“넷! 매일 같이 10킬로그램 정도는 생산되고 있사옵니다.”
매일 같이 그런 정도라면 연간 1톤 이상을 생산된다. 재정이 넉넉해지면 자신이 계획하는 모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걱정하던 자금 조달이 쉽게 해결 되자 최인범은 신이 났다.
‘됐어. 금광에서 생산되는 금이 많다니 시작해도 충분하겠어.’
최인범은 자순 태감이 역사서를 집필하다가 떠났기 때문에 그에 대해 지시했다.
“그동안 고생했으니 앞으로 황궁에서 역사서 집필에 집중하시오. 이제는 한반도의 역사에 대해서도 집중해서 연구해 보도록 하시오.”
“명을 받들겠나이다.”
최인범은 자순 태감에게 조선의 백제, 가야, 신라 그리고 왜의 역사서를 모아서 새로운 역사서를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교육시키기로 했다.
“자순태감은 국사편찬위원회를 만들어 필요한 교과서를 발행해 보시오.”
“넷!”
어떤 사업이고 추진하려면 많은 재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교과서 발행에도 재정이 필요했다. 흑룡도에서 이미 금광을 개발한 자순 태감은 조심스럽게 건의했다.
“폐하, 조선에서 온 광산기술자들의 말에 의하면 평안북도 지역에도 대규모의 금광맥이 있다고 하옵니다. 소신 생각으로는 그곳으로 기술자를 보내 금광을 개발하는 것이 좋겠사옵니다.”
“그게 어디요?”
“운산이라고 하옵니다.”
자순 태감의 이런 건의에 최인범은 문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운산금광이라면 노다지의 어원인 ‘노터치’라는 말이 처음 생긴 금광이다. 추정 매장량이 수천톤에 이른다는 정보가 떠올랐다.
‘음, 그 광산을 개발하면 한반도의 개발 자금으로 충분하겠어.’
그러나 아직 조선왕실로부터 광산 개발권을 차지하지 않았으니 당장에 금광을 개발하기는 곤란했다. 이번에 남경 건설과 함께 조선왕실에 압박을 가해 우선 광산 개발에 대한 권리를 차지할 계획이다.
“자순태감은 금광 개발 기술자들을 모아 놓으시오.”
“넷!”
최인범은 황궁에서 건축기술자들과 같이 지내며 도시건설이나 도로 건설 그리고 광산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대진국은 금과 은을 중심하는 대진통보를 발행해 사용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금과 은을 충분히 보유하지 못하면 화폐를 발행하기 곤란했다. 조선의 광산 개발권을 차지해 화폐까지 통일한다면 사실상 조선의 경제도 완전히 대진국으로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최인범은 추운 겨울에 황궁에서 처박혀 남경 개발을 비롯한 국도 1호선 건설로 고심하고 있었다.
아무리 황궁에서 작업하고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태왕의 계획은 일정부분 외부로 흘러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조금씩 흘러나간 정보는 조선 조정으로 알려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