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2화
조선으로 군대를 이동시킨다고 하자 대진국이 또 다시 침략 전쟁을 벌인다고 판단했다. 그 때문에 제후국으로 결정된 후당이나 제태국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대진국이 군대를 정비하면 또 다시 남하할지 모르겠어.”
어떤 시대고 북방에서 큰 세력을 이룬 무리는 반드시 대륙으로 남하해 정복하기 때문에 해보는 생각이다. 그러나 자신들에게 제후국이라고 우선 안심시켜 놓고 나중에 대시 대대적으로 침공한다고 판단했다.
“전하, 어떻게 해서라도 태왕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생각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옵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있나?”
사람의 마음이란 부부나 친구 사이라도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남의 나라인 태왕의 속을 정확하게 알 도리는 없었다. 그래도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뭔가 대비는 해야 된다.
“전하, 함부로 첩자를 보내서 알아내기는 곤란하고 아무래도 황궁으로 후궁을 보내야 됩니다.”
“태왕폐하께서는 후궁을 들이지 않잖아?”
“후궁이 아니라면 미녀들을 궁녀로 보내야 합니다.”
첩자를 함부로 보냈다가 잡히면 그곳이 오히려 침공할 명분을 줄 수 있으니 합법적인 방법으로 통용되는 미녀들을 보내 그녀들을 통해 정보를 알아내려는 것이다.
“미녀들은 선발해 보시오.”
“넷!”
주변국들이 대진국의 움직임을 빠르게 알게 된 이유는 대부분 대상인들 때문이다. 천진과 북경 그리고 단동이나 기타 황하를 이용해 많은 물건을 이동시키며 대규모로 사업을 벌이는 대상인인 무역상들이다. 그들은 이득금이 많은 전쟁 특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제태국이나 후당은 대진국의 움직임을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서 협정에 없는 미녀들을 뽑아서 북경으로 보내기로 했다.
제일 크게 걱정하는 곳은 낙양을 중심으로 새롭게 건국한 후송이다. 장군 출신인 송정욱을 왕으로 삼고 독자적으로 관할 지역이라고 선포한 하남성의 홍건적을 소탕하며 왕권을 강화했다. 그들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대진국의 태왕으로부터 제후국으로 인정받으려고 했다.
그러나 꾸물거리는 사이에 북경에 있던 태왕께서 이미 멀리 봉황성으로 떠나 버려 그것이 쉽지 않았다. 멀리 봉황성으로 사신을 보내자니 황하의 수로는 제태국이 막고 있으니 보낼 수가 없었다.
제태국의 군왕인 장광윤은 산동 동쪽을 대진국으로 넘기고 나자 영토가 너무 좁다고 판단해 호시탐탐 하남성을 노리고 있었다.
송정옥은 대신들과 대진국으로 사신을 보낼 방법을 논의했다.
“좋은 방법이 없겠소?”
“전하, 방법이 있사옵니다. 타타르 왕국이 이번에 황하를 이용해 많은 미녀들은 북경으로 보낸다고 하오니 타타르 왕국과 협의해서 그 일행에 미녀들을 포함시켜서 북경으로 미녀들과 사신을 같이 보내면 됩니다.”
“북경에 아직도 소피아 황비마마께서 거주하고 있나?”
“전하, 그러하옵니다. 아마도 타타르 출신 미녀들이 북경에 도착하면 그 여자들과 같이 봉황성으로 돌아갈 것 같사옵니다.”
다른 나라를 통해야 대진국으로 갈 수 있는 후송으로는 이번이 제일 좋은 기회다.
“그 방법으로 대진국으로 미녀를 보내고 사신을 보내도록 합시다. 자주 보내기 어려우니 한 번에 많이 보내도록 합시다.”
“넷!”
약소국으로 살아남으려면 인접한 강대국인 황제국에게 잘 보여야 한다. 그러니 미녀만 보낼 수 없어 추가해서 지시했다.
“태왕폐하께서는 고대 유물도 아주 좋아하신다니 최대한 오래된 유물을 수집해 보내도록 하시오.”
“명을 받들겠나이다.”
낙양은 본시 고대부터 많은 사람이 살던 오래된 도시라 이곳에는 고분들이 많았다. 그 때문에 살기가 어려워진 백성들은 고분을 도굴하는 일이 성행했다. 후송은 고대유물을 모으기 위해 나라에서 직접 고분은 발굴하는 작업을 대대적으로 시작했다.
“광산을 개발하는 것보다 고분을 발굴하는 것이 더 이득이 많아.”
“당연하지. 잘만 찾으면 쉽게 돈을 벌잖아.”
과거 영화를 누리던 세력가는 사후에도 삶이 이어진다고 굳게 믿었다. 그 때문에 대부분 고분에는 많은 귀금속으로 만든 귀한 유물들이 매장되어 있었다.
대대적으로 고분을 파서 매장된 유물을 모으고 한편으로는 미인을 모으고 있었다.
“미인은 모은다고 하더니 이상하게 꺽다리만 모으네.”
“참으로 이상하군. 키만 큰 여자가 미인이라니 너무 이상해.”
“태왕께서 저런 여자를 좋아한다는 거야.”
낙양의 여자들 중에 미모가 뛰어나지만 반드시 키가 큰 여자를 선발하니 다들 이상했다. 이곳 주민들의 미인 기준은 다소 키가 자그마하고 엉덩이가 크고 가슴이 풍만한 여자를 미인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본시 하늘에서 내려왔다고 하더니 천상에서는 그런 여자가 미인인 모양이군.”
“그야 모르지. 아무튼 황비들도 다들 키가 크잖아.”
“그렇다면 아마도 태왕폐하의 키가 크다가 보니 그런가 보지.”
자신들과 미적 기준과 전혀 다른 태왕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때로는 키가 커서 시집가기 곤란하다던 여자들은 이번의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래서 미녀를 모은다는 소문에 다들 자청해서 낙양으로 모여 들었다.
낙양에 본시 한족과는 다소 다른 키가 크고 늘씬한 몸매를 지닌 여자가 많은 이유가 있었다. 고대에 서쪽의 아랍계 여자들이 많이 이주해 와서 살았기 때문에 그런 혼혈들이 많았다. 그들은 대부분 하층으로 살았기 때문에 살기가 너무 어려웠다.
부모들은 키가 큰 딸들을 관공서로 데리고 와서 팔아넘기고 있었다. 부모와 헤어지게 되자 소녀들은 울면서 매달리고 있었다.
“아버지, 저 가기 싫어요.”
“지금은 부모를 원망하겠지만 여기보다 잘사는 대진국으로 가면 배가 고프지 않게 풍족하게 사니 참고 견디며 살아 봐.”
“알았어요.”
“되도록 형제나 사촌들이 한 남자에게 시집가면 외롭지 않을 거다.”
“그렇게 해보죠.”
키가 큰 처녀들도 있지만 아직은 나이어린 소녀들도 모아졌다. 특히 나이어린 소녀들의 경우는 먹고 살기가 어려우니 입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었다.
수많은 미녀들을 모아 놓고 기다리자 드디어 서쪽에서 대상인 행렬이 도착했다. 본래 북쪽 비단길을 통해 교역하던 대상인이다.
대상인들은 타타르 출신 미녀들을 5천명이나 데리고 이동 중이다. 만리장성과 접한 북쪽에 알탄 칸의 군대가 주둔해 있자 보다 안전한 길을 택해 남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소피아 황비의 귀환명령을 받은 연타발은 대상인들과 같이 많은 미녀를 대동해 도착했다.
“황비 마마께 바치는 미녀이니 북경까지 데리고 가주세요.”
“좋소. 그렇게 하리다. 우선 미녀들이 먹을 식량과 생필품을 주시오.”
“넷!”
또한 나중에 북경에 도착하면 그곳에서 보내줄 생필품을 가져온 호송 부대도 요구했다. 마침 고대 유물이나 기타 금은보화도 호송할 부대가 필요하던 터라 즉시 답했다.
“2천명이면 되나요?”
“그렇소. 마차를 충분히 준비하시오. 미녀들은 걸음을 오래 걷지 못하니 마차에 태워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대륙은 전족해서 발이 작아야 미인이라는 전통이 있었다. 그래서 미녀들은 대부분 발을 억지로 작게 하기 위해 노력해 오래 걸음을 걷기가 힘들다.
“황비 마마께서 미녀들이 마음에 들면 돌아올 때 아마 빈마차로 보내지는 않을 것이요.”
“감사합니다.”
발해 상단 깃발을 달고 가면 제태국의 군대가 막을 수 없으니 같이 이동하기로 했다. 낙양에서 선발된 5천명의 미녀들까지 같이 떠나게 되었다.
낙양을 떠나 동쪽으로 한동안 이동했다. 드디어 국경선에 도착하게 되자 국경 수비대인 제태국 군인들은 길을 막고 검문했다.
“어디로 가는 거요?”
“북경의 황비 마마께 보낼 궁녀들입니다.”
“뭐요? 이렇게 많은 궁녀를 보낸다고요?”
“그렇습니다. 자금성이 텅 비어 있어 그렇죠. 물론 일부는 대진국의 병사들과 혼인하겠지만 이런 정도는 보내야죠.”
“어디서 보내는 여자요?”
“타타르 왕국입니다.”
대진국의 태왕과 장인과 사위사이인 타타르 왕국에서 소피아 황비께 보내는 공물이라니 더 이상 탈을 잡을 수 없었다. 이렇게 해서 연타발과 대상인들 그리고 미녀와 사신들은 무사히 하북 평야지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연타발은 먼저 연락병을 북경으로 보냈다. 그리고 소피아 황비의 지시가 내려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임의대로 교류가 없는 후송의 사신 대동하고 있으니 기다리는 것이다.
하북 평야 지대는 전과는 달리 가구 수가 많이 줄었다. 이유는 전에 대진국이 북경으로 침입하자 제태국이나 또는 남경으로 피난을 떠났기 때문이다.
인구수는 줄고 개인당 경작하는 면적은 늘어나자 이곳은 매우 풍요로웠다. 식량이 남아 창고마다 밀이나 기타 곡물이 가득 쌓여 있었다.
자신들이 살던 곳과 달리 너무 흔하게 식량이 쌓여 있자 여자들은 이곳에서 살길 원했다.
“이런 곳에서 살면 좋은데.”
“대진국으로 가면 더 잘 산다고 하던데.”
특히 처음 먹어보는 감자의 맛이 다들 기뻐했다. 그러나 북경에서 많은 군사가 와서 미녀들을 호송해 천진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호송을 담당하던 후송의 군사들은 빈 마차에 많은 식량을 싣게 되었다.
“여기 이 서류를 가지고 가면 제태국을 무사히 동과할 것이니 돌아가시오.”
“넷!”
“만약 우리가 넘긴 무기를 들키게 되면 우리가 주는 것이 아니고 몰래 사가는 것으로 말하시오.”
“명심하겠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식량만 보낸다고 했지만 많은 무기를 가져가고 있었다. 소피아 황비는 대운하를 끼고 있는 제태국이 더 넓은 영토를 차지하면 강대국으로 성장할 염려가 많다고 판단했다.
그것을 막기 위해 많은 미녀를 보내준 후송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2개의 나라보다는 3개국으로 나뉘면 쉽게 밀약해 대진국에 반발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천진에 도착한 미녀들은 드디어 처음 보는 대형 무역선이나 화물선에 실려 멀리 떠나고 있었다. 1만명이나 되는 미녀들을 보내기 때문에 한 번에 보낼 수 없었다.
소피아 황비는 연타발에게 자신이 하고 있던 업무를 인계해 주었다.
“자금성의 지하실의 술 창고나 주조 공장은 별도로 상궁들이 관리하니 염려하지 말고 연타발은 천진에서 지내며 발해 상단을 통해 무역하도록 해.”
인계인수를 끝내고 나자 소피아는 전함을 타고 천진을 떠나고 있었다. 그러나 전함에 오른 소피아는 하늘이 노래지고 있었다. 전에는 전혀 안하던 뱃멀미를 심하게 하며 마구 토하고 있었다.
“아아악! 우엑! 나 죽어!”
그녀의 옆에서 하후화 상궁은 너무 좋아하는 표정을 지으며 등을 도닥거려주고 있었다. 이제 큰 짐을 덜었고 자신도 좋아하는 남자와 혼인해도 될 시기가 왔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