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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477화 (477/519)

477화

의도적으로 교역을 잠시 중단하던 남주와 다시 거래하게 되었다.

상해 시에 비축하고 있던 안남미가 3개의 문을 통해 남주로 반출되었다. 곡물과 수산물이 대규모로 서쪽으로 보내지며 상해 운하에서는 대규모의 공사가 시작되었다.

웅성웅성.

수많은 인부들이 소주에서 몰려왔다. 그들은 공사장으로 오면서 모두 우마차에 커다란 돌들을 싣고 왔다. 상해 시는 계속해서 지대를 높이기 때문에 공사에 필요한 모든 재료는 서쪽에서 조달 받고 있었다.

인부들은 석재를 운반하고 나서 공사에 대해 지시를 받으며 놀라고 있었다.

“여기를 완전히 철옹성으로 만들려고 하네.”

“운하를 보호하기 위해 공사를 하는데 무슨 철옹성이야.”

“자네는 하나만 아는군. 석축을 10미터 높이로 쌓으면 그게 성이지 제방인가?”

“하긴. 운하가 해자 역할을 하니 점점 철옹성으로 변해겠어.”

상해 운하로 많은 석재들이 운반되어 제방을 보강하는 작업을 실시하고 있었다. 전에도 같은 방법으로 성곽 역할을 하는 제방을 만들었다. 그 때문에 이번에도 똑 같이 인부들에게 일당으로 식량을 나누어 주었다.

와글와글.

“영차! 영차!”

수많은 인부들이 제방의 아래에 커다란 돌로 튼튼하게 석축을 쌓고 있었다. 수심이 5미터 정도인 운하지만 처음 공사할 때 이미 하부에는 큰 돌로 석축을 쌓아두어 표면에 나타난 지역만 석축을 쌓아 보강공사를 하는 것이다.

상해 시 안쪽으로 들어오는 인부들은 매우 제한적이다. 인부들은 모두 서쪽에 마련된 임시 숙소에서 지내면서 공사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남주와 다시 교역하는 협상 과정에서 전과는 조금 달라진 내용이 있었다.

전에는 영토가 운하 동쪽으로 정했다, 이제는 상해 운하 서쪽의 토지들도 상해 시로 포함되었다. 그래서 서쪽 지역에는 운하와 연결되는 2킬로미터까지 배수로 공사가 한창이다.

호수와 늪지대가 많은 지역이라 배수로 공사를 해서 농토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인부들은 배수로 공사장에서 일을 하며 새로 대진국의 영토로 변하게 되는 지역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배수로 공사가 끝나면 여기도 옥토로 변하겠어.”

“당연하지. 농사를 짓는 사람은 모두 소주 사람이지만 생산되는 곡물은 상해에서 사는 대진국 사람들 차지야.”

재정이 넉넉해진 대진국의 주산담로에서는 상해 시 서쪽 지역까지 매입했다. 배수로 공사를 대대적으로 함으로 농토를 대폭 늘린 것이다.

무더워지는 여름이 시작되자 보리도 수확하게 되고 감자도 수확했다.

상해 시에서 수확한 감자들은 비싼 가격으로 남주 지역으로 판매되었다, 대진국에서는 그동안 반출 금지 품목으로 정해진 감자나 고구마를 얼마든지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었다.

최인범은 인구가 너무 많은 대륙이고 동아시아의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처지라 신품종의 보급을 반대했다. 그러나 다수의 인부가 상해 시로 와서 일하다 보니 감자와 고구마 종자가 유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더 이상 비밀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수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륙은 명나라가 완전히 망해 버렸다. 수많은 소국으로 나누어지자 매일 같이 크고 작은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었다. 그 때문에 더 이상 임의적으로 인구수를 줄이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었다. 같은 종족끼리 전쟁을 벌여 계속해서 사상자가 발생해 인구가 전에 비해 대폭 줄어들었다.

상해와 접한 소주 지역에는 새로운 품종인 감자나 고구마를 파종하는 농가들이 늘었다. 상해 시에 와있던 김신완 총통은 국가정보원 지부장의 보고를 받았다.

“총통님, 남한과 남주가 드디어 지주에서 접전이 벌어졌사옵니다.”

“전황은 어찌 되고?”

“무한에서 100척의 배를 만들어 장강을 타고 내려오던 남한의 수군이 지주에서 남주 군대의 반격에 패했다고 합니다.”

“뭐라? 남주는 수군이 없는데 어찌 승리를 하지?”

지주(池州)는 장강 변에 있는 도시로 무한과 남경의 중간에 위치한 도시다. 지부장의 보고에 따르면 100척의 배를 이끌고 동진하던 남한의 배들이 지주 강변에 설치된 화포의 공격으로 모조리 파괴되어 급하게 후퇴했다는 것이다.

장강 남쪽의 두 세력이 드디어 정면으로 격돌했다. 이번에는 남한이 함부로 진격하다가 화포 공격으로 패해 버린 것이다.

김신완 총통은 이런 보고를 받자 즉시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

“창고에 쌓여 있는 오래된 화약을 모두 따로 분리해 놓도록 해.”

“넷!”

김신완은 두 세력이 격돌하자 이번 기회에 저질 화약을 팔아먹을 궁리를 했다.

‘좋았어, 처치 곤란하던 화약을 넘겨 버려야 되겠군.’

이미 조선에서 가져온 구형 화포는 남주로 많이 판매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사용하면 화포의 마모가 심한 저질 화약을 판매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전쟁이 벌어졌으니 좋고 나쁘건 화약을 최대한 사가려고 할 것이니 미리 준비해 놓아.”

“넷!”

남의 불행이 나의 향복이듯이 장강을 중심으로 두 세력이 전쟁을 벌이자 김신완 총통은 그 틈을 타서 재물을 벌어볼 요량이다.

“전쟁이 터졌으면 앞으로 식량도 계속 모자라겠군.”

“그렇습니다. 전쟁 때문에 정상적으로 곡물을 생산하기 어려우니 아마 올 가을에도 식량은 계속해서 부족할 것입니다.”

“남해도로 연락해서 안남미를 더 보내도록 해.”

“넷!”

주산 담로는 영토의 크기에 비해 생산성도 높았다. 또한 무역선을 통해 많은 물자를 외부에서 들여와 대륙으로 판매함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대륙에서 생산되는 금이나 은 그리고 각종 금속은 대진국으로 보내지고 있었다.

김신완 총통은 남주에서 선물로 보내온 미녀 2명과 금은보화와 한혈마 10필, 식량 판매 수익인 금괴를 봉황성으로 보내고 있었다.

“수익금인 금괴는 제주 직할시로 보내서 대한통보를 가져오고 선물들은 모조리 봉황성으로 가져가.”

“넷!”

5척의 보급함이 선단을 이루고 보타도의 남항을 떠나고 있었다. 보급함에는 남주에서 선물로 보내는 소주미인 2명과 그녀들을 옆에서 도와줄 200명의 어린 소녀들이 타고 있었다.

멀리 타국으로 가는 소녀들은 다들 들뜬 마음이다. 특히 소주미인은 나름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태왕이 후궁을 늘이지 않으니 잘하면 자신들의 뛰어난 기예와 미모라면 후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은근히 두려움도 있었다.

‘황후와 황비 마마들이 다들 드세다고 소문이 났는데 걱정이야.’

한편 멀리 북쪽에서는 여름이 시작되자 장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북경의 천리장성 공사장은 비가 내려자 잠시 공사를 중단하고 있었다.

쏘아아! 후드드득!

두꺼운 천으로 만든 대형 천막에서 최인범은 실로 오랜만에 박보장기를 두고 있었다. 장기를 두는 상대는 제주도에서 지내던 천먹쇠다.

최인범은 박보 장기를 장기판에 늘여놓고 다소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먹쇠야, 너는 일은 안하고 박보 장기만 풀었냐? 전보다 실력이 많이 늘었어.”

“폐하, 제주도로 귀양살이를 하러온 선비들 중에 장기 고수들이 많아서 틈틈이 배웠습니다.”

“아직도 조선에서는 제주도를 유배지로 사용하냐?”

“넷!”

어린 명종이 즉위한 조선은 섭정하는 윤 대비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군사권과 외교권은 완전히 대진국이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행정권은 지니고 있었다.

그 행정권도 함경도와 평안도는 완전히 대진국으로 넘어가 버렸다. 어떤 상황이던 정치하는 무리는 항상 반대파가 있었다. 그 때문에 조선 조정은 여전히 패가 갈려 탄핵을 받아 귀양살이를 떠나는 선비나 관료들이 있었다.

천먹쇠는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감귤을 북경으로 가져오느라 무역선을 타고 천진으로 와서 기회에 태왕을 만난 것이다. 최인범은 조선이나 왜의 소식을 들어가면서 박보장기를 몇 번 두다가 장기판을 치우고 나서 천먹쇠에게 지시했다.

“제주도로 돌아가면 목장의 말들을 규슈로 판매해.”

“넷!”

명나라를 완전히 멸망시킨 최인범은 드디어 왜의 규슈를 대진국의 영토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물론 당장에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우선은 조선 왕조에 대한 결정이 끝나야 된다. 나중을 고려해서 그동안 규슈로 수출을 금지하던 말을 수출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제주도로 돌아갈 때 비단을 가져가서 아내들에게 선물로 줘.”

“감사합니다.”

멀리 제주도서 나름 자신에게 좋은 과일을 먹게 해주겠다고 일부러 찾아왔다. 그래서 최인범은 천먹쇠에게 고급 비단을 선물로 넘겨주었다.

천먹쇠가 북경을 떠나 천진으로 향하는 중. 대형 천막에서는 태왕이 측근들과 중요한 문제를 논의하고 있었다. 먼저 최복동이 명나라 출신 관료들이 많이 모여 있다는 장안의 소식을 보고했다.

“폐하, 장안에서 새롭게 나라를 만들겠다는 움직임이 있사옵니다.”

“주체세력은?”

“모두 가정제와는 사이가 안 좋은 관료들입니다. 대부분 가정제의 폭정으로 가족들이 죽거나 귀양살이를 했던 인사들입니다. 그래서 다들 가정제라면 이를 갈며 복수하려고 마음속으로 독기를 품고 있사옵니다. 그러니 가정제와 왕 황후를 그쪽으로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최인범은 척계광에게 시선을 돌려 물었다.

“척 비서관, 그게 최선이라고?”

“폐하, 그런 방법이 제일 무난합니다.”

명나라가 멸망했다고 선포했지만 여전히 가정제가 살아있다. 또한 그의 아내인 왕 황후와 아들이 살아 있으니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그들을 봉황성으로 데리고 가던가 아니면 죽여야 끝난다. 하지만 조금은 꺼리는 부분이 있어 처리를 미루고 있었다.

고민하던 최인범은 척계광과 최복동의 계책대로 가정제를 장안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은가?”

“폐하, 어차피 가면 죽게 되는 신세니 마지막 길을 다소 후하게 보내주는 것이 좋습니다.”

“후하게 보낸다니 어떤 방법으로?”

“좋은 꽃가마를 태워서 보내면 됩니다.”

자신이 직접 처리하기가 곤란하자 최인범은 차도살인지계 방법으로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가정제에게 복수하려고 벼르는 무리들이 많은 장안으로 보내기로 했다.

“가정제를 인수 받을 적당한 사람은 있나?”

“없습니다.”

“그렇다면 원세충 총병관을 풀어주면서 그와 그의 부하들이 가정제를 호송하도록 해.”

“명을 따르겠나이다.”

최인범은 원세충도 야심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문관들이 주축인 장안으로 무관인 그를 보내서 새로운 나라를 세우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원세충이 비록 나라를 세워도 그가 살아 있는 동안은 함부로 우릴 넘보지는 못하니 그를 장안으로 보내 주면 돼. 그가 가정제를 다시 왕으로 옹립하던 죽이던 그에게 넘겨주는 것이 좋겠어.”

이런 결정으로 원세창은 포로로 잡힌 군사들 중에 2만명이 풀리고 무장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화려하지는 않지만 많은 꽃 장식이 달린 마차에 가정제와 왕 황후 그리고 그의 아들을 싣고 북경을 떠나고 있었다. 가정제는 여전히 바보처럼 실실 웃고 왕 왕후는 매우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떠나고 있었다.

꽃마차를 타고 떠나는 왕 황후 일행을 자금성의 오문 앞에서 배웅하며 최인범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승으로 가서 왕미령을 만나면 내 안부나 전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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