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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473화 (473/519)

473화

군의관이 천연동굴로 가서 확인한 결과 놀랍게도 문둥병 환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모두 문둥병 환자처럼 보이기 위해 낡은 천으로 얼굴과 팔다리를 감싸고 있다고 했다.

“확실한가?”

“넷! 확실합니다.”

“일부러 상처를 내서 곪게 해서 위장한 것이 확실합니다.”

군의관의 이런 보고에 최복동은 이곳에 사라진 가정제와 왕 황후가 숨어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짐작이지만 황제 일행은 대진국 군대가 북경으로 진군하자 재빨리 황궁을 빠져나와 전혀 예측 못하는 방향으로 피신한 것이다.

‘보아하니 장애인들도 위장한 무리가 분명해.’

이렇게 판단한 최복동은 배도치 대장에게 지시했다.

“내색하지 말고 모두 다른 곳으로 이주시킨다고 말하고 체포하도록.”

“넷!”

“반격할지 모르니 조심하고.”

최복동의 지시에 기마병들은 모두 말에서 내려 체포할 준비를 했다. 혹시 적들이 도망칠 염려가 많다고 판단한 최복동은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천연동굴이라 다른 출입구 있을지 모르니 북경으로 가서 더 많은 군사를 불러 오도록 해.”

“넷!”

서둘러서 될 일은 아니다. 여기서 달아나면 어쩌면 영영 잡을 수 없게 될지 몰라 매우 신중하게 움직였다. 이윽고 연락을 받은 1만명의 기마병이 도착하자 그들에게 임무가 부여 되었다.

“산 전체를 완전히 포위해.”

“넷!”

추가로 오게 된 기마병들은 천연동굴이 있는 산 전체를 철저하게 포위했다. 그와 동시에 국가정보원의 특수요원들은 포위된 산을 수색하고 있었다. 혹시 위장된 다른 출구가 있는지 살피려는 것이다.

이때 북경에서 최인범이 찾아 왔다. 처음에는 가능성만 있다고 판단해 최복동이 알아서 처리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많은 기마병을 계속해서 데리고 가자 궁금해서 찾아온 것이다.

최인범은 추적이나 수색에 아주 뛰어난 백구를 비롯해 수색견을 데리고 왔다. 그리고 호위병, 경호원 그리고 철씨 삼형제와 태씨 형제들도 같이 도착했다.

“폐하, 이곳에 있는 문둥병 환자는 모두 위장되었사옵니다.”

“그래, 그게 확실하다면 이곳에 가정제와 왕 황후가 숨어 있을 수 있겠군.”

거액의 상금을 걸어도 가정제 일행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소문만 무성하게 가정제나 왕 황후가 죽었다고 떠돌았다.

그래서 대진국 군대에서는 혹시 소문처럼 이미 죽었거나 남쪽으로 이미 도망쳐 숨어서 지낸다고 생각해서 정보요원을 풀어 행적을 추적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사람을 동원해 행적을 찾아도 흔적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에 숨어 있다면 왕 황후가 우리의 허점을 노린 거야.”

“폐하, 그렇습니다. 설마하니 남쪽이 아닌 북쪽으로 달아나 이런 곳에서 문둥병 환자로 은신할 줄은 전혀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문둥병 환자로 위장해 기회를 보아 남쪽으로 도망칠 계획 같았다. 문둥병 환자가 남쪽으로 이동하다면 대진국에서도 순순히 보내줄 것으로 판단했던 것 같았다.

‘누가 생각한 계획인지 아주 영악하군.’

최인범은 사냥 솜씨가 뛰어난 태씨 형제들에게 지시했다,

“너희들은 모두 수색견을 데리고 산 전체를 철저하게 살펴.”

“넷!”

가정제나 황궁에서 살던 사람들은 아편 중독자가 많았다. 마약 냄새를 잘 찾는 수색견을 동원하면 아편 냄새 때문에 비상시 사용하는 출구를 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인범은 천연동굴 밖에서 거주하는 장애인들에 대한 처리를 지시했다.

“배 대장, 밖에서 거주하는 장애인들을 북경의 빈 관공서 건물로 보내서 수용하도록 해.”

“넷!”

지시를 내리고 나서 최인범은 경호원들과 같이 천연동굴의 다른 출구가 있는지 백구를 데리고 수색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이곳저곳에서 동굴을 발견한 수색 견들이 크게 짖었다.

껑! 껑!

넓게 포위한 산에는 많은 동굴들이 발견되었다. 대부분 작은 구멍과 같은 동굴들이다. 최인범은 동굴을 찾게 되면 즉시 지시를 내렸다.

“불을 피워서 연기를 동굴 안으로 보내.”

“넷!”

이곳은 석회암 지대라 미처 발견하지 못한 동굴도 있다고 판단해 연기를 피워 찾아보는 것이다. 연기를 피우자 미처 찾지 못한 곳에서 연기가 흘러나와 더 빠르게 동굴들을 찾아내게 되었다.

“작은 구멍은 완전히 막아!”

“넷!”

사람의 출입이 어려운 작은 구멍에 불과한 곳은 돌과 흙으로 막고 다소 큰 동굴에는 연기를 계속해서 피웠다. 동굴 안을 수색하기보다 연기를 보내 스스로 출구로 빠져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한편 태왕의 명령을 받은 배도치는 천연동굴 앞의 움막에서 지내는 장애인들을 향해 외쳤다.

“새로 건설된 좋은 보건시설로 이전할 것이니 모두 마차에 오르시오.”

“예! 예!”

겁에 질린 장애인들은 천천히 움직였다. 대부분 팔이나 다리가 없는 장애인들이고 가끔은 장님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많은 기마병들이 둘러싸서 그런지 장애인들은 하나 둘 군의관의 지시를 따라 마차에 올랐다. 의외로 순순하게 마차에 오르자 그들은 북경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수용시설로 보내서 철저히 감시하도록 해.”

“넷!”

일단 천연동굴 입구에서 사는 장애인들을 모조리 마차에 태워 떠나보냈다. 그게 모두 끝나고 나자 기마병들은 천연동굴 입구를 완전히 봉쇄하고 넓게 목책을 설치했다.

틱! 탁!

단 한 명도 천연동굴 밖으로 도망치지 못하게 완전히 봉쇄한 것이다. 그러자 천연동굴 안에서 약간 술렁이는 소리가 들렸다. 문둥병 환자로 위장해 있으니 봉쇄하고 불로 태워 죽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긴 것이다.

웅성웅성.

처음에는 단순하고 어설프게 보이는 목책을 설치해 놓았다. 그러나 주변의 큰 나무들을 패서 더욱 견고한 목책을 만들어 에워쌌다. 그리고 마차는 죄인들을 호송하는 형식으로 개조를 지시했다.

배도치는 이런 조치를 내리고 천연동굴에 사는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모두 천천히 밖으로 나오시오. 살기 좋은 남쪽으로 보내 줄 것이니 나오시오.”

도망칠 곳이 전혀 없게 포위한 상태로 명령을 내리자 동굴 안에서 하나 둘 사람들이 나왔다. 그러자 나오는 사람들을 약간 후미진 곳으로 데리고 가자 재빨리 밧줄로 포박했다.

“왜 이러는 거요?”

“전염병이라 외부인과 접촉을 못하게 하려는 거요.”

그러나 천연동굴 안에서 지내는 사람들은 밖으로 나오지를 않았다. 자신들은 그냥 여기서 살다가 죽겠다고 했다.

“우릴 그냥 놔두세요.”

그러나 다른 입구에서 불을 지르고 쑥을 태우자 매운 연기가 천연동굴 안으로 퍼지더니 드디어 큰 입구까지 연기가 솔솔 흘러나왔다.

연기를 피워 보지만 천연동굴이 너무 커서 그런지 입구까지 연기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불을 더 피우고 연기를 피워!”

“넷!”

어느새 밤이 깊어지고 있었다. 이때 동굴 안에서 살던 박쥐들이 연기 때문에 밖으로 튀어 나왔다. 박쥐도 나오고 이름 모를 작은 새들도 동굴에서 튀어나와 빠르게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천연동굴에서 살던 동물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하자 그제야 안에서 있던 사람들이 신음하는 소리가 들렸다.

“으악!”

“콜록! 콜록!”

동굴 안에 있다가 연기에 질식해 죽게 생긴 사람들이 기침을 토하며 하나둘 기어 나왔다. 그러자 입구를 지키고 있던 배도치는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두 마차에 태워!”

천연동굴 안에 연기가 더욱 진하게 퍼지자 참고 버티던 남녀노소가 급하게 밖으로 튀어 나왔다. 그들이 밖으로 튀어나오자 수색 견들이 크게 짖었다.

껑! 껑!

연기 때문에 마약 냄새를 알아내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러나 워낙 사람들의 몸에서 마약냄새가 강하게 풍기자 수색 견들이 냄새를 찾아낸 것이다.

그러나 최인범은 태연하게 지시했다.

“모두 안전하게 북경으로 보내.”

“넷!”

천연 동굴 안에서 지내던 모든 사람이 범인 호송 마차인 함거로 개조된 마차에 올라 북경으로 떠났다. 그들이 모두 떠나고 나자 최인범은 지시를 내렸다.

“연기를 그만 피우고 작은 구명을 모두 개방해.”

“넷!”

막았던 구멍들을 개봉하자 천연동굴 안에 연기가 밖으로 빠져나왔다. 조금 시간이 흐르고 나자 최인범 호위병들에게 지시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 수색해. 독종이 남아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고.”

명령을 받은 호위병들이 횃불을 들고 천연동굴 안으로 들어가 철저하게 수색했다. 동굴을 수색하던 호위병들은 연기에 질식해 쓰러진 사람들을 데리고 나왔다. 일부는 죽어버린 사람도 있고 일부는 살아 있는 사람도 있었다.

“지독하군. 연기를 피워도 밖으로 나오지 않고 그대로 버티다니.”

밖으로 운반된 사람들의 생사 여부와 생존자의 응급처치를 하고나서 시체들을 검안하던 군의관이 놀라 외쳤다.

“사령관님, 남아 있던 놈들은 모두 고자입니다.”

“뭐?”

죽어서 나온 시체들은 모조리 사타구니에 달려 있어야 하는 남자의 상징인 물건이 없었다. 배도치는 이런 사실을 태왕께 급하게 보고했다.

배도치의 보고를 받자 최인범도 시체들을 살피게 되었다. 손바닥을 만져 보고 시체의 근육이나 상처들을 자세하게 살피고 나자 신음을 토했다.

“음! 모두 환관들로 무술 고수들이군. 일부는 동창에 속한 암살자들 같아.”

이런 사실로 보아 가정제나 왕 황후 그리고 자금성에서 지내던 환관들이나 동창에 속한 암살자들은 모두 이곳으로 숨었다.

“배 대장은 천연동굴 안에 황실의 보물이 숨겨져 있을지 모르니 계속해서 찾아.”

“넷!”

최인범은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자금성으로 향했다. 문둥병 환자로 위장한 사람들은 모두 함거에 실려 자금성으로 보내 국가정보원의 서경 지부에서 조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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