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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472화 (472/519)

472화

<명나라의 멸망>

조폐 공장에는 북경지역에서 모아진 은괴나 금괴가 들어와 있었다. 금괴를 자세하게 살펴보던 최복동을 다소 이상한 금괴를 들고 공장장에게 물었다.

“공장장, 이 금괴가 조금 이상하군.”

“어떤 금괴요?”

“이것은 다른 금괴와 다르잖아.”

보통 금괴는 휴대하기 편하게 사각형으로 아주 얇게 만들거나 또는 두껍게 만들고 표면에는 만든 장소가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최복동이 들고 있는 금괴에는 무게 표지도 없고 만든 장소도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최복동이 들고 있는 금괴를 받아 살펴보던 공장장이 답했다.

“원장님, 그 금괴는 시중에서 유통되다가 여기로 들어온 것입니다.”

“이상하군. 누군가 급하게 개인이 금괴를 만든 것 같군.”

이런 의문을 표하자 공장장은 금괴를 다시 자세하게 살피더니 말했다.

“이건 순금이 아니고 이물질이 들어있고 조잡하게 만든 금괴군요.”

최복동은 금괴를 살피다가 이상해서 다시 은괴들도 자세하게 살폈다. 그리고 은괴들 중에도 금괴처럼 조잡하게 만든 것들을 발견했다. 그런 은괴가 많이 보이자 공장장에게 물었다.

“이건 또 뭔가?”

“제가 보기에 은으로 뭔가 만들었다가 녹여서 은괴로 만들어 판매한 것 같습니다.”

공장장의 대답에 문뜩 의심 병이 생긴 최복동은 금괴와 은괴를 이곳으로 가져온 사람을 추적해 보기로 했다.

‘뭔가 범죄 냄새가 나는군.’

본시 은괴나 금괴 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물건을 만들어 놓은 것이 가치가 높았다. 그런데 가치가 높은 물건을 새로 녹여서 조잡하게 금괴와 은괴를 만든다는 것은 뭔가 숨길 일이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장물을 유통시키기 위해 이런 식으로 녹여서 새로 만들어 유통시킬 수 있어.’

이상하다고 판단한 금괴와 은괴를 챙겨들고 지시했다.

“이건 내가 잠시 조사할 것이 있어서 가지고 가야겠네.”

“알겠습니다. 서류에 수결만 하시고 가져가세요.”

거래한 장부를 살피고 나자 최복동은 서둘러 금괴나 은괴를 가져간다는 서류에 수결했다. 이것들을 판매한 귀금속 상점으로 가게 되었다.

북경에는 혼란의 와중에 많은 괴금속이 유통되었다. 급하게 피난을 떠나기 위해 귀금속을 식량과 바꾸기도 했다. 필요한 생필품을 사기위해 판매하는 금가락지나 은가락지도 많이 떠돌았다.

귀금속 상점의 주인을 만나자 자신의 신분을 경찰이라고 둘러대고 물었다.

“이것을 가져온 사람을 아나?”

“아, 이건 당산으로 가다보면 나오는 호국사찰에서 주지스님이 가져와 대진통보와 바꾸어 갔습니다.”

“주지스님이 이것을 가져와? 그 스님이 어디에 있는 호국사찰에서 지내는지 아나?”

“별로 멀지 않은 호국사찰입니다.”

사찰에는 금이나 은을 이용한 불상이나 그릇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혼란의 와중에 주지스님이 그런 불상을 녹여서 판매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불자로 불상인 상태로 판매하는 경우는 있어도 일부러 녹여서 판다는 것은 드문 경우라고 판단했다.

“장물이라 녹여서 판매한 것 같군.”

이렇게 판단한 최복동은 급하게 태왕을 만나게 되었다. 자신이 발견해 알아낸 사실을 그대로 보고했다. 수색하려는 호국사찰은 공교롭게도 전쟁의 와중에 사망한 대진국 병사들의 위패를 모시는 사찰이라 매우 조심스러웠다.

최복동은 자세하게 보고를 끝내고 조심스럽게 건의했다.

“폐하, 호국사찰을 수색해야 될 것 같습니다. 경찰을 동원할까요?”

“굳이 그렇게 소란 피우지 말고 정보원장이 알아서 수색해 보시오.”

“넷!”

태왕의 허락이 떨어지자 최복동은 국가정보원의 특수요원들을 소집했다. 도적의 무리라 함부로 수색하다가는 반격을 당할 해를 입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도적의 무리가 사찰에 숨어 있는 것 같으니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나를 따라와.”

“넷!”

“다른 쪽으로 도망칠 수 있으니 별도로 2개 조를 만들어 주변에 매복하고.”

“명을 따르겠습니다.”

최복동은 혹시나 하고 화폐제조공장을 살피다가 뭔가 중요한 단서를 잡았다고 판단했다. 서둘러 부하들과 같이 상인이 말해준 호국사찰로 찾아갔다.

1개조에 10명씩이라 모두 30명을 이끌고 이동했다. 이런 정도 수의 특수요원이면 충분히 제압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북경에서 당산으로 가는 길목의 산자락에 있는 호국사찰은 규모가 아주 컸다. 불공을 드리러 호국사찰을 찾은 사람처럼 일단 안으로 들어와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유난히 스님들의 체구가 아주 건장하군.’

호국사찰에는 찾아오는 불자들이 많았다. 대부분 전쟁 통에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찾아와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 천천히 경내를 돌아다니다가 조심스럽게 늙은 주지 스님을 만났다.

“스님, 이 금괴와 은괴를 아시죠?”

“예, 제가 상점으로 팔고 대진통보로 바꾸어 식량을 사와서 잘 압니다.”

“식량을 사오다니요? 이것을 모조리 식량으로 사와요?”

늙은 주지스님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사실 그 금괴와 은괴는 여기서 나온 것이 아니고 바로 옆의 골짜기에 있는 장애인 마을에서 나온 것입니다.”

“뭐요? 장애인이 이런 고가의 금괴를 지니고 있다고요?”

“전쟁 통에 팔다리가 사라진 부자들도 있으니 그런 사람이 먹고 살려고 금괴와 은괴를 파는 것이죠.”

주지스님은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장애인이 부탁하니 금괴를 팔아 쌀이나 기타 생필품을 사다가 전해준 것 같았다.

“장애인은 몇 명이나 됩니까?”

“아주 많습니다. 대략 2000명 정도 됩니다.”

의외로 많은 장애인이 있다고 하자 최복동은 주지스님에게 당부했다.

“아무래도 도적들이 장애인 마을에 숨어 있는 것 같으니 내가 찾아와 금괴의 출처를 물었다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시오.”

“알겠습니다.”

사찰을 나오자 즉시 부하에게 명령했다.

“장애인이 너무 많으니 북경으로 가서 배도치 대장에게 군사들을 보내라고 해. 태왕 폐하께도 자세하게 보고를 드리고.”

“넷!”

장애인이 산다는 골짜기가 훤하게 보이는 숲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살폈다. 장애인들은 아주 큰 천연동굴에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일부는 동굴 주변의 개울가에 작은 움막을 지어 놓았다.

개울가에 돌아다니는 환자들은 대부분 얼굴이나 팔 다리에 더러운 천을 칭칭 감고 있었다.

“헉! 장애인과 문둥병 환자들이 사는 마을이군.”

단순히 장애인들만 산다면 병사들을 동원해 모조리 잡아서 확인해 보면 된다. 그러나 문둥병 환자가 같이 살고 있으니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군의관들을 불러 자문을 구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최복동은 다시 부하에게 명령했다.

“북경으로 가서 군의관을 불러오도록 해. 문둥병 환자와 장애인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된다고 해.”

“알겠습니다.”

대진국은 특별히 장애인의 경우 많은 배려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명나라처럼 오지에 따로 살게 하지 않고 별도의 보건시설을 만들어 지내도록 배려해주고 있었다.

아직 서경직할시에는 그런 보건시설이 없었다. 앞으로 직할시가 정상적으로 행정업무를 하게 되면 반드시 그런 보건시설을 만들게 된다.

‘장애인을 버릴 수 없으니 보건시설을 이번 기회에 만들어야 되겠어.’

조금 시간이 지나자 배도치가 무려 5천명이나 되는 기마병을 이끌고 도착했다.

“원장님, 여기에 도적들이 숨어 있다고요?”

“정확하지는 않지만 일단 군의관이 오면 수색해 보도록 하세.”

이어서 군의관들이 많은 마차를 가지고 의무병들과 같이 도착했다. 그러나 최복동은 즉시 배도치에게 명령을 내렸다.

“넓게 포위하도록 해.”

“넷!”

“검거에 불응하고 도망치는 놈은 무조건 사살해.”

“넷!”

검거에 불응하고 도망치는 놈들은 반드시 강력범이라고 판단했다. 강력범이라고 단정하는 이유는 문둥병 환자 틈에 숨어 있을 정도라면 사형에 처할 정도의 범죄를 저지른 놈만 같이 숨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 뭔가 비밀이 숨겨진 무리야.’

군의관과 의무병들이 천연동굴로 가서 조심스럽게 살폈다.

“우윽!”

“우액!”

마치 시체가 썩는 것 같은 매우 고약한 악취가 심하게 풍겼다. 군의관이나 의무병은 급하게 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천연동굴을 돌아다녔다. 환자의 상태를 조심스럽게 살피는 것이다. 천연동굴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얼굴에 더러운 붕대를 감고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다들 매서운 눈빛을 발하며 군의관의 행동을 노려보고 있었다. 군의관은 그런 사람들 틈을 돌아다니며 조심스럽게 문둥병 환자들의 붕대를 살짝 풀고 조심스럽게 살폈다.

10여명의 문둥병 환자를 조심스럽게 살피던 군의관은 매우 놀랐다.

‘헉! 이럴 수가.’

군의관은 등골이 오싹한 느낌이 들어 급하게 의무병에게 명령을 내렸다.

“어서 나가자.”

영문을 전혀 모르는 의무병들은 기겁하며 놀라 먼저 동굴을 나가는 군의관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했다.

“군의관님이 왜 저렇게 놀라는 거야? 내가 보기에는 문둥병 환자라도 병을 옮기지 않은 종류 같은데.”

“잔말 말고 빨리 따라와!”

급하게 천연 동굴에서 빠져 나온 군의관은 외곽에서 기다리고 있는 최복동에게 황급하게 달려와 보고했다.

“원장님, 여기는 아주 무서운 곳입니다. 단단히 준비해야 됩니다.”

“뭐요? 왜 저곳이 무서운 곳이라는 건가?”

군의관은 남이 들으면 안 된다는 듯이 최복동을 급하게 끌고 다소 떨어진 곳으로 갔다. 작은 목소리로 자신이 놀란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설명을 듣고 있던 최복동은 점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눈이 왕방울 만하게 커졌다.

‘세상에 이럴 수가.’

너무도 기가 막힌 사건이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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