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화
드디어 명나라의 요동 정벌군 총병관인 원세창이 산해관에 도착해 태왕 앞에 무릎을 꿇고 항복했다. 군사가 10만명 민간인이 20만명이다. 요서로 진격했던 군대나 민간인들이 모조리 산해관으로 와서 항복했다.
가정제와 조정 신료들이 도망치거나 안개 같이 사라진 상황이다. 그렇게 되자 사실상 명나라가 대진국에게 항복한 것은 아니다.
“전쟁이 끝나기는 했는데 황제가 사라져 버려 일이 묘하게 됐어.”
“폐하, 명나라는 황제도 없고 조정도 아직 새로 구성되지 않아 대표성을 가진 무리가 없사옵니다.”
남명의 헌강왕이 실력자로 행사는 하지만 황제의 근황을 확실하게 모르니 그쪽도 다소 애매해진 상태다. 명나라를 계승하는 황제라고 선포하기도 그렇고 조금은 요상한 상태다.
“그렇군. 황제의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알아야 평화 조약을 채결하던 아니면 명나라가 멸망했다고 선포라도 하는데 매우 요상하게 됐어.”
“폐하, 장안으로 도망친 명나라 관료들도 뭉치지 못하고 엉망이라고 합니다.”
“그렇겠어. 실질적으로 명나라가 망했으니 사방에서 왕을 하겠다고 나설 거야.”
“폐하, 너무 혼란하면 우리에게도 영향이 있습니다.”
현재로는 제일 많은 군사를 거느린 총병관이 대표성이 있었다. 그가 모조건 항복함으로 일단 두 나라 사이의 전쟁은 끝났다. 그래서 서쪽과 서남쪽의 국경선이 임시로 확정되었다.
“나중에 어떤 세력이던 어느 정도 대표성을 지니면 우리와 국경 협상을 하겠지.”
“그렇겠네요.”
최인범이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더 이상 대륙의 남쪽으로 진격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금 차지한 영토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세계 최강의 나라를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으니 더 이상 명나라를 공격할 이유가 없었다.
“이미 명나라는 조각이 여럿으로 났으니 앞으로는 힘을 쓰기 어렵게 됐어.”
“그렇습니다. 신장의 타타르 왕국이 청해성의 반을 차지하고 있으니 명나라야 이제 누가 패권을 차지하던 소국으로 변했습니다.”
티베트도 완전히 독립국가로 건재하니 명나라의 크기는 상당히 줄어들어 있었다. 더구나 산동성은 제태국이 별도로 존재하니 더욱 그렇다.
“앞으로 안남이나 광동 지역도 독립한다고 할 거야.”
“그렇겠군요. 언어도 너무 다르고 풍습도 전혀 다른 민족들이니 이번 기회에 다들 독립할 것입니다.”
대진국은 이번 전쟁의 승리로 서쪽은 대흥안령산맥이 경계고 서남쪽은 화북평야를 가르는 지역이 영토로 확정되었다. 이제부터는 정상적으로 영토로 변한 지역을 통치해 발전시켜야 한다.
최인범은 항복한 명나라 군사들을 모두 북경 남쪽에 건설하고 있는 천리장성 공사장으로 보내기로 했다. 발전도 중요하지만 한족들이 침공할 때를 대비해 방어벽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원세창을 만나 당부했다.
“포로들이 먹을 식량은 충분히 보내줄 것이니 원 장군이 부하들을 지휘해 천리장성 축조를 협조해 주시오. 성곽만 건설하면 모두 풀어 주겠소.”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척계광이 원세창과 만나 협상한 내용은 여러 가지다. 명나라 패잔병이나 피난민은 모두 전쟁포로로 취급해 별도의 수용소에서 지내고 강제노역을 하기로 약속했다.
노역 기간은 군인의 경우 2년이고 민간인은 1년이다. 그 기간이 지나면 모두 그들이 원하는 대로 남쪽으로 떠나도록 약속한 것이다.
척계광은 성곽 축조를 감리하는 역할이 주어졌다.
“공사 구역별로 1천명씩 나누어 수용소에서 지내도록 하고 부실 공사가 안 되도록 철저하게 살펴.”
“넷!”
“책임지게 되는 구역에서 공사를 빨리 끝내면 포로에서 풀어주기로 약속해.”
“넷! 최대한 빨리 공사가 끝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포로 감시나 공사 감독은 대진국에서 하지만 1000명의 작은 단위의 조직을 지휘하는 것은 명나라 장수가 한다. 그래서 원세창이나 그의 부하들인 장군들이 책임자로 일하게 된다. 포로들에게 필요한 식량이나 의복은 모두 대진국에서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이런 조치에 장한배 건설부장관은 은근히 걱정했다.
“폐하, 명나라 장수에게 아무리 작은 부대지만 지휘권을 주다니 너무 위험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오? 그들은 어차피 성곽을 축조하는 남쪽에 있는 수용소에서 지내며 공사를 하는데. 그러니 건설부장관은 성곽 축조에 기술자들이나 보내서 감독을 잘하시오.”
“명을 따르겠나이다.”
이론적으로는 많은 병사들이 포로로 잡혀있으니 반란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저항할 의지가 사라진 군인들이라 반란을 일으킨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들에게는 공사에 필요한 장비만 지급되고 무기는 생활에 필요한 주방용 칼만 지급된다.
“장관, 명나라의 한족은 생각보다 이민족의 지배를 오래 받아 순종하는 습성이 있으니 쉽게 반란을 계획하지는 않을 거요.”
“폐하, 그래도 조심해야 하옵니다. 한족들은 매우 음흉합니다.”
“장관, 그들은 1-2년이 지나서 포로에서 모조리 풀린 다음에 남쪽으로 가서는 혹시 뭉칠지 모르지만 그 전에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오.”
“알겠사옵니다!”
명나라 군사들이 지낼 숙영지가 정해지자 천리장성의 공사는 시작되었다. 공사장에는 많은 소나 말들이 동원되었다. 말은 군마 중에서 품종이 좋지 않아 짐말로 변경했다.
화북평야의 편편한 대지 위에 차츰 성곽의 기초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공사는 매우 효율적으로 하천을 이용해 해자로 삼거나 제방 공사를 겸해 건설되었다.
바로 옆에는 넓게 도로가 건설되어 물동량의 이동이 원활하게 만들었다.
북경이나 천진 그리고 만리장성의 지역에는 채석장도 많고 버려진 성곽들도 많았다. 버려진 성곽이 많은 이유는 오랜 기간 만리장성의 위치가 변경되기도 하고 또한 여러 나라로 나뉘어 수많은 전쟁을 치르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굳이 석성을 쌓을 필요는 없소. 제방공사를 겸한 토성을 쌓은 정도로 충분하오.”
“넷!”
북경은 여러 왕조의 수도로 존재하던 곳이라 대저택이 많고 또한 도시 안에도 불필요한 성곽들이 많았다. 새롭게 도시를 건설해 발전시킬 계획이다. 그 때문에 불필요한 시설을 모조리 철거해 거기에서 나오는 건축자재를 가지고 성곽을 축조하고 있었다.
“요동으로 연락해서 비축한 식량을 모조리 요서도와 서경직할시로 운반해 와.”
“넷!”
“혹시 식량이 부족할 수 있으니 상해로 연락해서 안남미를 운반해 오고.”
“명을 따르겠사옵니다.”
대련에서 오게 된 제 4군단 병력은 이제 산해관을 떠나 사단별로 분산되었다. 서북쪽의 거용관, 북경남쪽, 그리고 천진남쪽에 배치되었다.
최인범은 이제 전쟁이 끝났다고 판단해 육군의 편제를 약간 변경했다.
본시 심양에 사령부가 있던 제 7군단의 경우 조양 시로 배치했다. 조양 시는 요서도(遙西道)의 도청소재지로 변하게 되어 대흥안령산맥 서쪽의 몽골 군대를 견제하기 위해 배치한 것이다.
기마병이 주축인 제 8군단은 북경에 군단사령부를 두고 거용관과 북경 그리고 천진에 사단사령부를 두기로 결정한 것이다. 중요한 거점에 1개 정규보병사단과 1개의 기병사단을 포진시킨 것이다.
서남부 총사령관인 배도치 대장을 2개 군단을 지휘하는 북경지역 방어의 총책임자로 임명했다.
최인범은 배도치를 만나 지시했다.
“배 대장, 가족을 데리고 와서 여기서 정착해.”
“넷! 명을 따르겠나이다.”
“최대한 조선출신을 이곳으로 보낼 것이니 그렇게 알고 그들이 이주해 오면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육군에서 최대한 협조해주고.”
“명을 따르겠습니다.”
이미 다민족 국가로 변했지만 최인범은 비공개적으로 조선출신을 일부러 이곳으로 보내기로 했다. 한족(漢族)들을 이곳에 정착시킬 경우 변방지역이라고 해서 혹시 반란을 꿈꿀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제일 오래된 심복부하인 배도치를 총사령관으로 임명해 정착시켰다.
서경직할시장으로 권철 대장을 임명했다. 권철을 만나서 그에게도 신신당부했다.
“권철 시장은 한족들이 유입되는 것은 철저하게 방지하시오. 발전이 다소 늦더라도 무리하게 명나라 백성들을 주민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
“명심하겠습니다.”
인구수에서 절대적으로 우위를 차지하는 한족(漢族)이라 그들이 다시 서경 지역을 장악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조심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렇더라도 인구를 늘릴 필요는 있으니 별도의 지시를 내렸다.
“무리가 안가는 범위에서 명나라 여자들은 주민으로 받아들이시오. 그러나 그것도 너무 많으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으니 잘 판단해야 됩니다.”
“넷!”
근위기마병은 다시 봉황성으로 돌아가 정상적으로 근무하게 된다. 기마병들은 자신들이 타고 왔던 말들은 모조리 북경지역에서 근무할 부대에게 인계했다. 개인장구들도 모조리 넘기고 맨몸으로 떠나게 되었다.
“봉황성으로 가면 새로운 복장을 준다던데.”
“어떤 군복을 주려는 거지?”
“내가 듣기로는 전과 조금 다르게 별도로 화려한 예복을 준다는 거야.”
최인범은 근위기마병들은 이제는 야전군의 역할보다는 의장대 형태로 운영하기로 정해 복장을 보다 화려하게 제작해 지급해줄 계획이다.
서쪽인 요서지역을 완전히 차지하고 북경까지 영토로 만들었으니 이제 동양에서 제일 큰 제국이라 조금은 의전이나 권위에도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맨몸으로 떠나기 전에 그들은 모두 명나라 여자들이 모여 있는 천진의 수용소로 가게 되었다. 태왕 폐하께서 근위기마병들에게 마음에 드는 여자를 데리고 가서 혼인하라고 승낙했기 때문이다.
기웃기웃하며 여자들을 살피는 근위기마병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미인들이 많아서 고르기가 어렵군.”
“그럼, 대충 골라서 데리고 가면 되잖아.”
명나라 여자들 중에 미녀라고 분리된 여자들만 따로 모아 놓아서 그런지 다들 미녀들이다. 근위기마병들은 모두 준사관 이상이라 명나라 여자들도 별로 불평 없이 혼인한다고 나서고 있었다.
근위기마병들은 혼인했던 안했던 전공의 포상으로 미녀들을 한명씩 차지했다. 천진에서 화물선이나 무역선을 타고 봉황성으로 떠나고 있었다.
배에 올라 천진을 떠나면서 어린 소녀를 데리고 가는 동료를 바라보며 이상해서 물었다.
“자네는 부인이 3명이나 되면서 또 여자를 데리고 가나?”
“내 아내로 삼을 여자가 아니야. 내 동생과 혼인시켜보려고 데려 가는 거야.”
“부인들이 싸우지는 않나?”
“따로 따로 사는데 싸울 리가 있나.”
“따로 산다면 매일 같이 옮겨 다니느라 자네가 힘들겠군.”
근위기마병도 부자가 있으니 경제력이 좋은 사람은 일부다처제라 아내를 여럿 거느리고 있었다. 일부다처제를 채택하지만 조선에서처럼 첩이라는 개념은 없었다. 물론 부인들 중에 제일 우두머리인 정처라는 개념은 있지만 후처에서 낳은 자식에 대한 어떤 불이익은 없었다.
공직으로 진출이나 또는 상속에도 장남만 조금 우대하고 나머지는 모조리 똑 같은 비율로 나누어주는 상속법이다. 물론 증여제도가 있으니 부모의 의중에 따라 차별이야 있을 수 있었다.
이런 제도 때문에 명, 왜, 남경 출신인 여자들을 이주민으로 대대적으로 받아서 혼혈인 한민족(韓民族)들이 대폭 늘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