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8화
이지함 장관과 같이 서서 망원경으로 적의 동태를 살피던 권철 사령관도 고개를 끄덕였다.
“장관님, 명나라는 위장 전술을 펼치고 있습니다.”
“위장 전술이라뇨?”
“명나라 군대는 성을 공격하는 척만 하고 계속해서 병력을 후방으로 후퇴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점점 공격하기 위해 모여 있는 병력의 수가 줄고 있사옵니다.”
이런 말에 이지함은 다시 망원경으로 적을 자세하게 살폈다. 목측에 불과하지만 확실하게 처음보다 적의 수가 줄어들었다. 시간이 자날수록 오히려 늘어나야 하는 병사가 줄고 있다는 것은 이미 적은 후퇴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약게 도망치는군.”
“그렇습니다. 소장의 판단으로는 이미 본진은 요하를 넘어가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겠어. 벌써 며칠간 이런 짓을 벌였으니까.”
이지함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이미 전쟁을 더 지속할 명분이나 힘이 없는 명나라 군대는 이미 퇴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도 계속해서 속아주는 척. 포병들에게 화포 사격 연습이나 시키도록 합시다.”
“넷!”
위기에 몰린 쥐를 너무 심하게 몰면 고양이에게 덤비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지함은 퇴각하려는 명나라 병사들이 벌이는 위장전술을 속아 주는 척 받아주기로 했다.
이지함은 비서관에게 지시했다.
“영구에 있는 해군에게 알리도록 해. 명나라 군대가 퇴각한다고.”
“넷!”
명나라 군대가 철군을 시작하자 이지함도 반격을 준비했다. 권철 사령관에게 반격할 준비를 해서 일시에 적들을 향해 공격할 준비를 명령했다.
“주변의 기마병을 모조리 모아 공격합시다.”
“넷!”
기마병들은 모두 모아보니 2만명이 되자 그들을 심양성 안에 대기시켰다. 그리고 기마병의 뒤를 따라 보병들도 달아나는 적을 추격하기로 계획을 수립했다. 반격 작전의 시기를 기다리면서 준비했다.
화포와 포탄을 끌고 가기 위해 말이나 마차도 준비했다. 보급병들은 별도로 마차를 준비하고 창고에서 식량을 꺼내 마차에 실었다.
“왜 이렇게 식량을 많이 가져가려는 거지?”
“그야 포로들도 먹이려는 거지.”
“아하, 그렇군.”
이미 승패는 결정이 났다고 판단했다. 명나라 병사들은 이미 식량이 떨어져 잘 먹지도 못하고 있으니 힘이 없어서도 싸울 수 없었다.
이지함은 지휘관들을 모아 놓고 반격 작전을 구상했다.
“1차로 요하까지만 반격해 밀어내 봅시다.”
“장관님, 반격은 빠를수록 좋으니 요하를 넘어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소. 요하를 넘어가면 보급품도 조달하기 힘드니 그 정도로 반격하고 해동하길 기다리는 것이 좋소.”
“알겠습니다.”
아무리 명나라 군사들이 스스로 물러간다고 하지만 이대로 곱게 보내 줄 수는 없었다. 워낙 많은 대군이라 만약에 이대로 온전하게 후퇴해서 산해관으로 가면 북경에서 주둔해 있는 태왕께서 곤란한 상황으로 빠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때 대련에서 전령이 와서 보고했다.
“장관님, 대련 주변에 주둔하는 4군단을 산해관으로 보내라는 명령이 떨어져 척계광 비서관께서 모든 함정을 동원해 떠났습니다.”
“잘 됐군. 그런 정도 병력이면 산해관에서 충분히 적을 대적할 수 있겠어.”
명나라 군대야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그리고 태왕께서는 만리장성을 방패로 삼아 방어할 것이 분명했다. 충분히 적의 잔당과 교전해도 승리할 수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미 명나라 군대의 후미에 있던 많은 군사들이 탈영해 사라졌다. 전보다 군사의 수가 많이 줄었다. 더구나 심양에서 반격을 펼치면 적은 더 빠르게 분산될 것이다.
“와! 와!”우르르.
“와! 와!”
오늘도 변함없이 명나라 군사들이 허접한 공병무기를 이끌고 요란하게 함성을 지르며 성벽 쪽으로 달려들었다. 그러자 이지함 장관은 권철 사령관에게 명령을 내렸다.
“성문을 열고 반격하시오.”
“넷!”
명령을 받은 권철 사령관이 선두에는 기마병 1만명을 앞세우고 성문을 나섰다. 후미에는 보병 3만명을 데리고 성문을 열고 적을 향해 돌진했다.
“돌격!”
“와! 와!”
두두두두그동안 성안에 틀어박혀 화포로만 반격하던 대진국의 군대가 일시에 모든 성문을 열고 달려들자 명나라 병사들을 기겁하며 놀랐다. 공성무기를 버리고 다들 서쪽으로 도망쳤다.
“후퇴! 후퇴!”
지휘관들을 급하게 후퇴를 명령하고 서쪽으로 도망쳤다. 대진국을 속이기 위해 거짓으로 공격하는 시늉만 내던 군사들이라 제일 허접한 군대가 남아서 연막전술을 펼쳤다. 그렇기 때문에 제일 약한 농민군이 대부분이다.
“돌격!”
“와!”
“죽여!”
두두두두.
빠르게 달려온 기마병들은 3만명이나 되는 명나라 군사들을 마구 베어 버렸다. 처음으로 매서운 반격이 시작되자 많은 명나라 병사들은 빠르게 서쪽으로 달아났다.
대부분 미처 도망치지 못하고 장창만 들고 주춤거리고 있었다. 명나라 군사들은 권철이 이끄는 기마병들의 공격에 힘없이 죽어갔다.
획! 사각!
“크악!”
“악!”
명나라 군사들을 붉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대항해보려고 무기를 들고 어설프게 휘둘러보지만 이미 지휘관들이 먼저 도망친 상황이라 사기가 떨어져 조직적으로 대항하지는 못했다.
이어서 기마병의 뒤를 따라 보병들이 달려오자 그나마 살아남아 저항하던 명나라 병사들은 장창을 버리고 납작 엎드려 항복했다.
“살려주시오! 항복!”
“항복!”
보병들은 항복하는 명나라 병사들이 버린 무기를 회수하며 포로들을 빠르게 한곳으로 모았다. 명나라 병사들의 행색을 보니 먹지도 못하고 옷도 너무 허접해 얼어 죽지 않은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병신들이군. 이런 군대로 무슨 전쟁을 하려고 덤비는 건지 몰라.”
“머릿수만 믿고 달려든 거야.”
“요즈음 시대에 머릿수만 많다고 덤비면 되나?”
포로들을 한곳에 모아 놓고 뒤에 따라오는 예비 보병 사단장에게 인계했다.
“1만 5천명이니 잘 감시하시오.”
“알겠습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무려 5천명의 사상자가 났다. 권철 사령관은 적의 선봉군인 완전히 제압하자 기마병과 보병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전열을 정비해.”
“넷!”
너무 무리하게 적을 몰다가 보면 오히려 반격작전에 휘말릴 염려가 있었다. 그래서 보병이나 포병 그리고 보급병들이 전열을 가다듬는 동안 기다렸다.
빠르게 대오를 갖추자 다시 도망치는 명나라의 후미를 매섭게 공격했다.
“돌격!”
“와!”
두두두두.
요서 지역은 하천이 많아 후퇴하기도 상당히 어려운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시에 많은 군사들이 한정된 공간을 통해 후퇴하다 보니 뒤로 처지는 병사들이 있었다.
권철 사령관은 마치 부상당한 맹수를 살살 추적하듯이 전진했다. 후퇴하는 명나라 군사들의 뒤를 따라가면서 낙오병들을 매섭게 공격했다.
“돌격!”
두두두두.
“으악!”
“악!”
처음에는 장창을 들고 반격하려던 명나라 병사들이다. 그러나 처음과 달리 대진국의 기마병을 마주하면 이내 무기를 버리고 항복했다.
“항복! 살려주시오.”
항복한 군사들을 한곳에 모으면 보병들이 무장해제와 더불어 포로 수를 확인했다. 뒤에 오는 예비보병 사단 병사들에게 인계하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전진했다.
일방적인 공격과 항복이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전쟁이란 항상 변수가 많아 언제 적들이 반격할지 모FMS다. 몇 차례 적의 후미를 공격해 5만명 정도의 포로를 잡고 나자 권철은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요하에 도착하면 방어선을 구축해.”
명령에 따라 기마병들은 빠르게 요하로 달려갔다. 요하에 도착해 강을 건너려던 명나라 군사들을 넓게 포위하고 크게 외쳤다.
“항복하라!”
“항복해!”
꽁꽁 얼어붙어 충분하게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봤던 요하다. 그러나 선두에서 도망친 병사들이 추격을 겁내 얼음을 깨놓고 도망치는 바람에 함부로 강을 넘을 수 없었다. 자신들을 삶을 위해 남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어 버렸다. 낙오된 화가 치밀어 병사들은 치를 떨었다.
“죽일 놈들 자기들만 살겠다고 이럴 짓을 벌이다니.”
“그런 쓰레기 같은 놈들이 장군이라니.”
결국 10만명이나 되는 후미의 명나라 군사들은 요하에서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이제 싸울 힘도 없고 그렇게 할 의지도 없어 그저 처분만 기다리고 무기를 버렸다.
권철 사령관은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먼저 화포를 강가에 배치하고 주변을 수색해서 다른 낙오병들이 있는지 살펴.”
“넷!”
적의 본진이 요하를 넘어 서쪽으로 달아난 상황이다. 대진국의 군대는 요하를 방어선으로 정하고 방어선을 구축했다. 후미에서 따라온 포병들을 강가에 배치하고 나서 동쪽 지역에 남아 있는 낙오병들을 찾게 되었다.
요중이라고 불리는 지역에 포진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주변을 수색했다. 그러자 숲이나 갈대에 숨어 있던 명나라 낙오병들이 속속 잡혀 왔다. 낙오병이거나 탈영병들은 대부분 겁이 많은 농민군이라 순순히 잡혀왔다.
벌써 포로의 수가 15만명이나 된다. 사망자나 탈영병들을 포함하면 명나라의 군대는 이제 거의 반으로 줄어들었다. 사기가 떨어진 도망자 신세로 변한 명나라 군대다. 이런 정도로 적의 수가 줄었다면 다시는 요하를 넘어서 반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방어선이 구축되자 이지함은 다부진 목소리로 지시를 내렸다.
“포로를 동원해 심양에서 여기까지 도로를 정비하시오.”
“넷!”
어차피 영토로 포함시킬 지역이라 우선 포로를 이용해 도로 공사를 착공한 것이다. 전쟁포로들을 그대로 놀릴 수는 없었다. 나름 식량을 주어 먹여 살리니 효율적으로 포로를 관리하기로 했다.
“아직 다소 이르지만 홍수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은 제방을 쌓으시오.”
“명을 따르겠나이다.”
전쟁은 전쟁이고 요서지역의 개발은 개발이라고 판단해 서둘러 꼭 필요한 공사를 먼저 시작하는 것이다. 도로 공사야 전방으로 보급품을 보내기 위해서도 시급히 착공해야 될 작업이다.
한편 요하를 건너 후퇴한 명나라 군사들은 금주에 집결했다. 총병관인 원세창은 집결한 군사들의 수를 파악하고 나자 한숨을 토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