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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465화 (465/519)

465화

살던 고향이나 집을 버리고 떠나는 피난민들의 모습은 너무도 처참했다.

“이렇게 허망하게 명나라가 무너지는군.”

“망할 때가 된 주씨 왕조야. 그동안 계속해서 멍청한 황제로 대를 이었잖아. 아직까지 버틴 것이 용하지.”

“하긴, 황제라는 놈이 인육을 먹고 황후는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아 고귀한 황위를 이으려고 했으니 망하는 거야 당연하지.”

북경을 떠난 피난민들은 이제 명나라는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제 주씨 왕조는 끝나고 새로운 대륙의 주인이 나타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피난민들은 살기 위해 남쪽으로 도망치면서 그래도 같은 종족인 한족이 대륙을 통치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남아 있었다. 그러다 보니 피난민들은 남경에 있는 헌강왕을 다음 번 황제로 지목했다.

“헌강왕이 제일 나은 것 같아.”

“지겹지도 않나? 또 주씨가 황제를 이어가는 것을 나는 좋지 않다고 보는데. 이제 난세가 되었으니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서 대륙을 다시 통일해야지.”

대륙이 난세로 접어들었으니 새로운 인물이 나와서 대륙을 통일해 주길 바랬다. 그러나 일부는 명나라가 계속해서 명맥을 이어주길 바라는 마음에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남경의 헌강왕은 대진국의 태왕이 사위라 지금처럼 전쟁을 벌이지는 않을 거야.”

“내가 알기로는 별로 사이가 좋지 않다던데.”

“그래도 헌강왕이 황제에 오르는 것이 제일 좋아.”

앞으로 대륙이 여러갈래로 갈라질 조짐이 생겨 은근히 걱정이다.

대륙에서 많은 새로운 영웅들이 나타나 통일을 하려는 전쟁이 벌어지면 죽어가는 사람들은 민초들이다. 그리고 어려운 살림을 하는 민초들은 전쟁이 터지면 더 살기 어렵다. 그 때문에 백성들은 누구나 전쟁을 싫어했다.

그런 마음이라 헌강왕이 황제가 오르기를 바라는 사람도 많았다.

북경에서 피난을 떠나면 대운하가 있는 산동 쪽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북경을 떠난 피난민들은 동쪽이 아닌 서쪽 길을 택해 남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동쪽에는 제태국이 있으니 서쪽으로 가야해.”

“조정의 관료들도 대부분 서쪽으로 피난을 떠났다고 하더군.”

“혹시 그쪽에서 별도의 나라를 세우려나?”

“황제가 이미 죽었으면 누군가 다시 황제라고 나서겠지.”

피난민들은 북경을 떠나 조금 안전한 곳에 도착하자 패가 갈라지고 있었다. 일부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관료들이 피신한 서쪽으로 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나는 먼 친척이 관리로 있는 제태국으로 가야되겠어.”

“그런가? 그럼 나도 같이 가세.”

추운 겨울에 이동하기 때문에 피난민들의 발걸음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폭설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겨울이나 산길에는 대부분 눈이 쌓여 있으니 힘이 들었다.

북경지역이나 또는 화북성 지역에서 대규모로 피난민들이 서남쪽인 산서성으로 이동했다. 그런 가운데 산서성에 사는 백성들도 남쪽으로 피난을 떠나고 있었다.

“대진국 기마병이 온다고 하네.”

“빨리 피난을 가야 돼.”

어디서 퍼진 소문인지 모르지만 황하 북쪽은 대진국이 공격해 올 것이라니 급하게 남쪽으로 피난을 떠나는 것이다. 황하강 남쪽에 위치한 하남성으로 사람들이 구름 같이 몰려들었다.

와글와글.

나루터에는 수많은 피난민들이 모여들어 배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황하 강을 넘으려는 피난민들이 많아지자 도강하기 위해 뱃삯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다.

“한 사람당 말 한필 가격을 내라고요?”

“그렇소. 싫으면 그만 두시오.”

뱃사공들은 메뚜기도 한철이라는 듯이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재물이 없는 사람들은 무리를 지어 뗏목을 만들어 힘들게 넘어가고 있었다.

“조심해.”

겨울철이라 강이 얼기는 했지만 일부는 두껍게 얼지 않았다. 도강하다가 자칫하면 얼음이 깨서 강물에 빠질 염려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가지고 내려온 살림살이는 모조리 버리거나 싸게 파는 수밖에 없었다.

황하를 운항하는 배들은 강의 얼음을 깨서 뱃길을 만들었다. 걸어서는 넘을 수 없을 정도의 두께라 이런 방법으로 운항하고 있었다.

황하 북쪽에는 피난민들이 팔거나 버린 살림살이를 거래하는 야시장이 생겼다. 남쪽으로 가는 뱃삯을 구하기 위해 자식을 파는 부모들이 대폭 늘어났다. 그래서 사람을 팔고 사는 노예시장이 곳곳에 생겨났다.

부모가 어린 소녀를 판다며 흥정을 하고 있었다.

“너무 어려서 곤란하오.”

“그래도 클 것은 다 큰 여자아이니 제발 사주시오.”

야시장 주변에는 어린 소녀들을 파는 큰 노예시장이 형성되었다. 전에도 살기가 조금 힘들면 딸들을 내다 파는 경우가 많은 명나라다. 그런데 전쟁이 터져 고향을 버리고 피난을 떠나는 신세가 되자 딸들을 싼 가격으로 파는 경우가 너무 흔해졌다.

부모나 형제들과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고 있는 딸을 남겨놓았다. 나룻배에 올라 황하를 건너는 부모는 너무도 처참한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죽일 놈들, 나라를 이런 꼴로 만들다니.”

“원망하면 뭐하나.”

이미 죽어버렸다고 소문이 파다한 가정제를 원망해 보지만 소용없었다. 소문이라 사람의 발걸음 보다 따르고 바람과 같이 빠르게 널리 퍼지고 있었다.

노예시장에서 싸구려로 팔린 소녀들은 무역선에 올라 황하 강을 통해 동쪽으로 이동되었다. 만리상단의 양유승은 어린 소녀들을 태우고 부두를 떠났다.

“대인, 소녀들은 어디로 데려가 파시려고요?”

“등주로 데리고 가려고. 그곳으로 보내면 다시 조선으로 보내져 대진국의 군인들과 혼인하게 될 거야.”

“아주 멀리 보내는 군요.”

“산동 지역이나 요동지역에는 한족을 이주민으로 받아들이지 많으니 소녀들이 필요한 조선으로 보내야지.”

한편 북경의 서북쪽에 위치한 거용관을 점령한 최인범은 기마병들을 북경으로 보냈다. 그리고 자신은 근위기마병들과 같이 여전히 거용관에 머물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자 전방에서 전령이 달려와 보고했다.

“폐하, 북경을 점령했사옵니다.”

“가정제와 왕 황후는 잡았나?”

“이미 도망치고 없어 황제나 황후를 잡지는 못했습니다.”

“허! 쥐새끼처럼 도망쳐 버렸군.”

최인범은 북경을 점령해 차지하고 싶은 생각이 본래 없었다. 그저 북경을 위협함으로 지금 요동으로 떠난 명나라 군대가 회군하길 원했다.

그러나 의외로 너무 쉽게 거용관이 함락되고 북경에 병사들이 없다는 것을 알자 약간은 당황했다.

‘어쩌지. 북경을 함락해야 별로 이득도 없는데.’

물론 약탈하면 이득이 있지만 지금 북경에서 부피만 큰 재물을 약탈해야 그것을 온전하게 차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북경을 침략당한 것을 알면 반드시 요동으로 떠난 정벌군이 회군할 것이다. 그리되면 명나라의 많은 군사와 요서 지역이나 산해관 근처에서 치열하게 교전을 벌여야 된다.

‘자칫하면 우리는 남북에서 협공을 당할 수 있어.’

아무리 허접한 명나라지만 인구가 너무 많으니 3만명으로 사방이 터진 북경 지역을 사수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한 번 배신한 제태국이 또다시 배신하면 꼼짝없이 포위당할 수 있었다.

명나라가 어떤 나라로 변해지더라도 상관을 없지만 지금보다 강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최인범은 대륙의 지도를 펴놓고 정세를 분석하고 있었다.

“왕 황후가 죽으면 오히려 더 나은 군주가 대륙을 지배할 수 있어.”

“그렇군요. 폐하, 왕 황후가 살아 있는 것이 우리나라로 보면 오히려 더 좋을 수 있겠군요.”

“그렇지. 이번에 혼이 났으니 앞으로는 우릴 함부로 침공할 생각은 못할 거야.”

이렇게 대화를 나누며 앞으로 변하게 될 명나라 판세를 저울질 해보았다. 헌강왕은 이번 기회에 남경에서 독립할 것이 확실했다. 제태국도 전과 달리 대진국에게 더 심하게 예속되어 별도로 나라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했다.

‘대운하를 완전히 장악했으니 그런 이점으로 그런대로 나라는 유지될 거야.’

이렇게 판단한 최인범은 즉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우리도 북경으로 가자.”

“넷!”

이미 북경으로 3만명의 기마병을 보냈다. 전령이 와서 북경 점령이 끝났다는 보고를 받았다. 가정제를 비롯한 왕 황후는 이미 남쪽으로 도망친 상태다.

죽은 아내의 복수를 위해 목표로 삼았던 왕 황후가 사라졌다. 하지만 일단 북경으로 가서 다음 행보를 결정할 생각이다.

‘헛고생만 했어.’

북경에 도착하자 자금성을 비롯해 시가지에는 곳곳이 불타고 있었다.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 기마병들과 같이 북경으로 와 있던 배도치를 만나자 물었다.

“배도치, 왜 북경 전체에서 화재가 발생했나?”

“폐하, 기마병들이 지른 불이 아니옵니다. 모두 피난을 안 떠나고 약탈하고 있던 폭도들이 자금성을 비롯해 민가에 불을 지른 겁니다.”

전쟁이 터지고 치안상태가 엉망으로 변해지자 약탈하는 도적의 무리가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많은 건물에 불을 지르고 떠났다. 그러자 화재를 진압할 사람이 없어 북경 전체가 불이 크게 번져 많은 대형 건물들이 파괴된 것이다.

“불을 지른 폭도들은 잡았나?”

“아닙니다. 그들은 약탈을 끝내고 바로 불을 지르고 모조리 산동 쪽으로 도망쳤습니다.”

“폭도들은 제태국으로 도망친 건가?”

“그렇습니다.”

약탈이 심한 이유는 대진국의 기마병의 북경 진입이 늦었기 때문이다. 명나라에서 알탄 칸과 대적하기 위해 쌓아놓은 성벽에서 명나라 군대를 만나 격퇴시키느라 이틀간 시간을 소모했다.

“기마병들이 차지한 재물이 별로 없겠군.”

“그렇습니다. 폭도들이 한나절 사이에 북경에 있던 쓸 만한 가구들까지는 모조리 털어서 멀리 도망쳤습니다.”

“재주는 우리가 부리고 탐욕스러운 왕 서방들이 결국 재물을 챙겼군.”

“그렇습니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가난해도 도둑이 가져갈 물건이야 있는 법이다. 배도치는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려 최대한 재물을 챙기라고 지시했다.

“모조리 다시 뒤져.”

“넷!”

그 결과 자금성의 비밀 창고에서 많은 서적도 챙기고 귀한 가구들을 차지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황궁에 있던 식량이나 고급 비단이나 버리고 떠난 옷들을 찾아낸 것이다. 고급 장교들이야 버린 비단옷이 별로 욕심나지 않지만 하급 병사들이야 귀한 물건이라 옷들을 챙겼다.

최인범은 경호실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황궁이나 저택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챙길 것이 있으면 모조리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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