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3화
이지함은 더 이상은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권 총사령관, 정보사령부의 특수 요원을 적진으로 보냅시다.”
“장관님, 후방을 공격해 보려고요?”
“그렇소. 어렵겠지만 특수 요원을 적의 후방으로 보내 보급 기지를 공격해 봅시다.”
“넷! 정보사령관이 와 있으니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본래의 지휘계통으로는 권철 대장이 정보사령관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 그러나 서부전선의 방어나 공격에 대한 모든 지휘권은 태왕께서 이지함 국방장관에게 넘기고 떠났다. 그 때문에 국방장관의 명령을 받은 권철 총사령관이 지휘하게 되었다.
권철 대장은 정보사령관을 만나 보다 구체적으로 명령했다.
“적을 교란시키는 작전이니 너무 공적에 치중해 위험을 자초하지는 마시오. 쉬운 목표만 공격해도 명나라 군대는 현재 매우 불안한 상태라 큰 혼란이 올 거니 적당히 공격하시오.”
“넷!”
“총사령관님,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정보사령부에서는 적을 교란시키기 위해서 만든 좋은 무기가 아주 많습니다.”
“그런 무기가 있다니 보고 싶군.”
“넷!”
전쟁의 위험이 발생하자 정보사령부에서는 자체적으로 많은 신무기를 만들어 두었다. 독침이나 기타 암살용 무기들은 이미 널리 사용되던 것들이다. 신무기로 보여주는 것들은 널리 이용되는 화약을 이용하는 무기들이다.
투박하게 생긴 무기를 들고 설명했다.
“이것은 도화선에 불을 붙이면 일정한 시간이 지나도록 타들어가다가 터지는 화약 무기입니다.”
“비격진천뢰의 기능을 이용한 무기군.”
“그렇습니다. 하지만 비격진천뢰는 시간이 지나서 터지는 폭발력으로 인마를 살상하지만 이 무기는 그와는 조금 다릅니다.”
“뭐가 다른가?”
“시간이 흐르고 화약이 터지면 작은 유리용기에 들어 있는 인에 불이 붙어 사방으로 불길이 훨훨 날아가는 신무기입니다.”
인은 인화성이 커서 공기와 접촉하면 자연 발화하며 초록빛의 인광을 내며 특이한 마늘 냄새가 난다. 물을 부어도 꺼지지 않는 특성을 지녀 화공을 펼치면 쉽게 진화하기 어려운 물질이다.
인은 각종 급속과 결합해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한다. 그 때문에 널리 보급되다 보니 인의 특성을 알고 정보사령부에서 특수요원들이 사용할 무기로 개발한 것이다.
“총사령관님, 적진으로 침투해 이 신무기를 요처에 설치하면 됩니다. 특수요원들이 안전한 곳에서 피신한 뒤에 불이 나니 침투해서 적진을 교란시키기에는 제일 좋은 무기입니다.”
“그렇겠군. 최대한 많이 확보해 적진을 교란시키시오.”
“넷!”
이후 명나라의 후방 지역에서는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포병 부대의 화약고는 물론 군량미를 비축한 창고나 또는 장교들이 지내는 막사 등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펑! 펑!
“불이야!”
“불!”
뭔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거세게 불길이 일어나자 명나라 군사들은 본능적으로 물을 퍼서 불을 끄려고 했다. 하지만 불은 더욱 거세게 타오르고 있었다. 불이 더욱 거세게 타오르자 화재를 진압하려던 병사들은 급하게 몸을 피했다.
더구나 거센 불길은 훨훨 날아다니며 사방으로 불을 번지니 미칠 노릇이다.
“정말 환장하겠군.”
“진압하려고 건들면 더욱 불길이 퍼지니 그냥 모조리 타도록 놔두는 수밖에 없습니다.”
불을 끄려고 하면 더욱 불길이 거세자자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다들 넋이 나가 그저 불구경했다. 그저 꽁꽁 얼어붙은 몸을 녹이는 작은 즐거움만 느끼고 있었다. 다들 마치 도깨비 불과 같이 사방으로 불길이 날아다니는 괴이한 사건이 벌어졌다고 판단했다.
“우리를 여기서 얼어 죽지마라고 하늘에서 이러는 거야.”
“이길 수 없는 전쟁이야. 그러니 그만 철수하라는 하늘의 계시야.”
공성무기를 만들려고 쌓아 놓은 나무들도 활활 타고 있었다. 이렇게 되자 명나라의 공성 준비는 자꾸만 뒤로 미루어지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시간이 흐르다 보면 봄이 되어 해동이 될까 걱정이다.
요동정벌의 총병관인 원세창은 점점 초조해 지고 있었다.
“해동이 되면 대진국의 해군이 강을 따라 올라오니 우리는 오가지도 못하고 협공을 당하는데 정말 큰일이야.”
“총병관님, 공성무기가 너무 부족하지만 공격해 볼까요?”
“아니야. 공성 무기가 없이 이대로 공격하면 대진국의 화포 때문에 성벽에 도착하기도 전에 모두 죽어. 반드시 공성 무기를 만들어서 공격해야 돼.”
“총병관님, 군량미가 모자라게 생겼습니다.”
“후방에서 더 이상은 오지 않나?”
“넷!”
이렇게 가다보면 적의 공격이 아니라 이대로 굶어서 죽어 버리게 생겼다.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그러나 준비가 끝나지 않고는 심양 성을 공격할 수는 없었다.
완벽한 준비를 하자는 뜻은 아니다. 원세창은 이곳에 도착해 대진국의 방어 태세를 보자 이미 자신들이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직감했다.
“나나 조정은 그동안 대진국의 군사력을 너무 과소평가했어.”
너무 무모하게 많은 병사를 끌고 사지로 들어왔다는 느낌만 들었다. 후방의 군량미 창고가 타버리는 사건이 터지자 점차 군량미가 부족해지니 그 또한 큰 문제였다.
명나라 조정에 불만이 많은 참모가 조심스럽게 새로운 계책을 말했다.
“총병관님, 적당히 공격하고 바로 북경으로 후퇴할까요?”
“북경으로 후퇴?”
“넷! 패배하고 포로로 잡혀죽던 또는 퇴각해 무사히 북경으로 돌아가도 패장이라고 저희는 죽은 목숨입니다. 그러니 여기서 뒤로 돌아 북경을 치는 것도 생각해볼 만한 계책입니다.”
“자네 지금 반역을 하자는 건가?”
“총병관님, 자금성을 공격하는 것이 절대로 반역이 아닙니다. 왕 황후가 폐하의 친아들이 아닌 어느 놈의 씨인지도 모르는 아들을 후계자로 삼으려고 하니 이미 반역을 일으킨 상황입니다. 우리는 북경으로 돌아가 그것을 바로 잡자는 것입니다.”
어렵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무서운 계책을 참모가 권했다. 원세창도 그런 소문이 북경에 파다하게 퍼진 상채라 약간은 끌리는 계책이다. 그러나 그런 구실로 북경으로 쳐들어가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철군할 뭔가 명분이 있어야지.”
“알겠습니다.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네요.”
심양에서 명나라와 대진국이 대치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최인범은 부하들과 같이 서쪽으로 이동해 드디어 거용관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도착했다.
추운 겨울이라 다들 두툼한 외투를 입고 작은 천막에 몸을 의지해 쉬고 있었다.
“병사들의 건강은 이상이 없나?”
“넷! 준비를 철저하게 해 아무도 동상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기마병으로 약 3만 5천명 정도인 병사들은 체력이 좋았다. 다들 대진국에서 제일 오래 현대식 훈련을 받았다. 특히 배도치가 이끄는 근위기마병들은 모조리 소총으로 무장하고 궁술도 뛰어난 병사들이다.
지자총통을 200문이나 가져왔지만 거용관의 옹성을 파괴하기는 위력이 너무 약했다. 물론 집중해서 화포를 성문을 목표로 삼아 공격한다면 뚫을 수는 있으나 그래도 희생이 클 것 같았다.
최인범은 커다란 파오에서 회의를 진행하게 되었다.
“배도치, 그대가 말한 침투 방법은 뭐를 말하나?”
“폐하, 연을 날려서 공중으로 침투하는 방법입니다.”
“뭐라? 연을 크게 만들어 사람을 태워서 공중으로 침투를 한다고?”
“넷!”
이런 생각에는 나름 근거가 있었다. 최인범이 봉황사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만들어 날리자 그것을 이용해 본다며 무조건 큰 도구를 만들기를 좋아하는 과학자이자 발명가인 왕대포가 전혀 엉뚱한 일을 또 저질렀다.
“어떤 방법인지 소상하게 말해봐.”
“넷!”
배도치는 설명에 앞서 괴상한 물건을 가져왔다. 사람이 탈 수 있을 정도의 아주 커다란 가오리연을 만들었다. 비행기와 연을 접합해 나름 괴상한 물건을 만든 것이다.
“실험은 해봤나?”
“넷! 충분히 만리장성을 넘을 정도로 높이 날아오릅니다.”
그러나 그런 날틀은 바람의 방향이 좋고 주위에 아무런 방해물이 없을 때 가능했다. 자칫하면 공중에서 명나라의 궁수들이 날린 화살에 속절없이 죽어갈 수 있었다.
“공연히 우수한 병사들을 희생시키는 일이니 그 작전은 포기하지.”
“폐하, 이미 날틀을 많이 만들어 두고 있으니 어떤 방법으로라도 활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부하들은 날틀을 만들기 위해 너무 고생해서 그런지 달리 활용하는 방법을 권했다. 최인범은 부하들의 건의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생각에 잠기다가 좋은 계책을 떠올리고 지시를 내렸다.
“모두 짚으로 인형을 만들어서 사람대신 인영을 날틀에 태우도록 하지. 인형 안에는 화약을 넣고 날틀에 태워 공중으로 날려 거용관을 화공으로 공격하는데 사용하도록 해.”
“날틀에 사람 대신으로 인형을 태워 거용관으로 보낸다고요?”
“그것이 우수한 요원의 희생을 중이는 제일 좋은 방법이야.”
“명을 따르겠습니다.”
지시를 받은 부하들은 서둘러 짚으로 인형을 사람과 같은 크기로 만들고 군복을 입혔다. 그리고 얼굴은 천으로 만들어 밤에는 사람으로 보이도록 만들었다. 밤에 화공을 펼칠 생각이라 적들이야 사람인지 인형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되면 적은 날틀에 신경을 쓸 것이라고 판단했다.
침투준비를 하는 동안 최인범은 철감웅을 비롯한 호위병들과 장비를 점검했다. 그리고 배도치에게 별도로 물었다.
“근위기마병들은 작살을 날리는 소총을 개인별로 준비했지?”
“넷!”
근위 기마병 중에서 1000명은 작살을 날라는 소총을 이용해 성벽을 오를 계획이다. 성문을 파괴하기 보다는 거용관의 웅성으로 침투해 성문을 열어보려는 것이다.
“철갑웅, 전에 내가 만들어 두었던 가는 특수 금속으로 만든 쇠사슬을 챙겼나?”
“넷! 모두 30개라 연결하면 10명이 동시에 성벽을 오를 수 있사옵니다.”
자신과 철씨 3형제 그리고 태씨 6형제들을 포함해 모두 10명이라 충분했다. 모두 아주 좋은 방탄복인 갑옷을 입고 있으니 침투하기에 제일 좋았다.
“성벽 위로 올라서 방어막이 필요하니 마갑을 볏겨서 10별 정도를 별도로 챙겨 놓도록 해.”
“넷!”
적진으로 침입해 근접 공격은 일정 시간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원거리 공격인 화살 공격은 막기가 어려우니 나름 별도의 보호 장비가 필요했다.
최인범은 거용관의 웅성을 모래로 모형을 만들어 놓고 침투 작전을 설명했다. 도상으로 자신이나 부하들이 각자 역할에 따라 침투할 장소나 침투 이후에 해야 할 임무들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태왕께서 제일 선두도 나선다니 부하들은 무척 당황했다.
“폐하, 그건 너무 위험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