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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462화 (462/519)

462화

자마카는 미처 도망치자 못한 부녀자인 몽골 인들을 모조리 포로로 잡았다. 포로로 잡힌 여자들이나 어린 아이들은 두려운 눈으로 덜덜 떨었다.

군인인 남편들이나 아들들은 기습공격으로 죽거나 부상당하고 일부는 조양으로 모조리 달아났다. 앞으로 자신들의 신세는 비참할 것이라고 판단되니 나오는 것은 한숨뿐이다.

‘나는 또 어떤 남편을 모시고 살아야 하나?’

점령군에게 몸을 의탁하는 것이 몽골 여인들의 관습이다. 전투가 끝나자 처음에는 두려움에 떨다가 사내들의 모습을 힐끔힐끔 흘겨보고 있었다.

“기왕이면 젊은 남편이 좋은데.”

“나도 그런데. 젊은 사내들이야 어린 여자를 좋아하니 내 차례가 올지 모르겠어.”

밤에 잠자리 때문이 아니다. 어린 아이들과 먹고 살려면 재력이 좋고 힘이 좋은 남편을 만나야 굶어 죽지 않고 살아남기 때문에 해보는 생각이다.

몽골의 남자들도 고위층이 아니면 호리한 몸매의 여자보다는 힘이 좋게 생긴 여자를 선호했다.

“덩치가 좋아야 아이도 잘 낳고 집안일도 잘해. 얼굴만 고와서야 전혀 쓸모가 없어.”

몽골 여자들은 명나라나 또는 조선왕국의 여자들과는 전혀 다르다. 전투가 끝나고 일부 중상자는 목을 잘라 처형해 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나자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저 새로운 남편을 받아들이는 것을 숙명이려니 생각하고 있었다.

전투가 모두 끝나자 연락병을 통요로 보냈다. 그러자 통요로 와있던 금일여 군단장이 찾아 왔다.

“폐하. 승리를 감축하옵니다.”

“알탄 칸이 우리의 이동을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너무 방심했어. 군단장 모아진 말과 소는 자마카에게 인계 받아 통요로 가져가도록 해.”

“넷!”

자마카 족장도 전쟁을 같이 참여했기 때문에 전리품을 공평하게 나누어야 된다. 전투에서 별로 공적이 없지만 그에게도 일정량의 전리품을 분배해주어야 된다. 대 가축인 소나 말은 모두 대진국이 차지하고 소 가축은 자마카 족장이 차지하기로 배분을 끝냈다.

“칸은 양과 염소 그리고 알탄 칸이 버리고 간 가족들을 차지하시오.”

“넷! 감사합니다.”

인구가 적은 자마카는 사람을 가져가라고 배려하자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좋아했다. 그리고 양과 염소도 몽골에서는 중요한 가축이라 불만은 없었다.

‘폐하께서 우리에게 많은 배려를 해주시는군.’

최인범이 자마카에게 알탄 칸의 가족들인 사람을 데리고 가라는 이유는 미래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알탄 칸의 가족을 데리고 가버리면 두 부족 사이는 이제 합쳐지기 곤란한 철천지원수로 변한다.

‘쉽게 합치기 힘들게 만들어야 해.’

약탈 문화에 매우 익숙한 몽골 부족들이다. 그들은 여자를 차지하면 늙은 여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부하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리되면 여자들은 어린 여자의 경우도 모조리 부인으로 삼아 버린다. 어린남자들은 양자로 삼거나 또는 노예계급과 같은 하층민으로 부려먹는다.

모두 6만명이나 되는 부녀자들이다. 자마카가 알탄 칸과 협상을 벌여 돌려주지 않으면 앞으로는 자마카 부족으로 평생 살아가게 된다.

최인범은 슬며시 자마카 족장에게 물었다.

“혹시, 알탄 칸이 가축을 보내고 대신 자신의 가족들을 돌려보내 달라고 요구하면 어찌 할 생각인가?”

이런 물음에 자마카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폐하, 저희 몽골 풍습을 정확하게 모르시는군요. 저희는 그런 식으로 협상하는 경우가 전혀 없습니다. 알탄 칸이 가족들을 다시 돌려받으려면 반드시 우리 부족을 공격해 패배시키고 찾아가야 명예가 회복됩니다.”

“전쟁을 벌이지 않고 재물을 주고 가족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나?”

“폐하! 전혀 그렇지 않사옵니다. 뇌물을 적에게 넘겨주는 협상 방법으로 가족들을 돌려받으면 몽골에서는 너무 비겁하고 치사한 족장이라고 해서 이웃들에게 배척당합니다. 그런 치사한 협상 방법이야 한족들이나 하는 졸장부 같은 행동입니다.”

“알탄 칸은 명나라와 비밀협상을 자주했지 않나?”

“폐하, 사실 알탄 칸은 순수한 몽골 인은 아닙니다. 그의 어미나 조모 그리고 부인들은 모두 한족이라 실제로 몽골 인이 아닙니다.”

이미 알탄 칸과 결별해서 그런지 자마카는 그가 순수한 몽골 인이 아니라고 혹평했다. 자마카는 대진국과 협상한 행위는 몽골과 여진은 오래 전부터 조상이 같은 한 핏줄이라 전혀 문제될 것은 없다고 했다.

최인범은 자마카에게 노획한 화포를 넘겨주며 지시했다.

“칸의 기마병은 적봉으로 진격하시오. 적봉을 점령하면 더 이상 진격하지 말고 봄이 되어 인수할 대진군이 도착하기 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자마카가 다른 마음을 먹기 힘든 좋은 미끼를 던졌다.

“칸이 적봉을 점령하면 그곳에 있는 재물이나 사람은 모두 칸이 차지하니 얼마든지 약탈하시오. 다만 가옥을 파괴하지는 마시오.”

“폐하, 감사하옵니다.”

조양의 북쪽에 위치한 적봉은 한족들과 여진족이 혼재되어 사는 곳이다. 군사력이 전무한 도시라 자마카의 기마병이 진군하면 쉽게 점령할 수 있다.

적봉(赤峰)은 홍산(紅山)이라고도 부르는 곳이다. 고대에 조상들이 처음으로 높은 홍산 문화를 이루며 살던 지역이다. 그러나 최인범은 그곳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곳도 대진국의 영토로 포함시킬 생각이라 가옥을 파괴하지 않도록 지시를 내렸다. 이주민을 보내 정착시키려면 가옥이야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양으로 도망친 알탄 칸을 북경 쪽으로 몰아내기 위해 은근히 압박하도록 지시했다. 자마카의 기마병만으로는 온전하게 지키거나 압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금일여 군단장에게 추가해서 명령을 내렸다.

“군단장은 통요로 가축을 보내고 바로 황산으로 진군하도록 해. 조양을 정찰해서 점령이 가능하면 조양까지 진군하고.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지는 말아.”

“넷! 명을 따르겠나이다.”

이런 지시를 받고 파오에서 나온 자마카는 포로로 잡은 몽골 여인들을 자세하게 살폈다. 아무리 태왕께서 모든 여자들을 차지하라고 명령했지만 자신이 다 차지하기에는 너무 욕심이 과하다고 판단했다.

“폐하께서는 눈이 크고 키가 큰 호리호리한 여자를 좋아하니 그런 여자는 모두 따로 모아.”

“넷!”

지시를 내리기는 했지만 그런 대상자가 처녀로는 흔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린 소녀들 중에 예쁜 눈을 지닌 소녀를 골라 처녀를 포함해 따로 5000명을 뽑아 분리해 놓았다.

“폐하, 이 소녀들은 대진국으로 데려가옵소서.”

“알았소.”

“제 부족들 중에서도 소녀들을 5000명 데려 가옵소서.”

“부족들의 소녀들을 봉황성으로 보내려고?”

“넷! 대진국으로 가서 살고 싶다는 소녀들이 아주 많사옵니다. 그리고 아들들도 5000명을 봉황성으로 보내서 교육시킬 생각입니다.”

봉황성의 주변 도시에서 많은 여자들은 동쪽으로 이주시켰다. 그 때문에 남녀의 비율이 많이 어긋나 있었다. 일부다처제를 채택하는 대진국이다, 그래서 고위층은 어김없이 부인을 여럿 두기 때문에 여자가 많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하층에서 여자들이 멀리 이주해 버리자 약간 문제가 생겼다.

‘전쟁을 승리한 표시가 나야 되니 여자들이라도 봉황성으로 보내는 것이 좋겠어.’

1만명 정도만 봉황성으로 보내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사라지게 된다. 또한 몽골 소년들을 봉황성으로 데려가 교육시킴으로 장차 대진국에 충성하려는 몽골 인이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다.

최인범은 자마카 부족들이 숙영하는 서쪽으로 이동했다. 대진국으로 가서 살 소녀들을 모집하자 순간에 1만명이 모아졌다. 어린 소녀들이지만 말을 타고 이동이 가능한 사람만 선발했다. 그리고 봉황성에서 교육을 받은 소년들도 선발하게 되었다.

“금일여, 우회하는 방법으로 말을 5만필을 데리고 봉황성으로 보내.”

“넷!”

소년과 소녀 15000명을 봉황성으로 보내게 되었다. 자마카는 갑자기 늘어난 인구라 자칫하면 오히려 먹고 살기 힘들 수 있다고 판단해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어린 소년 소녀를 대진국으로 떠넘긴 것이다.

이런 행위를 보던 철갑웅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폐하, 자마카도 매우 요사한 놈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조심해야 되겠어요.”

“그렇게 보이나?”

“넷!”

철갑웅 형제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고 있었다. 자마카 족장이 너무 쉽게 알탄 칸을 배신하자 영 마음이 들지 않았다. 철씨 형제들은 정치적이나 권력을 전혀 탐하지 않고 그저 본능적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신조가 뚜렷하지 않은 족장이라 언제 배신할지 모른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들들을 인질로 보내지 않나? 그러니 그런 쪽으로 너무 신경 쓰지 마.”

“넷!”

봉황성으로 이주할 소년 소녀에 대한 문제를 처리하고 나자 최인범은 부하들을 이끌고 서쪽으로 향했다. 내몽골 지역을 가로질러 북경의 서쪽 관문인 거용관으로 가기 위해서다.

두두두두.

빠른 속도로 서쪽으로 달려가는 태왕을 배웅한 금일여는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우리도 소녀들을 데리고 움직이자.”

“넷!”

성동격서의 방법으로 명나라와 밀약해 동진하던 알탄 칸을 조양으로 몰아내고 다시 서쪽으로 향했다.

한편 요동 지역에서는 드디어 명나라 군대가 도착해 전투 준비에 바빴다. 추운 지방이라 많은 병사들은 동상에 걸려 힘들었다.

명나라의 군대는 산해관을 떠나 금주를 거쳐 요하에 도착했다. 추운 겨울이라 강물이 꽁꽁 얼었기 때문에 쉽게 요하와 대요하를 넘어 심양 성 근처에 도착했다.

명나라는 가마병도 있지만 대부분 보병들로 구성된 군대라 이동이 느렸다. 우마차를 이용해 보급품도 이동시키고 때로는 대진국의 특수요원들의 공격도 있어 진군은 늦어졌다.

힘들게 요동 지역인 심양 서쪽에 도착한 명나라 군대는 높게 건설된 성곽을 보자 그저 나오는 것이 한숨뿐이다.

“저길 어떻게 점령해.”

“소문보다 성이 더 높고 해자도 넓으니 공격하기 어렵겠어.”

“해자에는 물이 얼지 않았어.”

심양 성 밖은 완전히 불을 질러 갈대조차 하나도 없는 허허 벌판으로 만들어 버렸다. 더구나 전에는 대진국의 농군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살고 있던 가옥들도 완전히 파괴되어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주변에는 나무들도 모조리 벌목해버려 추운 겨울에 당장 쓸 땔감도 멀리서 구해야 되는 상황이다. 토성이지만 높은 성곽이고 해자가 있어 반드시 공성무기가 필요했다.

“일부러 나무를 모조리 베어버렸어.”

주변에 나무가 전혀 없으니 명나라 군사들은 먼 곳에서 나무를 구해 공성무기를 만들었다. 성벽을 오를 사다리와 초대형인 탑을 만들었다. 해자를 건너기 위한 넓은 부교도 만들었다.

이때 높은 망루에서 망원경으로 적진을 살피던 이지함은 총사령관인 권철에게 물었다.

“사령관은 어찌 보시오? 저런 공성 무기로 공격이 가능하겠소?”

“장관님, 워낙 많은 군대가 도착했으니 인해전술로 밀고 오면 공격은 가능할 겁니다.”

“그렇다면 공성무기가 성벽 가까이에 도착하기 전에 파괴해 버려야 되겠군요.”

명나라 군사들이 높은 탑을 만들어 공격하려고 준비하자 이지함도 그에 대응해 성곽 위로 화포들을 이동시켰다. 화차까지 성곽 위로 배치를 끝내고 나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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