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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461화 (461/519)

461화

최인범은 국가정보원을 통해 자마카가 침공했다고 소문을 내고 북쪽으로 이동해 그들과 합류했다. 그리고 자마카 부족과 같이 남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적의 동향을 살피려고 계속해서 알탄 칸의 진영으로 정찰병을 보내 확인했다. 정찰병들의 보고에 의하면 10만명의 기마병은 허수였다. 알탄 칸이 보유한 기마병은 실제로 3만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그가 이끄는 부녀자를 포함한 부족민들이다.

적진의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알 필요성 때문에 철갑웅의 형제가 적진을 자세하게 살피고 돌아왔다.

“폐하, 정찰병들의 보고가 정확했습니다. 알탄 칸의 기마병은 3만명이고 약 1만명은 포병이나 공병이라 기습적으로 공격할 경우 전력이라고 볼 수 없사옵니다.”

“같이 모여 있지 않나?”

“그렇지 않사옵니다. 그들은 3곳으로 분산되어 초원에서 야영 중입니다. 알탄 칸은 제일 우리와 가까운 후미에서 1만명의 기마병을 직접 거느리고 있사옵니다.”

“보유한 가축이 너무 많아서 그렇군.”

“넷!”

알탄 칸이 이끄는 부족은 말을 40만필 이상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 외에 소나 양, 염소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많은 가축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방목하려면 한곳에서 모여 있을 수 없었다. 3만명의 기마병도 3곳으로 분산되어 있다니 기습적으로 공격하면 충분히 격퇴시킬 수 있었다.

최인범은 목책 설치가 끝나자 철갑웅과 자마카 등 부하들을 모아 놓고 지시했다.

“우리가 알탄 칸의 본진을 공격해 적을 분산시키면 자마카는 가축을 이끌고 이곳으로 돌아오시오.”

“넷!”

나라 간에 외교란 참으로 변화무쌍해 미래를 전혀 예측할 수가 없었다. 명나라야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대진국과는 언젠가는 패권을 놓고 전쟁을 해야 하는 위치였다. 그러나 몽골의 경우는 얼마든지 우호적으로 지낼 수 있었으나 전과 달리 알탄 칸과 이제 적국으로 변했다.

‘몽골이 통일한다면 위협적인 존재로 변할 수 있으니 분산시켜야 해.’

과거 거대한 제국을 이루던 몽골족은 이미 여러 갈래로 분산되어 있었다.

북경과 가까운 내몽골의 초원에서 지내는 알탄 칸이 있다. 신장 지역에 별도로 타타르 왕국을 세운 타타르 국왕이 있다. 바이칼 호수와 가까운 지역에 북원이라고 칭하는 많은 소부족들이 분산되어 살고 있었다. 또한 지두우 지역에서 세력을 확장한 자마카는 이제 동원(東元)이란 부족으로 성장했다.

‘알탄 칸이 완전히 사라져도 곤란해.’

당초에는 성동격서 계책으로 멀리 우회해서 북경의 자금성을 공격하려고 했다. 그러나 알탄 칸이 명나라 군사들과 별도로 진격하자 계획을 수정했다.

먼저 알탄 칸의 기마병부터 격퇴시키는 것이 조양(朝陽)을 함락하는 작전을 펼치기에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알탄 칸은 대진국으로 진군하며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한 후방에 포진해 이동했다.

‘꼴에 자신의 목숨을 너무 아끼는군.’

후방에 위치해 있으니 알탄 칸은 제일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최인범이 이끄는 기마병들과 자마카 족장이 이끄는 기마병이 멀리 돌아서 서쪽에 도착했다. 그래서 알탄 칸은 제일 위험한 상태로 허점이 노출되어 있었다.

적군을 공격하려면 적당한 시기가 있다. 더 이상 시간을 끌다 보면 알탄 칸에게 자신들의 행적이 노출될 수 있었다.

“전투 준비해.”

“넷!”

최인범은 부하들에게 전투 준비를 명령하고 애마인 흑혈풍, 적혈풍. 백혈풍에게 마갑을 씌웠다. 속전속결로 공격하기 위해서 불필요한 장비는 모조리 내려놓았다. 전투를 끝내면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남쪽의 초원을 지나 거용관을 공격할 계획이다.

최인범은 3중으로 만들어진 특수갑옷을 입으며 철갑웅 형제들도 챙겼다.

“방탄복도 안에 잘 챙겨 입었나?”

“넷!”

최인범이나 철갑웅 형제 그리고 태씨 형제는 모두 3중으로 갑옷을 입었다. 제일 안에는 방탄조끼 형태의 갑옷을 입고 그 위에 쇄자갑옷을 입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특수금속으로 만든 중갑옷으로 무장했다. 눈만 보이는 보석이 박혀 화려한 투구도 쓰자 완전무장상태로 변했다.

자신과 철갑웅 그리고 호위병들은 근위병들과 같이 적진으로 돌격하지만 경호원들은 다소 떨어져서 말이나 기타 무기들을 가지고 대기하게 된다.

이렇게 포진하는 이유는 혹시라도 포위되거나 또는 본진에서 반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퇴로를 확보할 필요성이 있었다.

최인범은 부하들을 이끌고 주둔지를 떠나 서서히 좁은 산길을 지나고 있었다. 좁은 통로를 힘들게 통과해 알탄 칸이 머무는 넓은 초원지대로 행했다. 그의 뒤를 자마카가 1만명의 기마병을 이끌고 졸졸 따라가고 있었다.

자마카는 심복 부하들과 같이 이동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대칸께서는 알탄 칸을 꼭 잡아서 죽일 의사는 없는 것 같아.”

“칸, 대칸께서는 우리 몽골이 통일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사옵니다.”

“그렇겠지. 몽골이 통일되면 만만치 않은 기마병을 보유한 군사력을 지니게 되니 위협적인 존재를 옆에 놔두고 싶지 않을 거야.”

사실 최인범의 몽골 부족 분산 정책 때문에 자마카도 작은 부족으로 지내다 이만큼 큰 부족으로 성장했다. 앞으로 자신의 부족도 더 커지게 되면 반드시 견제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 확실했다.

‘너무 과욕을 부리면 제태국처럼 망하는 수가 있어.’

너무 먼 곳에 있는 제태국이라 태왕께서 군사를 보내 공격한다니 반드시 멸망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윽고 좁은 숲길을 지나서 초원이 펼쳐지는 나지막한 언덕에 도착했다.

망원경으로 바라보는 초원은 아주 평화로워 보였다. 크고 작은 파오들이 줄지어 모여 있었다. 조금 낮은 구릉에 수많은 가축들이 눈 사이로 바짝 말라버린 풀을 먹고 있었다. 아직은 대진국의 군대가 주둔한 곳에서 멀기 때문에 조금은 한가한 모습이다.

“전투 준비!”

명령이 떨어지자 근위기마병들은 길게 횡대로 늘어서고 있었다. 최인범이 선두로 나서서 적진을 반으로 가르는 돌파작전을 펼치려는 것이다.

최인범의 바로 옆에는 철씨 삼형제와 태씨 육형제가 있다. 그 뒤로는 근위기마병들이 모두 마갑이나 쇄자갑옷을 입고 대기했다. 처음으로 대규모 전투에 참가하는 병사들은 다들 긴장한 표정들이다.

길게 옆으로 늘어선 기마병들을 향해 최인범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돌격!”

“와! 돌격!”

전에는 돌격과 동시에 많은 화살을 적진으로 날려 보내고 돌진했다. 그러나 가축을 획득한 목적도 있으니 그대로 돌진하는 것이다.

먼저 선두에서 최인범이 달려가고 그 뒤를 호위병들이 따르고 있다. 그 뒤는 근위기마병이 빠르게 말을 달려 따라가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쐐기꼴 모양으로 적의 본진을 향해 돌진했다.

두두두두.

“와! 와!”

“돌격!”

요란한 함성소리를 내며 무수한 기마병들이 본진으로 돌진하자 알탄 칸은 기겁하고 말았다.

“허헉! 태왕이다!”

“적이다!”

“적이 나타났다.”

전혀 생각지 못한 후미에서 기마병들이 돌진하자 알탄 칸 부족민들은 모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허겁지겁 말에 올라 대적하려고 했지만 방어 대열을 만들 수는 없었다.

“저건 태왕의 친위대야?”

기수가 들고 있는 쌍봉 깃발을 보자 다들 놀랐다. 멀리 떠났다고 하던 태왕이 기병대를 이끌고 자신들의 뒤를 공격하고 있으니 기가 막혔다.

‘우리가 모두 속았어.’

제일 선두에서 달려오는 번쩍거리는 갑옷을 입은 태왕을 보자 알탄 칸은 다리에서 힘이 쏙 빠졌다. 태왕이 자신의 후미에 나타났다면 이는 자마카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것을 즉각 알았다.

수많은 기마병들이 매섭게 달려오자 겁에 질린 알탄 칸은 급하게 말에 올라 부하들에게 외쳤다.

“조양으로 후퇴해!”

“후퇴!”

알탄 칸은 동쪽으로 가면 대진국의 보병사단을 만나게 된다. 자마카가 있는 북쪽이나 서쪽으로 도망칠 길이 없으니 무작정 명나라 군대가 점령하고 있는 조양을 향해 도망쳤다.

두두두두.

당황한 알탄 칸이 일부 기마병만 이끌고 겨우 조양 쪽으로 몸을 피하는 순간. 본진을 향해 돌진한 대진국의 기마병들은 매섭게 알탄 칸 부족민들의 파오들을 쓰러트리고 있었다.

획! 풀썩! 와르르.

“사람 살려!”

“으악!”

방심하다가 기습 공격을 당한 몽골인들은 붉은 피를 토하며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두두두두.

본진을 둘로 가르는 돌파 작전은 아주 단순했다. 무조건 본진의 중심을 가르며 돌진해 앞에 나타나는 적들만 처지하며 지나가는 것이다. 매서운 속도로 지나가며 던지는 단창에 꼬치가 되어 죽어갔다.

획! 사각! 챙!

“크악!”

최인범은 장검을 들고 좌우로 검을 매섭게 휘두르고 있었다. 그 옆에는 9명의 호위병들이 언월도를 들고 양쪽으로 적을 베어내며 돌파했다. 다른 호위병들은 장창을 들고 적들을 찌르는 방법으로 돌진했다. 그 뒤를 따르는 근위기마병들은 단창을 둘씩 들고 투척하며 지나갔다.

획!

“크아악!”

획!

“크악!”

최인범이 노린 곳은 몽골의 포병들이 포진한 중심부다. 워낙 빠르게 돌진했기 때문에 포병들은 단 한 발의 화포도 발사하지 못했다. 엄청난 재물을 들여 보유한 포병이지만 아무런 전력도 되지 못했다.

중갑옷으로 무장한 철기병이라 돌파하는 공격방법으로 이미 알탄 칸의 무리는 완전히 전열이 흐트러져 버렸다. 겁에 질린 몽골 인들은 다들 덜덜 떨었다.

겁에 질려 파오에서 튀어 나온 사람들도 속절없이 죽어갔다. 전속력으로 돌진하는 군마의 몸통이나 발굽에 머리가 바수어져 죽는 몽골 인들도 많았다.

본진 돌파 작전을 끝낸 최인범은 잠시 언덕에 쉬다가 다시 명령을 내렸다.

“다시 돌진해.”

“돌격!”

“와! 와!”

본진을 반으로 가르는 돌파를 당하고 알탄 칸이 이미 피신한 상태다. 이미 승패는 끝났다. 너무 당황한 몽골의 지휘관들은 급하게 부하들에게 외쳤다.

“모두 칸을 따르라!”

“넷!”

가족이고 뭐고 우선 자신들의 몸이 최우선이다. 알탄 칸의 기마병들은 흐트러진 전열을 챙길 겨를도 없이 작은 무리를 이루며 급하게 조양 쪽으로 달아났다. 다들 꽁지가 빠지도록 빠르게 내달렸다.

일부 몽골 기마병들은 남쪽에 방목하고 있던 가축들을 몰고 달아났다. 몽골인은 가축이 없으면 죽은 목숨이다. 위기의 순간이라 가족을 버려도 가축은 챙겨서 떠난 것이다.

본진이 태왕과 자마카의 기마병들 공격으로 파괴된 사실은 빠르게 주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변에 있던 알탄 칸의 부하들은 급하게 조양으로 가족들과 같이 도망쳤다.

“우리가 포위당했어.”

“빨리 조양으로 가야 해.”

급하게 도망치려다 보니 살림살이를 모두 챙길 수는 없고 가축을 모두 가져갈 수는 없었다. 일부 가축만 몰고 가족들만 말에 태워 빠르게 도망쳤다.

다소 늦게 도착한 자마카는 본진이나 포병대가 완전히 파괴된 상태를 보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거야 원, 화포가 저렇게 많아도 써먹지도 못했어.”

“칸, 화포가 위력적이지만 운용 전술을 모르면 소용이 없군요.”

이미 전투는 끝났다고 판단한 자마카는 서둘러 파오 근처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말들이나 가축들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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