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0화
<성동격서 전략>
산동 반도에서는 제태국이 대진국의 군사력에 눌려 협상하려고 척계광에게 접근했다.
이세창은 척계광을 만나기 위해 청도 항구로 찾아 왔다.
“총사령관님, 우리 제태국이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백배 사죄 드리오니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제가 용서를 하고 안하고가 문제가 아닙니다. 나는 그것을 받아들일 위치에 있지 않아요. 폐하께서는 그대들이 배신하지만 않았으면 일어나지 않을 전쟁이 일어났다고 판단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폐하를 만나 뵙고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대련으로 갔으나 심양에도 없다고 해서 그냥 돌아 왔습니다.”
척계광은 지금 태왕께서 어디에 가 있을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아직은 발설할 수 없었다. 그래서 슬며시 연막 전술을 펼쳤다.
“내가 알기로는 폐하께서는 태어난 태자님을 만나러 봉황성으로 가셨을 겁니다.”
“그렇군요. 제가 미처 그렇게 생각하지는 못했네요.”
척계광의 판단에는 한 번 배신한 무리는 반드시 다시 배신을 한다고 판단해 이번 기회에 제태국의 장광윤을 공격해 완전히 소멸시키고 싶었다.
그러나 태왕께서는 제태국의 존립이 대진국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해 적당히 압박해 이득만 챙기고 협상을 맺고 끝내라고 명령을 내렸다.
이세창을 만나자 겉으로는 계속 서진할 태세로 말은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건을 내세우고 있었다. 시간만 자꾸 흐르고 있었다.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대진국의 육군은 제태국의 왕도인 유방 근처까지 진군해 있었다.
제태국은 농성할 준비를 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도성에서 도망치는 병사나 백성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변변히 저항도 해보지 못하고 함락 당하게 생겼다.
다급해진 장광윤은 급하게 왕실에 있던 재물이며 궁녀는 물론 미인들을 청도로 보내주었다.
“총사령관님, 저희들 성의를 봐서 봐주세요.”
만고의 진리인 뇌물공여가 효력을 발생한 것인지 척계광은 조금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는 청도를 시작으로 남북을 관통해 연결하는 운하와 동시에 도로를 개설할 생각이오. 그러니 제태국에서 평화를 원한다면 그 공사장으로 인부들을 보내도록 하시오.”
“그것만 해주면 되나요?”
“그렇소. 사람만 많이 동원해 주면 인부들에게 식량이나 소금 그리고 건어물을 조금씩 나누어 주겠소.”
식량도 부족한 판인데 인부들에게 식량을 어느 정도 나누어 준다니 협상 조건으로는 너무 좋았다.
“바로 인부들을 보내겠습니다.”
그동안 제태국이 소유하고 있던 금광과 은광을 모두 차지했다. 거기에서 나오는 금과 은으로 주산 담로에서 안남미를 구입해 오면 운하를 건설할 재원은 충분했다. 더구나 많은 재물을 뇌물 형식으로 가져오자 충분하지는 않지만 공사는 계속 진행할 수 있었다.
“총사령관님, 몇 명이나 동원하면?”
“최소한 30만명은 넘어야 됩니다. 그리고 가축도 모조리 가져와 공사장에 투입하면 폐하께서 성의를 봐서 그동안 잘못을 용서해 줄지 모르겠군요.”
“잘 알겠습니다.”
결국 대진국의 산동 토평 총사령관 자격으로 척계광과 장광윤이 만나서 평화조약을 맺게 되었다. 전투를 벌였기 때문에 포로 송환 문제가 거론됐다.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포로를 제일 먼저 보내기로 했다.
“고향으로 가서 산다니 데리고 가세요.”
“알았소.”
“인부는 최대한 빠른 시기에 보내야 하고 그들이 지낼 숙소는 서쪽에 따로 만드세요. 운하를 파서 제방 시설만 하니 동쪽으로는 절대 들어올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죠.”
“앞으로 군대의 이동 상황이나 타국과의 교역은 우리의 승낙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운하 공사의 진척 상황을 보아가며 교역량은 늘리게 될 거니 그것도 참고하세요.”
명나라와 완전히 교역을 중단하고 대진국과 교역하게 되었다.
“적대 행위를 안 한다는 의미로 제태국의 군대는 모조리 서쪽으로 이동시키시오. 아니면 무기를 버리고 운하 공사장으로 보내도 됩니다.”
“알겠소.”
명나라와 동맹을 맺었던 제태국은 재진국을 상대로 변변히 대적해 보지 못하고 말았다. 평화협상이라지만 실제로는 무조건 항복했다.
평화협상에 채결되자 제태국에서는 많은 인부들은 모아서 운하 공사장으로 보냈다. 식량을 준다니 제태국의 백성들은 자청해서 공사장으로 찾아왔다.
당장 운하가 꼭 필요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남북을 연결하는 도로를 개설하면 산동 반도 발전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해 시도하는 것이다. 척계광은 태왕께서 자신에게 부여한 임무는 완수했다고 판단했다. 이제는 자신이 이곳에서 수행할 업무는 없었다.
‘폐하께서는 지금쯤 1차 목표 지점에 도착해 있겠어.’
운하 공사야 한 두 해로 끝날 사업이 아니라 자신은 심양으로 갈 생각이다. 그래서 위해도의 도지사에게 운하 건설 분야에 대해 인계했다.
“계속해서 운하 건설 공사를 진행해야 되니 금광과 은광 수익금을 투입하세요.”
“알겠습니다.”
척계광은 청도를 떠나 등주를 거쳐 제 1함대 전함 10척을 이끌고 요하 지역으로 향했다.
한편 최인범은 심양을 떠나 아주 멀리서 움직이고 있었다.
휘리릭! 휘잉!
매서운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내몽골의 초원에 많은 기마병들이 빠르게 이동했다. 멀리 북쪽에서 빠르게 남쪽으로 이동하는 기마병들은 5000명씩 무리를 이루고 이동 중이다.
두두두두.
초원에는 하얀 눈이 내려 빠르게 달리는 기마병들 때문에 하얀 눈이 휘날리고 있었다. 기마병들 사이에는 두 필의 말이 끄는 마차가 있었다. 자세하게 바라보니 마차가 아니고 바퀴가 달린 지자총통으로 불리는 화포다.
두두두두.
말을 이용해 화포까지 끌고 가지만 기마병들의 이동 속도는 매우 빨랐다. 한참 빠르게 이동하던 기마병들은 초원에 있는 작은 숲으로 들어갔다.
웅성웅성.
작지만 나무가 울창하고 커다란 바위 산 옆이라 잠시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장소로는 충분했다.
작은 숲에는 요동의 심양에서 사라진 최인범이 파오를 쳐놓고 쉬고 있었다. 제일 후미로 따라온 병사들의 지휘관은 배도치다. 배도치는 도착하자 태왕에게 다가가 보고했다.
“폐하, 저희가 마지막입니다.”
“수고 많았어. 화포는 모두 가지고 왔지?”
“넷! 지자총통 50문이 모두 도착했습니다. 포탄이나 화약은 이미 선발대원들이 운반을 끝냈습니다.”
“화포가 200문이면 거용관을 공격하기에는 충분하군.”
최인범의 말에 배도치는 즉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폐하, 지자총통으로는 쉽게 웅성인 거용관을 파괴하기 힘이 듭니다. 저희 특공대원들이 성곽을 넘어서 성문을 여는 것이 더 좋습니다.”
“알았어. 그 문제는 나중에 거용관에 도착하면 다시 검토해보기로 하지.”
“넷!”
최인범은 흐릿해진 하늘을 살피다가 배도치에게 지시했다.
“눈이 내리게 생겼으나 화포에 썰매를 장착하도록 해.”
“넷!”
파오 근처에는 나무로 만든 썰매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배도치는 서둘러 부하들에게 명령해 200문의 지자총통에 썰매를 장착했다.
멀리 우회하는 방법으로 이동해 주변국의 눈을 속였다. 기마병들은 각자 말을 3필씩 보유하고 이동했다. 그 때문에 몽골 초원을 가르는 이동 속도는 매우 빨랐다.
배도치는 5000명의 기마병을 이끌고 화포 200문까지 운반해 도착한 것이다. 눈이 더 내리면 바퀴달린 화포보다는 썰매를 장착하면 이동이 수월하다고 판단해 미리 썰매를 제작해 놓고 기다렸다.
썰매 설치가 모두 끝나자 배도치는 화포를 이끌고 서둘러 거용관을 향해 내달렸다.
“배도치가 부하들 훈련은 아주 잘 시켰어.”
“사실 근위대를 제외하고는 최고로 우수한 기마병들입니다.”
배도치가 이끄는 기마병의 수는 모두 5000명이지만 기동성이 뛰어났다, 화포를 잘 다루는 포병 역할도 하고 특전부대 역할도 수행할 수 있는 부대다.
오래전 조선에서부터 착호갑사를 주축으로 양성하던 부대라 가장 현대적인 장비로 무장했다. 그래서 그들은 매우 복잡하게 무기를 소지하고 있었다.
단창, 장창, 장검, 각궁, 소총을 동시에 소지하고 있으니 특이한 부대다. 모두 조선 출신들로만 구성된 기마병으로 부대의 소부대 지휘관들인 장교들은 오래전부터 배도치 부하들로 구성되었다.
후미의 배도치도 남쪽으로 떠나도 최인범은 기다리고 있었다. 몽골 부족인 자마카를 기다리는 것이다. 최인범은 자마카가 이끄는 2만명의 기마병과 같이 알탄 칸의 후미를 공격할 예정이다.
최인범이 주변에 거느리고 있는 기마병은 경호원 900명, 호위병이나 측근들이 약 100명 그리고 근위기마병이 3000명이 있었다.
배도치가 떠나고 하루가 지나자 북쪽에서 수많은 기마병이 나타났다. 그들은 기마병 이외에 가족들도 같이 이동했다. 마차에 보급품도 같이 가지고 오기 때문에 같이 출발했지만 이동 속도가 느려 이제야 도착한 것이다.
자마카가 다가와 인사를 했다.
“대칸, 조금 늦었습니다.”
“자 칸. 식량으로 사용할 소나 말은 충분히 가져왔나?”
“넷! 양도 충분히 가져 왔습니다.”
몽골은 황제나 왕이란 칭호보다는 칸이나 대칸이 익숙하기 때문에 칭호가 약간 바뀌었다.
대진국의 기마병들은 각자 비상식량으로 육포, 미숫가루, 고구마로 만든 전분을 지니고 있었다. 몽골의 기마병들은 아예 가축을 끌고 와 식량으로 사용하려는 것이다.
“자 칸, 이곳에서 가죽들은 겨울을 보내기로 하고 머물도록 해.”
“알겠습니다.”
북쪽 보다는 덜 춥고 이곳은 대진국 영토인 통요 시로 가는 교통로가 있어 유사시 그쪽과 교류하기 좋은 위치다. 통요로 가는 길목에는 알탄 칸이 주둔해 있었다.
멀리 우회해 남쪽으로 와서 알탄 칸의 뒤에 위치한 것이다. 최인범의 지시에 자마카 족장은 같이 이동한 가족들에게 지시했다.
“모두 짐을 풀고 숙영지를 만들도록 해.”
“넷!”
그러자 최인범은 경호실장에게 지시했다.
“모두 몽골을 도와서 목책을 만들어 줘.”
“넷!”
자마카 부족의 가족들은 이곳에서 겨울을 보내기로 했다. 부족은 부지런히 넓은 지역에 파오를 치고 울타리를 만들어 양들을 우리 안에 넣고 있었다.
경호원들이나 근위기마병들은 커다란 나무를 팼다. 대충 다듬어 이어놓는 방법으로 울타리를 만들어 그 안에는 말과 소를 모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