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8화
등주를 점령한 척계광은 전쟁 포로가 늘어나자 그들을 상대로 새로운 지침을 내렸다.
“군단장, 포로들 중에 명나라나 제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는 포로가 있을 겁니다. 그런 포로들은 앞으로 별도로 구분해서 관리하세요.”
“비서관님, 어떤 식으로 포로를 구분하죠?”
“해군으로 입대해서 격군으로 근무한다면 바로 이병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하세요. 전쟁포로를 상대로 모병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언젠가 전쟁은 끝나기 때문에 제태국이나 명나라로 포로를 넘겨줘야 한다. 그래서 포로들 중에서 자발적으로 대진국의 국민으로 살길 원하는 사람은 받아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군인으로 전쟁에 참여했던 사람이나 민간출신으로 포로로 잡힌 사람도 마찬가지로 대상에 포함되었다.
척계광은 포로가 너무 많아 처치 곤란한 지경에 이르자 선별해서 이주민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서 그에 대한 지침을 내렸다.
“의무 복무에 해당하는 이병으로 시작해 3년간 군에서 복무하면 정상적으로 대진국의 국민으로 대해 준다면 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계속해서 제태국과 전투를 벌여야 하기 때문에 군사들이 많이 필요했다. 그래서 관리하기가 쉬운 해군인 격군으로 받아주고 해병대의 역할을 수행하는 기존의 격군을 육지로 내보내기로 했다.
“함정에서 내린 격군들은 앞으로 포로를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하면 육군은 제태국과 원활하게 전투를 수행할 수 있을 겁니다.”
“잘 알겠습니다.”
등주 항에서 격퇴된 100척의 명나라 함정 중에 50척은 파괴되고 50척은 온전한 상태다. 그래서 척계광은 노획한 함정도 활용하기로 결정해 선원들을 분산해서 배치시켰다.
새로 해군으로 포함된 함정에서 격군으로 근무할 병사들을 모두 포로 중에서 충당하는 것이다. 노획한 50척의 함정은 모조리 보급품을 나르는 화물선으로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는 대련에서 물자를 수송해 조달되니 참고하세요. 군사들이 늘어나 보급품이 부족해질 수 있으니 최대한 절약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포로를 대상으로 모병해 해군은 전보다 많은 함정을 운용하게 됐다. 육군도 마찬가지로 산동 출신인 포로들을 상대로 모병하게 되었다.
앞날을 예측하지 못해 불안하던 포로들은 대부분 군인이 되길 희망했다. 그렇기 때문에 포로들 중에서 건강하고 전부터 대진국에 호감을 가지고 있던 젊은 사람들을 우선순위로 받아 주었다.
“나중에 평화 협상을 맺게 되면 고향으로 돌려보낼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감사합니다.”
포로로 남게 되는 사람들은 추운겨울이지만 계속 힘들게 각종 공사장에 투입되어 노역하게 된다. 군인이 되길 포기한 포로들은 서쪽에 부모나 자식들이 있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나중에 고향으로 돌려 보내준다니 불평하지 말고 공사장에서 성실하게 일하자고.”
“그럽시다.”
포로들은 공동으로 급식을 받으면서 우선은 배고품은 없으니 오래 버틸 수 있다고 판단했다. 포로 신세지만 명나라 군사로 있을 때보다 배급량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조치로 3개 사단으로 총 3만명이던 육군은 모두 6만명으로 늘었다. 군단장은 금광지역에 있는 병사들을 제외한 2개 사단의 4만명을 이끌고 등주를 떠나게 되었다.
떠나기 전에 척계광을 만나 지침을 받았다.
“유방을 압박하더라도 너무 가깝게 가지는 마세요. 폐하께서는 유방을 점령하라는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습니다.”
“알겠습니다. 적당히 위협하는 정도로 움직이겠습니다.”
서쪽으로 이동하는 육군의 행보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이제는 점령지로 개발해야 되기 때문에 도로를 내면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인장구인 군복이나 또는 무기를 지급받아 이병으로 근무하게 된 포로출신들은 자신들의 미래가 걱정되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드디어 진격을 시작하는군. 우리 포로 출신들을 제일 앞에 내세워 전투를 벌일지도 모르겠어.”
“그러면 소모품으로 우릴 써먹는 다는 거야?”
이렇게 걱정하지만 포로들은 극히 일부만 전투병으로 배치되고 대부분 공병대로 포함되었다. 군사 훈련이 안된 오합지졸을 전투병에 포함시키면 오히려 전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군사훈련이 안 된 병사들은 모조리 후방의 지원 보급부대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위험하지 않으니 오히려 우리가 편하군.”
“하지만 전투병보다 진급이 늦잖아. 어차피 대진국의 국민으로 살려면 나중을 생각해서라도 진급을 고려해야지.”
공병대원들은 등주에서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를 정비했다. 위해 항구가 너무 멀어지자 앞으로는 대련에서 등주로 보급품이 이동되니 서쪽 전선으로 보급품을 보내려면 도로를 정비해야 된다.
추운 겨울이라 도로를 내기위해 철거되는 집들에서 나오는 나무들은 대부분 난방용 연료로 사용되었다.
척계광이 이끄는 함대는 해안선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해 드디어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명나라 해군이 모조리 사라진 상태다.
척계광은 목표한 지점에 도착하자 함정을 부두에 정박시키고 해군들을 하선시켰다.
“앞으로 여기 항구는 해군이 담당하겠소. 그러니 육군은 유방 쪽으로 진격하시오.”
“알았소.”
육군이 항구에서 떠나자 척계광은 제2함대와 3함대 사령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장산군도로 가서 기다리시오. 대련으로 떠난 명나라 해군이 그쪽으로 후퇴할지 모르니 그쪽 해역에서 기다리다가 격퇴시키시오. 굳이 나포할 필요가 없으니 단 한 대도 남기지 말고 격침시키시오.”
“넷!”
척계광은 매우 냉혹하게 명령을 내렸다. 태왕폐하께서는 포로를 잡거나 또 나중에 풀어주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유화 정책이 제태국의 배신을 불러왔다고 판단했다.
“명나라나 제태국이 두 번 다시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전멸시키시오.”
“넷!”
이어서 척계광은 다음 단계의 작전을 명령했다.
“명나라 해군을 격퇴시키면 제2함대는 대련으로 귀환하세요. 보급을 챙겨 최대한 빨리 요하로 가세요. 제3함대는 위해 항구로 돌아가 산동 반도의 남쪽을 공략하시오. 목표는 청도까지요.”
“알겠습니다.”
해군들에게 임무가 부여되어 떠났다. 제태국을 향해 전진하는 육군도 장차 국경선으로 정할 지점을 따라 내륙인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남쪽으로 이동하는 동안 제태국의 군사나 또는 백성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모조리 왕도인 유방으로 도망치거나 멀리 서쪽으로 달아나 버린 것이다.
“제태국은 벌써 후퇴를 해버렸군.”
“들리는 소문에는 사신을 대련으로 보내 협상을 시작했다고 하던데.”
“등신 같은 놈들이 변변히 전투도 해보지도 못하고 항복할 생각이야. 배신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갈 것인데.”
적군이 앞에 없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었다. 군단장은 척후병들을 보내 적군이 있는지 확인하며 제태국의 왕도인 유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편 명나라의 해군 중에 선발대로 대련으로 떠난 100척의 함정은 장사군도를 지나 대련 항의 입구에 도착했다. 이동하는 동안 대진국의 해군을 만나지 않아 다들 좋아 했다.
“장군님, 대진국의 해군은 모두 요하로 떠난 것 같습니다.”
“그렇군. 설마 우리가 해군을 창설해 이렇게 많은 함정을 가지고 여기로 상륙 작전을 펼칠 줄은 예측하지 못했을 거야.”
“50만 명이 넘는 병력이 심양으로 갔으니 대진국도 그쪽으로 모든 병력을 보냈을 거야.”
극히 상식적으로 현재의 전황을 판단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대련으로 향할 때 이미 대진국의 해군이 2진을 격퇴시키려고 우회해서 등주로 향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그저 자신들이 편하고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전황으로 해석했다.
사람이란 때로는 아주 단순해져 똑 같은 현상을 봐도 자신들이 믿고 싶은 쪽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명나라 해군들은 대진국의 해군 함정이 겁이 나자 차라리 없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명나라의 100척이나 되는 함정은 조심스럽게 대련 항으로 접근했다. 그러나 대련 항 입구에 도착한 함정들은 그 자리에서 멈추고 말았다.
멈추게 된 이유는 해안에 무수한 화포들이 있는 해안포대가 보였기 때문이다.
“저렇게 많은 화포들이 있다니 부두로 접근하기 어렵게 생겼어.”
“장군님, 적의 화포가 막강하다고 해 이대로 시도도 안 해보고 후퇴할 수는 없습니다.”
싸워 보지도 않고 돌아가면 어차피 문책을 받아 죽어야 한다. 그러니 일단 시도는 해보기로 결심했다.
“공격!”
둥둥둥! 둥둥둥.
100척이나 되는 함정이 일시에 부두를 향해 돌진했다. 그러자 돌진하는 함정들을 향해 해안포대에서 일제히 사격을 시작했다.
쾅! 콰광! 광! 쉬이익! 쉬이익!
하늘에는 해안포에서 발사한 무수한 철탄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화차에서 발사한 신기전도 무수히 날아오고 있었다. 일부 함정이 철탄에 파괴되거나 신기전의 공격으로 불에 타고 있지만 함대는 계속해서 전진했다.
부두를 향해 접근하는 함정들을 향해 부두에 포진해 있던 예비보병사단에 속한 포병대의 화포가 일제히 불을 품었다.
과광! 쾅! 과광! 과광! 쾅! 과광!
해안포대에서 사격하는 정도가 아니다. 무수한 화포를 보유한 예비보병사단이나 정규보병사단의 화포가 총동원되어 거대한 화망을 만들어 명나라의 함정들을 공격했다.
화르륵! 화르륵!
“불이야.”
“으악! 살려줘!”
화차로 발사되는 신기전으로 화공까지 동시에 펼쳤다. 명나라의 해군 함정들은 부두로 접근하지 못하고 그대로 침몰 당했다. 수많은 포탄이 떨어지는 화망 안으로 들어오는 함정들은 힘없이 격침되었다. 화공으로 함정들이 불타고 명나라 병사들은 급하게 바다로 뛰어들어 해변으로 기어 나오고 있었다.
후미에서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명나라 장군은 신음을 토했다.
“으음! 모조리 부두로 도착하기도 전에 몰살을 당하는군.”
“장군, 후퇴해야 합니다.”
100척의 함정 중에 이제 50척만 남아 있는 정도다. 그러자 장군은 후퇴를 명령했다.
“퇴각해.”
둥둥! 둥둥!
살아남은 함정들은 급하게 기수를 돌려 달아나고 있었다. 후퇴를 명령했지만 계속되는 대진국의 화포 공격에 대련 항 밖으로 나왔을 때는 남은 함정은 30척이 전부였다. 단 한 번의 무모한 공격 시도로 무려 7할의 함정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명나라 수군은 장도군도를 따라 이동해 등주로 향했다. 그러나 중간에서 기다리던 제2함대와 제 3함대의 함정들의 공격으로 모조리 격침되고 말았다.
한편 대련의 별궁에서는 제태국의 이세창이 소피아 황비를 만났다. 소피아와 이세창은 별궁에 딸린 커다란 누각에서 대련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서 전황이 어찌 되나 봅시다.”
“넷!”
평화 협상을 하려고 찾아왔지만 거기에 대해 단 한마디도 논의해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