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6화
심양을 중심으로 서부 전선에는 화포로 단단히 무장한 육군이 명나라 군대가 다가오길 기다렸다. 태왕께서 적을 끌어들여 방어만 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후방인 수도권의 정규 보병사단은 점차 서부전선으로 배치되었다. 봉황성으로 돌아간 국무총리는 조선에서 아무런 군사적인 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병력을 보낸 것이다.
제1군단과 제 2군단에 속한 6개 사단 중에 포병은 모조리 서부전선에 배치되었다. 방어 작전만 펼치라는 지시가 있었으니 최소한의 병력이동만 지시했다.
이지함은 후방에서 오게 된 포병부대는 각 지역의 부대로 배치했다.
“별도로 배치하면 혼선이 올수 있으니 기존의 포병 부대로 배속해 화포의 수를 증강하는 식으로 배치하시오.”
“넷!”
후방에서 포병대가 오게 되자 서부전선은 더욱 강력한 화력을 지닌 방어선이 구축되었다.
한편 막강한 해군력을 지닌 대진국은 매우조심하고 있었다. 발해 만에서 활동하던 해군 함정들은 황하의 하구에 모여드는 명나라 해군을 공격하지 않고 모조리 대련으로 후퇴했다.
대련의 해군기지에는 수많은 함정들이 정박해 다음 명령이 내려오길 기다렸다. 2함대 사령관인 이민준 제독은 함장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든 함정에 무기를 최대한 싣도록 해.”
“넷!”
“무기가 적재된 판옥선들은 신속하게 근해를 따라 영구 시로 이동해.”
“넷!”
판옥선은 사실 근해서만 활동하는 함정이다. 그래서 판옥선은 요하지역으로 보내고 나머지 함정만으로 명나라 해군을 상대하려는 것이다.
“사령관님, 적이 200척이나 되는 함정이 있는데 너무 부족하지 않을까요?”
“걱정하지 마. 제 3함대와 제 1함대의 함정들도 오고 있으니까.”
“아, 그렇군요. 그런데 그 함대의 지휘관은 누구죠?”
“지휘권이야 함대 사령관이 가지겠지만 실질적으로는 폐하의 비서관인 척계광이 총사령관으로 지휘하게 될 거야.”
대련의 2함대 소속인 전함과 전투함 그리고 보급함이 출동 준비를 끝내고 기다리는 동안. 명나라 해군은 황하를 빠져나와 해안선을 따라 산동 반도로 향했다.
명나라는 크게 함정을 만들어 화포를 장착해 바다로 나왔다. 하지만 강과 바다는 너무도 달랐다. 겨울바다로 다른 지역과 비해 아주 잔잔한 발해 만이다. 하지만 파고도 높고 배가 요동치니 해군들은 뱃멀미가 너무 심해 대부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우욱! 아이고 어지러워!”
“정신이 하나도 없어.”
뱃멀미가 심하니 화포를 담당한 포수는 사격을 고사하고 자신의 몸을 건사하기도 힘이 들었다. 그래도 제태국과 합동작전을 펼치기 위해 동쪽으로 이동해야 된다.
“모든 함정은 해안선을 따라 이동해.”
“넷!”
황하를 빠져나온 200척의 함정은 서서히 해안선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그에 발을 맞추어 제태국의 육군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등주로 가서 명나라의 해군과 합동작전을 펼치려면 빨리 이동해야 돼.”
“장군님, 우리가 왜 명나라와 손을 잡는지 모르겠네요. 대진국과 잘 지내고 있는데 망해가는 명나라에 협조할 이유가 없지 않나요?”
명나라와 어떤 밀약을 했는지 모르지만 제태국의 중간층인 지휘관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제태국은 대진국의 해군이 얼마나 강한지 경험해서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장군님, 명나라는 해군이라고 함정만 만들었지 대진국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오합지졸입니다. 보세요. 황하를 나왔으면 바다를 가로질러 등주로 가면 되는데 먼 바다로 나가지도 못하고 겨우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지 않습니까?”
“전하께서 하신 결정이니 따라야지.”
지휘관인 장군이 보기에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러나 왕정국가에서 군왕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다. 하는 수 없이 등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명나라의 해군과 제태국의 육군이 등주로 향하는 중 멀리 동쪽의 위해 항에는 많은 함정들이 집결해 있었다.
제 1함대에 속해 배치된 전함의 수는 10척에 불과했다. 다른 함대의 구성을 우선순위에 넣고 보니 제 1함대는 함정의 수가 적은 것이다.
비록 계급은 아래지만 척계광은 태왕의 명령으로 산동반도에서 벌일 전투를 모두 책임지는 총사령관이다.
“군단장님, 3개 정규 사단만 해안선을 따라 천천히 이동하세요.”
“알겠습니다.”
“함대사령관님은 제2함대의 전함, 전투함, 보급함만 이끌고 제가 이끄는 제 1함대 전함 뒤만 따라오시면 됩니다. 그리고 중간에 나타나는 섬들만 책임지고 공격하시면 됩니다.”
“알았소.”
척계광은 전함 10척으로 함대를 이루고 위해 항구를 떠났다. 천천히 부두를 떠나 서쪽으로 이동하자 그 뒤를 전함 20척, 전투함 20척, 보급함 20척이 각기 분견대 단위로 나뉘어 서서히 이동했다.
드디어 산동반도에서 제태국과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돌격!”
두두두두.
사단에 속한 2000명의 기마병들이 빠른 속도로 전진해 해변의 항구를 향해 돌진했다. 그러자 항구에 있던 제태국의 병사들이나 백성들은 대적할 생각을 못하고 빠르게 서쪽으로 도망쳤다.
“적이다. 빨리 도망쳐.”
“해군도 온다!”
육군과는 조우해서 전투를 해보지 않았지만 대진국의 해군들 공격은 이미 경험했다. 대적할 무력도 없으며 공연히 저항하면 모조리 죽거나 포로로 잡혀 힘든 염부로 살아야 하니 빨리 가족을 데리고 도망치는 것이 최선이다.
전후 사정을 잘 모르는 제태국의 백성들은 겁에 질려 서쪽으로 도망치며 한숨을 토했다.
“대진국에서 또 염전을 늘리려는 모양이야.”
“그러게. 염전에서 필요한 노예를 잡으러 오는 것 같아.”
대진국은 해금정책에 반하는 섬사람이나 또는 해안가에 사는 사람을 가끔 공격해 모조리 포로로 잡아 염창 시의 염전으로 보냈다. 오래 잡아 두지는 않았다. 포로로 잡힌 어민들의 경우 6개월이나 8개월 정도 힘든 염부 생활을 하면 다시 고향으로 보내 주었다.
요동지역 남쪽에 위치한 염전은 거의 산동 반도에서 잡혀간 염부들이 만들었다고 볼 정도다. 그 때문에 산동반도의 어민들 중에는 천일염을 생산하는 방법을 아는 경우가 많았다.
대진국의 기마병들이 선두에서 진격하고 이어서 보병이나 포병이 뒤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했다. 기마병이 출동하자 겁에 질려 서쪽으로 도망친 피난민들이 소문을 퍼트려서 그런지 요동의 북쪽에 있는 항구는 텅텅 비었다.
“허! 모조리 도망쳤어.”
“군단장님, 너무 빨리 진군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긴 하지만 텅 빈 항구에서 주둔할 필요는 없잖아. 척후병을 보내서 적의 동향을 살피며 전진해.”
“넷!”
산동반도의 북쪽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진 도로 사정은 좋은 편이다. 그동안 위해 항구와 교역을 많이 하게 되자 제태국의 주민들이 필요성 때문에 도로를 수시로 정비해 놓았다.
육군이 항구를 점령하면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던 해군 함정들이 부두에 접안해 보급함에 실려 있는 보급품을 내려놓았다.
전함을 타고 이동하던 척계광이 하선해 군단장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군단장님, 이번에 보급품을 하역한 보급함은 위해 항을 다녀와야 하니 너무 빨리 전진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는 이유는 보급품의 조달도 있지만 태왕께서 벌이는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시간을 끌어야 되기 때문이다.
제태국이나 또는 명나라 육군과 해군을 모두 북경에서 가장 멀리까지 오도록 끌어들여야 된다.
“너무 일찍 적과 조우되어 격퇴시키면 적이 후퇴해 북경으로 진군하는 폐하를 협공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으니 최대한 늦추어야 됩니다.”
“알겠습니다.”
점령한 항구는 명나라 사람들이 모두 피난을 떠나지는 못했다. 일부 남아 있는 사람들은 포로로 잡아 후방인 예비사단의 병사들에게 인계했다.
“포로들을 굳이 동쪽으로 이동시키지 마세요. 근처에 천일염을 생산할 염전을 만드는 공사에 투입하시오.”
“산동에도 염전을 만든다고요?”
“그렇소. 폐하께서는 두고두고 골치가 아플 수 있다고 하시며 이번 기회에 산동 반도를 뚝 잘라서 대진국의 영토에 편입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척계광이 태왕의 의중을 전달하자 군단장은 즉시 포로로 잡은 사람들을 갯벌이 있는 해변으로 보냈다. 이미 염전을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니 우선 터부터 만들기로 결정한 것이다. 문제는 염전을 만든 이후에 누가 계속 운영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나 척계광은 그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말해 주었다.
“염전의 소유는 황실에서 가지고 이득금의 반은 산동에 재투자 하게 됩니다. 대진국의 영토로 포함되는 지역은 앞으로 조선이나 또는 제태국 사람 중에 한어를 익힌 사람은 주민으로 받아 주게 될 것이고요.”
“알겠습니다.”
척계광은 산동을 차지해야 되는 가장 중요한 사안에 대해 말했다.
“등주 우측에 있는 금광은 반드시 영토로 포함시켜야 되니 그곳을 먼저 점령해야 됩니다.”
“그렇군요. 그곳만 차지하면 산동 반도도 본토와 비슷한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겠군요.”
전쟁이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경제적인 필요성 때문에 벌이는 고도의 정치행위다. 그래서 태왕께서는 이번 전쟁에서 요서지역을 차지하고 또한 산동 반도까지 차지하기로 결정했다.
본토와 멀리 떨어진 산동 반도를 영토로 포함시키려는 가장 큰 이유는 산동에서 생산되는 금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륙에서 길게 한반도를 향해 돌출된 지점이라 영토로 포함시키면 경제적으로도 매우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발해를 비롯해 황해 전체가 완전해 대진국의 영해로 포함되니 종합적으로 발전시킬 좋은 위치야.’
등주 출신인 척계광은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산다는 것이 조금은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이번에 전쟁에서 승리해 산동 반도가 대진국 영토로 포함되면 그런 점이 사라지게 되니 신이 났다.
보급품 조달이나 포로들의 처리에 대해 지침을 내렸다. 척계광은 다시 전함에 올라 천천히 서쪽으로 전진했다. 바다와 인접한 근해를 따라 이동하다 보니 해변에는 사람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망원경으로 해변을 살피던 척계광은 한숨을 토했다.
“허, 저렇게 무조건 도망치는 군대를 가지고 무슨 전쟁을 벌이려고 하는지 모르겠군.”
척계광은 제태국의 군왕인 장광윤이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해도에서 주둔하던 대진국의 육군과 해군이 해안선을 따라 서쪽으로 진군하는 가운데 이런 소식을 듣게 된 제태국은 소란스러워졌다.
겁에 질려 군사들이 피난민들과 같이 왕궁으로 몰려왔다. 그 때문에 후퇴한 지휘관의 목을 잘라 처형해도 후퇴하는 병사들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러자 새로 건설된 유방 성의 왕궁에서 장광윤은 신하들과 심각한 표정으로 논의했다.
“우리가 판단을 너무 잘못한 것 같소. 대진국은 그동안 전쟁 준비를 철저하게 해온 것 같소.”
전투를 벌이지 않아도 이미 전력에서 자신들이 열세라는 것은 절절하게 느꼈다. 제태국의 군대는 10만명이라지만 대부분 농민군이다. 그러나 대진국의 육군은 4만명이지만 화포도 많고 기마병도 많은 정예 병사들이다. 더구나 해군까지 있으니 전투를 해보나 마나 패배할 것이 분명했다.
“전하, 지금이라도 명나라와 협상을 깨고 대진국과 다시 협상해야 되옵니다.”
“이미 우리가 배신했다고 공격을 시작했는데 이제 와서 협상할 것 같지는 않은데.”
“전하, 그래도 만나서 협상하면 뭔가 방법이 나올 수 있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