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5화
산해관에 주둔하던 명나라 군대가 드디어 발해만 옆의 도로를 따라 요동으로 가기위해 이동했다. 원세창 총병관은 알탄 칸 진영으로 보낸 연락관이 돌아오자 급하게 물었다.
“소문이 사실이던가?”
“총병관님, 확인해 보니 그렇게 협공하도록 전부터 약속했다고 하옵니다. 자마카 족장이 기마병 3만명을 이끌고 장춘 쪽으로 진격한다고 하옵니다. 그래서 심양에 있던 대진국의 3만명의 기마병들은 모두 북쪽으로 자마카 족장을 상대하러 떠났다고 하옵니다.”
이런 보고를 받자 원세창은 선발대를 출발시키고 황하에 대기 중인 해군에게 명령했다.
“해군도 출전하도록 통보해.”
“넷!”
황하에서 대기하고 있던 5만명의 해군은 발해만으로 나와 대진국의 중요한 거점인 대련으로 진격하라고 명령을 내린 것이다.
한편 심양에서 기마병들에게 계속해서 기동훈련만 시키던 최인범은 심복부하들이 속속 도착하자 제일 먼저 척계광에게 명령을 내렸다.
“척계광, 단동으로 가서 제 1 함대와 같이 산동의 위해도로 넘어가서 그곳에 주둔중인 육군 9군단과 해군의 제3함대를 총동원해서 등주를 공격해.”
“넷!”
“특히 등주 근처에 있는 금광을 제일 먼저 장악하도록 하고.”
“명심해서 임무를 완수하겠사옵니다.”
척계광은 본시 등주 출신이라 그를 제태국을 공격하는 총사령관으로 임명한 것이다. 위해도에는 9군단인 육군과 제 3함대가 있다. 육군과 해군이 협력하면 충분히 등주를 점령할 것으로 판단했다. 더구나 전함으로 구성된 제1함대까지 합류하게 되니 전력은 충분했다.
특히 등주 동쪽에 있는 금광은 제태국의 중요한 자금원이다. 그래서 먼저 금광을 점령해 그들의 자금줄을 완전히 끊어 버리라는 뜻이다. 이런 명령을 내리고 나서 최인범은 이지함에게 명령을 내렸다.
“장관, 명나라 군사들이 요하를 넘어 심양에 도착해 공격하기 까지 기다리시오.”
“명을 따르겠나이다.”
“적이 어떤 위장술을 펼치더라도 절대로 선제공격하지 말고 성곽을 이용해 방어전만 펼치도록 하시오. 최대한 지연작전을 펼치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이런 지시를 내리고 최인범은 3만명인 기마병들을 이끌고 북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북쪽에 있는 자마카 족장이 있는 몽골로 향하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자마카 족장이 대진국으로 공격했다고 기만전술을 펼쳤다. 심양에 있는 3만명의 기마병을 북쪽으로 이동시키기 위해 일부러 소문을 퍼트린 것이다.
북쪽으로 빠르게 이동하며 철갑웅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폐하, 적들이 속았을 까요?”
“속지 않았어도 명나라의 연합군들은 지금 펼치는 협공작전을 변경하기는 어려워. 전선이 너무 멀어서 서로 연락하기가 힘들게 됐어.”
“그렇군요.”
적군이나 아군은 모두 산발적으로 멀리 떨어져 전투를 벌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쉽게 작전을 변경하기가 어렵다. 태왕께서 기마병을 이끌고 북쪽으로 떠나자 총사령관인 이지함은 장군들에게 명령했다.
“서부 전선의 정규보병사단과 예비보병 사단은 모두 동원령을 발동해.”
“넷!”
요동의 서부 전선에 있는 모든 부대들은 동원령이 발동되자 속속 예비군들이 부대로 들어와 합류했다. 어디로 전진하는 것은 아니고 각 부대가 책임지는 서부 전선의 방어 작전에 돌입한 것이다.
혼하에서 활동하던 해군의 판옥선들은 서둘러 혼하를 빠져 나왔다. 앞으로 추운 겨울이 되면 함정들은 강에서 활동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영구 시의 해군기지로 들어와 보급을 끝내자 분견대장이 함장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두 발해 만과 접한 하구로 이동해서 강물이 얼지 않는 하구지역에서 대기해.”
“넷!”
“화공을 펼칠 준비를 철저히 하고 속히 담당 구역으로 출동해. 명나라 군대가 요택으로 진입하면 화공을 펼쳐 갈대밭을 태워 버리고.”
“명을 따르겠나이다.”
요동과 요서 사이에는 끝없이 늪지가 펼쳐지는 요하, 대요하, 혼하가 있었다. 그 지역은 죽음의 늪이라고 불리는 요택이다. 영구 시에 주둔하고 있는 제2함대 소속의 분견대는 전함 5척, 전투함 5척, 판옥선 10척을 3개의 큰 강 하구에서 방어 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이는 명나라 육군이 요택을 통해 요동의 남쪽으로 전진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것이다.
“설마 명나라 군대는 우리 해군들이 포진해 있는 요택으로 전진하지는 않겠지.”
“그들도 바보가 아니니 북쪽으로 이동해 결국 심양을 공격할 거야.”
명나라의 육군을 반드시 심양으로 전진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태왕께서 구상한 방어와 동시에 펼치는 반격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다.
산해관에서 주둔하던 명나라 군대 중에서 먼저 5만명의 선발대가 떠났다. 이어서 20만명의 중군이 떠났다는 보고가 속속 들어오고 있었다.
요동반도의 해안선을 따라 건설된 해안포대에 화포들이 속속 배치되었다. 동원예비군들이 포대를 중심으로 방어를 위한 훈련을 시작하고 있었다.
“명나라도 해군을 창설했다고 하더군.”
“함정만 있다고 해군이 운용될 수는 없어. 아마도 그들은 황하를 빠져 나오면서 우리 해군에게 모조리 격침당할 거야.”
막강한 해군력을 지닌 대진국이다. 명나라에서 많은 전투함을 건조해 발해에서 해전을 벌여도 승리한다고 다들 굳게 믿고 있었다.
전쟁이란 변수가 너무 많으니 적들이 함정을 이용해 상륙 작전을 펼칠 수가 있다고 판단했다. 요동의 서부 지역에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었다.
드디어 산해관에서 명나라의 후군까지 떠났다는 보고가 들어오자 대진국의 지휘관들은 긴장했다.
“너무 많은 적들이 몰려오는군.”
“심양이 잘 버틸지 모르겠어.”
“군사가 많다고 해서 모두 강한 것은 아니야. 소문에는 명나라 군대는 일부만 정예병이고 대부분은 장창만 들고 있는 농민군이라니 걱정할 것 없어.”
“머릿수에서 너무 딸리잖아.”
서부 전선의 지휘관들이 걱정하는 이유는 심양에 있던 3만명의 기마병이 북쪽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3만명의 병력이 빠져 나가자 절대적으로 군사의 수가 부족했다.
심양에서 방어작전을 펼치려고 대기하고 있는 이지함은 국군정보사령부와 보안사령관을 불러 지시했다.
“정보사령관은 적진으로 특수요원을 침투시켜 계속해서 적들의 이동 상황을 정확하게 알아내도록 하시오.”
“넷!”
“보안사령부는 태왕의 행방을 모르도록 보안을 강화하고.”
“알겠습니다.”
이미 추운 겨울이 시작되어 요하를 비롯한 하천은 모조리 꽁꽁 얼어붙었다. 추운 겨울이 적이 다가오기만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이지함은 장군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아직 적이 도착하려면 멀었으니 병사들에게 며칠씩 교대로 휴가를 보내 주도록 해.”
“장관님, 휴가를 주면 군기가 무너지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아. 오히려 사기가 높아질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교대로 보내주도록 해.”
“넷!”
휴가를 보내 준다고 해서 멀리 가는 것은 아니다. 모두 부대 근처의 도시에서 가족들이 살기 때문에 언제고 적이 가까이 다가오면 방어전을 펼칠 수 있었다.
드디어 전진으로 보낸 특수요원들의 보고가 들어왔다. 명나라 병사들이 요하 근처에 도착해 요하를 건널 준비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정보사령관, 특수요원들은 교란 작전을 펼치도록 하시오.”
“넷!”
이제 명나라는 다른 방향으로 공격하지 못하고 심양으로 전진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도착하자 교란작전을 펼쳐 적의 전진을 둔화시키려는 것이다.
적진으로 침투한 특수요원들이 추운 겨울에 작전을 펼치고 있었다.
“저쪽에 있는 건초를 태우고 우리는 철수하지.”
“넷!”
특수요원들은 적진에서 정보수집 활동을 펼치면서 철수할 경우에는 모두 한 번씩 적의 중요한 보급품을 불태워버리는 기습 공격을 펼쳤다.
쉬익! 쉭! 화르륵! 화르륵!
깊은 밤에 10명의 특수요원들이 불화살을 쏘아 건초더미에 불을 지르고 말을 타고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불이야! 적이다.”
야밤에 화공으로 기습 공격을 당한 명나라 군사들은 허둥대며 대진국의 군대가 기습공격을 했다고 판단해 당황했다. 그러나 정신없이 부대를 모아서 주변을 모조리 수색해도 화공을 펼친 대진국의 군사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또 속았어. 벌써 몇 번이나 속는 거야.”
계속해서 기습공격을 당해 중요한 보급품들이 사라지자 명나라는 전진을 늦추고 경계를 더욱 철저하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꽁꽁 얼어붙은 하천도 안심하고 넘을 수 없었다.
대진국의 특수요원들이 가끔은 폭약을 이용해 얼음을 깨트려 놓아 화포가 물속으로 빠지는 사고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좁은 통로인 계곡이라도 지나려면 어김없이 눈사태가 일어나 함부로 전진하지 못했다.
특수요원들의 게릴라 활동으로 명나라 군대는 이동 속도가 점점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보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 전진까지 늦어지자 군의 사기는 점점 하락하고 있었다.
“이렇게 늦게 전진하면 심양에 도착하기 전에 다 얼어 죽겠어.”
“나는 적들이 언제 공격할지 몰라 잠도 잘 자지 못해.”
“그 놈들은 공격하고 말을 타고 도망치니 잡을 수도 없잖아.”
짜증이 날 정도로 방심하면 어김없이 야간에 공격하니 지휘관들은 모여서 소탕 작전을 펼치기로 했다. 그러나 소탕작전을 펼치려고 주변을 모조리 뒤져도 말을 탄 특수요원들을 잡을 수는 없었다. 명나라의 육군은 요하를 넘어서부터 쉽게 전진하지 못하고 시간을 질질 끌었다.
북쪽으로 떠난 태왕께서 이동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벌어주려고 펼치는 교란 작전을 펼치고 있었다.
이지함은 명나라 육군을 요하에서 충분히 잡아 놓았다고 판단해 정보사령관에게 명령을 내렸다.
“목적은 달성했으니 특수요원은 모두 철수하시오.”
“넷!”
특수요원들이 철수됨과 동시에 휴가를 갔던 모든 병사들이 부대로 복귀했다. 휴가를 갔던 병사들은 다들 두툼한 외투나 털목도리 모자 그리고 양말을 많이 가져와 동료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동상 걸리면 큰일이니 조심하자고.”
“고마워!”
이지함이 휴가를 보낸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충분히 월동에 필요한 장비를 지급했다고 하지만 군대란 항상 춥고 배고프다.
전쟁을 앞둔 시점에 휴가를 오게 된 병사들의 가족들은 월동 장비를 스스로 만들어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혼자는 쓰기가 미안하다니 휴가를 나오지 못한 병사들이 사용할 월동장비도 만들어 보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