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4화
<발해 해전의 승리>
심양 근처의 넓은 들판에는 수많은 기마병들이 모여 있었다. 7군단과 8군단 소속인 3만명의 기마병들이 사단별로 모여 훈련을 돌입했다. 기마병들이 무리를 이루어 벌판을 내달리고 있었다.
“와! 돌격!”
“와”
두두두두.
1천명씩 무리를 이룬 기마병들은 함성을 지르고 빠르게 이동했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다소 천천히 달리는 반복적인 훈련을 했다. 때로는 5천명이 무리를 이루어 빠르게 이동하는 연습도 했다.
다소 높은 언덕에 임시로 만든 지휘소에서 최인범은 총사령관인 권철. 국방장관인 이지함, 그리고 이황 국무총리나 각료들과 같이 기마병들의 훈련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총리와 각료들께서는 봉황성으로 돌아가 조선의 움직임이나 주목하세요.”
“넷!”
“조선으로 간 척계광을 속히 불러오고 대신 후임자를 보내시오.”
전쟁이 임박하자 능력이 검증되어 믿을 수 있는 심복 부하들을 옆으로 부르고 있었다. 그래서 근위대도 심양으로 부르고 배도치와 그의 부하들도 모조리 심양으로 불렀다.
‘위험한 작전을 펼치려니 그래도 그 녀석들이 있어야 되겠어.’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들에게도 각자 해야 할 업무를 지시했다. 대부분 명나라가 공격해 와도 비상사태만 선포하고 요동 지역 이외에는 예비군을 소집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공연히 사회 혼란을 일으키는 무리한 동원령을 내리지 마시오.”
전쟁을 수행한다고 생업을 중단하면 전쟁에서 승리를 해도 경제가 엉망으로 변할 수 있어 자중하도록 지시하는 것이다.
각료들이 모두 떠나고 이지함 국방장관만 남았다.
“국방장관은 심양에서 서부 방어의 총 책임자로 전군을 지휘하시오.”
“넷!”
여전히 넓은 평야에서 기마병들의 기동 훈련 상황을 지켜보던 최인범은 권철에게 물었다.
“사령관 어떻소, 기마병들을 이끌고 겨울에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겠소?”
“폐하, 훈련을 했으니 충분히 이동이 가능합니다.”
“중간에 눈이 내릴지 모르니 그에 대비한 야영 훈련도 철저히 하세요.”
“넷!”
아침 일찍 일어나 말을 타고 모여든 기마병들은 수군거리고 있었다.
웅성웅성.
“오늘은 무슨 훈련을 하는 거야?”
“기마병들은 어제와 똑 같이 기동 훈련을 한다고 하던데.”
“또 그런 훈련을 해?”
기마병들의 기동 훈련은 아주 단순했다. 하루 종일 개인당 보유한 3필의 말을 번갈아 갈아타고 이동하는 훈련을 하는 것이다.
아주 멀리 사방으로 붉은 깃발로 표시한 지역을 맴도는 훈련을 반복했다. 그러니 같은 훈련을 반복하자 슬슬 지루해져 꾀도 생기고 정신 상태도 나태해졌다.
“어디로 멀리 가는 것도 아니고 근처만 빙빙 도는 기동 훈련을 반복해서 하다가 보니 너무 지겹군.”
“지겹긴, 그래도 진창인 개울이나 산악 지형도 통과하며 훈련을 하잖아.”
“그렇지만 같은 장소에서 반복한지 벌써 10번이나 되니 지겹지.”
계속해서 기동 훈련을 하는 가운데 드디어 태왕께서 기마병들에게 무거운 개인장구를 짊어지고 장거리를 이동하는 훈련을 명령했다. 그러자 병사들은 더욱 훈련이 지겹기만 했다.
“오리털을 넣은 외투도 입고 기동훈련을 하라니 미치겠네.”
“겨울에 얼어 죽기 싫으면 투덜거리지 마.”
아침과 저녁에는 별로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낮은 아직은 더울 때도 많았다. 두툼한 외투를 입고 기동훈련을 하면 땀도 많이 나서 힘이 들었다. 그리고 이동하다가 명령이 떨어지면 바로 천막을 치고 야영하는 훈련도 했다.
최인범은 임시 지휘소에서 기동병단의 총사령관인 권철과 이지함과 같이 중요한 전략 회의를 하고 있었다. 명나라 군대가 요하에 도착해 심양을 공격하게 되면 기동병단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논의 중이다.
국가정보원장은 명나라로 가있는 정보원들이 수집한 정보를 보고했다.
“폐하, 알탄 칸은 이미 통요 지역으로 향하고 있답니다.”
“결국 통요를 거쳐 북쪽을 공략할 의도로군.”
통요는 동북 평원 남쪽에 위치한 도시다. 그쪽을 통해 진격하면 바로 장춘에 이르게 된다. 알탄 칸에게는 아마도 동북평원과 흑룡 강 일대를 모두 차지하라고 약속한 것 같았다.
최인범은 국가정보원에서 수집한 정보를 듣고 적이 대략 어떤 방향으로 공격하려는지 확실하게 알았다. 그에 대비해 적을 요하에 잡아두고 우회하는 방법으로 적을 후미에서 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우리는 기마병단을 동원해 텅 빈 북경을 기습적으로 공격합시다.”
“넷! 그 작전이 제일 좋습니다.”
문제는 후미를 공격하는 방법이다. 멀리 돌아서 내몽골을 통과해 거용관 통과해 공격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산동성을 기점으로 제택국과 일전을 벌여 서진해서 북경을 압박하는 것이다.
“폐하, 황하를 건너려면 너무 어려울 것 같사옵니다.”
“우리도 황하가 얼게 되면 얼음을 타고 통과하면 되지 않소?”
“폐하, 적들도 해군이 있으니 황하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전략회의를 하던 최인범은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않고 혼자서 결정했다.
‘충분히 다각도로 검토했으니 이제는 실천하는 것뿐이야.’
자신의 작전이 성공하도록 최복동을 불러 은밀하게 지시를 내렸다. 지시를 받은 최복동은 너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대했다.
“폐하, 그건 너무 위험한 작전입니다.”
“짐은 이미 결심했으니 지시한 사항만 그대로 따르시오.”
“넷!”
가발한 전략이지만 태왕께서 직접 참전한다니 말리고 싶었다. 그러나 표정으로 보아 반대해도 태왕께서 이미 결심한 상태라 소용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후우! 경호원들이나 호위병들의 능력을 믿어 보는 수밖에 없어.’
태왕의 복잡한 전략이 성공하려면 반드시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를 완수해야 된다. 그래서 대련으로 가서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내가 실패하면 태왕폐하가 너무 위험해.’
요동지역에서 대진국이 방어와 역습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중에 드디어 명나라가 움직이고 있었다.
한편 북경지역에는 수많은 병사들이 모여들었다.
“드디어 전쟁이 터지는군.”
“우리가 승리를 하겠지? 군사가 100만명을 동원한다니 승리하게 될 거야.”
병사들은 전장으로 떠나야 하니 매우 불안했다. 그러나 100만명의 군대를 동원해 요동 정벌에 나선다니 그나마 조금은 안심하고 있었다.
찬바람에 불어오는 늦가을이 되자 드디어 요동으로 향하는 관문인 산해관으로 명나라 군사들이 빠르게 모였다. 급하게 모은 군사들이지만 그래도 많은 군사들을 모았다.
와글와글.
북경으로 모아진 병사들은 빠르게 동쪽으로 향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요동 정벌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많은 군사들은 대부분 농민군 수준이다. 그저 긴 장창만 휴대한 상태가 많았다.
한편 자금성에서는 조정 중신들이 모여 대진국으로 진군하게 되는 원세창 총병관을 배웅했다. 중요한 출정식이지만 가정제는 참석하지 않았다. 그 대신 왕미미 황후가 태자를 안고 나와서 대신들과 같이 사열을 받으며 출정식을 끝내고 있었다.
“꼭 승리하고 오시오.”
“최선을 다해 반드시 승리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원세창은 본시 산서성 출신이다. 그동안 대진국을 공격하기 위해 함정을 제작하는 책임자로 있었다. 그리고 그 임무를 끝내자 총병관으로 임명되어 드디어 출전하게 되었다.
해군으로 편성된 전투함 200척에 병사가 5만명이다. 육군의 경우 3개 병단으로 나뉘어 선발대는 5만명, 중군 20만명, 후군이자 보급 부대가 25만명이다.
당초에는 남경의 군사들도 참전하기로 했지만 헌강왕은 물자를 보내더니 나중에는 뒤로 빠졌다. 이유는 남경 지역에 외구들의 출몰이 많고 홍수나 전염병으로 군사들을 모집해 참전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헌강왕은 믿을 사람이 못되니 차라리 잘 됐소.”
“대진국을 먼저 점령하고 남경을 공격합시다.”
헌강왕이 병사들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반역자라고 했다. 그래서 대진국으로 진격하기 보다는 대군을 이끌고 남진해서 남경의 헌강왕부터 제거하자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북경을 비우게 되니 대진국의 공격을 받은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해 포기했다. 더구나 이미 몽골의 알탄 칸이나 제태국과 협공하기로 약속해 침공 계획을 변경할 수 없었다.
출정식이 끝나자 원세창은 측근인 장군들과 같이 북경을 떠나 산해관으로 향했다.
“보급품은 충분한가?”
“넷! 충분히 산해관에 확보해 두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당나라 때와 요동을 공격하고 대륙에서 그동안 요동 지역을 직접 공격해보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요동을 공격하기 위해서 많은 자료를 모아 살폈다.
“당나라 때 고구려를 침공한 통로를 따라 가는 것이 최선이야.”
“그렇습니다. 그 방법이 제일 좋습니다.”
아직 추운 겨울이 되지 않았지만 지금 이동을 시작해야 요하에 도착하면 한 겨울이 된다. 추운 날씨로 얼어붙은 요하를 건너 쉽게 요동으로 진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얼음이 화포를 끌고 갈 정도로 두껍게 어는 것은 확인했나?”
“넷! 수시로 첩자를 보내 확인을 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대진국의 성장을 경계한 일부 장군들이 개인적으로 요동지역의 공격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준비를 나름 해두고 있었다.
“감히 우리를 넘보고 황제를 모욕하는 변방의 놈들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몰살해 버려야 되겠어.”
육군이 50만명에 해군이 5만명이다. 그리고 제태국에서도 10만의 병력을 동원해 산동반도 끝에 있는 위해도를 공격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기마병만 10만명에 달하는 알탄 칸도 같이 협공하기로 약속했다. 총 75만명을 동원해 대진국을 공격하기 때문에 대부분 100만명의 군사들이 전쟁에 참여했다고 소문이 났다.
100만명의 병사라면 요동을 장악한 대진국의 서경인 심양을 충분히 점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 곳만 점령하면 다른 곳은 몽골에서 충분히 공략할 수 있어.’
자신들의 계획대로 제태국이 산동반도를 완전히 점령하게 되면 위해 항구에서 함정을 이용해 바로 단동으로 진격할 수도 있었다. 단동으로 가기만 하면 봉황성을 공격해 점령이 가능했다.
“우리가 대진국의 황성을 공격하면 쉽게 무너질 거야.”
산해관에 도착하자 의외로 반가운 소식이 들여왔다. 알탄 칸의 심복인 자마카가 드디어 동쪽을 압박하고 있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고 있었다. 이미 알탄 칸의 부하인 자마카가 먼저 대진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원세창은 급하게 부관에게 명령했다.
“소문이 사실인지 몽골의 알탄 칸의 진영으로 연락관을 보내 확인해 봐.”
“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