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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453화 (453/519)

453화

대진국의 서쪽에 위치한 대흥안령산맥과 접한 지역에 있는 대흥도에서 몽골과 교역 활동을 하며 지내던 설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설화가 이끄는 상단과 교역하고 있는 자마카 족장이 심복부하들도 왔다.

“설화, 그동안 고생 많았소.”

“고생은요. 아진태 왕자는 아주 잘 지내고 신혼 재미로 즐겁게 지내고 있사옵니다.”

“다행이군. 아진태가 한다는 광산업은 잘 진행되고 있소?”

“예. 아직은 광맥을 조사하는 정도지만 그런대로 잘 되고 있사옵니다.”

아진태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별로 욕심이 없었다. 그러나 권력욕이 강한 어미나 외삼촌 때문에 사실 멀리 떠나서 지내고 있었다.

심양에서 지내는 동안 설화는 가끔 이곳으로 와서 태왕과 접했다. 부부관계 때문에 오기도 했지만 자마카를 포섭하기 위한 지침을 받거나 대흥도 발전을 협의하기 위해서다.

설화는 결국 자마카를 설득해 대흥도에서 철수하며 같이 온 것이다.

자마카는 알탄 칸의 부하로 활동하다가 결별하기로 결심했다. 이미 대진국과 상당히 밀착해 서로 교류하다보니 독립적인 부족으로 몽골 동쪽을 차지하게 되었다.

알탄 칸이 명나라와 협상해 밀착되자 자신은 기회다 싶어 강한 쪽인 대진국을 선택한 것이다.

“폐하, 소신 문안 인사드리옵니다.”

별궁으로 찾아와 정중하게 인사하는 자마카를 보자 최인범은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 오시오. 기다리고 있었소.”

이미 설화가 설득이나 협상을 끝냈다. 그 때문에 별다른 대화는 나눌 필요가 없었다. 자마카는 대진국에서 동원(東元)의 군왕으로 책봉되었다.

책봉식에 앞서 자마카는 군마 1만필과 많은 금괴를 태왕께 바쳤다. 앞으로 영원히 대진국의 제후국 군왕으로 충성하겠다는 의미다.

대진국의 제후국으로 세습이 인정되는 군왕이다. 그러나 동원왕국은 앞으로 외교권이 없어 대진국 태왕의 허락 없이는 다른 나라와 군사적인 협력이나 경제적으로 교류하는 외교관계를 맺을 수 없었다.

이런 식의 제후국을 두는 통치 제도는 이미 멀리 남쪽에 유구왕국에서 적용하고 있었다.

몽골인들이 제후국으로 복속된다고 해서 특별한 어떤 혜택은 없었다. 지금처럼 대흥도를 통해 교역을 계속하게 된다. 딱히 특혜라면 대진국은 앞으로 몽골의 다른 부족과 교역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준 것이다. 알탄 칸과의 교역은 완전히 중단하게 된 것이다.

“황비가 약속한 내용은 반드시 지킬 것이오.”

“감사하옵니다. 폐하!”

알탄 칸에게 이런 사실이 알려지는 것은 좋지 않아 간단한 책봉식을 하게 되었다. 책봉식과 더불어 그의 심복 부하들에게는 장군이라 칭호가 하사되었다.

“앞으로 서로 지금처럼 잘 지내도록 합시다.”

“황공하옵니다.”

간단한 책봉식이 끝나고 나자 연회가 시작되었다.

달콤한 미주와 산해진미가 준비된 연회장은 예술학교에서 오게 된 미녀들 20명이 나와 춤을 추었다. 잔잔한 음악 소리와 함께 특이한 형태의 춤을 추는 미녀들을 보던 자마카나 그의 부하들은 입을 떡 벌리고 놀랐다.

‘와! 저렇게 예쁜 여자들도 세상에 있구나.’

20명의 미녀들이 야하게 춤을 추자 더욱 눈이 커지며 침을 흘리며 넋을 잃어버렸다. 말과 함께 험하게 살던 몽골인들이라 엷은 비단 옷을 입고 야하게 엉덩이나 가슴을 마구 털며 춤을 추는 여자들이 모두 하늘에서 내려오는 선녀와 같이 보였다.

“꼴깍!”

“흠!”

다들 마른 침을 삼키며 탐욕스러운 눈으로 미녀들의 몸을 살피고 있었다.

떼를 지어 나타난 미녀들은 엷은 비단으로 만든 무복을 입고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 이곳에 와서 춤을 추는 미녀들은 천축국과 산동성의 제태국에서 왔다. 일부는 천축국의 공주라는 여자들과 같이 지내던 시녀들이라 나이는 모두 20대 후반이다.

여자들은 모두 상당한 미모로 태왕의 후궁으로 내정되었다. 그러나 태왕께서 후궁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다. 결국 타국으로 시집을 보내기로 결정해서 자마카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특이한 옷차림과 요염한 몸으로 요사하게 춤을 추자 자마카나 그의 부하들은 매우 놀랐다. 미녀들이 춤을 추는 동안 다들 넋을 잃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최인범이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내가 피해 줘야 이야기가 쉬워.’

연회장에 남아 있던 강사상 비서관은 자마카 족장에게 넌지시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 미녀들을 모두 자마카 족장에게 하사하신다니 그렇게 아세요.”

“정말입니까?”

“미녀들이 모두 20명이니 족장께서 심복 부하들에게도 나누어 주도록 하시오. 대신 미녀들을 정중하게 대하시오.”

“알았소.”

이미 설화 황비로부터 미녀들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직접 만난 미녀들이 자신들이 생각하던 것보다 미모가 뛰어나자 너무 기분이 좋았다.

자마카는 강사상에게 다시 한 번 맹세를 했다.

“언제고 저희 힘이 필요하면 불러 주세요.”

“알았소. 나중에 태왕폐하께서 부르시면 꼭 약속을 지키시오.”

“그렇게 하죠.”

연회가 끝나자 자마카는 20명의 미녀들을 마차에 태우고 북쪽으로 떠났다. 그들은 떠나면서 태왕을 만나 충성을 서약하고 떠났다.

이제는 알탄 칸 이외에 대진국과 대적하려는 몽골인은 없었다. 특히 명나라와 결전을 앞둔 시기에 후방 지역의 적을 포섭한 일이라 큰 짐을 덜었다.

‘후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파발의 전달을 받은 강사상은 급하게 태왕에게 다가와 보고했다.

“폐하, 황후 마마께서 태자를 낳으셨사옵니다. 감축 드리옵니다.”

자마카와 협상이 잘 마무리 되었다고 판단하던 최인범은 봉황성에서 온 새로운 소식으로 너무 기뻤다. 드디어 자신에게 자손이 생긴 것이다. 기분이 아주 묘했다. 특별한 몸이라 혹시 자손을 볼 수 없나 은근히 걱정했기 때문에 더욱 기뻤다.

전에 황후와 접하고 나서 호랑이와 용꿈을 동시에 꾼 사실이 떠올라 물었다.

“혹시 쌍둥이는 아니고?”

“아니옵니다. 아주 건강한 태자님이라 탄생하셨습니다.”

최인범은 자신이 태몽으로 호랑이 꿈을 꾸었다는 사실을 참작해 즉시 이름을 지었다.

“태자의 이름은 영호라고 지었으니 알려. 영리할 영(怜)에 범 호(虎)로 영호 태자라고 칭하도록. 혹시 이름이 좋지 않을 수 있으니 국장 장관에게 가서 확인해 보도록 해.”

“넷!”

황후 몸에서 드디어 태자가 태어나자 최인범은 즉시 명령을 내렸다.

“태자 탄생을 축하하기 위한 무술 대회를 열도록 해.”

“넷!”

무술 대회를 열어 예술학교에서 데리고 온 여자들을 모조리 포상으로 넘겨주기로 했다. 대진국 군사들의 사기는 충천했다. 그동안 은근히 장차 대진국을 통치할 후계자가 없어 걱정하던 문제가 해결되었다.

무술대회에서 우승이나 준우승을 한 용사들에게 미녀들을 하사하고 연회를 베풀었다. 연회장에서 같이 앉아 있던 설화가 갑자기 헛구역질을 했다.

“우윽! 욱!”

혹시 몸에 탈이라도 났는지 몰라 급하게 여자 군의관을 불러 확인한 결과 임신한 것이 밝혀졌다. 기뿐 일은 겹쳐서 온다고 하더니 드디어 설화도 임신하게 되자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각료들이 득달 같이 달려와 인사를 했다.

“폐하, 감축 드리옵니다.”

“고맙소. 잔치를 하루 더 연장해야 되겠소.”

침소에서 누워 있는 설화 황비를 만나 진지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황비, 앞으로 봉황성에서 지내시오.”

“예.”

설화는 조심스럽게 건의하고 있었다.

“폐하, 앞으로 후궁을 더 들여야 하옵니다.”

“또 그 이야기요?”

“폐하께서는 대국을 이끄시는 황제이옵니다. 그러니 자손이 많아야 하옵니다.”

설화가 후궁을 들이라고 권하는 이유가 있었다. 자마카는 복종의 의미로 자신의 아들과 딸을 심양에 여러 명 데리고 와서 놓고 갔다.

그래서 설화는 자마카의 딸 중에 특이한 미모를 지닌 여자를 후궁으로 받아들이라고 권하는 것이다. 몽골인으로 특이한 미모를 지녔다는 것은 순수한 몽골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소피아와 같이 백인 여인과 사이에 낳은 딸의 미모가 출중하니 자마카의 충성심을 받아 준다는 의미로 빈으로라도 받아들이라고 권하는 것이다.

“알았소. 나중에 고려해 보지요.”

“폐하, 계속 이런 식으로 후궁을 들이는 것을 마다하면 겨우 설득한 자마카 족장이 또 딴 마음을 먹을 수 있사옵니다. 그러니 이번에는 소홀하게 생각하면 아니 되옵니다. 유구왕국의 공주와 같이 어린 시절에 남자와 조금 교제가 있다는 사실을 핑계로 돌려보내면 절대로 아니 되옵니다.”

“그거야 유구 공주가 나와 혼인하기 싫다고 발설해서 그리 된 것이 아니요?”

“그렇지 않사옵니다. 폐하께서 후궁으로 받아 주지 않자 너무 실망해서 유구공주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과거를 들먹여 자작극을 벌인 것이옵니다.”

“황후의 조사가 잘 못 됐다는 거요?”

“황후마마의 잘못은 아니지요. 국가정보원에서 조사한 내용도 사실이지만 그건 너무 세상사를 단순하게 생각해 그리 보고 드린 것이옵니다. 그러니 앞으로 똑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옵소서.”

사실 유구 공주를 돌려보낸 진짜 이유야 미모가 다른 부인들보다 떨어지자 별로 내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발설하기 곤란하다는 것을 알고 황후가 전에 정인이 있다고 돌려보낸 것이다.

‘황후나 나의 속을 모르고 불평하고 쓸 대 없이 걱정하는군.’

대제국의 태왕의 몸이다 보니 황비들에게 사실 속에 품고 있는 마음을 그대로 말하지 못하는 소소한 이런 일들도 발생하고 있었다.

“알았소. 지금은 그렇게 할 여유가 없으니 나중에 고려해 보죠.”

“다는 모르지만 한 명은 받아들이신다고 보아 여기에 두고 가겠사옵니다.”

“알았소.”

결국 설화는 자마카의 딸 3명 중에 2명과 아들 3명을 데리고 봉황성으로 떠나게 되었다. 이제 임신한 몸이라 말을 탈 수 없어 마차를 타고 아주 천천히 이동했다.

멀리까지 마중하던 최인범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몸조리 잘하시오.”

넓은 들판은 추수가 끝나자 좋은 훈련장으로 변했다. 앞으로 군사 훈련에 매진할 때가 된 것이다. 이미 날씨가 점점 추워져 강가는 엷은 살얼음이 얼었다.

‘추위가 더 심해지기 전에 훈련을 끝내야 돼.’

최인범은 본격적으로 대규모로 기마병의 기동 훈련을 시작했다. 조선에서 늦게 합류한 권철을 육군 상장으로 임명해 제7군단과 제8군단을 포함한 기동군 사령관으로 임명했다.

‘문관 출신이지만 병법에 능하니 사령관으로 적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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