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1화
김신완 총통은 태왕으로부터 명나라에서 대가축을 최대한 매입해 상해 시와 제주도로 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
상해 시는 인구가 적고 농토는 넓은 곳이라 최대한 가축을 이용해 농사를 지으려는 것이다. 그리고 해군에게 군인들에게 육류를 넉넉하게 공급하려면 상해 지역에 큰 목장을 운영해야 된다. 그리고 자체적으로 육군에서 필요한 군마를 상해 목장에서 조달하라는 뜻이다.
제주도의 경우 말과 소의 사육 두수를 더 늘리고 나중에 규슈지역을 병합할 경우 대가축을 그쪽으로 보내 개발할 때 이용한다고 했다.
“말과 소를 보내 달라고 협상해. 그리고 여자도 팔라고 요구해.”
“알겠습니다.”
많은 안남미가 들어오고 있지만 남경의 헌강왕에게 보내라는 것도 확실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 상해 시에 식량이 많이 쌓여 있는 것이 노출된 상태라 명나라의 굶주린 백성들이 떼로 몰려 올 수 있었다.
배가 고파 난민처럼 밀려오는 유민들을 군사를 동원해 죽이게 되면 명나라에서 그것을 핑계로 인해전술을 펼치듯이 떼 지어 상해로 몰려올 수 있었다.
‘안남미를 헌강왕에게 판매함으로 여기에 별로 식량이 없다는 것을 나타내라니 기발한 생각이야.’
수입해서 가져온 안남미까지 이곳의 굶주린 백성들에게 풀지 않고 북쪽으로 보낸다면 백성들은 반항한다고 판단했다. 그리되면 자연히 성난 백성들은 헌강왕이나 북경의 황제나 조정을 원망하게 된다.
‘전쟁을 앞두고 적들을 분열시키는 고도의 이간책을 아주 교모하게 쓰시려는 거야.’
물론 식량이 부족한 남경 지역에 비싸게 팔게 되니 주산 담로는 많은 이득금도 챙길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남경으로 간 부관은 결국 많은 소나 말을 보내도록 헌강왕과 협상을 끝냈다. 그리고 소주미인이라고 칭하는 명나라의 미녀들을 받기로 약속했다.
“총통님, 운반할 배가 없다며 안남미를 남경까지 운반해 달라고 요구합니다.”
“대금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지불하고?”
“안남미를 남경에서 인수하고 그때 넘겨준다고 합니다.”
부관의 이런 보고에 김신완 총통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명령을 내렸다.
“그런 방법의 인수인계는 너무 곤란해. 부관. 남경의 헌강왕에게 다시 연락해. 대금은 상해 시에서 받고 운반해주겠다고 협상해.”
“알겠습니다.”
이미 태왕으로부터 장인인 헌강왕을 적으로 상대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러니 대금은 반드시 선불로 받아야 된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되자 결국 남경에서는 많은 말과 소를 상해 시로 보내 달라고 협상했다.
“소는 성우로 보내지만 말은 모두 망아지로 보내겠소.”
“좋습니다. 품종만 좋다면 상관없습니다.”
“미녀는 남경에서 넘겨주겠소.”
“그런 조건이면 됐습니다.”
많은 소나 말이 상해로 보내졌다. 대가축이 들어오게 되자 상해의 북서쪽에 있는 내항에서 쌓여 있던 안남미는 여러 척의 화물선에 실려 남경으로 운반되었다.
상해를 떠나 장강을 거슬러 오르는 대형 화물선을 보자 강변에 사는 백성들은 매우 놀랐다.
“대진국은 너무 강한 나라야.”
“전쟁이 터지면 도저히 우리가 이기기 힘들어.”
명나라 백성들은 소문으로 이미 두 나라가 전쟁을 벌일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대진국의 대형 선박들을 보자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나는 군대를 가고 싶지 않아.”
“강제로 징집하면 어쩔 수 없잖아.”
“그건 염려하지 않아도 돼. 이미 우리가 사는 곳의 관청은 홍수로 모든 기록이 사라졌어.”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징병을 모면하려고 청년들이 이리저리 이동하면서 피했다. 정규군으로 이미 편입한 병사들도 탈영하는 경우가 늘었다.
전쟁이 터지기 전에 남경 지역의 백성들에게 대형함선의 위용을 보여주어 사기를 떨어트리려는 의도로 직접 날라다 준다고 약속했다.
“전쟁이 터지기고 전에 명나라는 벌써 패배한 거야.”
“총통님, 잘하면 남명에서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겠군요.”
“폭동도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처리하면 반드시 남경지역에서도 홍건적이 출연할 거야.”
북경에서 벌어진 사건이 남경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이번의 계책은 모두 멀리 떨어져 있는 태왕께서 지시했다. 김신완 총통은 태왕의 지시를 성실하게 따르고 있었다.
남경에 화물선이 도착하자 주변에 사는 백성들이 배에 올라 하역 작업을 시작하려고 했다.
그러자 화물선 선장들은 반대했다.
“화물선으로 올라올 수는 없소. 그러니 아래에서 볏 가마를 받으시오.”
“아래로 던진다는 거요?”
“아니요. 하역 장비가 있으니 염려하지 마시오.”
하역 장비라고 해 부두에 새로운 장치를 설치했다. 나무로 만든 긴 홈통을 통해 가마니를 미끄럼타기로 내려 보내는 방식이다.
“저울을 가지고 올라와 무게를 확인하시오.”
“알겠소.”
화물선에 실린 가마니들을 계속해서 틀 위에 올려놓고 남경에서 오게 된 관리가 무게를 달았다. 무게 확인이 끝나면 바로 미끄럼틀에 계속해서 바닷물을 퍼서 뿌리고 내려 보냈다.
“빨리 빨리 우마차를 대기시키시오.”
“알았소.”
한번 말린 벼를 다시 바닷물에 조금 적시게 되면 바로 도정해야 된다. 그러니 도정하기 위해서도 안남미를 멀리 북경으로 보낼 수 없었다.
고의적으로 물에 적시는 방법으로 하역해주었다. 하역을 끝내고 나자 남경 근처에서 모은 남경 미인들을 화물선에 싣고 떠났다.
헌강왕은 결국 남경의 도정 시설을 모조리 가동해서 도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전하, 물에 조금이라도 젖은 벼는 도정해도 습기가 있어 북경으로 운반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 햇볕에 잘 말려야 하옵니다.”
“그렇게 해.”
워낙 많은 안남미가 들어오게 되자 사방에서 도정한 쌀을 말릴 수밖에 없었다. 완전히 말린 쌀을 다시 가마니에 넣어 북경으로 보내려니 백성들이 구름 같이 몰려와 강하게 항의했다. 군사들도 합류해 헌강왕에게 반기를 들었다.
“북경으로 쌀을 보낼 수 없습니다. 쌀을 우리에게 나누어 주세요.”
“전하, 우릴 이대로 굶겨 죽이시렵니까?”
워낙 많은 백성들이 몰려와 항의했다. 헌강왕은 본시 북경으로 보낼 생각이던 안남미를 남경지역의 상인들에게 넘길 수밖에 없었다.
헌강왕은 안남미를 자신이 지니고 있다가는 공짜로 나누어줘야 될 것 같아 상인들에게 판매해 버린 것이다.
“상인들을 찾아가 쌀을 사시오,”
백성들은 쌀을 가지고 있는 상인들을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쌀 가격은 전에 비해 3배는 올랐다.
“도적놈들.”
“이 어려운 때 떼돈을 벌 생각으로 가격을 높였군.”
식량이 부족한 백성들은 높은 가격을 부르는 상인들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원망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딸들을 넘겨주고 식량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부모나 가족에게 버림을 받아 팔려가는 여자들은 너무 억울했다.
‘나를 이렇게 버리다니 두고 보자고.’
모두가 부모를 원망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은 가족들을 원망했다. 대부분 어린 소녀들은 미모에 따라 분리되었다. 미모가 뛰어난 소녀들은 모두 봉황성으로 보내 있었다. 보통으로 생긴 소녀들의 경우는 멀리 동해도나 또는 극동도 지역으로 떠나고 있었다.
대규모로 화물선을 확보한 대진국은 계속해서 남해도를 경유해 날아오는 안남미를 명나라에 판매했다. 판매대금으로 대가축이나 또는 여자들을 데려가고 있었다.
대진국은 현난풍이 남해도로 운반해온 안남미를 남경으로 넘기고 큰 이득을 남겼다.
“앞으로 명나라가 계속 흉년이 들면 좋겠어.”
“그렇게 되면 결국 우리 무역상도 손해를 보게 돼.”
그래서 그런지 대진국의 주산 담로 총통은 무역상들을 모아 놓고 무역 방침을 말해 주었다.
“앞으로는 담로에서 안남미 수출을 관여하지 않겠소. 그러니 얼마를 수입해서 수출하던 상관하지 않으니 상해로 가져오지 말고 남경으로 직접 가져가 판매하도록 하시오.”
“그리되면 우리의 안전은 누가 책임지나요?”
“그거야 무역선의 선주들이 책임 져야 합니다. 우리 해군은 본래 하던 업무만 하게 될 것이다.”
본래 하던 업무란 주산군도를 초계하거나 또는 제주도와 수시로 오가며 소금을 운반하는 운송업이다. 관할 구역을 벗어나서 해군이 보호해주지 않겠다는 의미다.
“우리끼리 뭉쳐서 다닙시다.”
“좋소. 그렇게 합시다.”
대진국의 화물선들은 이제 남해도를 기점으로 계속해서 안남미를 사와 직접 남경으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무역업을 하고 있었다.
한창 바쁘게 무역하던 무역상들은 가을이 되자 안남미 수입을 일시 중단했다. 가을에 추수가 시작되자 전과 같이 고가로 안남미를 판매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보다 이득금이 적으니 다른 품목으로 바꾸어 무역을 새로 시작해야 되겠어.”
“뭐를 품목으로 정해 사업하려고?”
“주석이나 아연이 많이 난다니 우리 안남까지 직접 가서 수입해 오자고.”
“알았네.”
무역상들을 남경 지역에서 여전히 반출되는 도자기들을 모아 안남으로 보내고 대신 무기제작에 필요한 금속을 수입할 생각이다.
무역상들이 안남까지 직접 진출하려고 남쪽으로 떠나는 중에 남해도로 가길 원했던 이정돈 상령에게도 태왕의 명령이 도착했다.
“남해도에도 분견대를 두겠다고 하셨군.”
“분견대를 구성할 함정이 올 때까지 해군 수를 늘려야 되겠습니다.”
“그렇게 해.”
이정돈은 남해도로 갈 준비로 바빴다. 얼마 시간이 지나자 봉황성에서는 전함 10척과 전투함10척 그리고 보급함 20척을 보냈다. 동시에 남해도의 총통을 비롯한 많은 관료를 보냈다. 그리고 현난풍이 요구한 그대로 천일염을 생산할 염전을 만들 기술자들과 염부들을 보냈다.
“총통님, 가족들도 같이 갑니까?”
“그렇소. 앞으로 남해도로 가서 잘해 봅시다.”
태왕께서는 멀리 남쪽으로 가서 총통과 협력해 방어도 하고 개발에 참여하게 된다. 이정돈을 상령에서 대령으로 한 계급 올렸다.
명나라가 자연재해로 문제가 발생한 틈을 타서 주산 담로의 영역을 상해 시까지 확장하고 안전한 지역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남해도도 대진국의 영토로 만들기 위해 군대를 보내는 것이다.
한편 태왕께서는 여전히 심양에서 군사훈련을 감독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