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화
상해의 서쪽에 건설된 운하의 입구에 도착한 이정문은 크게 환호성을 토했다.
“와! 운하가 전보다 더 넓어졌어.”
“대장님, 이제 운하를 통해 전함도 마음대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그렇겠어.”
상해지역을 남북으로 이어주는 운하의 폭은 무려 50미터에 달했다. 전보다 운하의 폭이 대폭 늘어나고 깊어졌다. 그렇게 되자 서쪽으로 가게 되는 중간 중간의 통로에는 돌다리가 새로 놓였다.
“판옥선의 돛대가 다리 때문에 걸리게 되니 판옥선의 돛대를 눕힐 수 있도록 완전히 개조해야 되겠군.”
“알겠습니다. 바로 개조해 철저히 대비하겠습니다.”
“노의 길이도 짧게 만들고.”
“넷!”
근해만 오가며 초계활동을 하는 판옥선이라 새롭게 개조해서 이곳의 운하를 마음대로 오갈 수 있도록 조치를 내렸다.
이종돈은 상해지역의 운하를 돌아보고 나자 토성으로 만든 곳에서 돌로 웅성 형태 건설된 입구에 있는 건물로 가게 되었다.
건물은 평소에는 출입하는 명나라 인부를 감시하고 나중에는 육군이 경비병으로 군무할 곳이다. 이정돈은 이곳으로 와서 전체 토지와 명나라 인부를 관리하고 있는 내소사 직원에게 물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돌다리를 놓았지요? 돌을 다듬기 위해 시간이 오래 결릴 것인데.”
“대장님, 명나라의 소주에서 오래된 큰 저택이나 성곽이 홍수로 무너지자 다시 복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부서진 시설들에 널려있던 석재를 모두 이곳으로 운반해서 돌다리와 성문을 웅성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소주에도 태풍으로 피해가 심했군.”
“그렇습니다. 여기는 그저 농토가 매몰된 정도로 끝났습니다. 그곳이나 다른 도시들은 많은 성곽이나 도시의 대저택들도 침수당해 상당히 많이 무너졌사옵니다.”
아무리 돌을 재활용 했다지만 공사 기간이 너무 빨라 이상했다. 그래서 궁금한 점을 물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명나라 사람들이 와서 일했나요?”
“최고로 많을 경우는 하루에 20만명까지 와서 공사장에서 일했습니다. 그래서 복구공사나 운하와 도로들의 확장 공사가 빨리 끝났습니다.”
하루에 20만명이나 동원해 공사를 했다니 어이가 없지만 어느 정도 이해되었다.
“지금은 얼마나 남아서 마무리 공사를 하고요?”
“지금은 약 2만명만 남아서 건축 공사장에서 노무자로 일합니다.”
대규모로 명나라 인부들이 유입되어 공사를 했기 때문에 곳곳에는 대형인 수용시설들이 건설되어 있었다. 명나라 인부들이 떠난 수용시설은 앞으로 학교로 사용하거나 또는 군부대가 사용할 병영으로 보였다. 건물 옆에는 커다란 운동장이 있었다.
그렇더라도 남게 되는 대형 시설이 너무 많다고 판단해 물었다.
“남게 되는 건물은 앞으로 어떤 용도로 사용하지?”
“그야 대부분 비축창고로 사용하게 됩니다.”
당장은 농산물 생산량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생산량이 늘면 반드시 큰 창고가 많이 필요했다. 창고로 활용될 건물들은 대부분 장강 변에 있는 부두 시설 근처에 있었다.
‘앞으로 이곳은 남명의 생명줄을 쥔 경제 중심으로 변하게 생겼어.’
태왕폐하께서는 주산도를 국제항구로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장차 상해를 중심으로 대륙의 장강을 장악해 발전시킬 계획까지 세우신 것 같았다.
국경선에 해당하는 운하가 넓어진 만큼 옆에 제방을 겸해 쌓아놓은 토성의 높이도 이제 30미터에 달했다. 제방의 폭도 하부는 50미터에 달하고 상부는 20미터 폭으로 건설됐다.
그리고 내부에 건설된 배수로도 폭이 50미터나 30미터로 늘어나 운하와 같이 변했다. 모든 배수로는 넓고 깊게 파지고 곳곳에 깊이 파놓은 연못들도 많아졌다.
앞으로 큰 홍수가 일어나도 충분히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거창하게 공사를 끝내 놓았다.
‘이제 이곳으로 이주민만 많이 오게 되면 빠르게 발전하겠어.’
얼마 전의 대홍수로 떠밀려온 많은 토사로 상해의 전 지역이 전보다 50센티미터 이상 높아졌다. 그러나 운하인 배수로를 많이 건설하고 연못도 전보다 많이 건설해 평균적으로 1미터 이상은 지대가 높아진 상태다.
“대장님, 앞으로 홍수로 토사가 밀려와 배수로나 저수지가 매몰되면 준설해서 계속해서 주변을 점점 높일 예정입니다.”
“그렇게 인위적으로 지대를 높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대장님, 그렇지 않습니다. 이곳에 와서 인부로 일하려면 반드시 새로 들어올 때 흙을 한 자루씩은 가져와야 합니다. 그런 인부의 수가 전에는 하루에 10만명에 달했고 지금은 2만명이 됩니다. 보시다시피 주택지는 전보다 3미터 이상 높아졌습니다.”
결국 전에는 2층으로 지어진 주택은 지하실이 있는 단층 구조로 변했다. 어찌 되었건 해수면에서 불과 10-30미터 이내이던 지역이었다. 이제는 제법 전체적으로 보아 2미터 이상은 높아졌다. 물론 여전히 낮은 곳이 있었지만 차츰 높여 나가게 된다.
인부들을 고용하는 재물은 모두 남해도에서 가져온 안남미로 충당했다. 해군이나 육군에서 보유한 무기들을 남해도로 보내주고 대신 차지하는 안남미는 모조리 국고에 귀속되어 상해 지역으로 재투자되었다. 관공서 건물이나 부대 주둔지 건설에 소요되었다.
무역상들은 명나라에서는 기존에 제작된 도자기나 또는 금속 괴를 받고 대신 안남미를 넘겨주었다. 무역상들은 이런 안남미의 거래를 통해 부가 축적되자 다들 상해 지역에 투자했다.
대규모의 토지를 매입하고 명나라 사람을 고용해 우선 농업을 시작했다. 명나라 사람을 상해에 정착시키지 않도록 명령을 내렸다. 그 때문에 명나라의 농부들은 매일 출퇴근하고 있었다.
그래서 운하 밖으로 2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는 즐비하게 빈민촌이 형성되어 있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자루에 흙을 담아오고 저녁에 퇴근할 때는 안남미인 벼를 담아서 돌아가고 있었다.
지금은 농토로 사용하는 곳이 많으나 차츰 도시가 발전하면 주택지나 상업지역으로 바꿀 예정이다.
‘무역상들은 먼 미래를 보고 토지를 사고 있어.’
상해 시는 태왕께서 특별히 신경 쓰는 곳이다. 또한 장강의 제일 끝에 위치해 앞으로 국제무역항으로 발전할 것을 기대하고 투자했다.
“농장을 소유한 무역상들은 앞으로 벼농사를 짓겠다는 군요. 이곳에서도 잘하면 2모작이 가능하다고요.”
“그렇겠어. 조생종을 들여오면 가능해.”
당초 태왕께서는 그저 거저줍다시피 헐값으로 산 땅이다. 그러나 무역상들은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논 가격에 해당되는 재물로 매입했다. 태왕의 대리인인 내소사 관리에게 재물을 넘겨주었다.
육군이나 해군의 무기 판매로 생긴 이득금은 이곳에 필요한 관공서를 짓거나 항만 시설을 만드는데 사용했다. 상해는 국유지가 아닌 태왕폐하의 개인소유라 관공서가 들어설 곳을 제외한 토지 매입 대금은 황실의 내탕금으로 흘러 들어갔다.
‘역시 돈 버는 방법은 무역상들이 태왕페하를 따라가기가 어려워.’
내소사의 관리를 만난 이정돈은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슬며시 물었다.
“내소사로 들어가는 토지 매입 자금은 어디에 사용하나?”
“대장님, 여기서 토지를 판 대금의 용도가 궁금한가요?”
“그렇소?”
“폐하께서는 여기서 생긴 자금의 반은 봉황성으로 보내고 반은 단동의 조선소에서 건조되는 화물선을 대대적으로 매입해 점차 늘리고 있습니다.”
화물선을 늘린다는 말에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화물선을 구입하는데 ‘대대적이라는 표현을 쓰는가?’ 하고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화물선을 얼마나 매입하려는 거요?”
“화물선을 200척은 더 늘린다고 하십니다.”
“그렇게 많이 늘려요?”
“예, 단동의 조선소에서 건조하지만 이제는 연해 시에서도 화물선을 계속해서 건조 중입니다.”
이정문은 아직 자신의 보고서가 봉황성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화물선을 대폭 늘린다는 것이 다소 이상했다.
‘도대체 어디에 쓰신다고 그렇게 많은 화물선을 전조하지? 이상하군.’
태왕께서는 분명 어떤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화물선을 확보하는 것 같았다. 북경 지역에 명나라 군대가 집결하고 있는 중이라 아마도 그때를 대비하는 것 같았다.
‘나는 상해에서 정착하기는 재물이 부족해서 어렵겠어.’
이정돈은 상해 시가 발전하고 있지만 이미 무역상들이 토지를 대량으로 매입해 너무 가격이 오른 상태라 정착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저 군인으로 산다면 모를까 자신도 대규모의 토지를 보유한 농장주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다. 그러니 토지 가격이 상승한 이곳은 자신의 재력으로는 정착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기회가 생기면 남해도로 가서 대형 농장을 만들어 봐야 되겠어.’
이정돈은 상해를 돌아보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었다. 분견대 사령부가 있는 보타도로 돌아온 이정돈은 태왕께 보내는 서찰을 썼다. 자신을 남해도로 보내 달라는 주청을 드린 것이다.
이런 주청을 봉황성으로 보내고 나서 휴가를 끝내고 돌아온 병사들에게 지상 훈련을 명령했다.
“앞으로 격군은 상륙 작전을 펼치게 되니 다들 상륙작전에 필요한 지상 훈련을 시작해.”
“넷!”
해군들이 군사 훈련을 시작하자 육군도 정상적으로 주산도를 중심으로 훈련에 돌입했다. 이미 남경의 헌강왕이 당초 약속과 달리 북경의 조정과 결탁했기 때문에 이곳에서도 전쟁이 터질 수 있었다.
훈련을 하는 병사들은 다들 투덜거렸다.
“어지간하면 그냥 독립하지 뭐 하러 북경으로 식량을 보내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거야?”
“사람의 욕심이라 끝이 없잖아.”
점점 강도 높게 훈련에 돌입하자 명나라 사람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도 전에 비해 군사훈련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아니 투덜거렸다.
“헌강왕께서 정향 대공주님을 죽게 놔두려고 이러시나?”
“아무튼 높으신 분들은 우리와는 생각하는 점이 달라도 너무 달라.”
고향을 떠나 힘든 노동으로 어렵게 식량을 구해서 살고 있다. 굶어 죽지는 않게 되자 이런 작은 행복도 깨질 것 같아 불안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해 시의 방어벽은 더욱 튼튼해지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상해로 들어와 일하던 2만명의 인부들을 하루에 1천명씩 줄이고 있었다.
“더 이상 그대들에게 줄 식량이 없으니 그만 오시오.”
“가면 굶어 죽습니다.”
“어쩔 수 없소. 그대들의 지도자를 찾아가 식량을 구해 달라고 하시오.”
분명 무역선들이 계속해서 식량을 날라 오고 있는데 식량이 없다고 인부들의 고용을 줄이니 다들 미칠 지경이다.
어느새 밤에는 서늘한 가을이 다가오고 있었다. 태왕께서 확보하라던 화물선들이 주산 담로로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화물선에는 제주도를 비롯해 경상도 지역에서 이곳으로 이주해 오는 농민들이나 어민들이 많았다.
“이곳에서 소작료 없이 농사를 지으시오.”
“계속 소작료가 없나요?”
“그렇지는 않소. 내후년부터는 소작료를 내야 합니다. 소출의 2할입니다.”
경상도 지역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그곳은 경지 면적에 비해 토지가 적기 때문이다. 전라도 지역은 이미 인구수가 많이 줄어 더 이상 이주민을 데리고 오기가 힘이 들었다.
남해도를 통해 대량으로 안남미가 도착해 쌓이게 되자 총통인 김신완은 남경의 헌강왕에게 부관을 보내기로 했다. 어찌된 일인지 태왕께서는 헌강왕에게 안남미를 판매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부관, 남경으로 가서 협상해.”
“미곡을 넘겨주고 헌강왕께는 뭐를 달라고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