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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449화 (449/519)

449화

현난풍의 말에 이정돈은 화들짝 놀랐다. 그곳을 가려면 멀기도 하지만 바다에서 폭풍이라도 만나면 모조리 침몰될 수도 있다.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이정돈에게 현난풍은 다시 설명했다.

“기왕에 바다를 통해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난 처지니 아주 멀리 가서 정착할 생각이오. 그러니 태왕폐하께서 여기를 행정구역인 도로 삼던가 아니면 담로로 삼아 통치하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중대한 문제를 구두로는 태왕폐하께 보고하기 곤란합니다. 제독님께서 정식으로 인장을 찍은 서찰을 써주세요.”

“그러죠.”

현난풍은 태왕께서 하사한 인장을 날인한 서찰을 써서 넘겨주었다. 자신은 남해도를 떠나 멀리 가볼 생각이니 앞으로 이곳으로 관료를 보내 달라는 보고서를 쓴 것이다. 물론 발전에 필요한 기술자들이나 학교 선생들도 보내달라고 자세하게 썼다.

“지금 당장 떠나는 것은 아니니 그런 점도 꼭 강조해서 태왕폐하께 보고를 드리세요. 어차피 그곳에 가서 정착하려면 최소한 정착에 필요한 기술자들도 충분히 확보되어야 떠나니까요.”

“그렇겠군요. 아메리카는 워낙 먼 곳이니까 정착하려면 준비를 단단히 해야 되겠네요.”

“그래서 여기를 기반으로 지금부터 준비할 생각이죠.”

많은 사람을 싣고 떠날 생각이라 배가 더 필요해 우선은 이곳을 빨리 발전시켜야 된다고 했다. 이정돈은 현난풍의 계획을 듣고 문뜩 자신도 동참하고 싶은 느낌이 생겼다.

‘나도 멀리 떠나서 새로운 세상을 구경하고 싶군.’

이렇게 생각이 들었지만 대진국은 명나라와 일전을 앞두고 있다. 더구나 조선도 온전하게 합병시키지 못했다. 그러니 태왕께서 현난풍에게 쉽게 떠나도록 많은 배를 판매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난풍은 남해도에 대해 설명했다.

“이곳은 제주도와 다르게 철이나 구리들도 매장되어 있어 발전시킬 가능성이 높은 곳이죠. 더구나 이모작이나 삼모작이 가능하고 인구도 적으니 대진국에서 반드시 영토로 삼아야 합니다.”

“그렇군요. 오래 사람들이 개발하지 않아서 큰 나무들도 많군요.”

“그렇지요. 내가 보기에 대진국의 어느 지방보다 여건이 좋은 곳이라고 판단됩니다. 바다에는 수산물도 아주 많아 어업만 발전시켜도 좋은 곳이죠.”

이정돈 상령은 남해도에 대해 더 자세하게 살펴야 정확하게 보고하게 된다고 판단했다.

“남해도를 한번 돌아보고 싶군요.”

“좋소, 내가 말을 드릴 것이니 한 번 돌아보시오. 그러나 길이 워낙 좋지 않아 돌아보려면 힘이 들 거요.”

“그렇다면 함정을 타고 돌아보죠.”

“알겠소. 그렇다면 우리가 작성한 해도를 드리죠.”

“감사합니다.”

이정돈은 담수 항으로 돌아와 무기를 모조리 내려놓았다. 자신이 인솔해 온 전함과 전투함 그리고 보급함에 쌀을 싣도록 지시했다.

“모두 쌀을 싣고 떠나도록 해. 나는 조금 먼저 출발해 남해도를 한 번 돌아보고 떠날 것이니.”

“명을 따르겠습니다.”

명나라의 해안선을 따라서 이동하면 별로 어려운 바닷길이 아니다. 그 때문에 함정들은 먼저 떠나도록 지시하고 자신은 남해도를 돌아보고 나서 귀환할 생각이다.

‘망원경으로 해안을 살펴도 대략 어떤 섬인지 알 수 있어.’

이정돈이 인솔하는 함정들이 모두 담수 항을 떠나자 현난풍도 전함과 전투함의 함장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전투함 2척만 남고 모두 무역품을 싣고 안남으로 떠날 준비해.”

“넷!”

주산 담로로 돌아간 무역선들이 다시 무역품을 싣고 돌아오기 전에 안남으로 가서 안남미를 대량으로 사올 생각이다.

‘유구에서 대마불이 철저하게 단속할 것이라 앞으로 왜구들의 수도 대폭 줄어들 거야. 안남과 무역해야 재물을 모을 수 있어.’

안남으로 가다가 보면 서양에서 온 무역선을 만나면 횡재를 한다. 이미 광동 성의 남쪽에 진출한 포르투갈의 범선들이 가끔 눈에 띄는 경우가 있었다.

무역품을 싣고 가다가 서양에서 온 범선을 만나면 본래 목적대로 약탈하기 위해 공격하고 있었다. 왜구의 수가 줄어든 대신으로 그런 범선을 공격해 이득을 취할 요량이다.

현난풍이 안남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 동안. 이정돈은 전함을 따고 남해도의 서쪽 해안을 따라 이동하고 있었다.

“함장, 해도에 그려진 암초를 조심하고 이동해.”

“넷!”

비록 바다 속에 있는 암초까지 그려진 정밀하게 만들어진 해도가 있다고 하지만 처음 오게 되는 해역이라 매우 조심스럽다.

남해도는 더운 지역이라 망원경으로 보이는 해안의 풍경이 무척 이채로웠다. 커다란 열매가 열린 야자수도 많고 가끔은 아주 작은 배를 타고 원주민들이 물고기를 잡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그런 원주민은 별로 눈에 뜨이지는 않고 마을이라고 볼 수 있는 곳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원주민의 수가 많지 않은 곳이군.”

“분견 대장님, 원주민은 생김새가 명나라 사람과는 전혀 다릅니다.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동남아시아에서 산다는 사람과 비슷합니다.”

“그렇군.”

원주민들은 피부가 다소 검고 덩치가 작았다. 마른체형이라 명나라의 남명 사람과는 확실하게 달랐다. 이정돈의 판단에는 아마도 동남아시아의 섬에서 사는 종족들이 배를 타고 이동해 정착한 것 같았다.

남해도를 돌아서 가다가 보니 남쪽 지역에는 항구로 사용하기 좋은 장소가 보였다. 전함은 해변에 접안하고 나서 야생 상태로 있는 야자수에서 열매를 따서 실었다.

“기념으로 가져가야 되겠어.”

“여기서 이런 야자열매를 운반해서 명나라나 조선에 팔아도 충분히 이득이 많이 남겠습니다.”

“그렇겠지. 그런 무역이야 무역상들이 알아서 할 것이고 우리는 우선 기념품으로 가져가자고.”

“넷!”

이정돈은 화물칸이 텅 비어 일주를 끝내고 담수 항으로 들어가 안남미를 가져가려던 계획을 바꾸었다. 그래서 야생 상태로 널려 있는 야자열매를 따서 화물칸을 채우고 바로 주산 담로로 귀환하기로 했다.

이곳은 항구로 만들기 좋은 여건이고 또한 야자수는 물론 농지로 만들 수 있는 평야지대가 넓었다. 그래서 함장에게 지시했다.

“앞으로 여기도 집중해서 개발할 가능성이 높으니 이곳을 해도에 정확하게 표시해.”

“넷!”

나중에 혹시 태왕께서 직접 이곳을 통치하게 되면 집중해서 개발할 수 있으니 해도에 표시하는 것이다. 대략 돌아 봤지만 남해도의 서쪽 지역은 경사가 완만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토지가 넉넉해 보였다. 그러나 동쪽은 경사가 너무 급해 농토로 사용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농업은 물론 광업이나 수산업도 동시해 발전시키는 것이 좋겠어.’

이정돈은 남해도를 일주하며 직접 목격한 사실을 아주 세세하게 적었다. 본시 해군으로 들어오기 전에 조선에서 진사까지 했었기 때문에 나름 문장 실력이 있었다. 물론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기록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풍물을 보고 자신의 소감을 적고 있었다.

‘이곳은 해상왕국인 백제 시대의 행정구역인 담로가 있던 곳이야. 항구나 강의 이름이 담수라는 것은 분명 담로에서 유래된 것이야.’

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이정돈은 남해도에 대해 애착심이 생겼다. 이곳을 대진국에서 차지한다면 열대지방에서부터 북극지방까지 영토로 변하니 필요한 모든 물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해 조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남해도 일주를 끝낸 이정돈은 잠시 단수 항에 들려 보급품인 식수를 싣고 서둘러 북쪽으로 향했다. 그가 떠나는 가운데 어느새 주산 담로로 안남미를 나른 무역선들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역시 돈 벌이가 된다니 무역선이 빨리 움직이는군.”

“대장님, 무역선에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이주민들 같습니다.”

“허! 벌써 이주하려는 사람들이 있나보군.”

이정돈은 다음을 기약하고 서둘러 북쪽으로 향했다. 북쪽으로 향하면서 명나라 해변을 망원경으로 자세하게 살폈지만 근해에도 어선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왜구들의 노략질 때문에 명나라는 이제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으려는 어민들은 완전히 사라졌어.’

물론 시간이 조금 흐르면 명나라도 작은 어선을 건조해 근해 어업을 다시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적어도 몇 년 후에나 가능해 보였다. 워낙 왜구들이 노략질을 심하게 해서 해안에 위치한 어촌은 물론 큰 도시들도 완전히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명나라는 왜구라면 철전지 원수로 여기겠군.”

“제가 보기에서 너무 심하다 할 정도로 약탈을 당했군요. 지금은 왜구가 잘 나타나지 않지만 해변에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네요.”

인간이란 오지인 깊은 산속 보다는 강변이나 해변에서 사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유야 물이 있어야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태초에 수렵이나 어업을 통해 인류가 점차 발전했으니 인간들은 본능적으로 물가에서 정착하는 것이다.

해변에서 살던 어민들이 모두 내륙으로 떠났으니 명나라 사람들의 생활이 전보다 나빠졌을 것은 확실했다. 이전돈은 해변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해 드디어 주산 담로의 보타도에 도착했다.

떠날 때는 태풍 피해로 엉망이던 보타도는 이미 전보다 더 튼튼한 벽돌집으로 건물들이 신축되어 있었다. 부두도 접안 시설이 더 크게 확장되고 전혀 다른 형태로 변했다.

하선해서 남해도에서 가져온 물건을 하역하며 부두를 돌아보던 이정돈은 너무 빨리 변한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허! 짧은 기간에 너무 빨리 변했어.”

그러자 해군 상사가 옆에서 답해 주었다.

“대장님, 명나라에서 인부들을 5만명이나 데리고 와서 빠르게 복구와 신축 공사를 끝내서 그렇습니다.”

“뭐라? 좁은 이곳에 5만명이나 와서 공사를 했어?”

“넷! 명나라야 태풍과 홍수로 너무 엉망으로 변해 살기가 너무 힘들어 떠도는 유민들이 많아 식량만 준다면 얼마든지 데려와서 일을 시킬 수 있었습니다.”

“무역상이나 우리 해군이 가져온 안남미는 어떻게 하고?”

“그야 모두 인건비로 넘겨주거나 또는 명나라 도자기와 바꾸었습니다. 해군이 가져온 식량은 우선 군량미로 비축해 놓았고요.”

“해군이 가져온 식량을 군량미로 비축해 놓았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군.”

이정돈은 우선 총통을 만나 귀환보고를 하고 현난풍이 원하던 사항에 대해 말했다. 염전을 비롯해 무기를 만드는 기술자까지 보내달라는 요구다.

듣고 있던 김신완 총통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현 제독은 너무 욕심이 과하군. 폐하께서 그런 정도로 봐줬으면 만족할 줄 알아야 하는데. 더 넓은 곳으로 간다고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하다니.”

“총통님, 저도 현 제독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판단하지만 폐하께서 결정하실 일이니 보고는 해야 합니다.”

“알았네, 자네도 폐하께 직접 보고할 자격이 있으니 서찰을 가세하게 써서 보내도록 하게.”

“넷!”

오랜 만에 귀환했기 때문에 해군들은 휴가를 보내는 중이다. 이정돈은 태왕께 보고서를 작성해 무역선을 통해 봉황성으로 보냈다.

이정돈은 부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우리는 상해로 가보지. 그곳도 폐하께서 특별히 신경 쓰는 곳이니까.”

“넷!”

이정돈은 상해를 오가는 판옥선에 올라 보타도를 떠났다. 그가 상해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자신도 이제 혼인하고 정착할 심산이기 때문이다. 남해로 갈지 상해에서 정착할지 결정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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