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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448화 (448/519)

448화

<안남 지역과 무역>

자연재해로 대규모의 유민들이 발생했다. 그런 사태가 발생하자 북경의 조정은 오히려 군대를 빠르게 모아 전쟁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가을에 동쪽으로 이동해야 요하가 어는 겨울에 심양에 도착하게 되니 서두르세요.”

“넷!”

명나라의 정권을 완전히 장악한 왕 황후는 주변국과 활발하게 협상을 벌였다. 거용관을 점령한 알탄 칸과 전쟁을 벌이던 중에 협상했다. 내용은 금괴를 넘겨주면 몽골의 기마병은 서서히 철군해 올 가을에는 대진국을 상대로 협공을 펼치도록 약속했다.

대진국은 금나라를 이어간다고 주장했다. 대진국이 강하지면 결국 몽골도 무사할 수 없으니 같이 공격하자고 꼬인 것이다. 더구나 많은 금괴를 넘겨주고 유민인 여자들을 1만명이나 보내주어 약속을 지켰다.

심양과 대련만 자신들이 차지하고 나머지 요동 지역 전체를 몽골에서 차지하라는 식으로 협상했다. 그러자 알탄 칸은 왕 황후가 제시한 미끼를 덥석 물어버렸다.

그 결과 거용관을 점령하고 있던 알탄 칸은 내몽골 지역으로 철수했다. 대진국을 침공하기 위해 바로 동쪽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협공을 펼치기 위해 멀리 떠난 것이다.

‘가을까지만 무사히 지나가면 대진국을 공격해 끝낼 수 있어.’

몽골과 이런 협상을 끝내자 왕 황후는 사신을 제태국으로 보냈다. 그렇게 해서 국왕인 장광윤과는 산동성을 완전히 넘겨줘 세습하는 제후국으로 인정해 주기로 했다. 그리고 명나라에서 전쟁을 벌이면 동시에 대진국의 위해도 지역을 공격하기로 약속했다.

명나라에서는 비밀스러운 전쟁 준비를 별도로 시작하는 중이다. 해군 양성을 서두르고 있었다.

“배를 크게 만들어 화포를 장착하면 대련까지는 충분히 이동할 수 있어.”

바다와 접한 곳에만 조선소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명나라는 황하의 내륙에서 비밀스럽게 많은 배를 건조하고 있었다. 먼 바다를 익숙하게 갈 수는 없지만 황하를 빠져나와 요동반도 끝인 대련을 공격할 정도로 함정을 건조하고 있었다.

대진국과 마지막 승부를 걸겠다고 굳게 결심한 왕 황후가 조정 대신들과 협력해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남경에서 보낸다는 식량 운반은 어떻소?”

“황후마마, 남경에서 전쟁에 필요한 식량이 속속 들어오고 있사옵니다.”

“모두 산해관으로 이동시키세요.”

북경의 조정에서는 남경의 헌강왕과도 협상했다. 이번에 충분히 군량미만 공급해 주면 따로 독립했다고 여겨질 정도로 많은 권한을 넘겨주었다.

장강 이남의 모든 성의 관리나 군의 지휘관을 헌강왕이 임명하도록 조치를 내렸다. 이런 조치는 남명 지역은 이제 완전히 헌강왕이 통치하는 나라로 변하는 조치다. 반발하는 관료들은 모두 북경으로 불러 대진국과 전쟁을 벌이려는 부대의 지휘관으로 임명해 버렸다.

“대진국이 알기 전에 최대한 많은 군량미를 운반해 놓으세요.”

“명을 따르겠나이다.”

대진국에서 알면 헌강왕을 압박해 더 이상 식량을 보내지 않도록 조치를 내릴 수 있었다. 그러니 그런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최대한 식량을 운반해 놓을 요량이다.

비밀스럽게 움직였지만 이미 명나라의 움직임은 세세한 부분까지 대련으로 보고되고 있었다. 남쪽에서 물자가 이동되는 길목에서 포진한 대진국의 정보원들이다. 남경에서 북경으로 이동되는 물자들은 모조리 탐지되어 대련으로 보고되었다.

이런 일들이 명나라에서 벌어지는 동안. 주산군도를 떠난 해군 함정이나 무역선들은 멀리 남해도의 북쪽에 도착했다.

무역상들이나 해군들은 다들 놀랐다.

“와, 항구가 대단히 크군.”

“어떻게 이런 좋은 항구를 찾은 거야?”

남해도(타이완) 북서쪽에 위치한 담수(淡水) 항은 양항으로 담수 하의 하구 북쪽에 위치해 있었다. 본래 양항인 상태에서 왜구들이 노예로 잡아 가던 명나라에서 사람들을 다시 빼앗아 항구시설을 보강했다. 그래서 많은 배들이 일시에 정박할 시설이 충분했다.

현난풍과 같이 이곳에 도착한 해군 분견대장인 이정돈은 부두에 식량창고가 전혀 보이지 않자 물었다.

“재독님, 쌀이 어디에 있다는 겁니까?”

“미곡 창고는 담수 하를 따라 조금 더 올라가야 합니다. 워낙 쌀의 생산량이 많아 농장과 가까운 곳에 벼로 저장해 두고 있소.”

쌀과 무기와 교환해 주기로 했다. 그 때문에 현물을 직접보고 나서 무기를 인계해줄 생각이다. 믿지 못해서 보다는 원리원칙을 지키는 성품이기 때문이다.

무역상들은 이재에 밝으니 동작이 빨랐다. 항구 시설을 보고 이미 이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정착한 상태로 매우 풍요롭게 보여 현난풍의 말을 믿었다.

“우리부터 가져온 물건을 하역하죠.”

“그렇게 하세요.”

돈 벌이로 성급한 무역상들은 자신들이 싣고 온 도자기나 황 그리고 기타 생필품을 담수 항의 부두에서 서둘러 내렸다. 무역선이기 때문에 지체하면 손해라 빨리 쌀을 싣고 주산 담로로 돌아갈 생각이다.

“빨리 다시 오면 돈 벌이가 되겠어.”

“서두르자고.”

무역상들이 하역을 일단 끝내고 나자 현난풍은 무역상들의 배를 타고 강을 따라 이동했다. 그러자 이정돈 상령도 무역선에 올라 미곡이 저장된 창고를 살피러 가게 되었다.

담수하를 따라 상류로 얼마 가지 않아 거대한 삼각주와 같은 넓은 평야가 펼쳐졌다. 넓은 평야를 보자 이정돈이 감탄했다.

“와! 이런 곳에 저렇게 넓은 평야가 있군요.”

“전에는 잡목들이 많았으나 모조리 벌목하고 제방을 쌓아 옥토로 변했습니다. 여기는 쌀농사를 이모작도 가능해 미곡생산량이 많습니다.”

삼각주 형태와 같은 넓은 평야 지대에 도착하자 강변을 따라 수십 대의 풍차가 줄지어 있었다. 여러 대의 풍차가 있는 곳은 커다란 창고들이 있었다.

“풍차는 용도가 둘입니다. 하나는 도정이나 방앗간으로 사용하고 때로는 배수나 양수시설로 사용하고 있지요. 앞으로 풍차의 수를 4배 정도로 늘릴 겁니다.”

“그렇게 많을 필요가 있나요?”

“여기도 태풍이 자주 와서 폭우가 내리니 대비를 철저하게 해야죠.”

한창 벼를 베고 나서 모내기를 하는 농부들이 보였다.

“허, 벌써 벼를 베고 다시 모내기를 하는군.”

“모를 별도로 키우기 때문에 벼를 베고 나면 바로 다시 모내기를 하니 2모작은 수월하게 합니다.”

“그렇군요.”

현난풍은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이곳 농장에 대해 설명했다.

“내년에는 삼모작도 한번 시도해볼 생각이지요.”

“세 번이나 벼를 수확한다고요?”

“그렇습니다.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장이가 왔으니 이제 철제 농기구를 충분히 조달하게 됐으니 시도해볼까 합니다. 전체는 시도하기 어렵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하루에 벼를 베고 하루면 풍차로 물을 퍼 올리게 되면 농업용수는 충분히 조달되어 바로 모내기를 끝낼 수도 있으니까요.”

벼가 가득 쌓인 창고로 가서 확인하자 벼의 모양이 다소 이상했다. 마치 밀처럼 조선 쌀보다 길쭉한 모습이다. 이상돈 상령은 가마니에 담긴 벼를 꺼내 껍질을 벗겨 쌀을 씹어 보고 나서 의문을 표했다.

“쌀이 찰지지 않아 상품가치가 조금 떨어지는 군요.”

“이건 안남미라고 해서 안남 지역에서 주로 재배하는 조생종입니다.”

안남미는 안남(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주식으로 먹는 쌀이다. 조선이나 왜에서 생산되는 쌀에 비해 찰기가 없기 때문에 불면 날아갈 정도다.

“처음에는 다소 이상해도 먹다보면 밥맛이 좋을 겁니다.”

“좋습니다. 무기를 넘겨주고 인수해 가죠.”

어차피 필요한 절대적인 양식이 너무 부족한 명나라로 수출할 생각이라 맛이 있든 없던 상관없었다. 현난풍이 안남까지 진출해 신품종인 안남미를 가져왔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물었다.

“현 제독님, 비축된 쌀은 우리에게 모조리 판매하고 안남으로 가서 쌀을 실어 오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사실 그쪽에서 가져올 물건이 많지 않아요. 그곳은 주석이 많이 생산되니 주석 괴나 많이 사오면 모를까 별로 욕심나는 물건은 없어요. 그리고 여기는 감자와 고구마도 많이 심기 때문에 비축된 쌀을 모조리 팔아도 당장 식량이 부족하지는 않아요.”

이정돈 상령은 자체적으로 자급자족이 충분한 곳에서 굳이 어렵게 멀리까지 가서 쌀을 수입해 온다니 조금 이상해서 물었다.

“안남에서 물소 뿔이나 상아를 가져오지 않나요?”

“그거야 부피가 얼마 되지 않지요. 상품 가치는 높지만 충분히 사오기가 곤란한 물건들입니다.”

“그렇군요.”

현난풍은 담수항을 거점으로 삼아 왜구들이 명나라를 약탈하면 중간에서 통관세를 받아 내는 식으로 노예를 차지해 이곳을 개발했다.

그러나 이제 그 짓도 앞으로는 어렵게 되었다.

“태왕폐하의 명령을 따라야 되니 다른 무역로를 새로 개척해야죠.”

동왜의 영주들이 왜구를 동원해 남명에서 대규모로 약탈해서 점차 발전되고 있었다. 그러자 태왕께서 주산 담로의 해군이나 현난풍 그리고 대마불에게도 동왜가 운영하는 왜구를 소탕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 때문에 그런 방법으로 살기가 힘들게 됐다.

무역상들은 벼를 가득 싣고 나자 떠날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다음에 또 와서 쌀을 사갈 수 있나요?”

“얼마든지 오세요. 다음에 올 때는 명나라의 면포나 또는 조선에서 생산되는 한산 보시나 삼베를 가져오세요. 여기는 더운 지방이라 그런 옷을 입으면 좋으니까요.”

“알았소. 다음에 또 거래를 해봅시다.”

이정돈 상령도 쌀을 확인하자 가져온 무기들을 모조리 하역하고 그대신 가마니에 들어 있는 벼를 실었다.

“제독님, 다음에 필요한 것을 말해 주세요. 제가 총통님께 보고를 드려 무역상을 통해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다음에 무역선으로 선생과 책과 종이를 많이 보내 주세요. 여기도 대진국과 같은 교육기관을 만들 생각이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가능할지 모르지만 천일염을 생산하는 방법이나 염전을 만들 기술자를 보내 주세요. 여기도 자체적으로 소금을 생산해야 되니까요.”

“그건 제가 장담하기 어려운 문제군요. 보고는 드리겠습니다.”

천일염 생산 기술은 대진국이나 또는 조선에서 국가적인 비밀로 취급하고 있었다. 아직도 주변국인 왜나 명나라로 비밀이 세어나가지 않은 이유는 밀수 조직이 없기 때문이다. 조선이나 대진국에서는 바다를 통해 밀수하는 조직이 완전히 사라졌다.

다소 허술해 보여도 해상권을 대진국에서 완전히 장악했다. 그 때문에 천일염 생산 기술은 타국으로 유출되지 않았다. 물론 일부 지역으로 유출된 경우가 있었지만 아직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전을 만들지는 못하고 있었다.

천일염을 생산하려고 염전을 만들다 보면 대진국에서 중요한 국가비밀을 간첩을 보내 빼내갔다고 그걸 핑계로 전쟁을 벌일 수 있어 자중하고 있었다.

염전 기술 이전을 꺼리는 모습이라 현난풍을 결심했다.

‘내 미래의 계획을 설명해 줘야 되겠군. 그래야 염전 기술을 알려주게 생겼어.’

현난풍은 이정돈의 응수에 자신의 속심을 시원스럽게 밝혔다.

“나는 이곳을 태왕폐하께 바칠 생각이오. 대신 폐하께서 전함이나 화물선으로 30척만 판매한다면 이곳을 떠나 아메리카로 가보려고 합니다.”

“여길 태왕께 바치고 아메리카로 가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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