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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447화 (447/519)

447화

어느새 무더운 여름이 되었다. 간간히 장마 비가 내려 대륙은 봄 가뭄이 완전히 해결되었다. 그러나 장마가 지속되면서 다른 사건이 터졌다.

북부 지역에 사막메뚜기가 극성해 대규모의 유민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건 가운데 서주로 스며든 정보원들은 은밀하게 움직였다.

정보원은 한 여름이 되어 논에 메뚜기 떼가 늘어나자 아이들에게 고구마튀김을 나누어 주며 말했다.

“메뚜기를 잡아오면 맛있는 튀김을 주마.”

“정말요?”

아이들은 신이 나서 메뚜기를 잡기 위해 정보원이 넘겨준 망을 가지고 들판을 뛰어 다녔다. 아이들이 논으로 가서 통통한 메뚜기를 잡아오면 고구마튀김을 나누어주며 이야기를 해주었다.

“뻐꾸기는 자신의 알을 다른 새의 둥지에 낳아.”

“어! 왜 그렇죠?”

“그건 새끼를 키우려면 너무 힘드니까 다른 새가 대신 키워주길 바래서 그러는 거야. 그리고 알이 부화하면 새끼 뻐꾸기는 본래 있던 알을 밖으로 버리고 혼자 먹이를 받아먹고 자라는 새야.”

“어미나 새끼나 똑 같이 나쁜 새네요.”

정보원은 이런 뻐꾸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주면서 아이들이 잡아온 메뚜기를 기름에 튀겨 판매했다.

본시 명나라 사람들은 못 먹는 것이 없다고 할 정도의 식탐들이다. 돈을 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정보원은 메뚜기 튀김을 아주 싸게 팔았다.

이렇게 뻐꾸기 이야기를 해주면서 아이들에게 슬며시 말해 주었다.

“사람의 경우도 뻐꾸기 같이 사는 사람도 있어. 못된 여자는 다른 남자 아이를 남편의 아이라고 속여서 키우는 경우도 있어. 그러니 앞으로 그런 못된 여자는 멀리 쫒아 버려야 해.”

“그렇군요.”

정보원은 자금성 안에서 벌어진 왕미미 황후가 벌인 사건을 은근히 퍼트렸다. 너무 가까운 곳에서 소문을 퍼트리면 자신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런 염려도 있지만 사실은 남경과 북경이 갈라서길 원하기 때문에 중간 지점에서 소문을 퍼트리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뻐꾸기 습성에 대한 단순한 이야기를 퍼트렸다.

그러나 만만하고 또 입이 가벼운 성인들에게는 은밀하게 다른 소문을 퍼트렸다. 뻐꾸기같이 행동하는 고귀한 여자가 자금성에서 살고 있다며 넌지시 알려 주었다.

“자금성에서 사는 여자는 너무 고고해서 그런 이상한 행동을 하는 거요.”

“어마나, 왕자가 황제폐하를 닮지 않았다고 소문이 있더니 그래서 그렇구나.”

“입 조심하시오.”

이렇게 되자 소문은 빠르게 퍼져 나가며 널리 전파되면서 다소 변질되었다. 자금성에는 왕 황후가 권력을 독점하고 있으니 자연히 뻐꾸기 같이 행동하는 못된 여자는 왕자를 낳은 여자뿐이다.

“왕 황후가 그런 천인공노할 짓을 벌이다니. 속고 있는 황제도 너무 어리석어.”

“그런 지경이면 명나라도 이제 끝내야 해.”

정보원은 메뚜기 튀김을 팔면서 소문을 퍼트리거나 수집한 정보를 대운하에 있는 거점으로 알려주었다. 북쪽에서 메뚜기 떼가 극성을 부리고 있었다.

남쪽에서는 그와는 별도로 호남성에서 메뚜기가 극성을 부렸다.

“논에 메뚜기가 너무 많아.”

“논에서 사는 메뚜기는 맛있으니 잡아먹으면 되잖아.”

워낙 가물다가 폭우가 내리고 이어서 더위가 지속되었다. 메뚜기의 개체수가 갑자기 늘고 모기 등 해충들도 대폭 늘었다. 그 때문에 논에는 메뚜기 때문에 피해가 아주 심했다.

명나라 전체가 메뚜기나 태풍 피해로 크게 영향을 받았다. 유민들이 산적인 홍건적으로 변해 활발하게 활동하자 대륙은 점점 내홍에 휘말렸다.

한편 명나라의 여러 거점에서 보내오는 정보들을 모아 본국으로 연락하는 대운하에 있는 거점에서는 중요한 내용을 수집했다.

“대장님, 남쪽에서 메뚜기가 출현해 농작물 피해가 아주 심한데 대운하를 통해 많은 식량이 북쪽으로 이동되고 있사옵니다.”

“무기는 어떤가?”

“무기도 수없이 북쪽으로 이동하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정보로 보아 명나라에서는 이번 가을에 전쟁을 벌이려고 결정한 것이 확실했다. 북경의 조정에서는 민심이 너무 흉흉해지자 정복 전쟁을 벌여 위기를 모면하려고 전쟁 준비를 시작하는 것 같았다.

“다른 소식은 없고?”

“남명 지역으로 유민들이 대규모로 이동 중이랍니다.”

“서쪽으로 간 조직원들이 활동을 아주 잘하고 있군.”

메뚜기 떼만 날뛰는 것이 아니다. 모기가 많아지면서 전염병도 널리 퍼져 일부 지역에서는 전염병 때문에 대규모로 유민이 발생했다.

농업을 근본으로 삼는 명나라에서 대규모로 유민이 연달아 발생하자 나라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국가정보원에서는 태왕의 명령 때문에 명나라 전체를 마구 흔드는 공작을 펼쳤다.

“유민이 발생한 지역으로 빨리 가서 작전을 펼쳐.”

“넷!”

백성들과 북경의 조정을 이간시키려고 작은 틈만 보이면 뻐꾸기 이야기와 비슷한 소문을 퍼트려 점점 자극적인 유언비어들이 성행하도록 유도했다.

사회가 불안하면 누군가 의도적으로 유언비어를 날조하지 않아도 저절로 생기게 된다. 그런데 많은 정보원들이 고의적으로 치밀하게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있었다. 정보원들의 활동 때문에 명나라는 괴이한 유언비어들이 양산되어 널리 퍼지고 있었다.

“왕 황후가 낳은 왕자는 대진국의 태왕 아들이라고 하던데.”

“정말, 그런데 왜 자금성에서 키우는 거지?”

“아마도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 아들을 인질로 삼으려나 봐.”

왕 황후가 한때 최인범이 데리고 다니던 시녀였다는 사실 때문에 이런 유언비어가 양산되어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런 유언비어뿐만 아니다. 태왕과 연결된 수많은 유언비어까지 명나라에서는 무수하게 양산되어 널리 퍼졌다.

태왕이 여자를 잡아먹는 다는 소문도 있었다. 또 심할 경우에는 태왕과 남경의 헌강왕 부인인 왕비가 그렇고 그런 요상한 사이라는 전혀 엉뚱한 소문도 퍼졌다.

“그럼 어미나 딸을 같이 품었다는 거야?”

“대진국은 그런 것을 가리는 나라가 아니잖아.”

“하긴 힘이 좋으니 그렇게 될 수도 있지.”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한번 유언비어들이 널리 퍼지게 되면 사회의 풍토가 혹세무민하는 쪽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이치에 다는 이야기를 퍼트리건 아니던 마구 개인의 상상으로 퍼트리는 경향이 심해지는 것이다.

명나라 황제나 또는 왕 황후에 대한 소문이 가장 많이 퍼지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 때문에 명나라에서는 얌전한 규수가 목을 매고 자살하는 사건들도 자주 벌어졌다.

“고을에서 제일 예쁜 여자라고 주변의 여자들이 시기해서 나른 남자들과 바람을 자주 폈다고 소문을 퍼트려 파혼을 당해 자살했다더군.”

“허! 죽일 년들이네. 그래서 소문을 퍼트린 못된 년들은 어찌 됐나?”

“관아에서 잡아들이기는 했지만 뇌물을 처먹어서 그런지 다들 무죄로 풀렸다는 거야.”

“뭐?”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가 없다고 무죄라고 판결을 내렸다고 하더군.”

“때려죽일 연놈들이야.”

명나라는 이미 뇌물이 일반 상식으로 통용되는 부패한 나라라 억울하게 죽어버린 여자의 한을 풀어줄리 없었다. 죽은 사람이야 죽은 것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논리로 무죄 방면으로 풀렸다.

관청의 관료들이 모두 뇌물 액수에 따라 죄가 있고 없고 판결이 나고 있었다. 백성들은 억울한 일이 벌어져도 어디고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때로는 자신이 직접 해결한다고 원수를 죽이는 사태가 곳곳에서 벌어지니 사회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이런 정도로 사회가 혼란스러우면 그냥 놔둬도 명나라는 망할 지경이다.

한편 북경에서는 대진국과 결정을 벌이려고 군사들을 모집했다. 강제로 동원할 사람들이야 이미 동원해 놓은 상태다. 그래서 동원된 사람들은 무기를 들고 훈련에 돌입했다.

자금성의 교태전에 고위관료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었다.

“황후마마, 서쪽에서 대규모로 유민이 발생해 모두 동쪽으로 이동 중입니다.”

“잘 됐군요. 그들을 모조리 군사로 만들도록 하세요.”

“고향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전쟁터로 보내시려고요?”

“그렇소. 유민들 중에 여자는 따로 모아서 몽골과 협상을 합시다.”

유민이 발생하면 구호품을 풀어 잘 위무해 고향으로 보내야 된다. 그러나 왕 황후는 그것은 좋은 기회라고 판단해 유민들을 모조리 군사로 만들라고 지시를 내렸다.

더구나 유민인 여자들도 대폭 늘어나자 왕 황후는 그동안 엄청난 금괴를 주어 달래고 있던 알탄 칸과 협상할 방법을 떠올렸다.

“장 태감, 알탄 칸과 다시 협상하시오. 처녀들을 넘겨준다면 알탄 칸은 명나라 여자들을 너무 좋아하니 협상하게 될 거요.”

“명을 따르겠나이다.”

환관들로 구성된 동창에서 수집한 정보를 보고 받았다.

“황후마마, 뻐꾸기 습성에 대한 이야기가 널리 퍼지고 있사옵니다.”

“그래? 그게 황실과 무슨 상관이 있어?”

태연하게 응수했지만 왕 황후는 내심 매우 심각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가장 중요한 약점인 뻐꾸기 이야기가 북경에서 유행처럼 널리 퍼지자 더 이상 전쟁을 미룰 수 없었다.

‘전쟁을 벌여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어.’

가정제야 이제는 정신이 완전히 사라진 식물인간 같이 변했으니 겁날 것이 없었다. 항상 아편에 취해 침만 질질 흘리고 누워만 지내는 정도다. 다른 황족들은 그런 소문이 사실이라고 믿게 되면 분명히 반란을 일으킬 것이다.

‘혹시 친자인지 혈액형이라도 검사하겠다고 하던지 무정자병인지 확인이라도 하자고 덤비면 진짜 문제가 생겨.’

자신이 남의 남자 아이를 출산한 처지라 몰래 혈액형 검사를 했다. 거액을 들여 초대형인 현미경을 대진국에서 도입해 남편의 정액을 받아서 철저하게 조사했었다. 조사해본 결과 가정제는 건강이 너무 악화되어 정액에서 정자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왕자가 황족이 아니라는 중요한 증거자료다. 왕 황후는 조사를 끝내자 현미경을 파괴해 버리고 조사한 의원이나 상궁을 살해해 암매장해버렸다.

‘저 마약쟁이가 빨리 죽어야 내가 섭정하는데 질기게도 목숨이 붙어 있어.’

다른 일은 무지막지하게 처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인 가정제를 직접 죽이기가 곤란했다. 어찌 되었건 황제라 가식적이라도 주변에는 환관들이나 궁녀들이 너무 많아 보는 눈들이 있어 직접 죽이기는 곤란했다.

‘만약 그런 사건이 조금이라도 밖으로 퍼지면 그때는 진짜로 반란이 일어나.’

그래서 왕 황후는 남편인 가정제가 자연스럽게 빨리 죽기를 고대하고 아편만 들입다 공급해주고 있었다.

거용관의 알탄 칸과는 과감하게 협상을 했다. 몽골군이 거용관을 조용히 떠나면 처녀를 1만명 보내주기로 약속했다. 그래서 서쪽에서 흘러온 유민들 중에 처녀를 모아서 1만명이나 보내 주었다.

“조금 힘들다고 조상의 무덤이 있는 고향을 떠난 우리가 잘못이지.”

“내가 이 원수를 반드시 갚아 줄 거야.”

메뚜기 때문에 고향을 떠나 빌어먹고 살아야 할 불쌍한 자신들이다. 그런데 모조리 잡아들여 몽골로 노예처럼 살라고 보내 버리자 원한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두고 보자. 얼마나 잘 먹고 잘 사는지 두고 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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