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6화
타타르 왕국이 서쪽으로 이동하게 됐지만 연타발은 국왕에게 부탁했다.
“전하, 제 부하들은 동쪽으로 계속 이동하도록 허락해 주세요.”
“무엇 때문에?”
“동쪽에서 일어나는 메뚜기 떼의 활동을 소상하게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다시 돌아와도 쉽게 동쪽으로 진군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
연타발은 타타르 국왕의 허락을 받자 10명의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계속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메뚜기들의 활동으로 당한 피해를 살펴. 동쪽에서 활동하는 특수요원들과 접선해 정확하게 알려 주도록.”
“넷!”
“그게 끝나면 다시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나중에 우리가 진군할 교통로를 조사하고.”
“알겠습니다.”
명령을 내리고 나서 연타발을 요원들에게 금괴와 은괴 그리고 개인당 말을 10필씩 넘겨주었다. 말에는 많은 식량이나 카펫이 실려 있었다. 요원들이 많은 식량을 가져가려는 것은 메뚜기 떼로 동쪽 지역은 식량 사정이 너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카펫 장사로 위장해.”
“명을 따르겠습니다.”
이들은 감숙성을 지나 섬서성까지 가서 대진국의 정보원과 접선해야 된다.
“접선 장소는 시안에 도착하면 관청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합돈거 가게를 찾아가 신분패를 보여 주도록 해.”
“알겠습니다.”
대원들이 떠나고 나자 그제야 연타발도 서쪽으로 이동했다. 잠시 메뚜기를 피해 서쪽으로 가다가 다시 동쪽으로 이동해 명나라를 압박할 요량이다.
‘적당히 압박만 하고 일부 군사력이 약한 도시만 약탈하고 철수하면 돼.’
타타르 왕국으로 파견된 연타발의 임무는 명나라의 서쪽 진출을 차단하고 또한 압박해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니 굳이 강한 군대와 교전을 벌일 필요는 없었다.
한편 신장의 사막에서 개체수가 늘어나 타림 분지를 덮친 메뚜기 떼는 동쪽으로 이동했다. 엄청난 수의 메뚜기 떼가 고비사막에 도착했다.
“으악! 메뚜기다.”
“북쪽으로 가자”
우르르. 두두두두.
고비 사막 변두리에 사는 유목민인 몽골인들은 메뚜기 떼를 보자 급하게 피오를 걷고 가축들을 몰아서 북쪽으로 멀리 달아났다. 북쪽은 여름이라도 추워 사막 메뚜기가 활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곳 고비사막 주변에도 가끔 이상 기온 현상이 벌어지면 대규모로 메뚜기가 출몰하는 경우가 있었다.
“북쪽으로 갔다가 가을에 와서 지내면 되겠어.”
“메뚜기야 한철만 활동하니 그게 좋아.”
메뚜기 떼는 바람을 타면 하루에도 수백리를 이동하니 쉽게 다른 지역으로 옮겨 다녔다. 고비사막에서 사는 사막 메뚜기와 다시 무리를 이루고 남쪽으로 이동했다.
점점 개체수가 늘어난 메뚜기 떼는 새로운 형태의 교잡종도 생겼다. 그 교잡종은 식물만 아니라 동물도 공격하는 특징이 있었다. 그래서 살인메뚜기 떼라고 칭한다.
윙! 윙! 쉭! 쉭!
살인 메뚜기 떼는 괴이한 소음을 내며 날라 가고 있었다. 하늘을 까맣게 만들 정도로 늘어난 거대한 살인 메뚜기 떼가 지나간 자리는 완전히 폐허로 변했다. 농작물은 물론 가축들도 수없이 죽어갔다.
청해성으로 향해 청해 주변에서 또다시 번식해 더욱 개체수가 늘어났다. 개체수가 늘어나자 먹이를 찾아 다시 동쪽으로 이동했다.
감숙성의 성도인 난주 주변에는 사막에서 날아온 메뚜기들 때문에 사람이 살지 못할 지경으로 변했다.
“서둘러 동쪽으로 가자고.”
“빨리 가야해.”
메뚜기 떼가 극성해 농작물을 마구 먹어치우자 감숙성과 섬서성의 주민들이 대거 동쪽으로 이동했다. 마치 큰 전쟁이라 터진 것처럼 피난길을 나선 것이다.
웅성웅성.
고향을 떠나가는 피난길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다들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겁이 나서 떠나기는 했지만 앞으로 먹고 살 길이 막막했다.
“동쪽에 사는 사람들은 인육도 먹는 다는데. 걱정이야.”
산서성으로 향하는 대로에는 피난민들이 길가의 개울에서 즐비하게 늘어져 쉬고 있었다. 막상 고향을 떠나자 먹고 살길이 없어 다들 한숨을 토했다.
“앞으로 뭘 먹고 살지?”
“들리는 소문으로는 산서성과 북경에서 대대적으로 군인을 모집한다고 하니 군인이나 되어 볼까?”
“자네, 지금 무슨 소리야, 살자고 도망쳐서 겨우 한다는 소리가 군인이 된다니. 나는 남쪽으로 가볼 생각일세.”
그러자 다른 사람이 나서며 의견을 말했다.
“남쪽도 봄 가뭄도 심했고 얼마 전에는 대홍수가 일어나 먹고 살기가 힘들지 않나?”
“그곳이야 그래도 농토가 많으니 뭐라도 심어서 잘하면 굶어 죽지는 않을 거야.”
각자 살아남기 위해 고향을 떠나 동쪽으로 이동하다가 다시 헤어졌다. 본시 다른 지방으로 이동하려면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워낙 많은 떠도는 유민들이 많아 단속하지 못했다.
“밥은 줄 것 같으니 군인이나 돼야지.”
“군대로 들어가면 죽잖아?”
“전쟁이 터지지 않으면 군인이 편하지.”
고향을 떠나자 먹고 살기위해 군인으로 자원입대를 하자는 부류들이 많았다. 그들은 대부분 무술을 지니거나 또는 아주 어린 청년들이다. 그들은 고향이 같은 사람끼리 뭉쳐서 군대를 갈 생각이다. 옹기종기 모여서 다름 앞으로 갈 길을 놓고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인상이 험악하게 생긴 청년들은 상인으로 보이는 중년 사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나는 군대로 가는 것을 반대하오. 가면 모두 죽을 것이요.”
“군대를 간다고 다 죽나요?”
“당신들은 북경의 소식을 전혀 모르는군. 북경이나 산서성에서 군인을 모집하는 이유는 요동의 대진국과 전쟁을 벌이려는 것이오. 내가 장사를 다니며 들어 본 소식으로는 대진국은 우리나라 군대보다 더 강한 군대라는 거요.”
“뭐요? 새로 생긴 대진국이 그렇게 강해요?”
“그렇소.”
대진국과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 살던 청년들은 이런 설명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청년들의 생각에는 대륙의 주인인 명나라와 대적할 나라는 없다고 판단했다.
“변방국가가 강하면 얼마나 강하다고? 전쟁이 터지면 바로 항복할 것인데.”
이렇게 말하자 중년의 상인은 땅바닥에 대략 지도를 그려놓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대진국이 있는 요동이나 요하 지역을 그려놓고 요택에 대해 설명했다.
“대진국과 전쟁을 벌이면 반드시 여기 요택을 지나야 하는데 그리되면 해군력이 강한 대진국 때문에 요택에서 몰살당할 거요.”
“요택이라면 요동으로 가는 늪지대를 말합니까?”
“그렇소. 대륙에서 요동으로 공격하려면 반드시 지나야 되는 늪만 계속되는 넓은 지역이요. 더구나 그곳은 오래전부터 떼죽음 당한 무덤이나 다름이 없소. 당나라나 수나라가 모두 요택에서 많은 군사를 잃었소.”
“아! 그 이야기는 나도 압니다. 그곳은 죽음의 땅이라고 불리고 있지요.”
상인의 설명에 다른 청년이 슬슬 장단을 맞추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산해관의 군대에 있어봐서 요택에 대해 대충은 압니다. 요택은 정말 무서운 곳입니다.”
“어째서 그렇소?”
“겨울에 진격하면 적이 화공을 펼쳐 늪지대의 갈대와 같이 불에 타서 죽게 됩니다. 여름에는 수많은 하천을 통과해야 되니 해상권을 장악한 대진국의 해군에게 몰살당하게 됩니다.”
이런 설명에 군인이 된다던 청년들은 겁이 날 수밖에 없었다. 청년들은 군인이 되어 살기가 힘들다고 판단했다. 다시 앞으로 살아갈 진로에 대해 선택하게 되었다. 일부는 슬며시 빠져 조금 남쪽으로 이동해 산적인 홍건적으로 활동한다며 헤어졌다.
“나는 산으로 가야 되겠어.”
“같이 가자고.”
일부는 멀리 남경으로 가서 그곳의 실세인 헌강왕의 군부대를 찾아가 입대하기로 결정해 남쪽으로 향했다. 북경 지역으로 향 하던 청년들의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다행이 남쪽의 남경으로 가는군.”
중년 상인은 계속해서 길목을 지키다가 서쪽에서 이동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비밀공작을 벌였다. 물론 이런 비밀공작을 벌이는 상인은 혼자가 아니었다.
이동하다가 힘들어 꼭 쉬어 갈만한 개울가에 있는 여각. 여각의 안방에는 비밀스러운 공작을 벌이는 청년들이 모여 있었다. 한조가 모두 10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조장님, 본국으로 전서구를 보내야 될 것 같습니다.”
“바로 보내도록 해. 청해에서 사막 메뚜기 떼가 대규모로 동쪽으로 이동하고 그 때문에 200만명의 유민들이 북경지역으로 이동 중이라고 보고해.”
“넷!”
말로야 다소 문장이 길지만 전서구에는 ‘청해 대 황충 출 동진, 200만 유민 발생 북경 행.’으로 적어 전서구의 다리에 달린 작은 통에 넣어 소식을 전했다.
또한 일부라지만 대규모인 유민들이 남경 지역으로 이동한 사실도 본국으로 보고했다. 명나라 서쪽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자세하게 보고했다.
이들은 명나라로 침투한 국가정보원 소속인 정보원이자 특수요원들이다. 조장은 재정을 담당하는 부하에게 물었다.
“무기는 얼마나 모았나?”
“조장님, 약 1000명이 무장할 무기를 모았습니다.”
“그렇다면 그 무기를 모두 홍건적 패거리들에게 분사해서 판매해.”
“넷!”
“무기 판매가 모두 끝나면 남쪽으로 거점을 옮기자.”
유격대원들이 산적으로 변한 홍건적에게 무기를 공급했다. 그동안 유민들과 같이 동쪽으로 이동하던 명나라 병사들에게서 구입한 무기다.
단순한 정보수집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명나라 영토에 깊숙이 침투해 홍건적을 만들었다. 너무 한 곳에서 오래 있으면 정체가 탄로 날 염려가 많아 자주 이동하면서 비밀공작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명나라 서쪽지역을 남북으로 관통하면서 비밀공작을 벌이고 장강에 도착하면 배를 이용해 주산군도로 귀환할 예정이다.
“다른 조도 잘하고 있겠지?”
“그렇겠죠. 사회가 너무 혼란하고 그동안 북경 조정이 너무 엉망으로 통치해 홍건적을 쉽게 만들고 있을 겁니다.”
명나라 북서부지역은 메뚜기 떼의 출몰로 대규모의 유민이 발생해 북경지역으로 이동 중이다. 그 때문에 북부에서는 큰 혼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 무렵 강소성의 서주(徐州)에는 대진군의 정보원들은 정보 수집을 위해 활발하게 움직였다. 수집된 정보들은 속속 전서구를 통해 대련으로 보고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