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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445화 (445/519)

445화

심양에 도착하자 도시 외곽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이미 혼하(渾河) 주변에는 아주 높은 제방이 건설되어 있었다. 혼하가 범람하는 홍수도 대비하고 방어벽을 구축한 것이다. 서쪽 지역에는 호수와 운하를 별도로 건설해 방대한 지역을 토성으로 감싸는 신도시가 완성됐다.

최인범은 너무 도시의 규모가 크다고 판단했다.

“도시를 방어하는 구역을 너무 거창하게 만들었어.”

심양직할시로 명명되어 요동의 중심지인 신도시를 너무 거창하게 건설해 놓았다. 보아하니 이곳에 주둔하는 군사들을 동원해 끝없이 축성 작업만 한 것 같았다.

‘군사 훈련을 안 하고 죽어라 땅만 계속해서 판 것 같아.’

자신이 지시한 범위보다 10배는 넓게 도시 지역이라고 외부에 거대한 토성을 쌓아 놓았다. 분명 명령을 어긴 것이지만 그렇다고 나무랄 수도 없었다. 방어벽을 튼튼하게 건설해 놓았으니 오히려 상을 줘야 할 지경이다.

“별로 쓸모없이 너무 넓은 지역에 힘들여 성을 쌓았군.”

최인범은 속으로 ‘가방 크다고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는 말이 떠올라 약간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러다가 자칫 매번 토목 공사만 벌이다가 한세상 다 보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옆에 슬며시 눈치를 보고 있던 직할시장은 조심스럽게 응답했다.

“폐하, 나중에 천도할지도 몰라 도시 범위를 대폭 늘였사옵니다.”

“천도라니? 조선과 합병하면 여기는 변방이 되니 그건 가당치 않소.”

전혀 생각지도 않는 천도를 운운하자 너무 어이가 없었다. 직할 시장은 자신을 실적을 강조하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폐하, 나중에 중원의 일부를 차지하면 이곳의 위치가 전혀 다르지요.”

수도 이전 이외에 중원으로 진격하길 원하자 최인범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시장은 남의 땅인 중원은 왜 차지하려는 거요? 그곳은 사람이 너무 많아 먹여 살리기 힘든 곳인데. 앞으로 그런 생각은 완전히 버리세요.”

“넷!”

“적당히 물건이나 팔아서 이득을 취하는 것이 제일 좋은 곳이 중원이요.”

“알겠습니다.”

명나라는 적당히 나누어 무역을 통해 이득을 챙길 생각이다. 그러나 요서 지역은 반드시 대진국에서 차지해야 된다고 판단했다.

최인범은 심양의 신도시를 천천히 돌아보고 근처에 주둔하는 부대들의 사령관을 불렀다. 근처에서 근무하는 고위 관료들을 모조리 모아놓고 훈시를 했다.

“앞으로 심양은 별칭으로 중경이라고 칭합니다. 흑룡 시는 북경으로 부르고 동경은 연해 시를 칭하도록 하시오.”

“폐하, 서경이나 남경은 어디로 정하나요?”

“서경은 명나라와 전쟁을 벌여 국경선이 확정되면 그때 정합니다. 그리고 남경은 앞으로 조선을 완전히 합병하면 그때 정하기로 합니다.”

서경은 조양으로 정하던지 아니면 북경을 차지하고 그곳을 서경으로 칭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북경을 차지하면 방어할 전선이 너무 넓어져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한양은 그대로 놔두고 새로운 곳을 한반도의 중심지로 삼을 계획이다. 한양의 왕궁이나 전통 가옥이나 성곽을 그대로 보존하려고 새로운 지역을 남경으로 정하려는 것이다.

‘대전이나 또는 수원을 남경으로 만들면 적당해.’

본시 황제국은 5경을 둔다. 그래서 일부 직할시를 각기 동서남북인 별칭을 부여했다. 봉황성은 앞으로 봉황특별시라고 칭하게 되었다.

이런 명칭의 부여는 앞으로 그곳을 중심으로 주변을 발전시키겠다는 큰 의미가 있었다.

며칠간 도시 지역을 돌아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중에 봉황성에서 25명의 미녀들을 데리고 자순 태감이 찾아왔다.

“그대가 왜 이곳까지?”

“폐하, 드디어 반월도를 모두 모았습니다.”

모자라지만 비밀을 풀어보라고 반월도를 모조리 자순에게 넘겼었다. 행방을 알 길이 없던 나머지 반월도를 찾았다니 다소 급하게 물었다.

“나머지는 어디서 구했나?”

“폐하, 소신이 우연히 봉황성의 보석 가게에서 발견했사옵니다. 제가 고서적을 사러 상점으로 갔다가 우연히 발견했사옵니다.”

“그래서 지도가 그려진 원판은 해독했나?”

“폐하, 아직 원판은 해독하지 못했사옵니다. 다만 원판은 지도가 숨겨진 장소를 적어 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12개의 반월도만 모으면 지도가 나타날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원판에 보물지도가 숨겨진 장소를 알 수 있다니 아직도 비밀을 풀려면 멀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순은 반월도를 모아 완성된 원판을 보여 주며 말했다.

“폐하, 소신이 원판의 글씨를 해독한 내용으로 보아 흑룡 시로 가야 될 것 같사옵니다. 보물지도를 찾기 위한 조사까지 끝내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사옵니다. 그러니 내시부 장관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으면 하옵니다.”

“알았네. 그건 짐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니 일단 내시부와 내소사 업무는 모조리 황후에게 인계하도록 해.”

“넷!”

내시부의 일반 업무야 다른 환관이 담당하게 되니 내소사의 비자금관리 업무만 넘겨받으면 된다고 판단해 황후에게 그 업무를 떠넘기는 것이다.

자순이 데리고 오게 된 미녀들의 미모가 전보다 약간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어 물었다.

“저런 애들을 왜 데리고 왔나?”

“폐하, 어차피 병사들에게 넘겨줄 바에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저 여자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자순의 이른 대답에 최인범은 속으로 생각했다.

‘아니, 미녀를 줘도 차지도 못할 놈이 무슨 미녀가 아깝고 말고가 어디 있어. 이런 때보면 자순 태감도 이상한 때가 있어.’

최인범은 이렇게 판단했지만 자순 태감이 태왕의 행동을 보는 시각은 전혀 달랐다. 미녀들을 마구 병사들에게 나누어 주니 그게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폐하께서는 왜 이렇게 예쁜 미녀를 싫어하지? 황후마마께서도 후궁을 들이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데. 너무 특이한 성품이야.’

무술대회를 열어 포상으로 넘겨 줄 미녀들이 도착했으니 대회를 열기로 했다.

최인범은 심양에서도 대련에서 벌인 무술경기와 같이 열었다. 그래서 예술학교에서 오게 된 미녀 10명을 우승자와 준우승자인 장교들에게 하사하게 되었다.

심양은 내성의 경우 석성으로 조성되어 있고 외성은 토성이다. 중간 지점은 군부대만 주둔하고 나머지 토지는 모두 농토로 사용하고 있었다.

외성 밖에 판 운하는 폭도 넓고 깊어 겨울이 아니면 공격하기 어려운 형태로 방어벽은 아주 튼튼했다. 몽골도 협공해 올 가능성이 높으니 기마병들의 훈련 상태를 점검했다.

이제는 보병들의 경우 7군단과 8군단은 사단별로 5천명의 기마병으로 구성되어 총 3만명의 기마병이 있었다. 나머지 3만명이 모두 소총으로 무장한 순수한 보병과 포병이다. 총 6만명의 최정예 부대를 보유하게 되었다.

보급부대도 모두 마차가 충분히 공급되어 2개 군단은 기동성이 매우 뛰어난 기동군단으로 변했다.

“기마병은 말을 몇 필씩 보유하고 있나?”

“현재는 2필씩입니다. 계속 군마가 오고 있으니 올 가을에는 기마병당 3필씩을 보유할 수 있사옵니다.”

최인범은 철씨 삼형제에게 지시를 내렸다.

“오늘부터 셋이서 2개 군단의 군사 훈련 상태를 점검해.”

“넷!”

최인범은 서부지역의 방어를 책임지는 부대의 전투 준비 상태를 점검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편 명나라 서쪽 지역에는 큰 재앙이 닥쳤다. 기후가 변화하더니 사막에 많이 비가 내렸다. 전혀 비가 내리지 않던 사막에 비가 내리자 사막 주변에 사는 타타르 족을 신이 났다.

“신께서 우릴 돕는 것 같아.”

“어째 나는 불안해 기후가 갑자기 변하면 재앙이 올 수도 있잖아.”

“무슨 소리야 사막에 비가 내려 초지가 늘어나면 가축들이 살찌니 더 좋지.”

일부 지역은 주민들의 생각대로 초지가 대폭 늘어나 살기가 조금 좋아졌다. 그러나 기후가 갑자기 변해 사막에서 폭우가 내리자 놀라운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다.

자연 환경이 달라지자 사막에서 사는 메뚜기의 번식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사막의 메뚜기는 번식력이 강해 빠르게 개체수가 늘어났다.

사막 지역에 수분 공급이 풍족해지고 일시적으로 습도가 매우 높아졌다. 또한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기온도 올라갔다. 높은 습도와 기온은 사막 메뚜기 번식에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주었다.

사막 메뚜기는 활개를 치며 근처의 초지를 완전히 초토화시켰다. 구름떼처럼 몰려들어 먹어치우는 초지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엄청나게 넓었다.

아이들은 간식거리인 메뚜기가 많아져 좋아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초원의 풀을 먹던 메뚜기들이 나중에는 가축까지 공격하고 있었다. 사람을 공격하는 살인 메뚜기가 나타난 것이다.

“으악! 메뚜기 떼다!”

“으악! 사람 살려.”

사막에서 개체수가 늘어난 메뚜기들이 하늘로 일제히 나르자 하늘은 이내 검게 변하고 말았다. 사막 주변의 초원에 살던 주민들은 비명을 지르고 집안으로 들어가 덜덜 떨었다.

하늘을 까맣게 변할 정도로 많은 메뚜기 떼의 공격을 당하면 살아남는 동물은 없었다. 메뚜기가 사라진 초원에는 다시 모래만 보이는 사막으로 변했다.

사막에서 늘어난 메뚜기 때문에 신장 지역에 있는 타타르 왕국에서는 새로운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막에서 사는 메뚜기 떼들이 갑자기 번성하더니 타타르 왕국이 있는 초원 지대를 덮쳐 초지는 물론 농작물을 모조리 먹어 치웠다.

윙! 윙! 사각! 사각!

본시 소규모로 이동할 때는 별로 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엄청난 수의 메뚜기 떼가 농작물을 먹으며 내는 작은 소리가 돌연 천둥소리와 같이 크게 들렸다.

일정한 지역에 몰려들었다가 농작물을 모조리 먹어 지우고 일제히 하늘로 날아 이동했다. 엄청난 수의 메뚜기 떼들이 계속해서 동쪽으로 이동하며 농작물을 먹어 치우자 타타르 부족은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되었다.

소피아의 심복이던 연타발 대사가 대형 파오에서 지내는 타타르 왕을 찾아와 급하게 건의했다.

“전하, 잠시 만년설이 있는 천산산맥 쪽으로 이동해야 될 것 같사옵니다. 메뚜기 떼가 너무 많아 초지의 피해가 너무 심각합니다.”

타타르 왕국의 왕은 명나라가 약해진 지금이 동쪽으로 진출하기 좋은 시기라고 판단해 동쪽으로 이동하던 중이다.

“알았어, 우리가 떠나면 메뚜기 떼도 다른 곳으로 이동할지 모르니 떠나도록 하지.”

“빨리 이동할 준비를 지시하겠습니다.”

연타발은 이곳으로 와서 국왕의 신임을 받아 대사 업무를 보다 타타르 국왕의 국정을 살피고 있었다.

타타르 부족은 결국 메뚜기 떼를 피해 서쪽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잠시 서쪽으로 피해 있다가 가을이 되면 다시 돌아올 생각이다.

“소피아가 도와 달라고 했는데 그게 어렵게 됐어.”

소피아는 멀리 몽골의 초원을 통해 이곳으로 연락했다. 명나라의 배후를 가을부터 압박해 달라고 했었다. 그래서 동쪽으로 이동하던 중이다. 대규모의 메뚜기 떼가 출몰하자 다시 본래 살던 곳보다 더 서쪽으로 이동하게 되니 부탁을 들어주지 못할 것 같았다.

타타르 국왕이 걱정하자 연타발이 나서며 얼른 답했다.

“전하, 메뚜기가 동쪽으로 이동하니 도와주지 않아도 메뚜기 떼가 명나라의 배후를 공격하게 됐으니 대진국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그건 그렇군. 잠시 피해 있다가 가을에 다시 이곳으로 오지.”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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