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4화
명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모르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직접 명나라로 넘어가 알아 볼 수도 없고 답답하군.”
이런 말에 최복동은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최고 책임자로 임무를 소홀히 해서 너무 죄송스러웠다.
“폐하, 소신의 불찰을 용서하옵소서.”
“아니요. 전에는 모두 안다고 자부한 내 책임이 큽니다.”
정확한 정보를 모르니 답답하기는 하지만 명나라에서 어떤 방식으로 도발하더라도 결국에는 대진국의 영토로 진군해야 전투가 벌어지게 된다.
‘우리의 서쪽 지역에 대한 방어태세만 완벽하면 명나라의의 군대가 얼마가 되던 또 어떤 방향으로 진격하던 상관없어.’
이렇게 판단하고 나자 조금은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최인범은 소소한 정보보다는 전세에 크게 영향을 줄 정보가 필요했다.
“정보원장은 앞으로 자금성의 소식을 알아내려고 하지 말고 명나라 전체에서 일어나는 큰 변화에 대해서 조사를 철저하게 하시오. 어차피 전세는 큰 흐름으로 변하는 것이니까요.”
“명을 따르겠나이다.”
최인범은 정보원장과 대화를 끝내고 나자 여전히 명나라와 무역을 하며 정보를 수집하는 소피아와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련은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명나라와 여전히 많은 무역량을 기록하고 있었다.
“황비, 당산에서 아직도 석탄을 들여옵니까?”
“예, 전에는 해군 소속의 보급선까지 동원해 석탄을 들여왔지만 지금은 해양부 소속의 화물선들이 석탄을 운반해 오고 있습니다.”
“석탄 대금은 뭐로 지불하고요?”
“소금, 수산물, 소고기, 돼지고기입니다.”
소금이나 수산물은 쉽게 이해되지만 소고기와 돼지고기로 대금을 지불한다니 의외였다. 그래서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명나라로 수출한다니 그건 군량으로 사용하는 납품이 아니요?”
“폐하, 그건 그렇지는 않아요. 폐하께서 전에 개설한 간이식당에서 파는 합돈거의 재료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공급하는 것입니다.”
“아, 함돈거가 여전히 잘 팔리는 모양이군요.”
“그렇습니다. 함돈거 장사들이 알려오는 정보가 사실 진짜 중요할 수도 있어요.”
“그렇겠군. 그들이 전하는 정보는 명나라 사정을 제일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거요. 지금도 대운하 지역에는 지점들이 있소?”
“예, 전보다 가게가 늘었어요.”
소피아는 천진과 산해관에서 운영하던 모든 사업체를 왕담보나 양유승에게 넘겼다. 그러나 합돈거를 판매하는 지점 조직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재료를 공급해 주어 여전히 관리하고 있었다.
소피아는 큰 돈벌이가 되는 사업이라 포기하고 싶지 않아 슬며시 설명했다.
“폐하, 돼지고기는 자체적으로 공급이 가능하지만 소고기 경우 명나라 조정에서 소를 모조리 징발해 어쩔 수 없이 대련에서 공급하다 보니 돼지고기까지 공급하고 있어요.”
“알겠소. 앞으로 명나라와 전쟁이 벌어질 수 있으니 되도록 명나라와 뭉쳑 거래 규모를 차츰 줄이도록 하시오.”
“예!”
국가 경제란 외부의 영향을 덜 받는 것이 제일 안정적이다. 그래서 너무 명나라와 수출입에 의존하다 보면 전쟁으로 갑자기 거래가 중단되어 큰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많으니 교역량을 줄이기로 했다.
합돈거는 이미 명나라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널리 보급된 상태다. 싸고 쉽게 사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정착했다. 화북지방에 사는 명나라 주민들의 경우 그 음식이 주식과 같이 변해 대부분 하루 한 끼는 반드시 합돈거를 사먹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재료로 팔리는 소고기의 수양도 엄청났다.
“황비, 대략 그동안 하루에 소 몇 마리 분을 수출했었소?”
“하루에 300 마리 정도를 도축해 공급합니다.”
“뭐요? 그렇게 많소?”
1년이면 10만 마리 분량이라니 매우 놀랐다. 많은 수를 수출해 재물을 모으는 것도 좋지만 이런 식으로 육류 수출이 지속되다 보면 자칫 대진국의 축산업이 붕괴될 위험성이 높았다.
대가축의 수를 늘리려고 몽골에서 소를 대량으로 구입해오는 실정인데 이득이 많다고 해서 수출을 계속할 수 없었다. 일단 수출량을 줄이기로 했으니 추가해서 지시했다.
“앞으로는 품종이 좋지 않아 도태할 소만 도축해서 판매하시오.”
“예.”
합돈거에 사용하는 소고기를 수출량을 줄인다면 명나라에서는 반드시 대체용으로 말고기를 사용하게 된다고 판단했다. 그리되면 명나라는 말의 보유수가 줄어들어 보급 수단에서 큰 차질이 온다고 판단했다.
“소금이나 수산물의 수출량도 반으로 줄이도록 해요.”
“예.”
무역량을 대폭 줄여서 명나라를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으로 대외 경제정책을 바꾼 것이다. 이런 조치를 내리고 나서 최인범은 대련 지역에 있는 해군과 육군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해군의 함대 사령관과 육군의 군단장을 불러 지시했다.
“해군과 육군을 통합해서 무술 대회를 여시오. 개인 종목은 미혼인 병사들을 대상으로 여시오.”
“혼인한 병사는 제외하는 이유가 있사옵니까?”
“그렇소. 우승자에게는 혼인을 하게 배려를 하려는 것이니 총각을 대상으로 대회를 여시오. 검술, 봉술, 궁술, 소총, 화포로 나누어 무술 경연 대회를 열어 우승자에게는 내가 데리고 온 미녀와 1계급 특진을 포상으로 거시오.”
지휘관들은 태왕께서 후궁을 여러 명 데리고 전선을 시찰한다고 판단했으나 듣고 보니 전혀 그게 아니라 놀랐다.
“폐하, 미녀를 우승자에게 하사하신다고요?”
“그렇소. 단체전은 축구와 격구대회를 열고 우승한 부대장은 역시 1계급 특진을 하고 부대 표창을 하겠소. 참가하는 규모는 연대 급으로 정하시오.”
“넷!”
이런 지시가 내려지자 대련에서는 연일 연대 단위의 사격 대회가 열렸다. 이어서 선수들이 선발되어 태왕이 참석하는 무술 대회가 열리게 되었다.
와! 와!
넓은 연병장에서 각기 부대의 명예를 걸고 축구와 격구 경기가 열렸다. 기본적으로 모든 경기 규칙은 현대와 거의 비슷하고 다른 점은 축구공이다. 축구공은 겉은 가죽으로 똑 같이 만들고 안에는 짐승의 오줌보를 넣어서 만들어 공이 약간 작았다.
공이 작으니 다루기가 조금 힘이 들지만 그래도 거의 현대식 축구경기와 비슷하게 진행되었다.
‘공을 차는 동작들이 마치 조기축구 선수들 정도로군.’
축구나 격구 경기는 모두 11명씩 뛰는 단체 경기다. 군부대에서는 체력단련과 단결심을 기르기 위해 권하는 종목이다. 특히 말을 타고 경기를 벌이는 격구는 승마술이 뛰어나지 않으면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기마병들에게는 필수 종목이다.
단체 경기에는 부대별로 응원부대도 와서 신나게 응원했다.
“와! 차 넣어!”
“에효, 저걸 하늘로 차서 기회를 날리다니.”
축구 경기는 대진국에서는 아주 인기가 높은 운동으로 변했다. 최인범은 앞으로 축구 경기를 열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야 되겠다고 판단했다.
‘기왕에 시작한 것이니 장차 축구 종주국도 대진국으로 만들어 버리자고.’
유럽 위주의 문화의 흐름을 아예 동아시아로 틀어버릴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이 여러 조각으로 갈라지면 오히려 각종 문화가 더 활발하게 발달된다고 판단했다.
특진과 미녀를 하사하는 포상이 걸려서 그런지 응원하는 병사들도 흥분이 되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특히 개인종목에 참석한 병사들의 투지는 대단했다.
‘우승만 하면 벼락출세를 꿈꿀 수 있어.’
이윽고 며칠간 지속되던 무술 경기가 모두 끝나자 약속한 대로 미녀를 우승자에게 넘겨주는 시상을 하게 되었다. 우승자는 모두 장교들이다.
뛰어난 무술을 지닌 병사들은 이미 준사관을 지나 장교로 임관되었기 때문이다. 미녀들도 장교로 뛰어난 무술을 지닌 남자와 혼인하게 되자 별로 불만은 없어 보였다.
10명의 미녀들 중에서 5명은 대련 직할시 주변의 군부대들을 상대로 열게 된 무술 대회에서 우승한 장교들에게 넘겨주었다.
“황비, 미녀들에게 시집을 가서 살만한 지참금을 주시오.”
“넷!”
“심양으로 가서도 대화를 열어야 되니 예술학교로 연락해서 미녀들을 25명을 보내라고 연락 하시오.”
“알았어요.”
심양은 더 많은 부대들이 주둔하고 있으니 우승과 준우승 자에게 미녀를 넘겨줄 생각이라 불라오라는 것이다. 10명만 소요되어 20명이 남게 된다.
남은 여자는 몽골의 족장인 자마카에게 일부 넘길 계획이다. 물론 알탄 칸의 부하인 자마카가 어찌 나오느냐에 따라 변수는 있었다. 나머지는 모두 장차 벌어질 명나라와 전투에서 전공이 많은 젊은 장교들에게 넘겨줄 요량이다.
현대적인 생각으로 판단하면 조금은 이상한 행동이지만 지금 시대로는 여자들에게도 가장 합당한 혼인이다. 군왕이 주선한 혼인이라 여자들을 홀대할 수가 없었다. 물론 미녀를 하사 받은 군인으로는 큰 영광이다.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귀하게 여기고 잘 살도록 해.”
“넷!”
최인범은 대련을 떠나 발해만의 해변으로 난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이동했다. 도로는 잘 정비되어 있고 곳곳에 돌출된 지점에는 해안 포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포대만 만들어 놓고 모두 화포가 배치되지는 않았군.”
“폐하, 명나라에서 공격해 오면 예비군이 동원되어 해안포대는 모두 정상으로 가동될 것입니다. 그래서 해안포대에 배치되는 예비군은 모두 근처에 사는 전역 군인들입니다.”
설명을 듣자 최인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비록 명나라는 해군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런 방어 태세를 갖춘다면 심리적으로 더 안정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빠르게 이동해 대요하 하구에 있는 영구 시에 도착했다. 영구시에 도착한 최인범은 즉시 종이 공장을 방문해 운영 상태를 자세하게 돌아보았다.
“지역의 발전 때문에 갈대숲이 줄어서 원료 조달이 힘들지 않나?”
“아닙니다. 서쪽의 늪지대에서 갈대를 수거해서 파는 농민들이 있어 충분히 조달됩니다.”
영구 시를 돌아보고 나서 심양으로 향했다. 심양으로 이르는 도로는 마치 평야지대에 거대한 성곽을 건설한 것처럼 조성되어 있었다.
판축 공법으로 도로를 높이 만들고 서쪽에는 방어벽을 1.5미터까지 쌓아 놓아 평상시에는 도로로 사용하고 전쟁이 터지면 방어벽으로 사용하도록 시설되어 있었다.
“매우 훌륭하게 건설해 놓았군.”
중간 중간에 서쪽으로 통하는 통로인 터널을 도로 아래에 만들어 유사시에는 그곳은 문을 닫도록 만들어졌다. 그래서 도로의 서쪽에는 촘촘하게 참호가 파져 있고 일정 구간에는 넓게 포대를 설치할 공간도 만들어 놓았다.
현재는 모두 역참이 있고 숙박시설인 여관이 들어서 있고 창고도 건설되어 있었다. 토성 형태라 만리장성에 비할 수는 없지만 평소에는 도로로 사용하기 때문에 경제성에서는 아주 뛰어난 방식이다.
전망 좋은 지역에는 전망대인 누각이 건설되어 있었다. 전쟁이 터지면 관측소로 사용될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