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임트레인-442화 (442/519)

442화

<사막 메뚜기 떼의 습격>

상해에 정착하게 되는 농민들은 대부분 제주도 출신들이다. 태풍도 자주 오고 흙보다 돌이 더 많은 제주도에서 힘들게 농사를 지었던 경험이 있었다.

“복구만 하면 제주도에 비하면 여기야 옥토지.”

“아무렴, 힘을 내자고. 둑에 콩만 심어도 먹고 살만한 토지가 있으니 실망할 것이 없어.”

이곳으로 이주한 농민들의 수는 2000명에 불과했다. 그렇기 때문에 홍수 피해를 입지 않은 서쪽의 제방에만 콩을 심어도 충분히 먹고 살 정도는 된다.

농민들은 부지런히 제방 위에 콩을 파종하고 점점 물이 빠지자 지대가 높은 곳에도 콩을 심었다. 파종하기가 쉽고 좁은 곳에서도 심을 수 있는 작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운하나 배수로에는 물고기도 많았다. 물이 고여 있다가 빠지게 되자 길게 그물만 쳐놓으면 많은 물고기가 잡혔다. 토지 면적에 비해 이주민이 많지 않으니 부지런하기만 하면 식량으로 사용할 먹거리를 구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주산 담로는 육군들만 복구 작업을 하고 해군의 경우는 모두 상해지역으로 와서 복구 작업을 돕고 있었다. 그들이 하는 작업은 앞으로 또다시 같은 피해를 대비하기 위해 고지대에 주택을 짓고 있었다.

“중위님, 기왕이면 더 높여서 짓도록 하죠.”

“그게 좋겠군. 대지를 당장 높일 수는 없으니 2층 형태로 지어. 1층은 나중에 주변 대지가 높아지면 지하로 사용하도록 설계를 하고.”

“넷!”

해군을 동원한 이유는 그들은 낮에는 복구 작업을 하고 밤에는 함정으로 돌아와 잠을 잘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전히 낮은 곳은 물이 빠지지 않아 구명정을 이용해 이동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해 지역은 빠르게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워낙 방대한 지역이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서 농민들이 살 지역 주변부터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곳은 다른 지역에 비해 피해가 적은 편이다. 동쪽인 내륙지역인 안휘성, 절강성, 강소성이 태풍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서쪽은 사람들도 많이 죽었다고 하던데.”

“얼마나 많이?”

“평소에도 홍수가 나면 몇 만명씩 죽는다니 이런 규모라면 아마도 수십만명은 죽고 수재민은 수백만은 발생했을 거야.”

농민들은 그저 추측으로 하는 말이지만 사실 남명 지역은 그런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

오래 가뭄이 지속되다가 초특급 태풍으로 대홍수가 발생한 장강 주변은 광활한 지역이 침수되었다. 남경 동쪽 지역은 대부분 물에 잠겨 수많은 수재민이 발생했다.

일시적으로 내린 폭우로 곳곳에서 제방이 터져 도시가 침수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곳곳의 넓은 평야가 마치 바다나 큰 호수처럼 변했다.

수해를 당한 명나라 백성들은 다들 넋을 잃고 그저 하늘만 원망하고 있었다.

“황제가 정신병자라 우리가 이런 피해를 보는 거야.”

“헌강왕도 미친 황제나 마찬가지라고, 권력을 차지할 욕심이 많아 군사만 양성하고 부실한 제방관리는 너무 소홀하게 했어.”

수재민들은 남명에서 보내는 구호식량으로 겨우겨우 연명하고 있었다. 워낙 방대한 지역에서 발생한 홍수피해라 구호 식량은 턱없이 부족했다.

“헌강왕께서 군량미를 모조리 풀었다고 하네.”

“그런다고 우리가 다 먹고 살 수는 없잖아.”

“그래도 구호식량이라도 타서 버텨야지.”

물이 빠진 곳에서는 농민들이 힘들게 파종하고 있었다. 그나마 태풍 때문에 가뭄을 면하게 되자 작물을 새로 심어 나중을 기약하는 것이다.

논농사 위주인 지역이지만 벼를 심기에는 농토가 너무 엉망으로 변해 올해는 그저 밭농사처럼 콩이나 옥수수를 주로 심었다.

헌강왕이나 피해지역의 관료들은 군사들을 동원해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남경도 홍수 피해를 당해 제방이 무너지는 바람에 헌강왕은 군사들을 동원해 다시 제방을 쌓고 있었다.

“전하, 아무래도 군량미를 더 풀어야 되겠습니다. 민심이 너무 흉흉합니다.”

“알았어. 최소량의 군량미만 남기고 모조리 수재민에게 나누어 줘.”

“넷!”

헌강왕의 이런 결정으로 남경 주변은 그래도 어느 정도의 구호 식량이 공급되었다. 그러나 다른 지역은 구호 식량이 공급되지 않아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었다.

부모를 잃은 고아들은 누가 돌보지 않으니 그저 길가에서 구걸하다 바짝 말라 죽어가는 것이다. 그러자 길가에 버려진 시체들이 늘어나고 그 때문에 전염병이 발생하고 있었다.

“여기서 도저히 살기 힘들어.”

“어디로 가지?”

“어디로 가던 일단 여기서 떠나자고.”

살기가 힘들게 되자 수재민들은 고향을 버리고 떠도는 유랑민으로 변했다. 대규모로 유랑민이 떠돌자 남명 지역에는 도적 떼도 곳곳에서 출몰하게 되었다.

한편 장강 하구에 위치한 상해지역은 서쪽과는 전혀 달랐다.

이곳은 운하와 배수로를 아주 잘 만들어 놓아 다른 곳에 비해 빨리 물이 빠졌다. 그러나 상류에서 물에 힘으로 떠밀려온 많은 토사로 이미 시설해 놓은 운하나 배수로가 모조리 매몰되고 말았다.

상해로 오게 된 김신완 총통은 힘들게 판 운하나 배수로 등이 매몰되어 버리자 너무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 주고 싼 영토만 아니라면 포기하고 싶군.”

“총통님, 그래도 농민들이 여기서 정착해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저렇게 복구 작업을 하니 도와 줘야 합니다.”

“알았어.”

김신완은 참모들과 같이 말을 타고 전 지역을 돌아보았다. 지대가 높은 도로는 그나마 유실되지 않아 돌아다니기에는 불편하지 않았다. 이번과 같은 대홍수가 또 발생될 염려가 많다고 판단했다. 그러니 기존에 해둔 시설을 더 확장하고 제방도 더 튼튼하게 건설할 필요가 있었다.

“새로 공사를 시작해야 되는군.”

“총통님, 떠도는 유랑민으로 변하게 생긴 근처의 수재민을 다시 불러야 되겠습니다.”

“소주에도 수재민이 많지?”

“넷! 식량만 준다면 얼마든지 사람을 모을 수 있습니다.”

“알았어, 명나라 사람들을 불러서 공사를 다시 시작해. 주산도에 있는 가축을 모두 이곳으로 가져와 공사에 투입하고. 모든 군량미를 풀도록 해.”

“넷!”

주산 담로는 전쟁을 대비해 많은 군량미를 비축해 두고 있었다. 전쟁이 터지면 사용할 생각으로 비축한 물자지만 상해 지역의 홍수 피해를 복구하려고 모조 풀기로 결정했다.

“조선에서 식량이 오고 있으니 비축된 식량을 모조리 풀어.”

“넷!”

주산 담로가 초특급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보았다. 그래서 제주도를 통해 조선의 호남지역에서 많은 식량을 들여오고 있었다. 당초에는 남명 지역에 가뭄이 너무 심해 정향 황비의 요청으로 남경으로 보낼 예정이던 구호품이다.

“우선 구호품인 식량을 여기서 사용하자고.”

“넷!”

김신완 총통은 명나라를 돕는 일보다 우선 상해 지역의 복구가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인건비로 주게 되지만 결국 남명지역의 주민들에게 식량이 공급된다. 나중에 태왕께서 알아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판단했다.

식량이 속속 상해지역으로 이동되자 유랑민처럼 떠돌게 생긴 수재민들이 대거 상해로 오게 되었다. 대홍수로 떠밀려온 토사는 상해 지역을 무려 2자 정도까지 높여 놓았다.

“돈 주고 흙을 퍼와 복토한 것으로 속편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겠어.”

상해 지역에 토사가 많이 쌓인 이유는 곳곳에 심어놓은 뽕나무와 버드나무 때문이다. 깊이 판 배수로가 역류하며 장애물이 있자 바다로 흘러나가지 많고 토사는 상해 지역에 쌓인 것이다.

상해지역은 매우 낮은 지역이라 대홍수가 아니어도 지대 자체를 높일 필요성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김신완은 경계인 서쪽 운하를 더 넓이는 공사를 시작했다.

“운하를 파서 생기는 흙은 모두 동쪽으로 옮겨.”

“넷!”

무너진 제방은 전보다 폭이 더 넓고 높이 건설하도록 지시했다. 현난풍은 상해 지역으로 와서 복구 현장을 살펴보더니 말했다.

“총통님, 식량만 많으면 더 많은 사람을 동원해 공사를 빨리 끝낼 수 있겠네요.”

“그야 그렇지만 조선의 호남지역에서 가져올 수 있는 식량은 한계가 있어요. 조선도 여유 있는 비축미가 많지 않아 재물이 있어도 사기가 힘듭니다.”

김신완의 이런 대답에 현난풍은 제안했다.

“남명은 가뭄에 이어 홍수로 너무 큰 피해를 보아 당분간 군사를 동원할 여력이 없을 겁니다. 그러니 해군 함정을 모조리 남쪽으로 보내 식량을 사오도록 하죠.”

“남쪽에서 식량을 사오다니 어디를 말하는 거요?”

식량을 남쪽에서 사온다니 의아하게 생각했다. 김신완 생각에는 많은 식량을 일시적으로 사올만한 곳이 없었다. 현난풍은 이내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제가 개척한 남해도에는 비축된 식량이 많습니다. 우선 그곳의 식량을 이곳으로 옮기고 우린 따로 식량을 조달할 방법이 있습니다.”

“따로 식량을 조달하다니 혹시 안남까지 가서 식량을 사올 생각인거요?”

“그렇습니다. 그곳으로 가면 남해도에서 필요한 식량을 어느 정도 조달이 가능합니다.”

현난풍의 이런 제안에 김신완은 좋은 계획이라고 판단했다.

주산군도나 남명지역은 이제 필요한 절대량의 식량이 턱없이 부족하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에서 식량을 대량으로 들여오는 것이 주산의 발전시킬 좋은 계기가 된다고 판단했다.

“안남으로 가서 사올 식량 대금으로 뭐를 가져갈 생각이요?”

“무기나 생필품이야 충분히 구입했으니 안남미 대금으로 사용할 남명의 도자기와 비단을 모아 주세요. 안남까지 가려면 해군에서는 무기나 화약을 더 많이 가져가야 하고요.”

“알겠소. 그렇게 합시다.”

남명의 도공들이 대부분 대진국으로 이주해 버려 현재 생산되는 도자기의 양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생산해 보유하고 있는 고급스러운 도자기는 많았다.

“총통님, 멀리 가야 하는 뱃길이니 최대한 많은 선박을 데리고 가야 합니다.”

“알겠소.”

김신완은 남명 지역에서 도자기와 비단을 모으는 동안 제주도의 함대사령부로 연락했다. 그곳에 있는 해군이 보유한 함정들도 모두 식량을 나르도록 협조 공문을 보내게 되었다.

군량미나 기타 비축미와 생필품을 넘겨주고 명나라에서 도자기와 비단을 싸게 매입했다.

“도자기나 입었던 비단 옷들도 깨끗하게 세탁해 오면 사겠소.”

“알았어요.”

주산 담로에서는 여자들이나 기술자들을 이주민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일시적으로 중단된 대대적인 이주 정책을 다시 시행하는 것이다.

“연해 시로 보내야 하니 여자들이나 기술자들은 일단 군부대 막사에 수용해.”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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