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임트레인-439화 (439/519)

439화

“황비, 북경에서 무슨 특별한 사건이 있어요?”

“폐하, 가정제는 완전히 돌아서 정사를 전혀 돌보지 못하고 있답니다. 소문에는 이미 감금된 상태로 지내고 황후인 왕미미가 국정을 완전히 관장한다고 하옵니다.”

“그거야 당연한 내용이고 다른 소식도 있소?”

“왕 황후가 낳은 태자는 가정제의 친아들이 아니라고 하옵니다.”

“그런 이상한 소문도 퍼진단 말이요?”

“일반인들 사이에 퍼지는 소문이 아니 옵니다. 자금성에 물자를 납품하는 대상인들 사이에 은밀하게 퍼지는 소문입니다.”

소피아의 말에 최인범은 그동안 자신에게 알려진 정보들을 떠올렸다. 자식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나서 다시 낳기 위해 가정제는 별 이상한 짓을 벌였다. 그리고 왕 황후도 마찬가지로 괴이한 행동을 많이 벌였다.

“폐하, 대상인들의 말에 의하면 태자는 백삼수를 많이 닮아서 얼굴이 여자처럼 아주 곱게 생겼다고 하옵니다.”

이런 말에 최인범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이미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백삼수가 자금성 안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백삼수가 자금성 안에서 사라졌으니 분명 왕 황후가 낳은 아이는 백삼수의 아이일 확률이 높아. 그것을 숨기기 위해서도 왕 황후가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을 거야.’

왕 황후도 이미 정상적인 사고력을 지니지 못한 요상한 상태로 변했다. 하지만 마약에 완전히 절어버려 정신병자로 변한 가정제 보다는 나은 여자다.

“황비, 그런 소문이 나면 반드시 반역의 무리가 나타날 것 같은데 왜 조용한지는 아시오?”

“모르옵니다. 그런 문제까지 생각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최인범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자신의 짐작을 답해 주었다.

“아마 명나라의 신료들이 그런 사실을 알아도 가만히 있는 이유가 있을 거요.”

“어마, 이유가 있다니요?”

“미친 가정제나 또는 전대의 엉망인 황제들에게 신물이 난 명나라 신료들이 그런 소문을 들어도 가만히 있는 이유는 황실의 핏줄을 그런 식으로라도 물갈이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는 것 같소.”

“어마나, 명나라 신료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고요?”

“그렇소. 그들에게는 황제라는 상징적인 존재만 필요하지 너무 똑똑하거나 또는 너무 괴상한 놈이 황제로 등극하지만 않으면 평생 호의호식하고 지낼 수 있으니 차선을 택할 수도 있다는 거요.”

소피아는 설명을 듣고 나자 그제야 그런 소문이 널리 퍼지지 않으며 명나라의 고위 관료들이 잠잠하다는 것이 조금은 이해되었다.

최인범은 왕 황후가 명나라를 실질적으로 완전히 장악한 것은 확실하게 알았다. 그녀가 권력을 완전히 틀어쥐고 휘두르고 있다면 아편쟁이인 가정제 보다는 상대하기가 힘들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황비, 그게 모두 사실이면 명나라를 쉽게 보면 안 되겠어요. 영악한 왕 황후는 자신이 차지한 권력을 오래 지속할 요량으로 오히려 능력 있는 인물을 고위관료로 임명해 측근으로 부릴 수 있어요. 그렇게 하면 명나라 관료들이 굳이 반역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왕미미는 권력을 차지하려고 황후의 몸으로 자신과도 접해 아이를 얻으려고 시도했었다. 그러니 쉽게 판단해 상대하기 어려운 매우 복잡한 여자다. 머리가 좋은 여자라는 것은 전에 이미 같이 지냈기 때문에 알고 있었다. 정상적으로 살았다면 나름 큰 부를 이루고 살 정도는 충분한 여자다.

뭔가 이루려는 욕망이 크고 조금은 급한 성격이라 변한 것이다. 이재에도 밝고 본시 기녀로 살기위해 특별한 교육도 받아 남자 심리를 마음대로 요리할 줄 아는 여자다.

왕미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다 보니 짐작되는 것이 늘었다. 헌강왕이 대진국의 뜻과는 달리 독립을 하지 않은 이유는 왕미미가 헌강왕에게 뭔가 중요한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 분명했다.

‘헌강왕이 왕미미와 모종의 비밀스러운 결탁이 있을 수 있어.’

최인범은 이렇게 판단하고 나서 부드럽게 말했다.

“누가 명나라의 권력을 차지하고 휘두르던 그들이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으니 그에 대해 우리는 철저하게 대비만 하면 될 거요.”

“폐하, 왕 황후는 워낙 머리가 좋고 영악한 여자라 걱정입니다.”

“우리나라로 봐서는 멍청한 가정제가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좋은데 아무튼 머리가 좋은 왕 황후가 권력을 휘두른다니 골치는 조금 아프게 생겼소.”

국가정보원에서도 소피아가 수집한 정보를 이미 알고 있지만 그런 내용을 보고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왕미미에 대한 소식을 전하면 이미 죽어버린 왕미령의 사건이 표면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폐하, 왕 황후는 폐하에 대한 원한이 유달리 깊은 여자입니다.”

“원한이라니? 그녀가 왜 나에게 원한을 품는다는 거요?”

“여자란 본시 애절하게 사랑을 갈구하다가 냉정하게 거절당하면 깊은 상처로 남아 원한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왕 황후와 같이 집념이 강한 여자는 반드시 그런 원한을 갚으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가? 왕미미가 전에 비해 너무 달라져 가끔은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소피아는 은근히 봉황사에 머무는 민비가 신경 쓰여 조심스럽게 물었다.

“폐하, 민비는 앞으로 어찌 하실 생각인지요?”

“어찌 하다니요? 민비는 이미 불문으로 들어간 여자가 아니요. 공연히 분란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앞으로 민비에 대한 말을 하지 마시오.”

이미 민비에 대한 처리는 끝났다고 판단했다. 물론 현재의 아내들과는 다른 색의 특별한 여인이라는 향기를 느끼고는 있지만 굳이 복잡해지고 싶지는 않았다.

자식이 있는 진유향을 아내로 받아들이는 바람에 잠시지만 황실이 복잡한 일이 발생했었다. 외부로 알려지거나 또는 자신에게 알려진 내용보다 더 심각한 일들이 있었다고 짐작했다. 그러니 그보다 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여자가 많은 민비를 굳이 환속시켜 아내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황비, 다시 후궁을 받아들이는 문제는 아직은 생각하고 있지 않으니 그렇게 아시오. 그리고 후궁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굳이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는 자식이 딸린 여자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지 않소?”

이렇게 답해주자 소피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태왕은 여자를 싫어하는 성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여자를 탐하지는 않았다. 더구나 자주 외유를 나가서 황궁을 비우고 있었다.

여러 명의 아내가 있지만 그중에 둘은 항상 황궁을 떠나서 생활한다. 더구나 황후는 회임 중이라 접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소피아는 슬며시 권했다.

“폐하, 예술 학교에 아주 뛰어난 미녀들이 많은데 그녀들을 후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떠신지요.”

“그것도 이미 결론이 난 일들이 아니요? 황비는 참으로 이상하군. 전에는 후손을 보기위해 나에게 후궁을 들이라고 하더니 황후가 회임을 해도 또다시 후궁을 들이라니 무슨 생각으로 자꾸 후궁을 들이라는 거요?”

일부일처제인 현대적인 사고력을 지닌 최인범은 지금도 아내가 너무 많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소피아의 말에 별로 비중을 두지 않았다.

“황비, 솔직하게 말해 나중에 그대들이 늙으면 혹시 짐이 젊은 여자를 탐할지는 모릅니다. 그러니 벌써부터 후궁을 드리라고 권하지는 마세요.”

“어머나. 나중에 젊은 여자를 후궁으로 들이시려고요?”

“꼭 그런다는 뜻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요. 그러니 후궁 문제는 더 이상 거론하지 마시오.”

“알았어요.”

이런 대화를 나누는 중에 최인범 일행은 염창 시에 도착했다. 이동하는 도로는 모두 포장되어 있었다.

‘여기가 제일 빠르게 발전하는 신도시군.’

대규모로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창 시는 이제 해안 지역은 모두 염전으로 변한 상태다.

대진국은 나라의 규모가 커지고 경제가 좋아졌다. 새롭게 탄생한 신생국가라 관료들이 매우 청렴해진 상태다. 하지만 부패한 관료도 있고 각종 범죄는 여전히 일어나고 있었다. 물론 그 수가 전에 비해 줄었지만 엄한 법집행으로 이곳에서 강제로 노역하는 죄인들은 아주 많았다.

이곳으로 이송되는 죄인들은 1년 이상 강제노역을 하는 중 범죄인들이다. 특이한 것은 반역죄를 저지른 사람은 아주 드물었다. 대부분 조선과 명나라 출신 관료들이 뇌물을 받거나 또는 상인들이 뇌물을 공여해 재산이 몰수되고 강제노역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인범은 염창 시장을 만나 물었다.

“소금 수출 실적은 어떤가?”

“폐하, 명나라로 수출되는 소금의 양이 전에 비해 많이 줄었습니다.”

“명나라도 천일염을 생산하나?”

“아니옵니다. 명나라는 여전히 자염방식이나 암염으로 소금을 생산하고 있사옵니다.”

한동안 왜구를 동원해 해안을 초토화시켜 소금 생산이나 어업을 하지 못하게 했었다. 그러나 계속 그런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가 보니 산동의 남쪽에서 자염 생산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소금 가격이 폭등하자 암염 생산에 투자를 많이 했다.

그러나 대진국의 자체소비량이 늘어나 염창 시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잘 팔려나가고 있었다.

“국가 재정에는 별 이상이 없겠군.”

“그렇습니다. 아직도 소금의 국내 소비량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앞으로 명나라 수출을 염두에 두지 말고 국내 소비에만 전력을 다하시오.”

“넷!”

최인범은 천일염의 생산 기술이야 이미 명나라로 전파되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아직은 천일염 생산 방식을 명나라에서 시도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해상권은 완전히 대진국이 가지고 있다. 대규모로 천일염을 생산하는 시설을 하면 반드시 공격당할 것이라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라고 판단한 것 같았다.

이곳 염창 시에는 천일염 생산 이외에 각종 젓갈을 생산하는 공장이 많았다. 그리고 간장과 된장을 생산하는 공장도 들어섰다. 바다에서는 천일염과 수산물이 생산되고 육지에서는 콩의 생산량이 많기 때문에 가공 공장도 들어선 것이다.

“황비, 공장을 돌아봅시다.”

“예.”

최인범이 염창 시에서 머물며 공장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곳은 황실 직할인 농장이 많아 그곳으로 가서 운영 상태를 직접 돌아보고 있었다. 전쟁을 대비하려면 직할 농장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경우 비축할 필요성이 있었다.

“관리인은 생산된 농작물은 앞으로 모조리 비축하도록 해.”

“명을 따르겠나이다.”

태왕이 염전이나 가공공장 그리고 직영농장을 돌아보는 동안. 염전 근처의 해변에서는 수많은 기병대가 빠르게 질주하며 크게 소리치고 있었다.

“돌격!”

두두두두.

호위병들과 경호원들이 해변의 갯벌에서 합동으로 군사훈련을 하고 있었다. 호위병 60명이 제일 앞에서 돌진하고 경호원 300명이 그 뒤를 따르는 형태다.

“정지! 퇴각!”

쐐기꼴 형태로 기마병이 적진을 돌파하는 훈련이다. 태왕에게는 직속 부대로 호위병이나 경호원 이외에 근위기병대가 3000명이 있었다.

진형을 갖추고 전력으로 질주하는 훈련이 필요해 넓은 개활지인 해변에서 훈련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전력 질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전력 질주를 하며 단창을 적진으로 던지는 투창술도 펼치고 또는 강궁으로 화살을 날리는 훈련도 병행했다.

호위병들은 말을 3필씩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훈련의 강도는 경호원들 보다 높았다. 경호원들과 달리 호위병은 무술만 뛰어나고 체력이 제일 우수한 병사들로만 차출되어 구성되었다. 그래서 훈련의 강도가 높아도 다들 잘 버티고 있었다.

철갑웅은 잠시 쉬는 시간에 경호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경호실장, 앞으로는 폐하께서 직접 상륙작전을 펼칠지도 모르니 경호원들도 구명정을 젖는 훈련을 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전함에서 내려 상륙 작전을 펼치려면 훈련할 종류들이 많아졌다. 말을 작은 배에 싣고 이동하는 훈련도 해야 하고 노를 젓는 해상훈련도 해야 한다. 체력이 좋은 호위병들도 차츰 지쳐가고 있었다.

“오늘은 이만하지.”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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