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7화
최인범은 앞으로 국내에서 활동하기로 했다. 그 때문에 애마를 데리러 인근의 가축개량소인 목장으로 가게 되었다. 목장을 관리하는 관료를 만나 물었다.
“흑혈풍과 적혈풍의 상태는 어떤가?”
“폐하, 너무 자주 암놈과 교접하면 군마로의 기능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 자주 교접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교접해서 낳게 된 새끼들이 무려 500마리가 됩니다.”
“종마로 쓰는 다른 좋은 군마는 없고?”
“있사옵니다.”
이곳에서는 전국에서 최고 우수한 가축을 모아놓고 품종을 개량하고 있었다. 말, 소, 돼지, 양들이 주축이 되어 품종을 개량한다. 그래서 우수한 수놈들이나 암놈인 가축들이 아주 많았다.
“한우 개량 사업은 잘 되나?”
“넷! 이미 2차 개량까지 끝났습니다.”
“몽골에서 들여온 소와 한우의 교잡종은 어떤가?”
“그것은 현재 교잡우가 처음 생산되는 정도입니다.”
가금류는 이웃한 동물원에서 주로 품종개량을 담당하고 있었다. 최인범은 앞으로 자신의 군마를 3필을 사용할 생각이라 이곳에서 제일 우수한 수놈을 고르게 되었다.
“이놈이 제일 마음에 드는군.”
최인범이 많은 수말 들 중에 고른 말은 순백색의 털이라 백혈풍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마침 이곳 목장에서 다른 곳으로 이송하려는 우수한 군마들을 200필을 별도로 챙겼다.
“철갑웅 호위관, 이 말들은 모두 호위병들에게 넘겨주도록 해.”
“넷!”
애마만 챙겼다고 해서 볼일이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항상 지근거리에서 같이 다니던 애완견인 백두로 데리고 가기 위해 동물원으로 가게 되었다.
풍산개인 백두의 경우 한번 교잡에 많은 새끼를 볼 수 있었다. 또한 가임기간이 짧아 이미 많은 새끼들이 널리 퍼져 나간 상태다.
철씨 삼형제도 옆에 항상 풍산개를 달고 다니기를 원해 한 마리씩 챙겼다. 풍산개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잘 아니 이번 기회에 챙기는 것이다.
“우수한 풍산개 새끼 중에서 두 마리만 별도로 챙겨.”
“넷!”
어린 정강대군에게 선물로 넘겨 줄 생각이다. 그리고 말을 조금 하는 구관조와 큰 앵무새 한 쌍을 챙겼다.
“폐하, 제일 뛰어난 구관조라 사람의 말을 거의 따라 합니다. 큰 앵무새는 말하는 능력이 조금 떨어집니다.”
“애완용으로 키우니 그건 별로 상관이 없어.”
최인범은 풍산개 새끼와 구관조를 챙기고 나서 다시 봉황사로 돌아왔다. 먼저 풍산개 새끼를 상궁에게 넘겨주며 지시했다.
“정강 태자에게 풍산개를 직접 키우라고 해. 풍산개가 주인을 잘 따르게 하는 방법은 반드시 어린 새끼 때부터 밥을 직접 주는 것이 제일 빠르니 그렇게 하도록.”
“알겠습니다.”
구관조나 앵무새를 다른 상궁에게 넘겨주며 지시했다.
“이 구관조나 앵무새는 혼자 외롭게 사는 민비마마에게 넘겨줘서 기르도록 하고.”
“알겠사옵니다.”
이런 일을 끝내도 소피아가 돌아오지 않자 최인범은 가벼운 나무와 창호지를 이용해 솜씨 좋은 스님들의 도움을 받아 글라이더를 만들었다. 나무로 바퀴까지 만들고 조종석에는 개구리를 태웠다. 그냥 날리기 보다는 뭔가 태우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것이다.
휘익! 나플 나플.
손으로 던지는 글라이더가 바람을 타고 멀리 멀리 날아가다가 무사히 땅에 안착했다. 그런 신기한 모습을 바라보자 봉황사에서 지내는 측근은 물론 스님이나 궁녀, 상궁이 모두 놀라고 말았다.
특히 나이가 어린 시녀들은 옆에 누가 있건 없건 크게 떠들었다.
“어머나, 이상한 물건이 하늘을 훨훨 나네. 태왕폐하께서 혹시 저런 것을 타시고 이 세상으로 오신 것 아니야?”
“저건 사람이 탈수 없을 정도로 너무 작잖아?”
“무슨 소리야? 저것을 아주 크게 만들면 사람도 탈 수 있잖아. 개구리를 태워서 안전하면 사람이 타도 안전한 것이지.”
“어머나, 정말 그러네.”
그러자 옆에 있던 시녀가 한마디를 했다.
“사람이 타려면 크게 만들어야 하는데 너무 무거워서 저렇게 바람을 탈 수 없으니 실제로 날아다닐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러네.”
옆에서 시녀들의 대화를 듣던 민비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사람이 타고 날아다니려면 뭔가 다른 장치가 있어야 해.’
민비는 신이 나서 하늘을 나는 물체를 따라다니는 아들을 바라보다가 슬며시 태왕에게 눈길이 가고 있었다.
‘정말 하늘에서 오신 분인가?’
태왕을 만나면 만날수록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전에는 이상한 모형 배를 만들어 아들에게 선물을 주더니 이번에는 하늘을 나는 괴상한 물건을 만들어 선물을 주었다. 민비는 더욱 마음이 심란했다.
‘폐하께서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어.’
자신이 환속해 몸을 주길 원한다면 명령만 내리면 아들의 장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유난스럽게 아들에게 잘 대해 주지만 자신에게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첫날 유심하게 자길 살피고 나서는 이후로는 그런 이상한 눈길을 주지는 않았다. 어느새 민비는 태왕을 행동을 의식하고 있었다.
강사상과 경호원 그리고 철씨 형제들도 태왕의 이런 행동이 조금은 이상했다.
“황비로 민비를 받아들이는 생각이 없어 보이면서 저러시니 너무 헷갈리는군.”
“그러게, 그냥 방치해도 되는데 저러시니 참으로 이상해.”
최인범은 자신이 이미 정강대군을 먼 타국으로 보낼 결심을 했기 때문에 너무 미안했던 것이다. 그래서 어린 아이인 정강 대군에게 최선을 다해 잘해주려는 생각에서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마음에 상처를 주어 그게 고정되면 나중에 떠나라고 권할 때 큰 원한을 품을 수 있어. 그러니 어려서부터 그런 원한이 없도록 해주는 것이 좋아.’
강사상이 하늘을 나는 글라이더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폐하, 뭐라고 부르죠?”
“한어로는 날틀이라고 칭해도 되고 날아가는 물체이니 비행기라고 부르면 돼.”
“알겠습니다.”
봉황사에서 지내는 동안 무기 생산 공장으로 보낸 운석의 가공이 모두 끝났다. 유달리 가벼운 금속으로 만든 마갑과 특수갑옷이 도착하자 그것을 모조리 호위병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갑옷을 입고 전투를 벌여도 거북하지 않을 정도로 마상 무술을 새로 수련하도록.”
“넷!”
사실상 인간 방패를 만들어 주변에 배치한 것이다. 자신들의 역할이 뭔지 잘 아는 호위병들은 철씨 삼형제가 지휘하는 그대로 훈련에 돌입했다.
대부분 태왕의 주변에서 철기병으로 적진을 돌파하는 훈련에 매진했다. 이청수 경호실장은 이런 사실에 자극을 받게 되어 경호원들에게도 명령을 내렸다.
“한가하게 쉬지 말고 교대로 100명씩 무술 수련을 실시해.”
“넷!”
한편 소피아 황비는 예술학교에서 미녀들을 만나자 놀라고 말았다. 아진태와 혼인한 미녀들이 최고 미인이라고 판단했으나 이곳으로 오니 전혀 그게 아니었다.
“어머, 언제 이런 미녀들을 이렇게 많이 모아놓은 거야?”
“황비마마, 일부러 모으기보다 그동안 제태국이나 또는 남명에서 보내온 미녀들 중에 스스로 미모에 자신이 있다고 판단하는 여자들은 혼인을 안 하겠다고 주장해서 나름 제일 뛰어난 미녀만 남게 된 겁니다.”
“예술학교라니 다들 뭔가 뛰어난 기예를 지니고 있겠군.”
“그렇사옵니다. 그림이나 서화는 기본이고 특히 가무에 능한 여자들이 많습니다. 이미 돌아보셔서 아시겠지만 다들 여기서 기예를 남에게 전수하는 선생으로 근무하고 있사옵니다.”
이곳에서 학생들에게 기예를 가르치고 있는 선생들은 본시 이곳으로 오면서 후궁으로 내정되어 오게 되었다. 그러니 평범한 삶을 거부하는 여자들이 대부분이다.
소피아는 결국 그나마 태왕의 후궁이 되는 것을 포기한 여자들을 선발하다 보니 비교적 나이도 어리고 미녀들 중에 다소 뒤쳐진다는 여자들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서 10명의 미녀를 뽑고 나자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미녀들은 모조리 황실의 내명부 소속이라 황후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곳에서 교장으로 근무하는 상궁을 황궁으로 보내자 황후가 직접 찾아와 면담한 이후에 떠나보내야 된다고 해서 기다리게 되었다.
임신 중인 황후가 마차를 타고 와야 하기 때문에 준비도 있어 하루를 또다시 보냈다.
드디어 황후가 찾아오자 내의원 소속인 여의사가 모든 선발된 여자들의 건강 검진을 하고 있었다. 그게 또 이상해 소피아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황후마마, 왜 이런 건강검진을 다시 하죠? 얼마 전에 했다고 하던데요.”
“황비께서는 세상일을 너무 단순하게 보시는군요. 혹시라도 태왕폐하의 용정을 품은 여자가 있을지 모르니 건강 검진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폐하께서 미녀들을 타국으로 보낸다면 반드시 중요한 인물에게 미녀를 보내는 중요한 혼인정책이니 미녀들이 숫처녀인지는 반드시 확인해야 됩니다.”
“그렇군요.”
“예술학교의 선생들과 일부 학생들의 경우는 내명부 소속인 미녀들이라 사실 태왕폐하께서는 딸인 공주를 외국으로 시집보내는 정도로 귀하기 여기니 준비할 것이 많고요.”
표면적으로는 이런 구실을 가지고 뒤로 미루고 있었다. 실제로 월녀는 외국으로 떠나게 될 미녀들을 대상으로 정신 교육을 철저하게 시키고 있었다.
미녀들은 대부분 부모에게 버림 받은 여자들이라 태왕을 친아버지와 같이 여기라는 정신교육이다.
“폐하는 하늘에서 내려오신 분이야.”
“넷! 죽을 때까지 충성하겠어요.”
만약 외국으로 시집을 보내는 미녀들이 대진국을 나쁘게 생각하면 오히려 큰 혼란만 생기게 된다. 지칫하면 국익에 해를 끼치는 사태가 벌어지니 다시 한 번 정신교육을 시키고 있었다.
예술학교에서 지내는 중에는 태왕의 방침에 따라 검소하게 지냈지만 이제는 타국으로 보내지자 월녀는 많은 고급 비단 옷을 선물로 주고 패물도 넘겨주었다.
“이제 시집을 가면 너희들이 살고 싶은 대로 살아.”
“감사하옵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미녀들 중에 미모에 자신이 있다는 이유로 평범한 삶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자신들은 선택 받은 몸이라는 우월감이 있어 다소 화려한 생활을 원했다.
그런 품성을 보이는 여자들인지 다시 확인하고 나서 최종 합격자가 결정되었다. 10명 중에 3명이 탈락하고 다시 3명이 새로 선발되어 합류했다.
“이제 태왕폐하께 미녀들을 데리고 가시면 됩니다.”
소피아 황비는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10명의 미녀를 데리고 봉황사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