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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432화 (432/519)

432화

국가정보원에서 주변국의 동향을 살피려고 정보요원들을 대대적으로 보내자 국방부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자 속속 많은 고급 정보들이 들어왔다. 북경으로 비자금을 보내자 정보원들의 정보수집 능력이 향상된 것이다.

수집된 정보에 의하면 거용관에서 두 나라가 실제로 포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새로 수집된 정보에는 양쪽 진형은적 서로 일정하게 떨어져 포술훈련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도 안차는 위장술을 썼어.’

소피아도 협조를 하기 위해 상인들을 통해 정보를 보내 주었다. 다른 통로로 똑 같은 정보가 들어오자 이제는 두 나라가 밀약한 것이 확실했다. 그리고 아직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대운하를 통해 많은 물자가 화북지역으로 이동했으니 제태국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허! 거용관에서 위장한 전투를 벌인다니 드디어 큰 일이 터졌군.”

“원장님, 태왕폐하께 빨리 알려야 됩니다.”

“속히 파발을 보내.”

“넷!”

국가정보원으로 무역선이 활발하게 오가는 남명 지역에서 소식이 왔다. 주산 담로의 김신완 총통이 보낸 보고로 전년도 가을에 유래 없이 대풍이 들어 많은 쌀을 화북지방으로 보냈다고 했다.

그러나 남경의 헌강왕은 지금 아주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고 했다. 동왜의 무리들이 보내는 왜구의 수가 점점 늘어나 복건성 지역의 해안은 사람이 살지 못하는 폐허로 변했다는 것이다.

‘흠! 헌강왕도 죽을 맛이겠어.’

헌강왕이 독립해서 북경의 조정을 압박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해버렸다.

“왜구 때문에 남명의 독립은 기대하기 힘들게 되겠어.”

“그렇습니다. 피해가 아주 심해서 왜구 소탕에 병력을 투입하고 있답니다.”

문제는 왜구의 침입보다 더욱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었다. 남명의 전 지역에는 봄이 되자 비가 전혀 오지 않았다. 가뭄이 너무 심해 농작물 파종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유 있는 식량을 북쪽으로 보낸 헌강왕은 지금 통탄하겠어.’

주산의 총통은 주민과 군인들이 먹을 식량이 부족해 식량 조달을 해달라고 협조 공문을 보낸 것이다. 아직은 비축된 식량이 있어 당분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주산 담로는 전처럼 남명지역에서 식량을 조달하기 힘들게 되었다. 그러니 조선에서 식량을 보내야 될 지경으로 변했다.

‘목포 지역에서 쌀을 보내야 되는데 여유분이 있을지 모르겠군.’

담로의 경우 관리들이야 내무부에서 보내지만 도(道)와는 달랐다. 중요한 문제는 모두 국가정보원을 거쳐 태왕께 직접보고 되어 처리하는 행정구조다. 그래서 담로에서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국가정보원에서 처리해주고 있었다.

최복동은 조선으로 가서 활동하는 정보 조직을 통해 서둘러 호남지역의 상황을 조사해 보고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조선의 식량 비축 상황을 정확하게 알아내.”

“넷!”

명나라의 자연재해로 대진국도 영향을 받게 생겼다. 아직 식량을 충분히 비축할 정도로 농지나 늘어나거나 식량이 증산되는 상황은 아니다.

전에 비해 식량 증산이 대폭 늘어나기는 했다. 하지만 대진국은 주민의 수도 늘고 새로 확장된 영토로 식량을 보내다 보니 별로 여유가 없었다. 해외 무역에 너무 치중하다 보니 주변국의 큰 재해로 대진국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올 가을까지만 별 탈이 없으면 충분한데 대륙이 가뭄이 들었다니 너무 복잡해졌어.’

최복동은 결국 국무총리를 만나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남명에서 봄 가뭄이 너무 심하다니 총리께서는 앞으로 식량 확보에 힘을 써야 됩니다.”

“알았소. 그렇게 하죠.”

“조선에서 왜로 수출하던 미곡을 중단해야 합니다.”

“알았어요. 조선에서 그렇게 하도록 한양의 대표부로 연락하죠.”

행정부에서 이런 조치를 내리고 있는 중에 드디어 태왕께서 황궁으로 돌아왔다.

봉황성은 이미 높은 성곽이 완공되고 강에는 돌다리까지 여러 개 놓여 있었다. 이곳에는 주변국에서 보낸 첩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최인범은 평범한 장교 복장을 입고 봉황성으로 들어갔다.

남문에는 내무장관인 한민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정한배 건설부 장관도 함께 기다렸다. 그들이 기다리는 이유는 태왕께서 지시할 사항이 있다고 연락했기 때문이다.

“시가지를 돌아봅시다.”

“넷!”

최인범은 두 장관을 대동하고 아주 천천히 시가지를 지나며 주민들이 사는 모습을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구운 벽돌이나 화강암이나 대리석을 이용한 현대식인 다층 건물들도 즐비하게 서있었다.

“상가로 가봅시다.”

“넷!”

다층구조로 지어진 대형 상가에는 수많은 물건들이 높이 쌓여 있었다. 전에는 보기가 힘들던 상아로 만든 장식품도 아주 많았다.

“유구왕국과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되는군.”

“그렇습니다. 유구에서 들여오는 상아가 수가 늘어나 이제는 상아로 만드는 조각품이나 장식품이 흔해졌습니다.”

백성들의 삶을 직접 살피려고 암행하는 것처럼 장관들과 같이 시장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상설시장에는 동해에서 생산되는 건어물이나 동토에서 가져오는 가죽제품이 아주 많았다. 이것으로 보아 동해지역에서 잡히는 수산물이 동서대로를 통해 활발하게 운반되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이제야 연해 시를 개발한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군요.”

유달곤 장관이 급하게 응수했다.

“폐하, 동해에서 보내는 건어물이 여기까지 대량으로 도착할 정도면 앞으로 동쪽으로 주민들이 이주하는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내무장관이 주민들의 이주를 책임지기 때문에 이런 답을 하는 것이다. 대답을 듣던 최인범은 건설부장관을 보며 지시를 내렸다.

“건설부장관, 인구가 너무 수도권으로 몰리면 곤란한데 분산하게 되니 봉황성의 신도시 개발은 다소 천천히 추진해도 되겠어요,”

“알겠습니다.”

어떤 나라던 왕궁이 있는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도시의 수용시설을 넘는 정도로 인구가 집중되면 그 또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최대한 인구 집중을 막고 있었다.

“앞으로는 직할시나 도청 소재지를 더 활발하게 개발하는 것이 좋겠어요.”

“알겠습니다.”

한 나라의 경제 사정을 알려면 지방의 5일장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요도시의 상설시장의 상태도 살펴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시장을 돌아보고 나자 최인범은 황궁으로 들어갔다. 장기간 외유를 했지만 일체의 귀국을 환영하는 행사가 없었다. 각료들 이외에 일반 고급 관리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아주 조용히 황궁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황궁 안으로 들어가 제일 먼저 교태전으로 가게 되었다. 교태전에는 황후인 월녀와 정향공주 그리고 진유향이 기다리고 있었다. 황후를 전격적으로 결정했지만 다른 여자들의 표정은 매우 맑아 보였다. 보아하니 월녀가 내명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잘 배려하는 것 같았다.

“다들 편하게 지내는 것 같으니 다행입니다.”

최인범은 자신의 자손을 잉태한 월녀를 만나자 자연히 그녀의 아랫배 쪽으로 눈길이 갔다. 아직은 쉽게 알아볼 정도로 배가 불러온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도톰하게 불러 오른 모습은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더 힘들겠어.’

최인범은 황후에게 조용히 말했다.

“짐이 조금만 일찍 왔으면 혼인식을 성대하게 하려고 했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늦어 틀렸으니 간단하게 책봉식을 겸해 혼인식을 거행합시다.”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월녀는 태왕의 성품을 너무 잘 안다. 꼭 필요한 경우 이외에는 거창한 의전행사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서운하지는 않았다.

물론 황후를 맞이하는 행사란 국가적으로 아주 큰 국사임에는 틀림없었다. 그러나 이미 황후로 행동하고 있는 상황에 다시 거창한 혼인식을 연다는 것이 어색했다.

최인범은 자순에게 지시를 내렸다.

“간단하게 수도권에 있는 차관급까지만 참석하는 혼인식을 즉시 준비하도록.”

“넷!”

“밖에서 활동하는 황비들이 꼭 참석할 수 있도록 연락하고.”

“명을 따르겠나이다.”

소피아는 대련에서 지내며 명나라와 무역에 힘을 쓰고 있었다. 설화의 경우 멀리 북쪽인 대흥도에서 몽골과 무역활동을 하고 있었다.

두 황비가 황궁을 멀리 벋어나 활동하기 때문에 그녀들에게 연락해 도착한 뒤에 혼인식을 거행할 생각이다.

황비들을 만나고 나자 최인범은 편전으로 돌아와 내소사의 자금내역에 대해 먼저 자순 태감에게서 보고를 받았다.

“황실의 자금이 그런대로 많군.”

“염전에서 소금 생산량도 계속 늘어나고 이번에 몽골에서 들여온 금괴와 가축을 들여와 백성들에게 판매했기 때문입니다.”

“알았어. 자금은 충분하니 새롭게 사업을 추진해도 되겠군.”

일단 내궁으로 들어와 부인들을 만나고 나자 바로 집무실인 편전으로 가서 내소사의 자금 내역을 살폈다. 그게 끝나자 집무실인 근정전으로 와서 그동안 서찰이나 구두로 지시한 내용들을 결재하게 되었다.

산발적으로 자주 지시를 내려놓아 자신이 무슨 지시를 내린지 다소 어수선했다. 하지만 문서에 다시 결재해주다 보니 정리되었다.

어전국무회의를 열게 되었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과 차관 그리고 청장까지 모두 모인 회의다.

국무총리인 이황이 대표로 인사를 하고 나자 회의는 시작되었다. 제일 급한 문제는 명나라의 움직임이 수상하니 제11군단 창설을 서두르자는 안건이다.

“국방장관, 직접 서부 전선을 돌아보니 어떻소?”

“폐하, 전력으로 보아 명나라와 몽골의 연합 공격이 있더라도 충분히 방어할 정도는 되지만 군사들의 수가 아직도 부족해 피해가 클 수 있사옵니다.”

“알았소. 그렇다면 제 11군단의 창설을 서두르도록 하시오.”

“넷!”

명나라와 알탄 칸과 제태국이 뭔가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으니 그에 상응해 병력을 늘려 놓기로 했다. 최인범은 서계에게 지시를 내렸다.

“외무장관은 조선의 한양으로 직접 가시오. 그리고 국방 장관은 함경남북도와 평안남북도에 하나씩의 예비 사단을 편성하도록 조치를 내리시오. 그리고 조선의 재래식 군사들 중에 기병이나 포병은 모조리 7군단과 8군단으로 보내도록 협상하시오.”

“넷!”

이미 조선의 군사권을 대진국에서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기존의 조선군들은 각도에 3천명씩 현역을 보유하는 예비보병사단으로 편성하도록 지시했다.

조선의 재래식 군대에 속한 병사들 중 대진국에서 필요한 기마병이나 포병은 심양으로 이동시킬 요량이다.

명나라에서 몽골과 협상해 침공해오던 안하던 상관없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자 오래 벼르고 있던 요서지역까지 대진국의 영토를 확장할 계획이다. 그동안 왜와 동쪽의 연해주에 치중하던 동진정책을 서진정책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조선에서 오는 병사들은 되도록 미혼으로 차출하시오.”

“넷!”

요서 지역을 차지하면 그곳은 조선 출신들이 정착하도록 할 계획이라 이런 지시를 내렸다. 명나라나 여진출신을 그곳에 보내서 정착시키기보다 조선출신을 보내면 지키려는 사명감이 더욱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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