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1화
급하게 정보원들을 이웃나라들로 떠나보내고 나자 최복동은 국방장관인 이지함을 만났다. 최복동은 매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국방장관, 태황폐하께서 황궁으로 오시기 전에 장관께서 서쪽 방어선을 직접 돌아보는 것이 어떻겠소?”
“원장님, 명나라에서 무슨 새로운 정보라도 들어왔나요?”
“아직 그건 아니요. 북경으로 보낸 정보원들이 우리가 필요한 정보를 아직은 보내지는 않고 있소. 하지만 황비마마께서 보낸 서찰에 북경지역으로 유달리 많은 물자가 모여지고 있다니 뭔가 조짐이 좋지 않아요. 국방장관은 서부전선의 군대의 방어태세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소.”
최복동의 말에 이지함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폐하께서 새로 11군단을 창설하라는 명령을 보내 서쪽으로 가볼 생각을 하던 중이니 제가 직접 심양으로 가서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아마 은밀하게 움직일 것 같으니 잘 살펴야 합니다.”
“필요하면 제가 직접 서쪽의 요서 지역으로 넘어가서 살피도록 하죠.”
“그건 너무 무리니 정보사령부 요원들을 보내는 것이 좋소.”
“넷!”
국가정보원은 접경 지역이 아닌 적국의 후방에서 정보를 수집한다. 군대나 경제, 정치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너무 포괄적으로 방만하게 조사하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서는 조금은 치밀하지 못했다.
그와는 별도로 국방부 소속인 정보사령부에서 국경선 근처에서 수시로 정찰병을 보내 군에서 필요한 접경지역의 군사적인 정보를 집중적으로 수집하고 있었다.
“언제 심양으로 떠날 생각이오?”
“내일 바로 떠나겠습니다.”
“우리 정보원과 동행하도록 하시오.”
“좋습니다.”
이지함은 일단 명나라나 몽골의 군대가 진격할 가능성이 있는 국경지대를 방문해 정찰병을 더 많이 보내 정보를 수집하기로 결정했다.
“직접 돌아보면 뭔가 조짐이 나타나겠지요.”
“태왕폐하께서 무척 걱정하시니 반드시 적의 정확한 행보를 알아야 합니다.”
“몽골로도 정찰병을 보내는 것이 좋소.”
“그렇게 하죠.”
이런 결정을 내리고 나자 최복동은 황궁으로 들어갔다.
황궁은 계속해서 증축해 전보다 전각의 수가 늘고 이제는 모든 공사를 끝냈다. 명나라의 동태를 잘 살피기 위해서는 정보원에서 사용할 비자금이 필요했다.
‘태왕폐하가 안계시니 황후님께 자금 조달을 부탁해 봐야겠어.’
이렇게 판단한 최복동은 황후인 월녀가 머무는 교태전으로 연락했다. 전과 달리 남자들은 황궁의 내궁으로 들어갈 수 없으니 상궁을 통해 연락해서 태왕의 집무실에서 만나려는 것이다.
집무실 옆에 있는 회의실에서 기다리자 황후인 월녀가 상궁들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전에는 치장하지 않았지만 화려한 비단옷에 보석으로 만든 머리 장식도 하자 미모는 놀라울 정도로 변해 있었다.
‘허! 내 눈이 그동안 소경과 같았어.’
여자는 꾸미기 나름이라더니 월녀의 미모는 다른 황비들 보다 더욱 아름다웠다.
잠시 월녀의 얼굴을 바라보고 놀라던 최복동을 급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황후마마, 소신 문안 인사드리옵니다.”
“원장님, 이렇게 만나나 너무 반갑습니다.”
전에부터 잘 아는 사이지만 이제는 위상이 달라졌다. 그 때문에 최복동은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태왕의 후손을 회임한 황후기 때문에 월녀의 위상은 막강했다.
어린 나이에 배포도 크고 또한 상술에 뛰어난 능력을 보여 큰 부를 이룬 여자라 월녀는 빠르게 내명부를 완전히 장악했다.
회의실 중앙에 있는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은 황후는 서서 굽실거리는 최복동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지 마시고 앉아서 말씀해 보세요.”
“넷!”
의자에 앉고 나자 최복동을 자신이 필요한 비자금에 대해 설명했다. 초롱초롱한 눈매로 설명에 귀를 기울이던 황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해 주었다.
“아하! 그렇겠군요. 고급 정보를 수집하려면 명나라 관리에게 뇌물을 넘겨주는 방법이 제일 빠르죠. 내소사로 연락해 놓을 것이니 필요한 자금은 얼마든지 가져다 쓰도록 하세요. 태왕 폐하께서 황궁으로 돌아오시는 중이니 나중에 자금 사용처를 자세하게 보고하고요.”
“넷!”
황후는 조선으로 정보원을 보낸다는 사실을 알고 추가해서 지시를 내렸다.
“조선으로 비자금을 보내면서 제가 조선을 떠나며 지시한 사항이 잘 이행되는지 확인하세요.”
“알겠습니다.”
월녀는 조선을 떠나면서 경기도와 전라남도에 있는 염전 시설을 타인들에게 인계했다. 하지만 그런 반면에 충청도 지역과 덕원부 지역에 대규모로 염전시설을 만들도록 투자해 놓고 돌아왔다.
믿을 만한 대리인을 임명해 관리하고 있지만 확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곳 사업을 걱정한다고 직접 가볼 수는 없으니 정보원장에게 확인하도록 지시하고 있었다.
전라남도 지역이 천일염 생산에 좋은 여건이다. 하지만 충청도나 덕원부 지역도 염전을 대규모로 만들면 수익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남들이 잘 투자하지 않는 곳에 미리 투자를 함으로 황실이라 특혜를 받는다는 구설수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한 것이다.
덕원부의 경우 의외로 비가 많이 내려 천일염 생산자로 좋은 조건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풍차를 이용해 운영하다보니 그런대로 천일염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었다.
황후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몸도 이렇고 황궁을 떠나서 돌아다닐 상황이 아닙니다. 그러니 국가정보원에서 가끔 새롭게 만든 염전의 현장을 돌아보고 염전 운영 상태를 확인해 보세요.”
“넷!”
대진국의 영토가 커지고 인구도 늘어났다. 그래서 소금의 소비량은 전에 비해 대폭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경상도 지역에서 생산되는 소금의 경우는 모두 왜로 수출해 큰 이득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쪽은 조선 조정에서 염전을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대진국과는 별로 상관이 없었다.
전라도의 목포 근처에서 생산되는 소금의 경우는 남명 지역으로 수출해 대진국에 큰 부를 가져다주고 있었다. 특히 그곳에는 명나라에서 잡아온 노예를 염부로 부리고 있었다. 그 때문에 생산 단가가 싸서 지역에는 염전을 운영해 큰 재물을 모은 거부들이 대폭 늘어나고 있었다.
‘전라남도에 큰 부를 이룬 거부들의 움직임이 다소 수상해.’
그곳에서는 조금 다른 독자적인 정치세력이 등장하고 있었다. 큰 부를 이룬 거부들이 주축이 되어 비밀스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뭔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월녀는 황실의 내명부 최고인 신분이라 자신이 직접 챙길 일에 대해 지시했다.
“유구 왕국으로 사람을 보내서 유구 왕실의 내부 사정을 소상하게 알아 오시오.”
“넷!”
유구 왕국에서 오게 된 공주를 아진태와 혼인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공주가 그것은 너무 부당하다며 완강하게 거절했다. 그래서 유구 왕국으로 사람을 보내 왕족들의 사생활을 캐보라고 지시하는 것이다.
“혹시 그곳에 이미 공주가 사귀고 있던 남자가 있을 수 있으니 그런 기미가 있는지 자세하게 알아보세요.”
“넷!”
이런 내용이야 공식적으로 알아보기 곤란하니 국가정보원 조직을 가동하려는 것이다. 황후를 만나 충분한 비자금 사용을 허락 받는 최복동은 황궁에서 나왔다. 충분하게 확보된 비자금을 빠르게 현장의 정보원들에게 보내게 되었다.
‘이제 정확한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겠지.’
태풍이 불기 전처럼 주변국이 너무 조용하니 최복동은 은근히 걱정이다.
“후우! 내가 너무 안일하게 주변국을 평가하고 있었어.”
사실 그동안 별로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명나라의 움직임을 대충 살피고 있었다. 외부로 나가는 정보원 조직을 국내로 돌려 혹시 반란 세력이 있는지 살핀 것이 불찰이었다.
‘국내는 신경 쓸 필요가 없었는데.’
태왕폐하께서 너무 많은 권력을 국무총리나 각료들에게 넘겨주었다. 그래서 최복동은 혹시 국무총리나 기타 각료들이 혹시 딴 마음을 먹을까 염려했던 것이다.
특히 설화가 방대한 조직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해 자세하게 조사해 보니 전혀 다른 내용도 알아냈다. 그녀는 전국에 사찰을 건립하며 동시에 그 사찰을 중심으로 환인(桓因) 사당을 만들어 두었다. 설화가 이끄는 조직은 태왕을 신격화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아무튼 실체를 모두 알고 나자 최복동은 자신이 공연한 조사에 정보조직을 가동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국가 정보원의 국내에 대한 정보수집 조직을 모두 해외 활동 조직으로 만들고 경찰에게 정보 수집 업무를 넘기는 것이 좋겠군.’
이미 뭔가 잘못 됐다는 느낌이 들어 초조했다.
‘내 실수로 자칫 전쟁이라도 터지면 큰일이야.’
초조하게 정보원들이 보내는 소식을 기다라는 중. 제일 가까운 조선으로 비자금을 보내는 동시에 새로운 사실이 알려졌다.
조선왕국 담당인 국장이 급하게 보고했다.
“원장님, 조선에서 자칫하면 반란이 일어나게 생겼습니다.”
“뭐라? 어디서?”
“평양에서 반란의 조짐이 보입니다.”
조선국담당 국장의 보고에 의하면 조선의 평안도와 함경도 지역에서 빨리 대진국과 통합하길 원하는 모임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원장님, 평양 감사가 주동이 되어 은밀하게 그런 비밀 모임을 소집하고 있답니다.”
“한양은 조용한가?”
“아직은 한양은 조용하지만 계속해서 수집되는 정보를 분석해 보면 조선은 현재 크게 두 패로 갈려지고 있다고 합니다.”
“조선이 망조가 들어서 그런지 내부 분열이 심하군.”
“그렇습니다.”
한 패거리는 빨리 이조왕조를 끝내고 대진국과 통합하지는 부류다. 다른 쪽은 이대로 조선왕조를 계속해서 이어가야 된다고 주장하는 무리가 있었다.
“원장님, 마냥 방치하다가 보면 조선에서 내전이 벌어질 수도 있사옵니다.”
“그런 정도로 서로의 갈등이 심각한가?”
“넷!”
명나라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시점이다. 이런 시기에 조선이 둘로 갈라져 분열하게 생겼다니 최복동은 은근히 걱정이다.
‘하필이면 이런 때 그런 조짐이 보인다니 간단치 않겠어.’
수백년을 이어온 왕조가 소리 없이 소멸되어 대진국으로 흡수될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 내부에서는 여러 형태의 정치적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패가 갈라지고 있는 것이다.
함경도와 황해도에서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대진국의 발전을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위치기 때문이다. 전에는 별 볼 일 없던 지역에 사는 여진족들도 이제는 부를 이루고 살자 다들 마음이 급한 것이다.
조선에서 큰 변화의 조짐이 있자 최복동은 정보원들을 조선으로 더 많이 보내도록 지시했다.
“국장, 조선의 한양과 남부 지역으로 정보원들을 더 많이 보내서 민심의 동향을 정확하게 조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