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화
많은 몽골말이 오게 되자 말을 이용해 울타리 공사를 빠르게 진행했다. 무려 100명이 넘는 힘이 좋은 경호원들이 인근에 사는 주민 1000명과 같이 공사를 하자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퍽! 퍼벅! 퍽!
봉황성으로 빨리 돌아갈 생각이라 최인범의 도끼질은 더욱 빨라졌다. 그저 체력훈련 삼아 한다는 작업이 달리진 것이다. 그러자 철씨 형제의 손길도 바빠졌다. 벌목도 요령이 있기 때문에 몇 번 도끼질을 하지 않아도 커다란 나무들은 쉽게 가지런히 쓰러지고 있었다.
최인범이나 철갑웅의 손길이 바빠지자 경호원들은 쉬는 시간만 되면 한숨을 토했다.
“후유! 태왕 폐하께서 쉬지도 않고 도끼질을 하니 쉴 수도 없고.”
“빨리 공사를 끝내고 봉황성으로 돌아가려고 저러시는 거야.”
“하긴 너무 오래 황궁을 비웠어.”
이곳에는 곧게 뻗어 있는 잣나무, 자작나무, 가문비나무, 황철나무들의 군락지가 많았다. 굶은 밑동은 건축에 사용할 목재로 사용하고 윗부분만 별도로 잘라 목장의 울타리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최인범이나 경호원들은 주로 벌목만 담당하고 주민들은 쓰러진 나무들을 톱으로 잘라 말을 이용해 나르거나 또는 울타리를 만드는 작업을 담당했다.
태왕이 직접 목장을 건설하기 위해 작업을 하니 멀리까지 소식이 알려지자 인근에 있는 주민들이 더 많이 몰려왔다.
“필요한 나무는 얼마든지 공짜로 가져갈 수 있다니 돕고 나무를 가져가야 되겠어.”
“그게 좋지.”
아무리 아름드리나무가 가득한 숲이 많아도 목재로 다듬는 작업은 힘이 든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벌목하기에는 버거운 큰 나무를 쉽게 구하기 어려우니 일을 해주고 목재를 가져가는 편이 더 이득이었다. 더구나 이곳으로 이동된 말과 소를 일정기간 마음대로 사용이 가능하자 주민들이 몰려 왔다.
그러다 보니 건축기술자인 목수들도 먼 곳에서 소식을 듣고 오게 되어 본래 생각과는 달리 대형축사시설까지 목재로 만들게 되었다.
어느새 3월이라 벌목이 끝난 지역에는 불을 질러 화전을 일구고 그곳에는 감자를 심었다. 전에부터 밭으로 사용하던 곳은 밀이나 옥수수가 많이 재배되고 있었다.
가축을 이용 쟁기질해서 두둑을 만들고 감자를 심게 되자 파종 속도는 매우 빨랐다. 물론 밀이나 옥수수 파종도 축력을 이용해 써레질을 하고 파종하니 파종속도는 전에 비해 몇 배는 빨라졌다.
최인범은 일단 황실에서 직접 관리할 초대형 목장을 만들었다. 목장 건설작업을 모두 끝내고 나서 이창수 경호실장에게 지시했다.
“호랑이와 표범을 잡아 박제를 만들고 나서 연해 시로 돌아가자.”
“넷!”
호랑이와 표범의 박제를 만들려는 이유는 황궁 안에서 키우던 맹수들을 모두 동물원으로 보냈다. 그 때문에 그 대신으로 황후나 황비들에게 선물로 넘겨주려는 것이다.
주변에 호랑이가 너무 많으면 목장에서 기르는 가축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개체수를 줄일 목적도 있었다. 최인범과 경호원들은 여전히 개활지에 불을 질러 화전을 일구면서 야생동물들을 사냥했다.
며칠간 사냥을 하고 보니 10마리의 호랑이와 표범 5마리 그리고 사슴 등이나 기타 야생동물을 잡았다. 박제기술을 가지 장인들을 만나 지시했다.
“10일 안으로 모조리 박제를 만들어 두시오.”
“넷!”
최인범은 이곳까지 찾아온 이맹선 도지사에게 지시했다.
“앞으로 관청에서 허가를 받지 않은 사람은 사냥하는 것은 금지하시오.”
“넷!”
“호환이나 기타 맹수들의 피해가 발생할 조짐이 보이면 반드시 군과 협조해서 개체수를 줄이도록 하시오.”
“명을 따르겠나이다.”
지역의 경제 발전도 좋지만 생태계 보존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만 개발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렇기 때문에 화전을 일구는 것도 전에는 아무런 허가를 받지 않고 할 수 있지만 이제는 함부로 화전을 일구지 못하게 조치를 내렸다.
“철갑웅, 척계광이 올 때가 지났으니 연해로 가자.”
“넷!”
최인범은 경호원들과 같이 연해 시로 가기 위해 남쪽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길은 이미 많은 가축이 먼저 이동하는 바람에 길이 아주 넓고 잘 정비되어 있었다.
솔빈 시에 도착하자 이미 곳곳에 큰 건물을 짓는 공사가 시작되었다. 자신이 흥개호에서 목장을 만드는 동안 이주민들이 대거 몰려와 전에 비해 주민들 수가 대폭 늘어났다.
군사 편제상으로 도청소재지에는 반드시 예비사단을 두고 있다. 그 때문에 이곳에도 3000명의 현역으로 구성되는 예비사단이 주둔하게 된다.
“도지사, 예비사단 병력은 연해 시에서 왔나?”
“아닙니다. 연길에서 이곳으로 장병들이 왔습니다. 그래서 이곳으로 더 많은 이주민이 오는 중입니다.”
최인범은 이맹선 도지사에게 지시했다.
“새로 도지사를 보낼 것이나 연해 직할 시장으로 근무를 하시오.”
“넷!”
옆에서 지켜본 바로 능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해 이맹선을 직할시장으로 임명했다. 도지사 업무보다는 연해 직할시장의 업무가 더욱 막중하기 때문이다. 연해 시에서 협조해 동해도나 기타 사할린까지 발전시켜야 된다.
최인범이 솔빈 시를 떠나 연해 시로 향하는 중에 전방에서 일단의 군사들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러자 망원경으로 전방을 살피던 김청수 경호실장이 보고했다.
“폐하, 두 비서관이 오고 있사옵니다.”
“뭐 하러 와. 연해 시에서 기다리지.”
“아마도 너무 늦게 도착해서 그런 것 같사옵니다.”
척계광과 같이 오는 사람은 의외로 멀리 남쪽으로 보낸 대마불이다. 생각지 않은 사람을 여기서 만나게 되자 최인범은 반가운 표정으로 물었다.
“대마불, 자네가 어떻게?”
“폐하, 그동안 모은 재물을 운반해 오느라고 모든 함정을 이끌고 왔사옵니다.”
“여자도 데리고 왔나?”
“넷! 남명에서 여자들도 많이 데리고 왔사옵니다.”
최인범은 대마불과 같이 이동하면서 유구왕국에서 활동하던 내용에 대해 자세하게 보고를 받았다.
대마불은 동왜의 영주들이 운영하는 왜구들에게 일종에 통행세를 징수했다. 왜구가 다니는 길목에 지키고 있다가 격침을 시키는 대신 수색을 해서 재물의 반을 징수했다.
“반을 순순히 내놓던가?”
“예, 처음에야 그렇지 않고 대항했지만 나중에는 순순히 반을 내놓고 운항하고 있사옵니다.”
반을 통관세로 내면서 동왜에서 계속 남명으로 왜구를 보내는 이유는 걸리면 반을 내놓고 안 걸리면 큰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 걸리는 왜구의 수는 얼마나 되나?”
“반 정도는 안 걸린다고 판단됩니다.”
“길목을 지켜도 그런가?”
“넷! 워낙 넓은 지역이라 그런 정도만 단속할 수 있사옵니다.”
“남해도에서 활동하는 현난풍의 소식도 아나?”
“넷! 현 제독은 저와는 다르게 재물의 반 이외에 추가해서 노예를 차지한 뒤에 통과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보고에 최인범은 대마불보다 현난풍이 재물 욕심이 더 많고 야심이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유구왕국이나 조선왕국은 이제 대진국의 제후국으로 변했다.
왕위야 계속해서 이어지지만 군사권과 외교권이 모두 대진국에 속해 있다. 그 때문에 경제와 행정만 담당하는 자치주 정도로 유지되었다. 규슈지역은 나가사키 영주가 쇼군이란 직책으로 비슷한 형태로 차츰 변하고 있었다.
경제 부분도 해외와의 교역은 대진국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함부로 다른 나라와 교역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세 나라 모두 실질적으로는 대진국에 속한 지방 정권에 지나지 않았다.
“유구에는 자네 이외에 해군이 별도로 있나?”
“넷! 그들은 주로 연안에서 밀수선을 단속하는 정도입니다. 먼 바다로 나가지는 않습니다.”
이런 보고를 듣고 다소 사소한 대화를 나누며 이동하다 보니 연해 시에 도착했다. 부두에는 많은 함정들이 있었다. 대마불이 가져온 전투함 10척 이외에 대형 전함 10척과 화물선 20척이 도착해 있었다.
최인범은 부두 옆에 있는 커다란 건물의 사무실에서 도지사를 비롯한 많은 관료들을 모아 놓고 지시를 내렸다. 척계광이 이미 북해도를 복속시켰다.
제일 먼저 동해도(東海道)라고 칭하는 대진국의 행정구역임을 일라고 도지사를 임명했다.
“신일섭 도지사는 그곳으로 가면 촌장을 도청의 고문으로 임명해 그를 예우해 주도록 하시오.”
“넷!”
“일정 부분 동해도로 재정 지원을 해주지만 자체적으로 관청을 운영해야 하니 필요이상으로 관청이나 관료를 늘리지 않도록 조심하시오.”
“명심해서 거행하겠사옵니다.”
원 역사에는 삿포로 시로 불리는 곳을 웅인(熊人)시로 칭하기로 결정했다. 곰과 인간이란 뜻으로 지은 이유는 그곳에 사는 원주민이 불곰을 숭상하고 인간을 뜻하는 아이누라고 칭하기 때문이다.
사할린 지역은 우선 동해시에서 관할하도록 결정하고 웅인 시로 나중을 대비해서 2개연대인 2천명을 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2척의 전함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분견대와 같은 규모인 전함 5척을 그곳에 배치했다.
유구 왕국에서 실질적으로 해군 역할을 담당하는 대마불에게 추가해서 전함 5척을 넘기기로 했다.
“대마불은 앞으로 왜구를 단속해서 차지하는 재물의 반은 유구왕국에서 사용하고 남은 반을 이곳으로 보내지 말고 모두 제주도로 보내서 무기 구입비로 사용하도록 해.”
“넷!”
제후국이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착취하는 형태는 일시적으로는 좋지만 나중에는 큰 반발이 생기기 때문에 일정량의 국세만 받고 나머지는 그 지역의 발전을 위해 사용하라는 뜻이다.
흑룡 강변에도 조선소도 건립하고 해군을 둘 생각이라 화물선 10척을 해군 소속으로 만들어 흑룡 강으로 보내기로 했다.
“해안선을 따라서 이동하면 별로 위험하지 않으니 속히 떠나도록 하시오.”
“넷!”
조선소를 만들 기술자를 비롯해 해군들을 일부 그곳으로 먼저 보내기로 했다. 대형 화물선을 흑룡 강으로 보내서 그 화물선을 이용해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기로 정한 것이다.
필요한 재정이야 대마불이 가져온 재물을 동토인 동해도나 흑룡강 지역 발전 기금으로 사용하도록 조치를 내렸다.
이어서 남은 10척의 화물선은 모두 동해도와 연해 시를 오가는 연락선으로 활용하도록 지시했다. 이런 지시를 끝으로 관료들이 주청을 드리는 사안들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명령하고 나서 최인범은 대마불과 동해도에서 주둔하게 되는 분견대장을 따로 불렀다.
“대마불은 분견대와 같이 여자들과 관료 그리고 육군을 운반하도록 해. 동해도에서 하역이 끝나면 대마불은 혼슈 지역의 서쪽인 동해와 접한 항구들을 공격하고 제주도로 가서 보급을 새로 받고 유구왕국으로 돌아가도록.”
“넷!”
“분견 대장은 혼슈 북부 지역의 항구들을 공격해 동해도에서 필요한 물자를 최대한 조달해 주도록 해. 혼슈 동남쪽의 에도까지 공격해도 되니 차츰 공격 범위를 넓이도록 해. 그렇다고 함부로 상륙하지는 말고.”
“알겠습니다.”
결국 분견대에게는 전문적으로 혼슈 북부를 계속 동왜 세력을 은근히 압박하라는 뜻이다. 부두에서 대마불이 분견대 소속인 함정들과 같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제는 동토 지역에 대한 기본적인 계발을 위한 기초는 충분히 마무리했다고 판단했다.
최인범은 6명의 아이누 청년들을 경호원에 포함시켜 연해 시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