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8화
흥개호는 맑은 물속에 많은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어업에 종사하면서 살아도 되는 정도로 물고기가 많아 사람들을 이주시키기 좋은 지역이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면 쉽게 이주해 오겠군.’
흥개호의 북쪽으로 아무르 강 (흑룡강)의 지류인 우수리 강이 흐르고 하바롭스크 지점에서 만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자신이 머물고 있을 때 동토의 땅에 대해 확실하게 발전할 기반을 다져놓을 요량이다.
‘동쪽을 발전시키려면 흑룡강에도 판옥선 정도를 운항하는 해군을 두는 것이 좋겠어.’
아직은 외부에서 이곳 동토의 땅으로 침입할 요소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지역이 너무 낙후되어 민간인이 대규모로 운송업을 하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흑룡강 지역의 야인여진을 복속시켰다고 하지만 그들은 아직도 독자적인 언어와 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것도 시정해야 된다. 큰 강이 있으니 최대한 강을 이용해 개발을 하는 것이 제일 좋았다.
‘시베리아 지역의 개발도 강을 이용하는 것이 좋아.’
육군을 보내면 야인여진족들이 혹시라도 반감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해군을 보내 그 지역의 발전을 돕는다면 여러모로 유용하다고 판단됐다.
이렇게 판단한 최인범은 지도를 놓고 고심했다.
“철갑웅, 자네가 보기에 흑룡강을 장악할 해군 사령부나 조선소는 어디에 있는 것이 좋겠나?”
“그야 중심인 흑룡시가 제일 좋지 않을까요?”
“그곳은 이미 어느 정도 발전된 도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을 것이니 더 동쪽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좋지.”
“폐하, 그야 그렇지만 그곳으로 가서 일할 기술자나 근로자가 많이 필요하니 문제입니다.”
철갑웅의 생각에는 태왕의 구상이 다소 이상했다. 살기 좋은 명나라를 흡수해 버릴 생각을 하지 않고 자꾸만 동쪽으로 발전을 계획하니 조금은 의문이다.
‘그곳을 꼭 점령해야 될 이유가 있나?’
사람이란 본시 추운 지방 보다는 사계절이 있는 온대지역이 제일 살기가 좋았다. 그런데 그것을 마다하고 동토의 땅으로 가려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태왕폐하께서 숨은 뜻이 있겠지만 참으로 이상한 계획이야.’
최인범은 사할린 지역까지 완전히 영토로 만들어 발전시킬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되도록 동쪽으로 이주민을 보낼 요량이다.
먼 훗날에는 그 지역에 매장된 지하자원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니 대진국의 미래를 생각하면 반드시 그곳을 차지해 두는 것이 좋았다.
‘추운 지방이지만 석탄을 이용한 난방시설로 충분히 살기 좋은 여건으로 만들 수 있어.’
명나라가 영토는 넓지만 사실 살기가 좋다고 판단되는 지역은 그리 많지 않았다. 더구나 그곳은 한족들이 오래 살고 있는 지역이라 설사 점령하더라도 쉽게 온전한 대진국의 국민으로 만들기가 어렵다.
‘완전히 동화시키기도 어렵고 결국 인구수가 많은 한족에게 사실상 흡수되는 꼴이 되니 차라리 동쪽으로 진출하는 것이 더 유리해.’
명나라의 중심인 북경 지역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후세에는 황사 때문에 살기가 좋지 않으니 별로 차지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막연한 생각으로는 북경을 공격해 한족들이 남쪽으로 수도를 옮겨 물러나는 정도면 족했다.
설사 대진국에서 북경을 점령하더라도 변방의 국경 도시 정도로 놔둔다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철갑웅, 전쟁을 벌여 명나라를 완전히 점령하기보다 동쪽으로 진출이 국력 낭비가 적고 오히려 효과적이라고 보는데.”
“폐하, 성공만 한다면 그쪽이 더 좋아 보이기는 합니다. 한족들은 근래 들어 황제들이 너무 엉망이라 그렇지 뭉치면 사실 겁나는 종족들입니다. 인구가 너무 많아서 완전히 정복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요.”
몽골에서 북경을 차지하던 또 다른 왕조가 북경에 세워지던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그럴 힘으로 차라리 무인지경인 동토로 진출해 놓으면 그것이 더 국가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서쪽으로 대흥안령산맥까지만 차지하고 서남쪽으로는 산해관까지 영토로 삼게 되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기왕에 있는 만리장성을 국경선으로 고정시키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남명만 별도로 독립하면 한족들은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는데 헌강왕이 너무 조용하군.’
명나라는 최인범이 전생에 알고 있던 중국의 영토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아진 상태다.
만주 지역은 이미 대진국이 차지했다. 그리고 내몽골 지역은 알탄 칸이 점령해 통치하고 있었다. 서쪽의 타림분지가 있는 신강 지역에는 타타르 왕국이 들어서 있었다. 더구나 방대한 영토인 티베트 역시 독자적인 왕국으로 통치되고 있었다.
명나라는 매우 허약해 동남아시아와 접한 남쪽의 운남성, 광서성, 광동성에 대한 지배권도 없어 거의 독립국가 형태로 통치된다.
‘지도를 놓고 자세하게 살피니 대진국의 영토가 명나라보다 더 넓군.’
물론 아직 온전하게 합병시키지 못한 한반도와 요서 지역 그리고 규슈를 영토로 포함해서 해보는 생각이다. 일단 남의 나라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전쟁을 벌이기보다 무인지경인 동쪽 개발에 치중하기로 결심했다.
이런 결심을 하자 최인범은 국무총리와 국방 장관 그리고 해양부장관에게 보내는 서찰을 쓰게 되었다.
흑룡 강과 우수리 강이 만나는 하바롭스크 지역으로 조선 기술자를 보내 그곳에 판옥선을 만드는 조선소를 건립하라는 지시다. 조선소만 먼저 건설하면 흑룡강에서 어업하기에 필요한 어선과 판옥선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해군을 양성해 그곳으로 보내도록 지시했다.
파발을 통해 봉황성으로 서찰을 보내고 나자 최인범은 철갑웅에게 지시했다.
“가까운 대장간을 찾아가서 내가 쓸 도끼를 만들어와.”
“폐하, 직접 나무를 패시려고요.”
“놀면 뭐해. 척계광이 올 때까지 목장의 울타리라도 만들어 둬야지.”
“알겠습니다.”
왕정 국가에서 군왕이 직접 상노동에 해당하는 벌목을 한다니 다소 이상한 행동이다. 하지만 힘이 워낙 좋은 최인범의 입장에서는 가벼운 체력 단련의 방법이다.
‘그동안 배에서 너무 편하게 지냈어.’
몽골에서 대규모로 가축을 수입해서 연해 시로 보내려면 이곳을 지나야 하니 이곳에서 미리 목장 시설을 만들어 둘 요량이다.
‘대흥도에 있는 목장은 몽골과 너무 가까워서 공격당해 와해될 수 있어.’
물론 자신이 건재할 경우야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훗날은 누구도 모른다. 그런 경우를 대비하려고 이곳에서 대규모로 목장을 운영할 요량이다.
철갑웅이 가져온 도끼를 사용해 울타리를 만들기 위한 벌목 작업을 하면서 기다리는 중에 대흥도에서 먼저 몽골말이 도착했다. 1000마리 단위로 이동해 말들이 도착하자 흥개호 주변에는 커다란 목장이 만들어졌다.
이동시키는 책임자로 금일여 군단장이 찾아와 보고했다.
“폐하, 몽골말은 모두 5만마리를 보내기로 했사옵니다. 그리고 소는 10만마리가 오게 될 것입니다.”
“그런 정도면 충분하군. 군단장, 서부 지역에서 필요한 말은 충분히 공급했나?”
“넷! 몽골에서 그동안 40만마리 정도를 들여와 충분히 공급했습니다.”
“수고 많았어.”
말과 소를 이동시킨 통로는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 달랐다. 치치하얼을 출발해 흑룡시(하얼빈)을 거쳐 이동해 왔다.
“이동하는 동안 길이 험하지 않던가?”
“지나가는 지역의 주민들이 이미 도로를 잘 조성해 놓아 별로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가축을 이동시키게 되어 길은 점점 넓어지고 있사옵니다.”
본래 길이란 사람이나 짐승이 제일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곳을 택해 이동하다 보면 생기는 것이다. 무려 15만 마리의 가축이 일시적으로 이동하게 되면 없었던 길도 새로 생길 수 있었다.
금일여는 제 6군단장으로 길림, 장춘, 대흥에 각기 사단을 주둔시켜 지휘하고 있었다.
“그쪽의 사단들은 모두 정상적으로 편성이 끝났나?”
“넷! 폐하, 소신이 여기로 찾아온 이유는 사단의 주둔지를 변경할까 해서입니다.”
“왜? 흑룡시로 사단을 이동시키려고?”
“넷!”
최인범은 금일여 군단장의 이런 건의에 고개를 저으며 답해 주었다.
“군단장, 아직은 명나라와 확실하게 국경선이 확정되지 않았으니 사단의 이동은 시기상조야. 요서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려면 오리려 서쪽에 사단을 늘려야 되니 흑룡시로 이전은 다른 사단을 만들도록 하게.”
“명을 따르겠나이다.”
최인범은 새로 제11군단을 창설하기로 결정했다. 제11군단 소속인 사단들의 주둔지는 차치하얼, 흑룡시, 하바롭스크로 결정했다.
“군단사령부는 흑룡시에 설치하도록.”
“넷!”
“11군단장은 금이여로 임명하니 그렇게 알고 보병군단 창설을 적극적으로 도와줘.”
“명을 따르겠나이다.”
최인범은 장차 시베리아 지역으로 진출을 위해 현재는 아무런 위험 요소가 없는 흑룡도에도 별도로 보병군단을 창설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국방부에서 군단 창설의 자금을 보내기 힘이 들것이니 우선은 6군단의 병력을 3할을 보내는 방법으로 부대 편성을 해 놓도록 해.”
“넷!”
동북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육군의 새로운 부대를 창설해 주둔시키는 방법이 제일 빠르다. 육군과 해군을 동북쪽에도 포진시키게 되었다.
최인범은 자신의 계획을 문서로 만들어 금일여에게 넘겨주고 나서 지시했다.
“이 서류를 가지고 직접 봉황성으로 가서 국방부 장관을 만나봐. 군단 창설 자금이 부족하다고 하면 황후를 만나보고.”
“명을 따르겠나이다.”
새로운 군단 창설이라 국방부도 알아야하고 또한 소요되는 예산문제도 있으니 국무총리나 기타 각료들도 알아야 되기 때문에 금일여를 봉황성으로 보내는 것이다.
“정보원장도 만나서 명나라의 움직임을 보다 더 정확하게 알아보라고 전해.”
“넷!”
최인범은 명나라와 알탄 칸의 군사적인 충돌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두 진영은 마치 애들이 말싸움 벌이듯이 포격전만 벌인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금일여, 정보원장을 만나서 명나라와 알탄 칸의 행보를 보다 더 정확하게 정보를 수집하라고 전해서 혹시라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11군단의 창설은 뒤로 미루도록 해.”
“알겠습니다.”
정신병자인 가정제가 순순히 자중하면서 조용히 지낼 리가 없었다. 또한 유독 정복욕이 강한 몽골의 알탄 칸인데 거용관에서 지루할 정도로 소모적인 전투를 벌인다는 것이 슬며시 의심이 생긴 것이다. 두 나라가 밀약해서 대진국을 협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더구나 제태국까지 대진국의 공격에 대한 밀약에 동참했다면 사방에서 협공 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나도 남을 속이는 중이니 그들이 역으로 우릴 속일 수도 있어.’
이렇게 판단하자 최인범은 정보원장에게 정보 수집을 독촉하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영토가 늘어나고 조직이 너무 방만해 지다 보면 본래 업무인 정보 수집 업무에 소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명나라를 너무 과소평가해 정보원의 투입을 일시적으로 중단했을 수도 있으니 이번 기회에 챙겨봐야 돼.’
최인범은 처음에는 명나라가 너무 조용해 좋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은근히 불안해졌다. 더구나 헌강왕은 독립하겠다고 하더니 조용히 있으니 그도 의심스러웠다.
‘자신의 딸이 황후가 되지 못했으니 다른 생각을 품을 수 있어.’
큰 야망을 가지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군주라고 해도 결국 감정을 지닌 인간이라 아주 사소한 일에도 크게 원한을 품을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한가하게 목장의 울타리를 만든다고 도끼로 벌목이나 하고 시간을 보낼 상황이 아니었다.
‘빨리 봉황성으로 돌아가야 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