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화
부두로 두 비서관이 오자 의외로 많은 원주민 청년들이 모여 있었다.
척계광은 청년들과 같이 서있는 촌장에게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대진국으로 가서 교육을 받겠다는 청년들입니다. 모두 1000명이니 데려가 주세요. 제 아들과 조카들도 있사옵니다. 모두 6명입니다.”
“간다고 해도 학교로 들어가기 보다는 군대에 입대해야 됩니다.”
“그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촌장은 비록 오지에 살지만 매우 현명해 보였다. 자력으로 큰 정치적이나 군사적으로 세력을 이루지 못하고 대진국의 해군에 쉽게 굴복했지만 이후 어떤 방법이 자신들에게 제일 좋은지 알았다.
그래서 자신들의 미래를 생각해 빠르게 대진국의 국민이 되길 원해 이렇게 젊은 청년들을 선발해 유학을 보내려는 것이다.
“좋소. 데리고 가죠.”
“감사합니다.”
척계광은 떠나기 전에야 태왕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라 촌장에게 말했다.
“연어를 인공으로 산란시켜 치어를 풀면 나중에 다시 돌아오니 지금부터 시작해 보시오.”
“아! 그건 저희들도 이미 하고 있습니다.”
“뭐요?”
“인간은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야 하니 오래전 조상 때부터 그렇게 하고 있어요.”
척계광은 호기심이 생겨 물어보니 이곳에서 나오는 약초를 풀면 연어 치어들이 아주 건강하게 자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촌장으로부터 연어를 인공으로 산란시켜 치어를 생산하고 있다는 대답에 척계광은 태왕께서 이들과 만난 사실이 있다고 생각해보았다.
‘아니야, 폐하께서는 백두산에서 지내다가 조선으로 가셨으니 이들을 만날 수는 없어.’
그러나 동자공을 익혔다는 소문도 있으니 어쩌면 태왕께서는 실제로 나이가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니 만날 수도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지만 서로 논리적으로 정리가 안 된다. 결국 척계광도 설화 황비가 주장하는 태왕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인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
‘뭐로 봐도 그것이 제일 논리적이야.’
이런 현상은 측근으로 분리되거나 오래 전부터 모신 뛰어난 인물들의 경우 더욱 심하게 나타났다. 그렇게 판단하지 않으면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태왕의 새로운 지식이나 행동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촌장님, 귀국하면 여기로 도지사나 관료들이 오게 되니 미리 집을 많이 지어놓으세요.”
“알겠습니다. 임시로 머물 집이야 저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만들겠습니다. 대신 여기로 여자들은 많이 보내 주세요.”
이곳은 유별나게 남자의 수가 많고 여자의 수가 적었다. 그래서 하층으로 가난한 남자들의 경우 혼인하기가 매우 어렵다.
척계광은 이곳의 남자들이 개와 수간한다는 소문도 들었다.
‘여자가 너무 적으면 그럴 수도 있겠어.’
아무튼 이곳은 유달리 남자들이 애완견을 반드시 키우고 있다. 또한 개들도 매우 사람과 친숙해 함께 생활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었다.
‘하긴 한족들은 인육으로 만두소로 만들어 먹으니 놀랄 일도 아니지.’
척계광은 태왕을 만나 새로운 지방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알던 사람들이 사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종족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그래서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었다.
척계광은 촌장과 인사를 나누고 나서 전함에 오르며 명령을 내렸다.
“청년들은 모두 전함에 태워!”
“넷!”
8척의 전함에 1000명의 청년들은 분산해 싣고 나서 부두를 떠나게 되었다.
기대감으로 고향을 떠나고 있지만 이별이란 항상 슬픔과 아쉬움을 동반한다. 청년들이 전함에 오르자 부녀자들이 나와 눈물을 흘리며 전송해 주고 있었다.
가족들이 모여 있는 부두에는 작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갑판에서 부두에서 슬피우는 가족들을 바라보던 청년들은 배가 부두에서 멀어지자 움직였다. 다들 격군이 머무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자연스럽게 격군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마침 바람이 적당히 불기 때문에 돛을 올려 이동했다. 격군들은 격군장교로부터 이주를 위한 기본교육을 받고 있었다. 좁은 공간이지만 간단한 제식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굳이 제식훈련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청년들은 모두 육군이나 해군으로 입대하게 되니 미리 연습하는 것이다.
“차렷!”
“열중 셔!”
“앉아! 일어서!”
또한 이런 간단한 명령인 구령을 먼저 배우는 것도 언어를 배우는 순서라고 판단했다. 사실 전함에서 딱히 할 만한 일도 없었다.
긴 항해란 너무 지루하기 때문에 이런 교육과 더불어 황실에 대해 소개했다. 계급이나 행정기구 그리고 직책 등에 대한 기초적인 설명했다.
척계광은 대진국으로 가겠다고 따라나선 촌장의 아들들이나 조카를 같은 전함에 태웠다. 그들을 갑판에서 만나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자네들은 내가 보기에 힘도 좋고 무술 실력도 있는데 굳이 대진국으로 가려는 이유가 뭔가?”
“태왕폐하를 직접 옆에서 모시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뭐라? 폐하를 옆에서 모셔?”
“넷! 폐하께서는 하늘에서 내려오신 분이라니 옆에서 모시면 제일 영광이죠.”
모두 6명인 형제와 사촌들은 얼굴 모습이나 이름이 거의 비슷했다. 쌍둥이 같이 보이는 이들은 만나자 척계광은 문뜩 철갑웅 형제가 떠올랐다.
‘시위 분들이 데리고 다니면 적당하겠어.’
모두 나이가 18세에서 20세라 덩치도 고만고만했다. 불곰을 숭배하는 종족이라 그런지 덩치들이나 생긴 모습이 왜인과는 전혀 다르다.
특히 이들은 덩치들이 유난히 컸다. 키가 큰 편인 척계광보다 더 크다. 사냥 실력도 뛰어나고 특이한 모습이라 철씨 삼형제에게 데려다 주변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그분들의 호위무사로 써먹으면 적당하겠어.’
철씨 삼형제는 육군의 현역에서 물러나 지금은 시위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철씨 삼형제는 최하로 따져도 군단장 이상의 위상을 지니고 있으니 해보는 생각이다.
격군 역할을 수행하며 이동 중인 청년들은 이동 중에도 낚시질을 해서 어물은 잘게 썰어 먹고 있었다. 왜인들도 회를 좋아하지만 이들은 아예 주식으로 생선을 먹고 있었다.
더구나 어려서부터 바다와 친숙하게 살아서 그런지 모르나 선원들이 반드시 지녀야할 조건인 바람에 대해 너무 잘 알았다.
‘타고난 뱃사람들이군.’
척계광은 기회에 그들이 알고 있는 바람이나 자연 현상을 배우며 서쪽으로 이동했다.
‘폐하께서 기다리시겠어.’
무사히 자신에게 부여된 임무는 끝냈지만 조금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판단했다.
한편 솔빈에서 머물며 도시계획을 수립하던 최인범은 떠날 준비를 했다. 다른 곳으로 떠나려는 이유는 봉황성에서 많은 관료와 이주민들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한 결 같이 총각인 남자들만 이주하자 최인범은 기가 막혔다.
‘이거야 원! 나라에서 혼인시켜준다니 완전히 날로 먹으려고 하네.’
남명이나 왜에서 여자를 싸게 매입해 이주를 시킨다고 해도 많은 재정이 소요된다. 더구나 주택까지 만들어 준다니 총각들만 오게 된 것이다. 더구나 나라에서 혼인을 주선하게 되니 생활용품도 무료로 공급해주고 있었다.
‘계속해서 이런 식의 퍼주기 방식의 이주 정책을 쓰다가 보면 국고가 완전히 바닥이 나겠어.’
재정 소요가 너무 많아지자 은근히 걱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지인 이곳을 개발하려면 시행하는 정책을 다시 바꿀 수는 없었다.
‘나중에는 조세 수익이 많아지니 투자할 가치는 충분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이 지나야 되겠지만 연해주 지역으로 많은 이주민이 온다는 자체가 중요했다. 더구나 척계광의 활동이 성공했다면 그곳으로도 이주민을 보내야 하니 우선 이곳에 인구가 늘어나야 된다.
보병사단의 병사들과 같이 도로 확장 공사장에서 일하던 철씨 형제가 솔빈으로 돌아왔다.
“폐하, 우선 기존의 도로를 2배로 확장하는 공사는 모두 끝냈습니다. 앞으로는 도지사가 하천에 돌다리를 놓기로 했으니 전보다 2배는 빠르게 이동이 가능할 겁니다.”
“수고 많았어.”
“폐하, 도로를 내면서 벌목해 그 나무만 모두 사용하면 건립하시려는 학교 시설을 만들기 위한 목재는 충분히 충당할 것 같습니다.”
솔빈 시의 신시가지 건설 계획도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상태라 최인범은 철씨 형제에게 지시했다.
“사냥할 준비를 해.”
“넷!”
“오래 지낼지 모르니 준비를 철저히 하고.”
사냥을 떠날 준비를 하고 나자 최인범은 철씨 형제와 경호원을 대동하고 솔빈 시의 북쪽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흥개호까지 가보도록 하자.”
“넷!”
자신이 아무리 이쪽 지역에 신경을 쓴다고 하지만 봉황성과 너무 멀리 떨어진 곳이다. 돌아가면 쉽게 다시 올 수가 없으니 이번 기회에 최대한 많은 지역을 직접 돌아다니려는 것이다.
이동하는 주변은 넓은 초지가 많았다. 토지는 넓고 인구수가 적은 곳이라 이곳에는 야생동물도 무척 많았다. 사슴이나 또는 멧돼지도 많아서 호랑이도 많아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과연 동여진족이 수렵만하며 살 수가 있을 정도로 야생동물이 많군.’
최인범은 화전을 만들기 좋은 장소를 발견하자 즉시 지시를 내렸다.
“불을 지르도록 해.”
“넷!”
화전을 만들려면 불길이 필요 이상으로 번지면 안 되기 때문에 이런 일에 익숙한 경호원들과 같이 불을 질렀다. 넓은 개활지에 불을 지르고 나서 최인범은 측근들과 같이 불길에 놀라 한쪽으로 몰려오는 야생동물들을 사냥했다.
“작은 놈은 잡지 말고.”
“넷!”
쉬익! 쉬익! 쉬익!
20여명의 궁술에 제일 능숙한 경호원도 같이 강궁을 사용해 화살을 날리자 불길에 놀라 한쪽으로 몰려오는 야생동물들은 빠르게 죽었다. 사냥이 끝나면 가죽은 따로 보관하도록 지시하고 살코기는 가끔 만나는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근처에 화전이 만들어졌으니 그곳에도 작물을 파종해 보시오.”
“감사합니다.”
여러 차례 마치 전투라도 하듯이 화전을 일구며 사냥하며 북쪽으로 이동하다 보니 드디어 흥개호에 도착했다. 육지 속에 바다와 같은 흥개호를 보자 경호원들은 물론 철씨 형제가 환호성을 질렀다.
“와! 바다와 같네.”
사람의 손길이 거의 미치지 못해서 그런지 호수는 매우 맑았다. 호수에서 큰 파도까지 일어나기 때문에 육지 속의 바다라고 칭할 정도다.
“여기는 밭농사도 좋지만 방목장으로 사용해도 되겠어.”
“몽골에서 보내는 소를 여기서 방목하면 좋겠네요.”
이런 결정을 하게 되자 초지가 잘 조성된 지역에 간간히 울타리를 만드는 작업을 지시했다. 방목하기 때문에 전 지역을 대상으로 울타리를 칠 수는 없지만 사양관리를 위해서는 울타리 시설은 반드시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