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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426화 (426/519)

426화

이런 보고에 최인범은 어린 정강대군이 떠올라 물었다.

“나이 어린 정강대군은 어떻게 하고 민비가 불문으로 들어가?”

“폐하, 민비께서 불문으로 들어갔지만 봉황사에서 같이 지내며 상궁들이 돌보고 있사옵니다. 봉황사에서 같이 지내는 상궁과 궁녀가 50명이나 됩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최인범은 조선에서 오게 된 인종의 비인 민비에 대한 처리로 매우 머리가 어지러웠다. 형사취수제를 적용해 자신의 황비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의형인 인종이 유서로 민비를 아내로 받아달라고 했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웠다.

이미 다른 여자는 그런 법을 적용해 진유향을 빈으로 받아 들였다. 하지만 조선 왕비인 민비의 경우는 그런 황실 법을 적용하는 것이 거북스럽고 어색해서 내키지가 않았다.

자신이 조선의 왕비를 아내로 받아들이는 것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 어렵다고 판단해 적당한 남자를 선택해 재혼시키는 방법을 고심하던 중이다.

형사취수제는 남편이 없어 혼자살기 힘든 과부를 돌보자는 의미가 있는 혼인제도다. 그 때문에 다른 남자와 재혼시키는 방법을 써도 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민비의 재혼을 조선의 선비들이 어찌 받아들일지 모르니 쉽지 않아 보여 매우 난감했다.

그런 판국에 어떤 조치를 취하기 곤란한 민비 스스로 앞으로의 갈 길을 정했다고 하니 큰 고민거리가 저절로 해결됐다고 판단했다.

‘젊은 나이에 혼자 살게 되어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본인이 그렇게 산다고 결정했으면 잘 된 일이야.’

최인범은 다른 소식에 대해 물었다.

“명나라의 소식은 없나?”

“폐하, 특별한 소식은 없고 여전히 거용관에서 알탄 칸이 명나라와 대치해서 포격전만 벌이는 중입니다.”

“계속해서 양쪽으로 무기는 판매하고?”

“넷! 이쯤해서 서로 전투를 그만할 때도 됐지만 여전히 몽골과 명나라는 화포와 화약을 구입해 포격전만 벌이고 있사옵니다.”

우수한 기마병이 많은 몽골이라 기마병을 동원해 북경으로 진군하는 시도를 여러 차례 시도했었다. 그러나 기마병을 동원해 우회하는 방법으로 진군을 해도 별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단순하게 양쪽이 포격전만 계속해서 벌인다고 알려지고 있었다.

“산동 반도의 제태국 사정은 어떻고?”

“그곳은 군사들이야 여전히 양성하고 있지만 산동성 밖으로 진출하지는 않고 있사옵니다. 이상할 정도로 명나라와 사이좋게 지내는 중입니다.”

“두 나라 사이에 잠시 휴전 협정이라도 맺은 것 같군.”

“그렇습니다. 서로 우리나라를 의식해서 쉬쉬하지만 비밀리에 협상한 것 같사옵니다.”

최인범은 주산 담로와 접한 남경 세력의 움직임이 궁금해서 물었다.

“남명에서 헌강왕이 별도로 독립한다는 소식은 없고?”

“넷!”

“남명 지역에서 이주하는 기술자나 여자들은 계속 오고 있나?”

“넷! 남명 지역으로 가는 무역선들이 전보다 많아져 계속해서 이주해 오고 있사옵니다. 일부는 대흥도로 보내고 일부는 조만간 이곳으로 오게 될 것입니다.”

“파발로 연락한 몽골 소에 대해서는 아나?”

“그건 제가 잘 모릅니다. 대흥도의 목장에는 주로 말들이 많아 아마도 몽골에서 소를 들여오려면 시간이 조금 지나야 될것 같사옵니다.”

철갑웅이 주변국 사정에 대해 아는 정도는 이런 내용이 전부다. 국가정보원에서 특별히 자신에게 연락하지 않는 이유는 모두 일상적인 흐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흠! 정보원에서 연락하지 않는다면 별로 큰 변화는 없다는 뜻이야.’

자신이 관여하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주변국은 전과 똑 같은 상황으로 고착되어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주변국에서 큰 변화가 없다니 자신이 추진하는 사업들을 정리할 시간은 벌었다고 판단했다.

“두 시위는 앞으로 나와 같이 움직이도록 해.”

“넷!”

홋카이도로 간 두 비서관이 도착하기 전에 솔빈의 신도시 건설 계획을 대충이라도 정리해줄 생각이다. 그래서 철갑웅에게 지시했다.

“솔빈을 도청 소재지로 만들려면 우선 연해 시와 도로 사정이 좋아져야 하니 자네들이 병사들과 같이 가면서 도로를 다시 정비하도록 해.”

“넷!”

“적설량이 많은 곳이니 현재의 도로보다 2배로 폭을 넓이도록 해.”

“명을 따르겠나이다.”

병사들의 군기도 잡을 요량이라 철갑웅 형제에게 도로 정비 사업을 감독하라고 지시하는 것이다. 군대에서는 철갑웅 형제를 매우 엄격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었다.

“오늘은 쉬고 내일 일찍 출발하도록 해.”

“넷!”

명령을 받는 철갑웅 형제는 다음날 아침 일찍 보병사단장과 같이 병사들을 집합시켜 연해 시를 향해 떠났다. 솔빈 주변은 이미 도로 폭이 넓기 때문에 조금 남쪽으로 가서 공사를 시작하면 된다.

철갑웅 형제가 사단장이나 지휘관들에게 뭐라고 전한 것인지 모르나 남쪽으로 향하는 병사들의 표정은 완전히 굳어 있었다.

“마치 전쟁터로 가는 병사들 같은 표정이군.”

최인범의 평에 이창수 경호실장이 급하게 답했다.

“폐하, 두 시위는 육군에서는 염라대왕으로 불립니다. 훈련을 하기보다 전쟁터로 가서 싸우는 것이 더 쉽다고 알려졌으니 저런 표정을 짓는 것입니다.”

“전에 심양에서 어지간히 혹독하게 훈련시켰군.”

최인범은 이맹선 도지사와 같이 솔빈 지역을 돌아보며 신도시 건설을 위한 지시를 내렸다. 이곳은 비교적 넓은 지역에서 밭농사를 할 수 있어 신도시 건설 계획을 수립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도지사는 이곳도 도로 폭을 연해 시와 똑 같이 해서 우선 밭으로 사용하도록 하시오.”

“넷!”

최인범은 두 비서관이 홋카이도에서 돌아올 때까지 이곳에 머물면서 도시 개발을 직접 감독할 요량이다.

한편 8척의 전함을 이끌고 홋카이도에 도착해 원주민들의 항복을 받은 척계광은 우선 감자 파종을 원주민들과 같이 하게 되었다. 감자 재배 방법을 구두로 설명하기 보다는 직접 같이 하는 것이 더 수월했다. 감자 파종이 모두 끝나자 척계광은 전 해군들을 모아 놓고 지시를 내렸다.

“앞으로 이곳도 대진국의 영토로 편입시킨다는 폐하의 명령이니 병사들 중에 이곳에 남기를 원하면 남도록 해. 남는 사람은 폐하께 주청을 드려 2계급을 올리도록 해줄 것이니 참고하고.”

이런 조건을 제시하자 한 장교가 슬며시 나서며 물었다.

“비서관님, 지원자는 여기서 얼마나 주둔해야 되죠?”

“최소한 3년을 근무하고 본토에서 근무하길 원하면 바로 발령을 내도록 해주지. 물론 공적을 봐서 본토로 올 때도 1계급의 특진을 약속하고.”

“혼인시킨다는 약속은 어찌 하고요?”

“여기로 여자를 보내서 혼인하도록 조치를 내릴 것이니 염려할 것이 없어.”

이런 제안에 해군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술렁였다. 해군이 양적으로 급작스럽게 팽창해 처음에는 진급이 매우 빨랐다. 그러나 해군도 차츰 자리가 잡히자 진급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었다.

척계광이 이런 특진을 약속하는 이유는 이곳의 환경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3년을 복무하면 3계급의 특진을 약속하는 것은 조금 과한 보상을 약속하는 것이다.

해군들에게 이런 제안을 하고 나자 전함의 선장실에서 모였다. 비서관만 따로 만나게 되자 강사상은 특진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척 비서관, 병사들에게 너무 쉽게 특진을 약속하는 것이 아닌가? 3년을 복무하면 3계급을 올려준다니 폐하께서 승낙하실지 모르겠어.”

“강 비서관님, 3계급 특진은 사실 별로 빠른 진급이 아닙니다.”

“빠르지 않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이번 외유가 끝나면 모든 병사들은 어차피 공로를 인정해 1계급을 올려줘야 합니다. 그리고 장거리를 운항하면서 전투를 여러 번이나 경험한 해군들이니 계급을 올려줘도 별로 문제가 없습니다. 그리고 3년을 복무하면 1계급이야 자연히 오르는 것이고요.”

설명을 듣던 강사상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말만 거창하게 한 셈이군.”

“뭐 그런 셈이죠. 그렇게 해서라도 이곳에 일정 수의 병사들을 남겨 놓아야 이곳을 대진국의 영토로 편입시키기가 수월합니다.”

“그렇군.”

척계광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설명했다.

“제가 보기에 남는 병사들은 비교적 전투력이 약한 부류가 될 겁니다. 그들은 이번 기회에 쉽게 진급하게 되니 반드시 남는 쪽을 선택한다고 봅니다.”

“전투력이 떨어져 진급이 늦을 수 있는 병사만 남으면 그것도 문제가 아닌가?”

“여기야 위험한 곳이 아니라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이런 대화를 나누고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많은 병사들이 남는다고 지원했다. 장교는 물론 준사관이나 일반 병사들도 남길 원하고 특히 말단 병사에 해당되는 격군이 다수를 이루고 있었다.

지원서를 모으고 보니 800명으로 전함을 운항할 선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남는다고 했다. 연해 시로 돌아가는 항해에 필요한 인원은 충분했다.

“강 비서관님, 지원한 병사들은 모두 남기도록 하죠. 함장 2명도 남겠다고 지원했으니 전함 2척은 여기에 놔두도록 하고요.”

“그렇게 하지.”

이런 결정을 하게 되자 남게 되는 함장들에게 임무가 부여되었다.

“2척의 전함으로 우선 동해도를 일주하며 해도부터 만들도록 하고 그 작업이 끝나면 북쪽의 극동도 해역까지 해도작성을 끝내도록 하시오.”

“넷!”

“전함에 승선하지 못하는 병사들은 주민들과 협력해서 해군기지로 사용할 접안시설을 건설하고 주민들에게 한어 교육에 전념하시오.”

“알겠습니다.”

“연해 시로 돌아가면 바로 이주민과 건축 기술자를 보낼 것이니 그들이 오면 신도시 건설은 그때 시작해도 됩니다. 이주민들이나 육군 그리고 관료들이 이주해오면 머물 수 있는 임시숙소를 별도로 마련해 두고요.”

이런 지시를 내리고 나자 6척에 실린 화약과 포탄 그리고 기타 생필품은 남게 되는 2척의 전함으로 인계했다. 해군들이 개인별로 지니고 있는 개인 군장까지 모조리 넘겨주었다. 최소한의 무장만 하고 비상식량을 싣고 떠나기로 했다.

“원주민들 중에서 병사가 되겠다는 사람에게 개인 군장을 주도록 하시오.”

“넷!”

“일단 모병제로 병사를 모아서 원주민들의 반발이 없도록 하고요.”

“잘 알겠습니다.”

북해도는 불곰과 늑대가 많았다. 바다에서 연어와 명태가 많이 생산된다. 척계광은 원주민들이 넘겨주는 불곰과 늑대 가죽을 챙기고 훈제로 말려놓은 연어를 챙겨 떠나게 되었다. 물론 이곳에서는 너무 흔한 마른 명태나 기타 건어물도 많이 싣게 되었다.

특히 불곰과 싸움을 한다는 이곳 토종인 개를 50마리나 싣고 불곰새끼들도 가져가고 있었다. 유달리 애완동물을 좋아하는 태왕이라 선물로 가져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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