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화
최인범은 제 5함대 사령관으로 내정된 함장인 김천영 상령과 같이 조선소 근처를 돌아보며 해군기지나 또는 해군 양성을 위한 주둔지를 만들 부지를 결정해 주었다.
“사령관, 앞으로 연해 시는 직할시로 변하게 되니 여기에도 해군과 육군 준사관을 양성하는 군사교육 시설을 만드시오.”
“넷!”
이곳 연해 시를 정점으로 동해 북쪽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한곳에 많은 기관들이 밀집되어 있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지금은 다른 함대에 비해 함정의 수가 적지만 계속 늘릴 생각이니 그렇게 아시오.”
“넷!”
“함정수가 늘면 진급을 보장해줄 것이니 열심히 해보시오.”
“황공하옵니다.”
해군 함대 사령관은 본시 소장 이상의 계급으로 임명했다. 다소 낮은 계급이지만 김천명을 대령으로 진급시켜 임무를 수행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워낙 수도와 떨어진 오지라 장기간 한 곳에서 근무하도록 해서 이곳의 해군을 정예군으로 만들도록 명령했다.
“조선소에서 필요한 판옥선부터 건조하면 연안지역부터 초계활동을 시작하시오. 10척의 전함은 장거리를 갈 필요가 있을 때 운용하고.”
“넷!”
결국 조선과 합병할 생각이라 동토인 이곳에 해군기지를 둔다는 의미는 전혀 다른 이유 때문이다. 연해 시는 수심이 깊고 매우 은밀한 곳이라 나중에도 해군기지로 사용하기 좋은 항구다.
연해 시 주변에는 철이나 주석 그리고 석탄의 매장량이 많았다. 그 때문에 나중에 함정을 철선으로 건조해도 제철소와 조선소를 건립하게에 아주 여건이 좋은 곳이다.
군사적인 발전도 중요하지만 경제 발전이 제일 중요했다. 그 때문에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군의관을 따로 불러 특별히 지시했다.
“군의관들은 일반인보다 연어의 인공수정에 대해 이해가 빠를 것 같아 특별히 지시하니 올 가을에는 반드시 시행하도록 하시오.”
먼저 이렇게 서두를 꺼내고 나서 최인범은 이곳에서 생산되는 연어의 습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어린 연어가 몇 년을 바다에서 살다가 반드시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산란하고 죽는다는 점을 강조해 설명하고 지시했다.
“군의관들이 나서서 본래 이곳에서 살던 원주민을 만나 연어가 올라오는 하천을 집중적으로 조사하시오. 연해 시에는 연어를 인공으로 산란시키는 연구소를 설립해 놓도록 하고. 지금부터 조사하면 올 가을에는 연구소 시설에서 치어 생산이 가능할 것이요.”
“넷!”
“치어를 튼튼하게 키워야 하니 한약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넣어서 사료로 만들어 보시오.”
“넷!”
군의관들 중에 연어 습성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도 있었다. 일부는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모르고 있던 사람들은 인공으로 치어를 길러 방류한다는 계획을 듣고 나자 다들 놀랐다.
“역시 폐하께서는 너무 특별한 분이야. 이런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내다니.”
“이 사람아, 폐하께서는 하늘에서 내려오신 분이니 아는 것이 당연하지.”
“나는 연어가 죽기 전에 태어난 곳으로 온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어.”
“그것도 모르면 자네는 초등학교부터 다시 다녀야지.”
초등학교 자연 시간에 배우는 연어 이야기라 이런 말을 하고 있었다.
태왕은 전혀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생각을 수시로 전달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주민들은 대부분 태왕을 하늘에서 내려온 신의 아들로 생각했다. 일부러 우상화 작업을 벌이지 않아도 이런 놀라운 사건들이 가끔 벌어지기 때문에 왕권이야 아주 공고할 수밖에 없었다.
최인범은 수산물 가공 공장에 들려 고래 고기를 보고 나자 화포를 제작하는 장인을 만나 특별히 지시했다.
“천자총통으로 발사하는 대장군전처럼 고래잡이용 철제 작살을 발사하는 도구를 만들어 보시오.”
“폐하, 그것을 개발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옵니다.”
장인은 솜씨는 좋으나 최인범의 설명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설프지만 그림을 그려 놓고 자세하게 설명하자 그제야 쉽게 이해했다.
“아! 그런 식이면 별로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사옵니다. 하지만 화약이 물에 젖으면 소용이 없으니 화약을 특별히 보관하는 용기부터 만들어야 되겠사옵니다.”
“나중에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으니 소형으로 제작해보시오.”
“넷!”
높은 성벽에 갈고리를 걸기위해 소총처럼 소형으로 만들어 보라고 지시했다. 또한 대형함선을 보유하고 있으니 필요한 경우 대형작살을 쏘아 작은 선박을 포획할 수도 있어 다중 용도로 개발하도록 지시했다.
바람이 일정하게 부는 해변에 풍차시설을 만들어 도정공장으로 사용하도록 지시했다. 밀 보다는 쌀을 주식으로 삼기 때문에 보관을 오래하기 위해 벼로 운반해 오기 때문에 이곳에서 도정하게 된다.
“앞으로 왕겨나 톱밥은 연료로 사용하지 말고 축사에 깔아주어 보온 효과도 보고 퇴비 증산에 힘쓰도록 하시오.”
“넷!”
“특히 돼지를 집단으로 키우는 곳에는 반드시 갈아주도록 하시오.”
“넷!”
최인범은 연해 시를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내리고 나자 발해의 솔빈부가 있던 우수리스크 지역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도시 건설은 도지사가 책임이라 경호원들과 같이 가기로 했다.
“경호실장, 말을 준비하고 경호원은 100명만 가도록 해.”
“넷!”
최인범이 가는 지역은 현재 솔빈 군으로 불리는 곳이다. 앞으로 도청 소재지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도지사를 비롯해 건축 기술자와 측량기술자들과 같이 말을 타고 이동했다.
솔빈 군은 연해 시에서 80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라 아침 일찍 출발했다. 100명의 경호원들과 같이 천천히 이동했다. 그동안 경호원들은 10척의 함정에 50명씩 분산되어 격군으로 활동했었다. 그 때문에 경호원들은 오랜 만에 말을 타고 이동하자 다들 신이 났다.
“역시 말이 좋아.”
“무슨 소리야 전함을 타고 다니는 것이 더 편하지.”
“에이, 노를 젓게 되면 힘이 들잖아.”
최인범의 애마들은 모두 봉황성에 있어 연해 시에 있는 역참에 보유하고 있는 군마들을 타고 이동 중이다.
영토의 제일 동쪽 끝에 있는 역참이라 연해 시에는 300필의 군마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100명의 경호원만 대동하고 이동 중이다.
이창수 경호실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폐하, 북해도로 간 비서관들이 임무를 잘 완수할지 모르겠군요.”
“나이가 어리지만 다들 뛰어난 머리를 지니고 있으니 별로 어렵지 않게 임무는 완수할 거야.”
이제 본토로 와서 활동하게 되자 이창수는 경호 업무가 은근히 신경이 쓰여 조심스럽게 물었다.
“폐하, 봉황성에 계신 3명의 시위들은 앞으로 다시 부르실 생각인지요?”
“그들이 원하면 계속 옆에 둬야지.”
그동안 옆에서 고생했다고 판단해 철갑웅 형제는 모두 혼인시키고 이번 외유에서 빠졌다. 신혼이라 편하게 쉬라고 했지만 그들을 봉황성에 놔둔 이유는 제일 믿은 심복이라 황실을 지키라는 숨은 뜻도 있었다.
경호원들이 근무하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최인범은 경호실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경호실장, 봉황성으로 돌아가면 경호원 수를 900명으로 늘리도록 해.”
“폐하, 그렇게 많이 늘리나요?”
“앞으로 경호원들도 3교대 방식으로 운용해. 300명은 철야근무하고 300명은 휴가를 겸한 교육훈련을 실시해. 남은 300명은 황궁이나 봉황성 근처에서 대기조로 출퇴근 형식으로 근무하도록 편성하고.”
“넷!”
“경호원 중에 야전군으로 돌아가길 원하면 진급시켜서 교체해 주도록.”
“명을 따르겠나이다.”
나라가 안정되어 위험 요소는 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국력이 강해져 태왕의 위상이 높아지니 그에 따라 주변에서 경호할 인원도 많이 필요했다.
반란이나 내국인의 공격보다는 혹시 주변국에서 암살단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말을 타고 그런대로 잘 조성된 대로를 따라 이동하다 보니 저녁이 되자 솔빈 군에 도착했다.
와글와글.
작은 군에 불과한 솔빈 군인데 수많은 육군들이 거리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육군은 간중도에서 차출된 총각인 병사들로 연해 시로 이동 중에 솔빈 시에서 잠시 머무는 중이다.
병사들은 연해 시로 가면 혼인하게 되자 마음들이 한껏 들떠 있었다. 일부 병사이나 장교들이 술에 취해 거리에서 비틀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잠시 자유 시간을 줘서 하는 행동들이지만 최인범이 보기에 군인으로 취한 모습이라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흠! 너무 편하니 약간 군기가 흐트러졌군.”
태왕께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경호실장이 급하게 답했다.
“폐하, 지휘관을 부를까요?”
“아니, 그냥 놔둬. 대신 여기서부터 연해 시까지 짐이 마차를 타고 쉽게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도로 정비를 깔끔하게 하면서 이동하도록 사단장에게 통보해.”
“넷!”
어떤 나라고 그렇지만 군인이란 약간 풀어지면 군기가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곳은 워낙 오지라 이런 상태로 연해 시로 보내면 앞으로 문제들이 발생한다고 판단해 이런 지시를 내렸다.
더구나 연해시에 주둔하는 사단 병력 중에 2개 연대는 사할린과 북해도로 보내야 되니 군기를 잡을 필요성은 있었다.
‘해외파병과 같으니 군기를 바로 세워서 보내야 실수가 없어.’
사단장을 만나러 갔던 이창수 경호실장은 술에 취한 사당장과 철갑웅, 철을웅이 같이 왔다. 의외의 장소에서 철갑웅 형제를 만나자 반가웠다.
“자네들이 어떻게 여길?”
“폐하, 저희들은 폐하를 뵙기 위해 연해 시로 가던 중이옵니다.”
“그래? 봉황성에 특별한 일은 없고?”
“폐하, 기쁜 일이 있사옵니다.”
철갑웅은 급하게 옆으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보고했다.
“폐하, 황후 마마께서 회임하셨사옵니다. 아직은 외부로 공개하길 꺼려 저희들에게 알리고 폐하께 알리라고 해서 기다리는 중입니다.”
그러고 보니 월녀와 접한 지 몇 달이 지났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은근히 후계자 문제로 걱정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속으로야 무척 기뻤다.
‘이제야 안심이 되는군.’
왕정 국가에서 후계자가 없다는 것은 알게 모르게 정국을 매우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명의 황비와 접해도 회임하지 않아 은근히 걱정하던 중이다.
‘앞으로 장관들이 후궁을 더 들이라고 하지는 않겠어.’
철갑웅은 이어서 조선에서 오게 된 민비에 대해 보고했다.
“폐하, 조선의 민비께서는 대진국으로 오고 나자 바로 불문으로 들어갔사옵니다.”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