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화
<동토(凍土)의 개척>
왜를 완전히 여러 조각으로 나누기 위한 최인범의 조치는 오래 전에 구상했다. 그 때문에 오우치 요시타카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왜의 기술력을 후퇴시키기 위해 치밀하게 움직였다. 오래 전국 시대이던 왜를 더욱 혼란한 상태로 만들어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기술자들을 빼내 버린 것이다. 그러나 관할 영토 확장에만 신경을 쓰던 오우치 요시타카는 여전히 그저 살기 좋은 곳으로 기술자들이 이주해버린 정도로 판단했다.
오우치 요시타카는 하카타의 총통과 인연이 있으니 가신들에게 지시했다.
“하카타로 직접 찾아가서 협상해야 되겠어. 떠날 준비를 해.”
“넷!”
무기 구입의 최종 결정권자인 태왕께서 이미 귀국했으니 대량으로 무기를 들여오기 위해서는 하카타 총통과 협상하는 수밖에 없었다. 태왕과는 달리 이재에 무척 밝은 하카타 총통이라 가신을 보내게 되면 지금보다 높은 가격으로 흥정할 염려가 많았다.
‘후우! 차라리 태왕이 있을 때 무기를 더 사는 건데. 공연히 자체 개발을 생각해 더 들여오지 않아 무기 구입이 쉽지 않겠어.’
하카타에서 구입하려면 조선을 통해야 하니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태왕이 직접 관여하면 조선에서 쉽게 무기를 넘겨주겠지만 지금은 그런 방법이 아니라 너무 복잡해진 것이다.
쇼군이 직접 하카타로 찾아 간다니 가신이 급하게 물었다.
“쇼군, 현재 보유하고 있는 화포는 모조리 동부 전선으로 배치하나요?”
“우선은 그쪽에서 전처럼 반격을 해올지 모르니 화포나 군사들은 최대한 동쪽으로 이동시켜.”
“넷!”
오우치 요시타카는 가신들을 데리고 하카타 담로로 가게 되었다. 무기를 구입하려고 협상을 제시하자 총통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답했다.
“쇼군, 조선에서 무기를 구입해야 되니 전에 동해안에서 왜구들의 무지막지하게 노략질을 벌여 구하기가 힘듭니다. 그러니 다른 방법으로 구입하도록 하세요.”
“다른 방법이라면?”
“조선에서 밀수해서 무기를 가져 오는 방법이 있습니다.”
“뭐? 무기를 밀수해서 사온다고?”
“그렇습니다. 현재는 그런 밀수 방법 이외에는 전혀 없습니다.”
하카타 총통의 이런 응수에 오우치 오시타카는 너무 기가 막혔다. 말이야 밀수로 무기를 들여온다고 하지만 분명 하타카 담로에는 자신들에게 판매할 무기들이 많다는 것을 집작했다.
‘흠! 무기 대금을 대폭 올리려는 수작이야.’
전에는 조선과 밀수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대마도에 대진국의 해군이 주둔하기 때문에 밀수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속이 들여다보인다고 해서 필요한 무기를 안살 도리가 없었다. 결국 억울하지만 전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구매협상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카타 총통은 쇼군이 직접 찾아오자 다급함을 알고 가격을 대폭 올리고 있었다.
“화포에 필요한 화약이나 포탄은 어떻게 하죠?”
“화약과 포탄도 사죠.”
질이 좋지 않은 화약과 포탄을 사용하면 화포의 성능이 떨어지고 쉽게 망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화약과 포탄까지 하카타에서 구매하기로 협상했다. 무기를 판매한 대금은 모두 동해 북쪽의 연해 시로 보내야 한다. 그곳에서 필요한 면포나 또는 각종 생필품을 보내기로 약속했다.
서왜는 이런 저런 이유로 많은 재물을 대진국으로 보내는 현상이 벌어졌다. 동왜는 남명 지역에서 왜구를 통해 무지막지하게 약탈을 벌여 충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도 약탈한 재물 중에 반 이상을 유구나 대만에서 활동하는 대마불과 현난풍에게 상납하듯이 탈취 당했다.
한편 동해에서 왜를 약화시키는 활동을 펼치던 최인범이 드디어 귀국하게 되었다.
두만강 동쪽으로 동토의 땅인 간동도 도청 소재지인 연해(블라디보스토크) 시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전함으로부터 연락을 받아서 그런지 부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환영해 주었다.
“폐하, 만세! 만만세!”
“대진국 만세! 만만세!”
태왕의 몸으로 오지인 이곳으로 오자 주민들은 다들 흥분했다. 많은 특혜를 주기 때문에 연해 시로 이주해 왔지만 그래도 너무 오지라 약간 불만은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태왕께서 직접 오지인 이곳으로 찾아오자 주민들은 새로운 희망이 생기고 있었다.
“태왕께서 직접 찾아오셨으니 뭔가 새롭게 발전 방법을 말씀해 주실 거야.”
“당연하지. 여기에 해군의 동해 사령부를 만든다고 하니 여기도 사람들이 더 늘어난다고.”
“그렇겠군.”
이곳에 근무하는 병사들의 경우 육군도 모두 여자와 혼인시켜주었다. 앞으로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판단했다.
본래 이곳에서 거주하던 동여진족들이 있었지만 그들의 수는 얼마 되지 않았다. 대부분 함경도나 요동 또는 멀리 남명지역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해군들을 혼인시키기 위해 그동안 왜와 남명에서 여자들을 많이 보냈군.”
“당연하지, 젊은 군인이야 혼인이 제일 큰 포상을 받는 것이야.”
“여자들이 늘면 전보다는 농작물 재배 면적도 대폭 늘겠어.”
추운 지방이지만 도시 주변에는 화전으로 넓은 밭들이 만들어져 각종 곡식을 심었다. 주민들의 대부분은 어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고 연해 시는 그 때문에 대형 조선소가 있었다.
최인범은 조선출신인 이맹선 도지사와 같이 조선소로 와서 살폈다. 이맹선은 과거에 조선에서 중인 계급인 호방 출신이지만 일찍 대진국으로 이주해 도지사로 임명되었다.
조선에서 사대부에 치어 살던 자신을 고위직인 도지사로 임명하자 태왕에 대한 충성심이 강했다.
“이 도지사,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너무 적군.”
“폐하, 부지의 규모는 크지만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1000명이라 아직 부족합니다. 그래서 폐하께서 원하시는 대형함정 건조는 아직은 힘든 상황입니다. 그래서 주로 중소형인 어선만 건조하는 중입니다.”
“조선소를 크게 만들고 여기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적은 이유가 뭐요?”
“폐하, 이곳에서는 이주민들이 터를 잡으면 수산물을 잡아 파는 어민으로 살기가 더 편하기 때문에 조선소에서 근무하길 주저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아직도 이주민들은 쉽게 많은 수산물이 잡히는 어업에 종사하는 어민들이 많았다. 힘들게 조선소에서 일하는 것을 회피하니 자신이 원하는 대형 함정을 아직 건조하지 못했다.
“앞으로 이주민들이 많아지면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도 많아지게 될 거요.”
“넷! 이주민을 받을 준비를 철저히 하겠습니다.”
“자금을 충분히 보내줄 것이니 이주민들에게는 주택을 제공해 주도록 하시오.”
“넷!”
최인범은 이곳을 개발하기 위해 특별히 많은 여자들을 강제로 이주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이곳으로 와서 정착하는 남자들에게는 국가 차원에서 혼인을 시켜주는 방법으로 이주민들을 끌어 들였다. 이번에는 아예 이주민들에게는 주택까지 만들어 제공하라는 조치를 취했다.
이미 북해도와 사할린 그리고 캄차카 반도나 북아메리카 지역을 영토로 만들 계획을 지니고 있으니 이곳의 발전이 꼭 필요했다. 그래서 다소 무리한 조치지만 연해시를 직할시로 만들고 도청 소재지를 북쪽(우수리스크 지역)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이곳 연해 시를 직할시로 만들고 북쪽에 별도로 도청 소재지를 두도록 결정할 것이니 참고하시오.”
“넷!”
직할시로 승격되면 이곳에서 화폐인 대진 통보를 제조하게 된다. 그리고 군사나 일반 교육기관도 생기게 되어 관련기관도 대폭 늘어나게 된다.
또한 조선소에 필요한 철제품 생산이나 화폐 주조 때문에 자연히 대형 제철소나 제련소도 건립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직할시에는 정규 보병사단이 주둔하고 제5함대인 동해함대의 모항으로 사용하게 된다. 앞으로 연해 시는 자연히 인구수가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최인범은 수도의 봉황성으로 파발을 통해 자신의 계획을 통보했다. 직할시와 도청에서 근무할 관료를 임명해 보내고 정규 보병 사단을 새로 만들어 보내라고 했다.
주변에는 대국인 대진국에게 위협을 가할만한 정치나 군사적인 세력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북해도나 사할린을 영토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두 지역에는 정규 연대 정도만 배치하면 되니 사단 사령부는 이곳에 만들 것이니 그것도 참고하시오.”
“넷! 주택 건설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곳은 목조 건물 보다는 구운 벽돌을 사용하는 다층 구조인 주택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벽돌을 생산하는 공장의 규모도 대폭 늘려야 되기 때문에 인력은 많이 필요했다.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려면 축력이 필요하니 몽골에서 소를 대량으로 들여오도록 합시다.”
“넷!”
조선에서 보내는 한우는 추운 날씨에는 적응하기 힘들다. 그래서 추위에 잘 견디는 몽골 소를 도입하기로 결정해 역시 파발로 연락했다. 온순한 한우와 달리 몽골 소는 다소 거칠다. 그 때문에 앞으로 한우의 교잡종으로 개량할 구상으로 소를 도입하는 것이다.
새로운 관청을 세우려면 많은 자금이 들게 된다. 그 때문에 왜에서 가져온 금괴와 은괴를 간동도 개발 자금으로 모조리 넘겨주었다.
“도지사, 우선 이 자금으로 도시 개발에 필요한 자금으로 사용하시오. 앞으로 하카타에서 이곳에 필요한 생필품이 보내질 것이니 그것도 활용하면 충분할 것이오. 특히 이곳에 주둔하는 해군의 경우 외부 위협이 없으니 전함 10척을 잘 활용해 보시오. 필요하면 소금이나 수산물을 나르는 화물선으로 사용해도 된다는 뜻이요.”
“알겠습니다.”
“단동에서 건조한 화물선 20척을 보낼 것이니 우선 그 화물선을 잘 활용하시오.”
“알겠습니다.”
화물선을 많이 보내려는 이유는 새로 영토에 포함시킬 북해도나 사할린 지역과 교류하기 위해서다. 척계광이 돌아와야 확실하게 알 수 있지만 잘 될 것으로 판단해 미리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함대가 언제 도착할지 모르겠군.’
이곳 연해 시 주변에서 잡히는 수산물 중에 소금으로 절여서 판매하는 종류가 많았다. 동해 북쪽과 오호츠크 해의 어업은 가장 풍부한 어종인 명태가 많이 잡힌다. 명태의 경우 대부분 말려서 반출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가자미과 어류, 청어, 연어, 넙치무리, 정어리, 꽁치, 대구, 빙어, 게, 새우 등이 풍부하다.
수산물을 먼 지역까지 운반하려면 간단한 가공과정을 거쳐 소금에 절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곳은 소금 소비량이 많았다.
최인범은 소금을 운반하기 위한 대형 화물선 건조를 지시했다.
“소금 소비량이 더 늘어날 것이니 최대한 빠른 시기에 조선소에서 대형 화물선을 건조하시오.”
“넷!”
“앞으로 함경도 지역에서도 천일염을 생산하게 될 것이니 지금보다는 조금은 수월하게 필요한 소금을 조달 받게 될 것이니 그것도 참고하시오.”
“넷!”
함경도는 천일염을 생산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그러나 풍차를 이용해 바닷물을 조금 고지대로 퍼 올리면 그런대로 생산은 가능했다.
직할시로 승격시키려면 최소한 청사의 규모도 확대해야 되고 도로 개설도 새로 해야 한다. 그 때문에 최인범은 건축 기술자들이나 관료들과 같이 연해 시를 돌아다녔다.
“도로는 최대한 크게 내도록 하시오. 그리고 사용하지 않은 넓은 도로 변에는 우선 작물을 심는 텃밭으로 이용하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도시가 개발되어 도로를 운행하는 마차의 수가 늘어나게 된다. 나중에도 도로가 좁아 불편함이 없도록 계획을 세우다보니 이런 식으로 도로지역을 활용하도록 지시했다.
오지인 곳에 있는 신도시를 빠르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이 직접 챙길 사업들이 아주 많았다. 주민들을 만나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상급학교라는 것을 알고 이곳에도 대학을 건립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