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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423화 (423/519)

423화

좁은 만으로 들어갔다가 기습적으로 반격을 당했던 척계광은 매우 놀랐다.

“강 비서관, 앞으로는 좁은 만으로 들어가 공격하지 맙시다.”

“그게 좋겠소.”

태왕으로부터 왜의 해변 지역을 공격하라고 명령을 받았지만 완전히 소멸시키라는 뜻은 아니다. 앞으로 동해에서 왜인들이 먼 바다까지 나와서 조업하는 행위만 저지하라는 뜻이다.

두 비서관은 그런 점을 참작해 혼슈의 동북 방향을 공격하는 방법을 새롭게 결정했다.

“앞으로 접안하기 쉽거나 또는 구명정으로 접근하기 쉬운 곳으로 격군을 침투시켜 산불을 내는 방법으로 공격합시다.”

“그게 좋겠소. 계속 함포를 사용해 공격하려면 현재 보유한 포탄이나 화약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니 그런 방법이 제일 좋겠소.”

화공을 펼치기 위해서는 우선 기름이 많이 필요했다. 그런 기름은 강사상이 섬을 공략해 무인도로 만들면서 확보해 척계광에게 넘겨주기로 했다. 반격을 당하고 난 두 비서관을 비롯해 함장들이 모여 앞으로 왜에 대한 공격 방법을 신중하게 논의하고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강사상이 번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입을 열었다.

“척 비서관, 남은 무기 중에 여유 있는 대장군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봅시다.”

“무슨 좋은 생각이 있습니까?”

“대장군전에 불을 붙여서 쏘는 방법이 좋겠습니다.”

보유한 대장군전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많이 남아 있었다. 두 사람은 사거리도 긴 대장군전에 기름을 바르고 발사와 동시에 불이 붙도록 해서 해변에서 숲으로 쏘아 산불을 내는 방법을 고안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해봅시다.”

앞으로 가야할 곳은 과학이 전혀 발달되지 않은 미개한 종족들이 사는 곳이라 함장이 나서서 제안했다.

“비서관님, 전함의 선수 부분에 나무로 용머리를 만들어 다는 것은 어떤가요? 북쪽으로 가면 원주민들이 용머리를 보면 더 위압적으로 볼 것입니다.”

“그렇군. 전함을 특색 있게 만들면 그쪽에서는 용이 불을 품는 것으로 보이겠어.”

“좋소. 배에 목수들도 있으니 만들어 달아 봅시다. 계속된 항해로 해군들도 지쳤으니 안전한 섬에서 쉬면서 만들어 봅시다.”

거의 치장하지 않던 전함의 선수 부분에 커다란 용머리를 만들어 달기로 결정했다. 나무만 구하면 목수들이 쉽게 만들기 때문에 소나무가 있는 섬으로 가서 우선 나무부터 구하기로 했다.

해변에 있는 작은 무인도에 도착하자 격군들이 섬으로 들어가 나무를 베어 다듬었다.

“에이, 쉬라고 하더니.”

“우리는 나무만 베면 다른 사람들이 다듬잖아.”

격군들은 섬에서 쉬면서 교대로 나무를 다듬거나 목수들을 도왔다. 다들 힘이 좋기 때문에 용머리 제작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선수에 장착되는 용머리는 무슨 특별한 기능은 없었다. 그저 용머리에서 때로는 연기를 품거나 용이 크게 벌린 아가리 부분에서 천자총통을 발사하는 기능만 있는 장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과 삼일이 지나지 않아 8척의 전함 선수에는 커다란 용머리가 달렸다.

“보기가 좋군.”

“나중에 단청으로 그림을 그리면 더 멋있겠어.”

두 개 함대로 나누어진 전함 8척은 지금까지 시행하던 공격 방법을 바꾸었다. 순전히 격군들을 이용해 산불을 내는 방법으로 동해와 접한 어촌들이나 도시를 공격하기로 결정했다.

지나가면서 해안선에 가까운 산에는 불화살을 날리는 정도로 산불을 내는 방법이라 별로 어려운 작전은 아니다. 다만 불화살을 쏜다고 해서 꼭 큰 산불이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으니 큰 효과를 볼 수는 없는 작전이다.

“해변에 살기가 어렵다는 두려움을 주기에는 적당하니 그렇게 해봅시다.”

“그럽시다.”

산불은 내기에는 적당한 계절이다. 이제 막 해동이 된 시기고 가뭄이 지속되고 있으니 마른 나뭇잎이 쌓인 상태라 산불이 크게 번질 수 있었다. 아무리 큰 산불을 낸다고 해서 혼슈 전체로 불이 번지지는 않으니 적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군사 작전으로는 충분했다.

전함들은 노토 반도에 도착하자 격군들을 구명정에 태워 해안으로 보냈다.

“불만 지르고 신속하게 탈출해.”

“넷!”

인적이 드문 해변에 도착하자 구명정이 내려져 6명의 격군들이 노를 저어서 빠르게 해안에 도착했다. 가지고 온 기름을 붙고 나서 화약을 이용해 불길을 일으키자 순간에 불길이 거세졌다.

화르륵! 화르륵!

동해에서부터 서풍이 강하게 불자 불길은 빠르게 동쪽의 산악 지역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돌아가자!”

지휘자의 명령으로 격군들은 빠르게 구명정에 올라 전함으로 돌아 왔다. 그리고 전함으로 오른 뒤에도 해변과 가까운 숲이 나타나면 계속해서 불화살을 쏘면서 지나갔다.

인적이 없는 해변만 골라서 산불을 지르고 빠르게 현장을 떠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산불이 크게 번질 무렵에는 이미 전함들은 멀리 사라진 뒤다.

“불이야!”

“으악! 빨리 도망쳐!”

산불이 크게 번지는 지역에서는 왜인들이 집을 버리고 급하게 도망치고 있었다. 왜의 중부에 위치한 제일 큰 섬인 사도 섬에는 섬 전체가 화마에 휩싸이는 사태가 벌여졌다. 밤에 천자총통으로 불이 붙은 대장군정을 사방으로 발사했다.

펑! 펑!

섬의 곳곳에서 거세게 불길이 일어나자 사도 섬에서 살던 주민들은 어선을 타고 모조리 육지로 피신하고 말았다.

“불을 품는 커다란 용이 바다에 나타난 것 같아.”

“설마! 그건 전설에나 나오는 이야기가 아닌가?”

“내가 밤에 멀리서 봤는데 용머리의 입에서 괴성이 크게 울리더니 불과 연기를 품더라고.”

“정말?”

“그렇다니까.”

북쪽에서는 그것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더 큰 산불이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 아직 과학이 발전되지 않은 혼슈 북부나 섬사람들은 대형함정인 전함을 멀리서 발견하자 동해에 불을 품는 무서운 용이 나타났다고 두려움에 떨었다.

먼 바다로 이동하다가 망원경으로 인적이 드문 숲이 무성한 해변으로 접근해 대장군전을 발사하니 용이 나타나 불을 품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두려운 느낌이 들자 바닷가에서 살던 왜인들은 급하게 움직였다. 산불이 더욱 심하게 나는 혼슈의 북부 지역에서 남쪽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발전되지도 않고 인구가 적은 혼슈 북부지역은 점차 인구가 줄어들었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산불 이외에 다른 위기가 닥쳤다. 혼슈 서쪽 지역에서 동북쪽으로 이동했던 수많은 호랑이들이 한동안 조용히 야생동물만 잡아먹으며 번식하다가 산불이 자꾸 일어나자 준동하기 시작했다.

“산에서 살던 화전민들이 호랑이의 습격으로 모조리 죽었다고 하네.”

“몇 명이나?”

“50명이 몰살을 당하고 겨우 몇 명만 살아남았다고 하던데.”

“우리 마을 근처의 고개를 넘던 상인들도 호랑이에게 물려서 모조리 죽었어.”

“여기서 살기 힘드니 동쪽이나 남쪽으로 이사를 가야 되겠어.”

바닷가에서 살던 사람들은 산불 때문에 남쪽으로 이주했다. 그리고 내륙 지방에 살던 화전민들은 호랑이 출몰 때문에 남쪽으로 이동했다.

이렇게 되자 인구가 적었던 혼슈의 북쪽 지역은 산불 이외에 호환으로 사람이 도저히 살기 어려운 지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혼슈 북쪽으로 올라 갈수록 동해에 용이 나타났다는 소문은 더욱 빠르게 확산되었다.

“전설에 동해에서 불을 품는 용이 나타나면 화산이 터진다고 하는데 여기에 있다가는 다 죽겠어.”

“큰일이네. 빨리 도망쳐야지.”

화산과 지진 활동이 자주 벌어지는 왜라 이런 소문은 더욱 빠른 속도로 번져 많은 사람들이 남쪽으로 이동했다. 대규모로 사람들이 이주하는 가운데 척계광은 이미 홋카이도에 도착했다.

엄청난 크기의 전함을 보자기가 질린 사람들은 땅에 남작 엎드려 애원했다.

“용왕이여 불쌍한 우릴 보살펴 주세요.”

무조건 살려달라고 애원하니 척계광을 비롯해 해군들은 모두 어이가 없었다. 해군들은 그들에게 새로운 작물인 감자를 넘겨주고 재배 기술을 전수해 주었다.

한편 동왜 세력이 집결중인 에도 지역으로 이주민들이 떼로 몰려들었다. 혼슈 북쪽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자 서왜에서 보유한 화포 위력에 많이 밀리던 처지로는 환영할 사건이 벌어졌다.

“영주님, 인구가 늘어나 군사의 모집이 전보다 쉬워졌습니다.”

“그들은 빨리 해군으로 양성해!”

“넷!”

동왜 세력은 그나마 먼 바닷길로 통하는 남명 지역으로 진출해 약탈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해 해적선을 건조하기에 바빴다. 가면 많은 수가 중간에 죽지만 무사히 돌아만 오면 쉽게 부를 이루게 되니 남명으로 떠나는 왜구들의 수가 더욱 늘어나고 있었다.

한편 오우치 요시타카는 효고까지 완전히 휘하에 거느리게 되자 교토에 있는 천황으로부터 쇼군이란 칭호를 받게 되었다. 오사카, 나라, 와카야마 등 동쪽은 일종에 완충지대고 나고야 동쪽은 동왜로 불리는 지역으로 구분되었다.

왜에서 제일 큰 규모인 은광을 차지한 오우치 요시타카는 그동안 대진국으로부터 지자총통을 500문이나 수입했다. 그중에 200문은 이미 파괴되어 사용할 수 없고 현재는 300문 정도만 보유했다.

동부 지역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오우치 요시타카는 가신들을 모아 놓고 회의를 하고 있었다.

“우리도 자체적으로 화포를 제작하지.”

“쇼군. 대진국에서 화포를 수입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제작하실 생각인지요?”

“계속해서 비싼 가격으로 화포를 수입할 수 없지 않나? 견본품으로 화포가 충분히 있으니 앞으로는 우리 스스로 화포를 제작해야지.”

오우치 요시타카는 대진국의 전함들이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화포와 같은 수준으로 제작해볼 욕심으로 이렇게 지시를 내렸다. 이런 지시를 내리고 나서 며칠이 지나자 다시 가신들이 모였다.

자체적으로 무기를 생산하려던 계획이 크게 어긋나 버린 것이다.

오우치 요시타카는 인상을 쓰며 물었다.

“화포를 만들 기술자들이 모조리 규슈로 넘어 갔다고?”

“영주님, 그렇습니다. 이제는 허접한 주방용 칼을 만들 기술만 지닌 대장장이만 남고 주물 기술자는 모조리 떠났습니다.”

“규슈의 어디로 갔단 말인가?”

“쇼군, 소신이 알아본 바로는 규슈의 하카타 항구를 통해 기술자들은 모조리 대진국으로 이전하거나 제주도로 떠났다고 하옵니다.”

화포를 수입해 쓰고 철탄도 수입해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주물기술자들이 할 일이 사라지자 먹고 살기위해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하카타로 갔다가 완전히 왜를 떠난 것이다.

“뭐라? 규슈에 있지도 않고 완전히 떠났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하카타에 남아 있는 기술자들은 그저 포탄만 만드는 주물실력만 지녔사옵니다.”

화포 제작은 고사하고 철탄도 수입해서 사용할 지경으로 되자 오우치 요시타카는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대진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는 영영 어렵다고 판단했다.

“후우! 결국 하카타로 가서 은괴를 넘겨주고 사정하는 수밖에 없어.”

많은 영토를 차지해 위세를 떨어 볼 생각이던 오우치 가문은 일이 이런 지경에 이르자 광산으로 노예들을 집중해서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대진국에서 필요한 금속을 구해야 필요한 무기를 수입할 수 있었다. 왜에서 기술자들이 모조리 사라진 것은 일찍부터 최인범이 영입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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