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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421화 (421/519)

421화

명령을 받은 척계광이 2척의 전함을 이끌고 빠르게 미호 만으로 나가 동쪽으로 사라졌다.

아직은 추운 겨울 바다라 바람은 매우 차가웠다. 병사들은 다들 털모자를 쓰고 있고 오리털을 넣은 야전잠바를 입고 있었다. 추위에 떠는 병사들을 바라보며 최인범은 속으로 생각했다.

‘겨울철에 함부로 해상작전을 펼치면 안 되겠어.’

지금에야 병사들의 고충을 느끼게 되자 다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사실 겨울에 작전을 펼치는 이유는 대진국은 해군의 경우도 강궁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강궁은 더운 지방에서는 아교가 녹아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해군은 소총을 주력무기로 사용해야 되겠어.’

잠시 이런 생각을 하던 최인범은 계속해서 망원경으로 해안을 살피고 있었다. 이때 마쓰에에서 포격 소리가 들리고 많은 군사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이제야 오우치 군대가 도착했군.”

옆에 있는 강사상이 다른 쪽을 망원경으로 살피다가 급하게 보고했다.

“폐하, 저쪽 산자락에 마쓰에 군대의 포병 부대가 보입니다.”

강사상이 지목하는 산자락을 망원경으로 자세하게 살피자 숲속에 대포들이 보였다. 보아하니 전에 오우치 가문으로 판매한 조선에서 생산한 구형인 지자총통을 빼앗아 적들이 사용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최인범은 즉시 명령을 내렸다.

“함포로 철탄을 발사해.”

“넷!”

명령에 따라 전함 8척에서 함포가 발사되었다. 요란한 소리가 울리자 무수한 철탄이 적의 포병 부대를 향해 날아갔다. 돌탄보다 철탄을 사용하면 더 멀리 날아가고 위력이 강했다. 더구나 신형인 지자총통이라 구형에 비해 사거리가 길었다.

쾅! 과광! 광!

적들은 전함에서 항상 돌탄만 날려서 그런지 사거리가 미치지 않는다고 방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위력이 더욱 강한 철탄이 무수히 떨어지자 혼비백산했다. 수많은 철탄들은 화포가 있는 곳으로 정확하게 날아왔다.

“포탄이다!”

“으악!”

함포에서 발사된 철탄의 공격으로 적의 포병대가 와해되었다. 전함들의 화력지원으로 오우치 가문의 군사들 공격은 더욱 빠르게 진행되었다. 이런 정도라면 마쓰에를 다시 점령하는 것은 수월해 보였다.

이때 미호 만에 규모가 작은 무역선과 어선 40척이 도착했다. 오우치 군대는 대진국의 전함을 믿고 마쓰에로 상륙작전을 펼치기 위해 무역선에 사무라이들을 태우고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적의 화약고가 파괴되고 포병부대가 와해되어 굳이 마쓰에로 상륙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최인범은 즉시 지시했다.

“전 함대는 이동해서 무역선과 합류해.”

“넷!”

아직 돗토리 군대가 이동하는 중이라는 신호가 없었다. 하지만 전함 8척은 미호 만으로 나와 무역선과 합류했다. 돌격대 역할을 수행할 사무라이들이 3500명이나 되기 때문에 상륙작전을 펼쳐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최인범은 무역선에 탄 사무라이들의 지휘관들을 만나 지시했다.

“우리를 따라 돗토리로 가서 상륙 작전을 합시다.”

“넷!”

50척으로 구성된 함대는 먼 바다로 나왔다. 그리고 먼 바다에서 해변을 감시하는 척계광이 이끄는 전함 2척과 합류해 동쪽으로 서서히 이동했다.

어느새 어두운 밤이라 해안을 살펴도 적의 움직임을 자세하게 알 수가 없었다. 최인범은 적진을 살피기 어렵게 되자 명령을 내렸다.

“돗토리 인근 해역까지 이동해.”

“넷!”

격군들을 이용해 노를 저어서 천천히 이동했다. 드디어 돗토리로 들어가는 센다이 강의 하구 쪽에 도착하자 전함은 위치를 잡고 닻을 내리고 멈추었다.

하룻밤을 여기서 보내고 내일 새벽에 본격적으로 돗토리 성을 공격할 계획이다. 함선 내에서 구체적인 작전 계획이 수립됐다. 모든 함장들과 사무라이 지휘관들이 지휘선으로 와서 공격계획을 지시받았다.

“내일 동이 뜨기 전에 이동해 날이 밝으면 센다이 강 하구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알겠습니다.”

“전함의 함포 공격이 끝나면 무역선은 상륙 작전을 펼치도록.”

“넷!”

이윽고 동이 막 뜨기 전인 새벽이 되자 돗토리의 넓은 해안에 도착했다. 갑자기 수많은 함정이 나타나자 적들은 당황해서 해변으로 몰려들었다.

이때 센다이 강 하구에 도착한 전함들이 일제히 함포를 발사했다.

쾅! 콰광! 쾅!

“으악!”

“악!”

무수한 돌탄들이 날아오자 해안에서 대기 중인 적들은 사방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날아오는 포탄들은 단순한 돌탄도 있지만 때로는 터지는 작렬탄도 있으니 버티질 못했다.

“상륙!”

“넷!”

40척의 무역선과 어선들이 해안의 넓은 백사장을 향해 일제히 상륙작전을 펼쳤다. 다른 방법으로 돗토리를 쉽게 함락할 방법이 있지만 대규모의 배들이 백사장을 목표로 상륙작전을 펼쳤다.

수많은 배들이 백사장인 해안으로 들이 닥쳤다. 그러자 해안에서 있던 적들이 겁에 질려 급하게 뒤로 돌아 도망쳤다.

이때 약간 후미에 포진되어 있던 전함들이 선수에 설치된 천자총통을 발사하며 해안으로 접근했다.

펑! 펑! 펑! 펑!

10척의 전함이 횡대로 서서 천자총통으로 돌탄을 발사하며 전진하자 하구에 있던 어선들이 모조리 파괴됐다. 군선이 아닌 어선을 파괴하는 이유는 일부 전함이 센다이 강으로 진입해야 되기 때문이다.

천자총통은 사거리가 무려 2킬로미터가 되는 대형함포라 굳이 상륙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돗토리 성이 해안에서 2킬로미터 떨어진 내륙에 위치해 있었다. 그 때문에 함포 사격으로 성벽을 파괴할 필요성이 있었다. 함포 사격을 가하던 전함들이 해안으로 점점 가까워 오자 적들이 발사하는 대포 소리가 크게 울렸다.

펑! 펑!

전함들이 전진하는 바다의 앞에 무수한 포탄들은 떨어졌다. 해안포의 사거리가 너무 짧아 전함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자 최인범이 함장에게 지시했다.

“여기도 포병 부대를 운용하는군. 적의 포병부대부터 파괴해.”

“넷!”

기함인 전함에서 대북이 크게 울렸다. 동시에 공격 깃발이 높이 올랐다.

둥둥! 둥둥! 둥둥!

함대는 신호에 따라 빠르게 움직였다. 적이 보유한 화포는 사거리가 1킬로미터도 되지 않았다. 전함은 기수를 약간 틀어서 선측에 장착된 10문의 함포로 포대를 공격했다.

쾅! 과과광! 쾅! 과과광!

한 척에 20문씩 장착된 함포도 사거리가 1.5 킬로미터다. 함포의 사격으로 적의 포병부대는 너무 쉽게 부서지고 말았다. 모두 작렬포단을 사용하는 막강한 함포로 변했다.

해안에 포진되었던 적의 포병 부대가 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이어서 기함에서 다른 깃발이 오르자 함정의 일부는 해안의 부두에 정박하고 일부는 센다이 강을 따라 내륙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쾅! 과과광! 쾅! 과과광!

센다이 강을 따라 약간 내륙으로 올라간 함선들은 계속해서 함포사격을 가했다. 적들이 포진되어 있을 만한 지점에 대해 양쪽에 장착된 20문의 함포를 일제히 발사해 공격했다.

쾅! 과과광! 쾅! 과과광!

“으아악!”

“아악!”

전함들은 함포를 발사하며 일제히 화차를 발사했다.

쉬이익! 쉬익!

화차에서 발사된 신기전이 사방으로 날아가자 처절한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격군들도 갑판으로 올라와 준비한 불화살을 날렸다. 불화살이 날아가자 강변에 있던 갈대밭이 거센 불길을 이루며 타들어 갔다.

쾅! 과과광! 쾅! 과과광!

엄청난 굉음을 울리는 함포사격은 계속됐다. 전함들이 함포 사격을 무차별로 하며 상류로 올라가자 돗토리 전체가 순간에 불바다를 이루었다.

워낙 성능차이가 나는 함포 사격으로 왜의 방어벽은 너무 쉽게 무너졌다. 그러자 해안에 상륙한 오우치의 사무라이들이 괴성을 지르며 떼 지어 돗토리 성을 향해 달려갔다.

“전 함대, 목표한 성벽을 포격해!”

“넷!”

쾅! 과과광! 쾅! 과과광!

해안에 있는 함정은 선수에 장착된 천자총통으로 사격을 가했다. 전함들은 모두 선측에 장착된 지자총통으로 돗토리의 시가지를 향해 매섭게 포격을 가했다.

쾅! 과과광! 쾅! 과과광! 과광! 쾅! 쾅!

튼튼한 석성으로 된 돗토리 성이다. 성이 튼튼하니 공격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아직도 항복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성벽은 높지만 두텁지 않아 함포 사격으로 취약한 지점을 목표로 삼았다. 동시다발로 쏘아지는 함포사격으로 성벽은 힘없이 무너졌다.

와르르.

철탄 공격으로 높은 성벽의 한쪽이 무너졌다. 오우치 사무라이들은 괴성을 지르며 돗토리 성주를 잡기위해 성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와! 와! 돌격!”

오우치의 사무라이들은 매섭게 공격했다. 돗토리 영주를 잡아 목을 가져오는 부대장이 이곳 돗토리 통치자인 성주로 임명된다고 했다. 그 때문에 지휘관이나 사무라이들은 필사적이다.

“성주를 잡아! 다른 놈은 볼 것도 없어!”

눈에 핏발이 선 사무라이의 지휘관들은 돗토리 영주를 잡기 위해 일제히 성안으로 뛰었다.

“으악!”

“아악!”

성안에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요란했다. 그리고 일순 성에 깃발이 높이 오르고 비명소리가 멈추었다.

“와! 와! 우리가 영주를 잡았다! 와! 와!”

영주를 잡아 죽이고 목을 장대에 높이 걸었다. 많은 사람들이 참수형을 당해 긴 장대에 걸렸다. 전에 복종한다고 하다가 배신을 당해 보복하는 것이다.

“포로들을 더 이상 죽이지 말고 병사로 포함시켜.”

“넷!”

전에는 마구잡이 약탈 방식이나 돗토리 영주를 정해 주기로 했으니 무질서한 약탈은 금지됐다. 오우치 군대는 빠르게 재편성됐다.

이곳에서 포로로 잡힌 수많은 남녀들은 다시 나뉘었다.

“빨리 움직여!”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

“모두 승선해.”

젊은이들은 모두 무역선과 어선에 올라타고 있었다. 파괴되지 않은 돗토리의 어선들도 30척이나 되자 그 배들도 병사들을 태우게 되었다. 포로로 잡힌 청년들은 오우치 가문의 병사들로 변하게 된다.

전함들은 함포에서 발사했던 돌탄이나 철탄의 일부를 회수했다. 육상을 이용해 이동하는 오우치의 부대가 도착하면 다른 곳을 공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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