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화
태왕의 결정에 따라 해군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하카타와 제주도에서 왔던 20척의 전함에 실려 있던 화약이나 포탄 등은 모조리 제 1함대 소속인 15척의 전함으로 인계되었다.
제 4함대 사령관인 임방경 중장은 제주도로 떠나기 전에 태왕을 만나 지시를 받았다.
“사령관, 전함들의 빈 공간에는 모두 어물을 싣고 부산포로 나르도록 해.”
“넷!”
“부산포에서는 소금과 쌀을 싣고 제주항으로 가고.”
“명을 따르겠나이다.”
연해 시(블라디보스토크)를 모항으로 하는 제 5함대를 별도로 만들어 동해를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그 때문에 제주도(濟州道)와 하카타 담로 그리고 주산 담로에서 주둔하는 해군은 앞으로 제 4함대인 남해 함대로 불리게 된다.
“사령관, 남경이나 규슈지역에서 이주를 원하는 사람들 중에서 되도록 키가 큰 여자나 우수한 기술자 위주로 받아들이도록 담로의 총통들에게 연락하시오.”
“알겠습니다.”
본시 자신의 키가 크다가보니 여자들도 키가 컸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이렇게 지시하고 있었다. 우수한 기술자를 원하는 이유야 당연히 기술력 발전이나 생산성 향상을 원하기 때문이다.
왜나 남명지역이 전체적으로 대진국에 비해 과학 수준이 다소 떨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숙련된 기술자는 곳곳에 있다고 판단해 이런 지시를 내렸다.
“여자들의 이주는 올해 말까지 시한을 정하고 기술자 영입은 계속해서 추진하도록 해.”
“넷!”
특히 지금은 정보가 널리 알려지는 시절이 아니다. 그 때문에 그런 고급 인력을 대진국으로 흡수해 버리면 두 곳의 기술력은 뒤로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사령관은 이점을 명심해서 해군양성도 그런 기준을 따르도록 해.”
“넷!”
사실 이런 지시를 특별히 내릴 필요가 없었다. 이미 여자이주민이나 또는 기술자 영입은 시행하고 있었다. 이번에 동해를 장악하면 봉황성으로 돌아가 한동안 명나라와 관계만 집중할 요량이라 다시 강조하는 것이다.
“왜에 대한 공격은 이번으로 끝낼 것이니 그런 점도 참고하시오.”
“넷!”
울릉도로 왔던 남해 함대 소속인 20척의 전함들이 떠났다.
최인범은 15척의 전함을 이끌고 도고 섬으로 향했다. 도동항을 떠나 동쪽으로 이동하다 독도 해역에 이르자 그곳에서 많은 어선들을 만나게 되었다. 어선들의 규모가 전보다 약간 커진 상태다.
울릉도에서 조업하기 위해 독도를 찾아온 어민들은 이미 동도에 작은 선착장을 만들었다. 해변의 중턱에 돌로 만든 작은 집을 지어 놓고 있었다. 망원경으로 독도를 지세하게 살피던 최인범은 어민들이 물개를 잡아 가죽을 말리는 모습을 발견하자 조용히 함장에게 지시했다.
“앞으로 독도에서 조업하는 어민들이 함부로 물개를 잡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겠어.”
“폐하, 물개가 흔한데 꼭 그렇게 할 필요성이 있나요?”
“함장, 당연히 물개를 계속 보호해야지. 너무 남획하면 아무리 흔해도 나중에는 멸종할 수 있으니 그것을 방지해야 돼.”
“알겠습니다.”
함장에게 이런 사실을 말하는 이유는 15척의 전함 중에 5척은 앞으로 울릉도와 도고 섬을 오가며 활동하는 제 5함대인 동해 함대 소속인 분견대로 구분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울릉도의 도동항에서 주둔할 분견대는 전함 5척과 판옥선 5척으로 구성된다.
지금은 이주민도 많고 물동량이 많아져 다소 복잡했다. 하지만 왜의 해안을 공격해 초토화시키면 동해에서 활동할 전함은 5척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함장에게 추가해서 지시했다.
“어민들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으니 구난 장비를 전함에 충분히 비치하도록 해.”
“넷!”
독도에서 어민들이 조업하는 모습을 바라보자 최인범은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전생에서 워낙 왜인들이 독도를 가지고 패악을 떨었던 사건들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엄청난 영토를 차지한 대제국을 이룬 지금도 독도를 매우 중요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분견대장은 앞으로 울릉도의 어민들과 협조해서 동도에 선착장을 넓히도록 해서 독도 해역을 수시로 돌아 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넷!”
조선 수군 소속인 5척의 판옥선은 울릉도 해역에서 활동한다. 5척의 전함은 교대로 독도와 도고 섬을 오가며 초계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자신의 생각을 강조하기 위해 추가해서 지시를 내렸다.
“앞으로 독도에는 반드시 해군 소속인 포병들이 주둔하도록.”
“넷!”
“규모는 1개 포대 정도로 정하고.”
“명을 따르겠사옵니다.”
아직 해군의 격군들을 해병대라고 별도로 구분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해군소속 포병이 독도에서 주둔하도록 지시했다. 포병들이 주둔하니 최고 우수한 함포를 보내고 화차도 배치되는 것이다.
15척의 전함은 독도 해역에서 기수를 돌려 남쪽으로 향해 드디어 도고 섬에 도착했다. 도고 섬에는 하카타에서 오게 된 많은 무역선들이 정박해 있었다. 부두 시설이 부족해 15척이 모두 접안하기 힘들어 최인범은 지시를 내렸다.
“울릉도의 분견대 함정만 우선 접안하도록 해. 나머지는 모두 주변에서 대기하고. 척 비서관은 전함 5척을 이끌고 마쓰에로 가서 오우치 가문과 협상해.”
“넷!”
최인범이 전함에서 내리자 이곳 도고 군수인 이상문이 급하게 부두로 와서 인사를 했다.
“폐하, 소신 문안 인사드립니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군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 정착해 살겠다니 아주 잘 생각했어요.”
도고 섬을 대진국의 영토로 포함시키는 이유야 동해를 완전히 대진국의 내항과 같이 만들기 위해서다. 지금이야 바다도 영토라는 개념이 별로 없지만 훗날을 생각하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왜의 혼슈 섬 자체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도고 섬 그리고 홋카이도나 사할린 섬은 영토로 포함시킬 계획이다. 혼슈의 북부지역인 그곳은 큰 세력을 이루는 정치나 군사적인 집단이 없으니 쉽게 영토로 포함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도고 섬을 말을 타고 일주해 돌아보았다. 수많은 왜인노예들이 와서 공사하고 또한 비교적 혼슈와 가깝기 때문에 필요한 물자를 공급받아서 그런지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해안을 일주하는 도로도 개설되고 곳곳에 어민들이 필요한 작은 선착장도 준공되어 있었다.
최인범은 이곳에서 강제로 노역하고 있는 1만명이나 되는 왜인노예들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내렸다.
“군수는 우선 필요한 시설들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왜인노예들을 모조리 오우치 가문으로 넘기도록 하시오. 그리고 본토로 이주를 원하는 사람은 무역선을 통해 연해 시로 보내고.”
“넷!”
“왜인노예들 중에 여기서 정착하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도록 하시오.”
“명심해서 시행하겠습니다.”
나중에라도 영토 분쟁의 여지가 전혀 생기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 왜인노예들을 도고 섬에서 한 명도 정착하지 못하게 특별히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그래서 섬의 이름도 동남도로 바꾸고 도고 군청을 동남도 군청으로 변경하도록 지시했다. 필요한 조치를 내리고 나자 5척의 전함을 이끌고 척계광이 가있는 마쓰에로 떠나게 되었다.
마쓰에 영지 동쪽인 미호 만에 도착했다. 육지에서 다소 떨어진 해변에 척계광이 이끄는 전함 5척이 한가롭게 떠 있었다.
가까이 접근하자 구명정을 타고 척계광이 넘어와 보고했다.
“폐하, 오우치 가문이 마쓰에 영지를 다시 빼앗겼습니다.”
“뭐라? 차지한지 얼마나 됐다고 빼앗긴단 말인가?”
참으로 한심한 놈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화포까지 이미 200문이나 넘겨줬지만 별로 유용하게 써먹지 못하고 패배했다니 더욱 한심해 보였다.
“돗토리까지 차지했다고 하더니 도대체 무슨 일이야?”
“폐하, 돗토리의 영주가 복속한다고 약속하더니 배신했고 교토를 비롯해 오사카 지역의 영주들이 합심해서 연합작전을 펼쳐 빼앗긴 상태입니다.”
“그래서 오우치 가문은 뭐라고 하던가?”
“마쓰에를 공격하려고 지금 이즈모에서 대기하고 있사옵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니 왜에서 계속 발목이 잡힐 수 있었다. 전쟁도 큰 범위로 포함시키면 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그러니 전쟁을 벌여 적당한 기회에 이득만 취하고 발을 빼야 국익에 도움이 된다. 이런 식으로 자꾸 일진일퇴를 거듭하면 발을 빼기가 곤란했다.
최인범은 함장들을 모두 불러서 지시를 내렸다.
“마쓰에는 오우치 가문에서 공격해 탈환하도록 그대로 놔두고 우리는 돗토리를 공격합시다.”
“넷!”
왜의 동해안을 접한 도시들을 초토화시킬 목적이 있기 때문에 마쓰에를 집중해서 공격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곳은 이미 해군에서 전에 공격도 해서 많은 파괴가 있었다. 더구나 또 전투가 벌어졌으니 포탄을 사용해 파괴할 시설들이 별로 없으니 효율성에서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일단 여기에 모여 있으니 한 차례만 함포 사격으로 도와주고 돗토리로 이동하도록 해.”
“넷!”
태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10척의 전함은 서서히 미호 만에서 나카우미 호수 쪽으로 이동했다. 망원경으로 해변의 적진을 자세하게 살피던 최인범은 함포로 공격하기 좋은 목표를 찾았다.
“저쪽에 보이는 것이 식량창고 같은데.”
최인범의 질문에 척계광이 즉시 답했다.
“폐하, 저것은 위장된 식량 창고입니다. 진짜로 식량이 쌓여있는 창고는 더 깊이 들어가야 있사옵니다.”
“그래도 일단 창고를 모조리 파괴하도록 해.”
“넷!”
최인범은 동해와 접한 도시들을 초토화가 목적이라 식량이 들어있든 없던 파괴를 지시했다. 주변에는 규모가 큰 가옥들도 많아 파괴할 필요성이 있었다. 10척의 전함은 일자 대형으로 서서 일제히 함포를 발사했다.
쾅! 과광! 쾅!
10척의 전함에서 함포가 발사되자 무수한 돌탄이 날아갔다. 이어서 화차에서 신기전에 발사되자 여러 개의 창고들은 이내 화염에 휩싸이고 말았다.
화르륵! 화르륵!
“으악!”
“사람 살려!”
창고가 거센 불길에 휩싸이자 주변에 살던 왜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급하게 멀리 도망쳤다. 당연히 방화수를 퍼서 화재를 진압해야 되는데 도망치기 바쁘니 조금 이상했다. 왜인들은 혼비백산해서 정신없이 사방으로 정신없이 도망치고 있었다.
‘평소 왜인들은 저런 지경은 아니었는데 왜 불을 끄지 않고 도망치지?’
이런 생각을 하는 중에 불타고 있던 창고에서 큰 폭음이 들렸다.
과과광! 쾅! 쾅!
웅장한 소리를 내며 불타던 창고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식량 창고이던 건물들은 화약이나 무기를 비축해 놓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모습을 바라보던 척계광은 너무 어이가 없고 다소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감탄했다.
“폐하, 공격하길 너무 잘 했사옵니다.”
“우리는 잠시 기다리다가 천천히 돗토리로 이동해.”
마쓰에가 공격당하면 돗토리에 주둔중인 군대가 이동할 것이라 일단 잠시 이곳에서 대기하려는 것이다. 이동하기 좋은 지형은 모두 해변에 있기 때문에 척계광에게 지시했다.
“전함을 2척을 동쪽으로 먼저 보내서 돗토리에서 군대가 이동하는 상황을 확인해. 부대 이동을 발견하면 함포를 3발 발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