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화
하카타 담로를 모항으로 삼고 활동하던 전함 10척도 합류해 왜인포로들을 날랐다. 도고 섬에서 지내던 척계광까지 울릉도로 오게 되었다.
척계광은 지휘부가 있는 파오로 찾아와 태왕께 보고했다.
“폐하, 이와마 은광을 비롯해 시마네 지역도 오우치 가문이 차지했습니다. 도고 섬에도 군청을 만들어 조선출신인 이상문을 군수로 임명했사옵니다.”
“수고 많았군.”
“폐하, 오우치 쇼군이 화포를 500문이나 사겠다고 해 200문만 넘겨주기로 약속했사옵니다.”
이런 보고에 최인범은 잠시 생각하다가 결정해 주었다.
“척 비서관이 덕원부를 다녀와야 되겠어. 그곳으로 가서 화포를 최대한 모아서 왜로 운반해 주도록 해. 수량은 상관없으니 그들이 요구하는 수를 모두 넘겨주도록.”
“넷!”
나중에는 모르지만 우선은 외부의 침입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또한 조선을 완전히 합병하기 위해서는 조선의 무력을 감소시킬 필요성도 있어 이런 조치를 내렸다.
대진국과 접한 함경도나 황해도의 무력을 완전히 소멸시킬 생각이다. 그런 이유로 조선에서 보유한 구형화포인 지자총통을 모조리 회수해 왜로 판매해 버릴 요량이다.
‘조선의 화포만 사라지면 군사적인 반발은 사라지게 돼.’
20척의 전함은 도고 섬과 울릉도 사이를 운항하며 한 척당 200명의 왜인포로를 날랐다. 5척씩 함대를 구성해 나르기 때문에 한번에 1000명씩 도착했다.
강사상 비서관은 왜인 포로들이 너무 많아지자 걱정했다.
“폐하, 왜인포로들을 수용할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옵니다. 임시 막사인 파오에서도 그들을 수용하기가 어렵사옵니다.”
“왜인포로들을 즉시 덕원부로 보내도록 해.”
“넷!”
울릉도는 사실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 때문에 20척의 전함으로 울릉도로 도착한 남자포로들은 바로 덕원부로 이동되는 경우가 많았다. 덕원부로 떠나는 남자노예들의 경우는 모두 나이가 어린 청년들이다.
최인범은 척계광이 가져온 많은 은괴를 보더니 강사상에게 지시를 내렸다.
“강 비서관, 왜에서 가져온 은괴는 모두 덕원부로 가져가서 한양과 평양까지 내는 도로 공사비와 화포 구입비로 사용하도록 해.”
“넷!”
대진국은 이미 조선국과 완전히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는 당분간 별도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추가해서 지시를 내렸다.
“덕원부에 도착하면 한양의 진명하 대사에게 연락해서 평양과 한양까지 군사도로를 낸다고 조선 조정으로 요청하도록.”
“넷!”
이런 조치는 정식으로 공문을 작성해 조선 조정으로 보내야 한다. 그 때문에 문서를 만들어 강사상에게 넘겨주었다. 이런 조치로 척계광은 왜인포로의 이동 책임지게 되었다. 강사상은 일단 덕원부로 가서 도로공사를 위한 준비를 하도록 임무를 부여했다.
최인범은 덕원부로 떠나게 되는 강사상에게 추가해서 지시를 내렸다.
“덕원부로 가는 왜인포로들이 공사장에서 6개월을 착실하게 근무하고 한어와 한글을 익히면 모두 육군으로 입대시켜서 군사훈련이 끝나면 심양으로 보내도록 조치하고.”
“넷!”
왜인포로들로 구성된 부대를 별도로 운영하지 않고 모두 분산배치해서 자연스럽게 이주민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진국은 땅이 넓고 여전히 인구수가 적어 왜에서도 이주민을 계속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여자포로의 경우도 필요한 조치를 내리게 되었다.
“척 비서관은 남자포로를 덕원부로 보내고 나면 여자포로를 연해 시로 이동시키도록.”
“넷!”
“이주시킬 사람이 많으니 제주도로 연락해서 전함 10척을 이곳으로 오도록 하고. 하카타의 무역선도 모두 동원해 이주민들을 나르도록 해.”
“넷!”
전함을 계속해서 화물선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무역선을 동원해 왜인포로들을 이주시키기로 결정했다. 전함으로는 우선 한 번만 사람들을 나르고 오우치 가문이 원하는 그대로 군사적인 활동을 하기로 결정했다.
왜인인 여자포로들은 일단 간동도에 있는 항구 도시인 연해 시로 보낸 뒤에 다시 분산하게 된다. 여자포로의 경우 그곳의 정착민들이나 또는 육군들과 혼인하도록 조치를 내렸다.
최인범은 강릉에서 오게 된 임신철을 울릉군수로 임명했다. 이제부터는 군수의 지휘로 울릉도로 개발하도록 조치를 내리게 되었다.
“군수가 책임지고 계획대로 기반 공사를 마무리 하시오.”
“넷!”
“우리가 떠난 뒤에도 계속해서 이주민들이 이곳을 경유해 조선과 대진국으로 이주하게 되니 지금처럼 수용시설을 잘 활용하도록 하시오.”
“명을 받들겠나이다.”
태왕의 명령에 따라 왜에서 잡혀온 여자포로들은 모두 중앙에 있는 분지로 이동됐다. 울릉도에서 수용이 가능한 왜인포로들 이외에는 도착과 동시에 멀리 떠나고 있었다.
많은 이주민을 일시에 날라야 하기 때문에 제주에서 활동하던 10척의 전함을 불렀다. 그들이 시모노세키를 경유해 도착했다. 동해에서 활동하는 전함의 수가 무려 35척이나 되었다.
하카타에서 오게 된 무역선이나 화물선이 무려 50척이 되었다. 도고 섬에서 울릉도로 운항하는 수를 20척으로 정하고 30척은 덕원부와 연해 시로 왜인포로를 나르도록 조치를 내렸다.
“척계광이 도착하면 함대는 모두 왜로 이동할 것이니 전함들은 모두 전투 준비를 해.”
“넷!”
접안 시설도 부족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선박으로 충분히 사람들을 이주시킬 수 있게 되자 왜에 대한 공격을 마무리할 생각이다. 왜인들을 이주민으로 받아들이자 하카타를 통해 단동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의 수가 상당히 많았다. 항상 전쟁만 벌이니 가족 단위로 이주하고 있었다.
“어떤 이주민들인가?”
“모두 기술자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계속 받아 들여도 되겠군.”
정월 대보름이 되자 드디어 덕원부로 갔던 척계광과 강사상 비서관이 울릉도로 돌아왔다. 한양과 평양을 연결하는 도로정비에 대해 지시를 받은 강사상이 먼저 보고했다.
“폐하, 조선에서 도로 정비에 대해 스스로 하겠다고 합니다.”
“그런 재정이 없을 것인데 어떻게?”
“폐하, 조선에서는 윤임 대감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에 대해 역적이나 탐관오리라는 혐의로 모조리 재산을 압수해 그것으로 도로를 개설한다고 하옵니다.”
“뭐라? 재산을 압수해?”
“넷! 폐하께서 관여하지 않으니 섭정인 윤 대비와 윤원형이 드디어 그동안 벼르고 있던 정적들의 잔당을 모조리 제거하고 있사옵니다.”
윤임 대감을 따르던 대윤들은 대부분 전에 대진국으로 이주했다. 하지만 아직 남아 있는 무리들도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제거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정강대군의 소식은 없나?”
“폐하, 정강대군과 민비는 이미 봉황성으로 이주했사옵니다.”
“뭐? 정강대군을 봉황성으로 보내다니? 무슨 이유로?”
“전에 황실의 방계로 기록된 내용 그대로 형사취수제를 적용해 민비를 폐하의 후궁으로 보냈다고 하옵니다.”
“기도 안차는군.”
죽은 인종이 외아들을 살리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괴상한 문서를 만들었다. 그러나 설마하니 그런 내용을 내세워 조선 조정에서 민비와 정강대군을 내칠 줄은 몰랐다.
‘조선이 내세우던 성리학이 완전히 무너져 버렸어.’
예를 숭상하고 일부종사를 기본으로 삼는 조선사회는 이미 과거로 변해 버렸다. 왕후를 그런 식으로 내친다는 것은 이미 조선은 망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다른 사건은 없나?”
“폐하, 윤임의 패거리로 지목된 양반들은 모조리 대진국으로 보내고 있사옵니다.”
“역적이나 무슨 죄목을 씌워 노비로 만들지 않고 추방했다는 건가?”
“그렇사옵니다. 반대라고 판단되는 양반들은 은근히 압박해서 대진국으로 모조리 이주시키고 있사옵니다. 그 때문에 현재 이주민들의 수가 대폭 늘어나고 있사옵니다. 조선의 조정에는 단 한명의 불평불만을 토하는 관료가 없을 정도로 완전히 변했다고 하옵니다.”
“골치 아픈 사대부를 대진국으로 모조리 추방하다니 머리를 썼군.”
“그렇사옵니다. 조선은 이제 완전히 윤 대비가 틀어쥐고 있사옵니다.”
이런 보고를 받자 최인범은 윤 대비의 생각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반대파를 모조리 추방시키고 나서 대진국과 협상을 벌이기 위한 시전에 정지 작업을 진행한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하면 자신들의 안위는 보장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틀림없었다.
‘흠! 결국 나라를 완전히 나에게 넘길 생각이야.’
조선을 흡수하되 전쟁을 피하려는 자신의 의중을 짐작하고 윤 대비나 윤원형이 주도적으로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으로는 매우 좋은 움직임이지만 느낌은 별로 좋지 않았다. 백성들을 위해서 보다 자신들의 미래 때문에 이렇게 움직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결국 자신들의 안위가 최우선이라는 뜻이야.’
조선의 병합하기 위해 더 이상 고심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섭정인 윤 대비가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면 복잡한 문제가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언제라도 적당한 미끼를 던지면 합병은 쉽게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선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자 최인범은 척계광에게 지시했다.
“제주도와 하카타에서 온 전함은 모두 원대 복귀시키고 나머지 전함은 모두 전투 준비를 해.”
“넷!”
“준비가 끝나면 도고 섬을 기점으로 초토화 작전을 펼칠 것이니 오우치 가문에도 미리 연락해서 같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해.”
“넷!”
“앞으로 왜인포로는 여자들만 받아들인다고 해.”
“알겠사옵니다.”
이주할 대상으로 여자들만 선택한 이유는 남자들 보다는 여자들이 빨리 적응하기 때문이다. 또한 긴 안목으로 봐서 왜에 여자들의 수가 줄어들면 그 여파가 아주 심각하게 변한다. 왜는 지금보다 더 허약한 나라로 변한다고 판단했다.
‘왜인들이 여전히 천황제를 고집하니 일단 여자들부터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아.’
나중에는 모르지만 지금은 인구의 수가 국력이라 왜의 인구 증가를 최대한 억제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전생의 쓰라린 기억 때문에 최인범은 살기가 열악한 왜를 완전히 흡수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왜는 태풍이나 지진이 많으니 여전히 살기에는 좋지 않은 땅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틈만 보이면 배신하는 왜인들이라 자신이 나서서 발전시킬 이유가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오우치 가문이 통일하도록 도와줄 생각도 전혀 없었다. 통일이 되면 반드시 지금의 굴종하는 자세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걷게 될 것으로 판단했다. 적당히 돕고 나서 뒤로 빠질 생각이다.
‘앞으로 광산이나 개발해서 먹고 살도록 해야 돼.’
최인범은 오우치 가문이 통일을 위해 군사작전을 돕는다는 구실로 동해와 접한 혼슈지역 항구를 완전히 초토화시킬 계획이라 전투준비를 명령했다.
드디어 동해를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대대적인 공격을 펼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