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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418화 (418/519)

418화

<동해(東海)의 장악>

이와마 은광이 완전히 오우치 가문의 손에 들어가고 이즈모와 마쓰에 영지도 점령했다. 드디어 오우치 가문은 규슈 북부를 포기한 대신으로 야마구치, 히로시마, 시마네, 오카야마, 돗토리, 효고를 완전히 차지하는 큰 세력을 이루었다.

접경지대인 오사카와 교토. 와카마야, 나라 지역은 우호적인 별도의 세력이 존재하고 있었다. 오우치 요시타카는 대진국에서 책봉된 쇼군(將軍)이란 칭호로 통치했다.

영주인 오우치 요시타카는 다소 늦게 마쓰에 영지로 도착했다. 가신인 사가라 다케토를 비롯한 가신들과 회의를 하게 되었다. 오랜 숙원을 달성한 요시타카는 매우 환한 표정으로 물었다.

“사가라, 대진국에서 요구하는 은괴는 충분히 확보했나?”

“넷! 올해 대진국으로 넘겨줄 양은 이미 확보해 두었습니다.”

“노예와 소도 충분히 모아두었나?”

“그렇습니다.”

전과 달리 점령한 지역의 주민들은 모조리 노예로 변하게 된다. 그 때문에 오우치 가문에서 대진국으로 넘겨줄 노예나 기타 소를 충분히 확보하게 되었다. 그러자 요시타카 영주는 욕심이 생겼다. 무기만 충분히 확보하고 또한 대진국 해군의 협조를 받는다면 왜의 전 지역을 통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가라, 무기를 더 넘겨받을 수 있도록 협상해.”

“넷!”

마쓰에의 부두에는 10척의 전함이 정박해 있었다. 장소가 협소해 부두에 모두 접안하지 못하고 일부는 해상에 떠있었다. 무기 구입 명령을 받은 사가라 다케토는 전함으로 올라와 많은 은괴를 척계광에게 넘겨주며 협상하고 있었다.

“장군, 우리가 무기를 더 구입할 수 있소?”

“무슨 무기를 원하는 거요?”

“조선에서 생산되는 화포가 필요합니다.”

“얼마나 필요한 거요?”

“지자총통으로 500문이 필요합니다.”

이런 요구에 척계광은 속으로 생각했다. 대진국의 협조로 쉽게 승리를 거두자 오우치 가문에서는 점차 욕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흠! 폐하께서는 왜의 통일을 원치 않으니 적당한 수량만 넘겨줘야 되겠어.’

척계광은 이미 태왕으로부터 지시를 받았기 때문에 사가라의 요구에 조용히 답해 주었다.

“그건 곤란합니다. 아직 조선국에서 그런 수의 지자총통을 넘겨받을 상황이 아닙니다. 그러니 더 이상 전선을 확대하지 마시고 조금 안정된 상태로 기다리세요.”

척계광은 태왕께서 왜의 통일을 원치 않기 때문에 더 이상의 화포 판매를 회피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판매를 전혀 하지 못한다고 하면 오우치 가문에서 독자적으로 화포를 생산할 염려가 있어 슬며시 제안했다.

“우리가 원하는 노예를 넘겨주면 지자총통을 200문은 구할 수 있을 것이니 남자노예 2만명과 여자노예 1만명을 모아 주시오.”

“알겠습니다. 모두 이곳으로 모아 오면 되지요?”

“그렇소.”

도고와 도젠 섬을 비롯해 울릉도까지 개발하려면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자가 필요한 이유는 연해주 지역의 발전을 위해 그곳으로 보낼 예정이기 때문이다.

“젊고 건강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잘 알겠습니다. 젊고 튼튼한 노예로 모으겠습니다.”

협상에 따라 많은 남녀노예들과 소들이 마쓰에 항구로 모여들었다. 척계광은 그들이 모이면 전함에 가득 싣고 빠른 속도로 도고 섬과 울릉도로 보냈다. 남자 노예 2만 명 중에 1만 명은 도고 섬에서 노역을 시키다가 다시 오우치 가문으로 넘겨지게 된다. 나머지 2만 명의 남녀 노예들은 울릉도를 경유해 조선이나 대진국의 연해주(극동도)로 보낼 예정이다.

전함에 많은 노예를 싣고 나자 척계광은 함장에게 지시했다.

“강제 노역장에서 협조를 잘하는 노예는 대진국으로 완전히 이주시켜 준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도록 하시오.”

“넷!”

“대진국의 말을 빨리 배우면 유리하다는 점도 알려주고.”

“넷!”

대진국은 명나라와 접해 이후로 상황이 어찌 변할지 모른다. 그 때문에 연해주(극동도) 개발에 필요한 인력을 왜와 남명에서 충당하기로 결정해서 이런 지시를 내리는 것이다.

척계광은 자신이 타고 있는 전함 1척을 제외한 9척에 노예와 소를 싣고 떠나도록 조치를 취했다.

일단 도고 섬으로 간다고 하니 왜인노예들은 그래도 안심하고 있었다. 혹시 그곳에서 정착하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목에 차진 쇠사슬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평생 노예로 살게 된다니 큰일이야.”

“대진국에서는 노예제도를 사용하지 않으니 혹시 금방 풀리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포로로 잡혀가는 것이 더 좋겠군.”

왜는 영주들끼리 계속해서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 때문에 왜에서 완전히 떠나게 되자 목숨은 부지하게 생겨 위안으로 삼았다.

한편 태왕이 머무는 동해의 울릉도는 연말 임에도 다들 바빴다. 차가운 바다 바람이 휘몰아치는 해변에 수많은 왜인포로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피해라!”

쾅! 과광! 쾅!

해변의 커다란 바위산에서 큰 폭음이 들렸다. 대진국의 해군들은 해안도로를 만들기 위해 폭약을 사용하고 있었다. 해안선을 따라 일주하는 도로를 내면서 동시에 터를 만들어 주거시설이나 항만시설을 늘리고 있었다.

노예들의 작업을 감독하는 해군들이 크게 외쳤다.

“빨리 돌을 해변으로 날라!”

“예! 예!”

왜에서 끌려온 노예들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추운 겨울의 작업이라 힘은 들지만 그래도 먹을 것은 충분히 공급되고 있었다. 겨울에 눈이 내려 썰매를 만들어 그 위에 돌을 올려놓고 끌었다. 일부는 사람이 끌고 일부는 소가 동원되어 운반하고 있었다.

잠시 쉬는 시간이 되자 왜의 노예들은 조심스럽게 수군거리고 있었다.

“조선말만 배우면 대진국 국민으로 만들어 준다니 차라리 대진국에서 사는 것이 좋겠어.”

“그러려면 군대에서 3년을 보내야 된다고 하던데.”

“매일 전쟁으로 싸우는 왜 보다야 더 좋지 않나?”

지금은 노예 신세지만 조선말을 배우고 군대에서 의무복무를 다하면 대진국 국민으로 변할 수 있다고 하자 젊은 왜인들은 그런 쪽으로 변하길 원했다.

동해를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반드시 개발할 필요성이 있는 중요한 거점인 울릉도다. 더구나 황금 어장인 독도 해역까지 개발해야 하니 힘든 사업을 시작하는 중이다.

바다가 점점 붉어지며 해가 바다 속으로 점점사라지고 있었다. 해변의 낮은 산자락에서 도동항을 바라보며 최인범은 강사상 비서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정월 초하루는 포로들도 쉬도록 조치해.”

“넷!”

단동을 떠나 명나라의 동쪽 해안을 완전히 장악하고 제주도를 거쳐 동해로 와서 왜를 공략하고 있다.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한해가 지나가고 있었다. 동해의 수산업을 발전시키려고 울릉도 개발에 전념했다.

“여기도 사람들이 많아졌어.”

“그렇사옵니다. 벌써 섬사람들의 수가 3천명이 넘어갔습니다. 포로가 3천명이라 그들과 해군까지 포함하면 거의 1만명에 달합니다.”

“사람이 많을 때 필요한 기반시설을 충분히 해놓도록 해.”

“넷!”

도동항에는 강원도 강릉에서 찾아온 청년들과 처녀들이 많았다. 그들은 울릉도 중앙의 분지로 이동하거나 또는 도동항 근처에서 정착할 준비로 바빴다. 많은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이주하게 되자 그들이 지낼 집을 만드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많은 목수들이 동원되어 새롭게 건물을 세우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해변에는 이동천막인 파오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었다. 파오에는 해군을 비롯해 왜인포로들이 지내고 있었다.

강사상이 조심스럽게 건의를 드렸다.

“폐하! 천제를 준비하겠사옵니다.”

“그렇게 해.명절이니 조금 거하게 차리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태왕으로 황궁이 아닌 타지에서 한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천제를 드리기 위해서 많은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다. 준비한 음식들이야 모두 해군이나 섬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생각이다.

최인범은 도동항 주변의 파오들을 돌아보며 강사상에게 지시했다.

“내년에는 접안 시설을 늘리는데 총력을 기울이도록 해.왜에서 포로를 더 데리고 오도록.”

“명을 따르겠나이다.”

최인범은 측근들과 같이 각종 공사현장을 돌아보며 이곳에 있는 왜인 포로들 처리에 대해 고심했다. 접안 공사가 끝나면 포로들을 조선으로 보낼 생각이다.

“강 비서관, 여기에 있는 왜인 포로들의 반은 연해주로 보내고 나머지 반은 강릉 지역보다 덕원부로 보내는 것이 좋겠군.”

“폐하, 그곳으로 보내서 무슨 사업을 하실 생각이신지요?”

“왜인포로들을 이용해 덕원부와 한양 그리고 평양을 연결하는 도로정비를 먼저 시작해야 되겠어.”

“알겠사옵니다. 이곳 공사가 끝나면 그렇게 하도록 조치를 내리겠나이다.”

울릉도는 동해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거점이다. 하지만 이곳에만 계속 머물며 개발에만 전력을 기울일 수는 없었다. 어느 정도 기반 조성이 끝나면 한반도 개발을 위해 힘쓸 필요성이 있었다. 울릉도의 기반조성을 빨리 끝내고 간동도의 연해시로 갈 예정이라 다소 마음이 급했다.

“강 비서관, 눈이 많아서 공사가 더 디네.”

“폐하, 소가 많아 그래도 공사는 잘 진행되는 중입니다.”

울릉도는 겨울에 적설량이 많기 때문에 공사하기에 매우 힘들었다. 그러나 겨울이라고 해서 공사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 왜에서 많은 소를 들여와 공사에 투입하고 있지만 여전히 노동력을 부족한 실정이다. 연해주 지역을 발전시키려면 반드시 동해를 장악해야 되니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었다.

“해안 일주 도로공사에 집중하도록 해.”

“넷!”

추운 겨울이고 눈도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공사장에 투입되자 기반시설들은 다소 빠른 속도로 하나하나 준공되었다.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이른 새벽에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와글와글.

도동항의 동쪽에 있는 커다란 바위 위에 제단이 마련되고 많은 음식들이 차려졌다. 천제를 지낼 준비가 모두 끝나자 최인범은 예복을 입고 제사를 드렸다. 동쪽과 북쪽을 향해 번갈아 절을 올렸다. 대진국의 성산인 백두산과 태양을 숭배하는 형식이다. 그가 절을 올리는 중에 동쪽에서 서서히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와! 와!”

“태왕폐하! 만세! 만만세!”

제단 근처에 모여 있는 대진국의 해군들과 또는 섬사람들이 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바라보며 크게 환호성을 질렀다. 드디어 흥무 3년 (1546년) 병오(丙午)년이 시작됐다. 천제가 끝나고 준비한 음식들을 먹으며 해군들은 호기심을 표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폐하께서 왜로 또 가시려나?”

“그야 잘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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