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7화
한편 도고와 도젠 섬을 완전히 점령한 척계광은 포로들 중에 이곳으로 끌려온 조선 사람들을 별도로 분리했다. 남녀를 포함해 무려 1000명이나 됐다.
의외로 많은 수가 포로로 끌려와서 살고 있자 척계광은 놀랐다.
“왜구들이 조선에서 사람들을 많이도 잡아 왔군.”
“비서관님, 오래전에 잡혀 온 사람들은 이곳에서 정착해 살겠다고 했습니다. 조선으로 돌아가야 가족들을 만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여기에서 정착하도록 해.”
“넷!”
전에 벌어진 삼포 왜란에서 끌려온 조선 사람들이 많았다. 이런 것으로 봐서도 이곳 도고 섬은 왜구의 소굴이 확실했다. 1000명 중에 돌아가길 원하는 사람은 없었다. 대부분 가족들이 죽어 버렸다고 판단해 여기서 그냥 눌러서 살겠다고 했다.
척계광은 조선출신 중에 선비도 있자 그를 이곳의 군수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어떠시오? 여기서 군수를 하겠소? 고향인 강릉에 있다는 가족들은 우리가 데리고 오겠소.”
“감사합니다. 그렇게 해주시면 여기서 정착해 살겠습니다.”
“군청을 만들 자료를 줄 것이니 직접 선발해 보시오.”
“넷!”
어디로 보내던 이곳에 살던 왜인들은 모조리 노비로 변하게 된다. 그래서 척계광은 왜인들의 일부는 조선으로 보낼 생각을 했다. 그들을 보내고 대신 이곳에 이주민을 받을 생각이다. 또한 조선에서 잡혀와 혼슈에서 살던 사람들을 모두 이곳으로 데려와 정착시킬 생각이다.
조선출신인 포로들도 분리하고 왜인 포로도 분리해 일부는 울릉도로 데리고 가서 그곳 부두시설 확장 공사장에 인부를 사용할 요량이다.
“함장! 왜인포로 중에 젊은 청년으로 500명을 따로 추리고 왜인여자는 200명을 추려. 소는 모조리 모아!”
“넷!”
태왕께서 중요시하는 울릉도라 그곳으로 노예도 보내고 소를 보낼 생각이다. 아직 오다의 은광을 공격할 준비를 끝내지 않았으니 한번 울릉도에 다녀올 생각이다.
‘도대체 어떤 섬들인데 태왕께서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야?’
태왕께서 울릉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더구나 바위섬에 불과한 독도도 관심이 보이자 아주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척계관은 자신의 임의대로 어차피 점령한 섬들이라 이곳 오키 제도를 대진국의 영토로 삼기 위해 군청을 두기로 결정한 것이다.
‘우선 형식만 갖추어 두고 나중에 태왕폐하께서 결정하시면 돼.’
어떤 도에 속하는 군청으로 정할 지는 태왕께서 결정해야 한다. 관할 도가 확정되면 군수야 도지사가 결정하기 때문에 더 이상 해군에서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도 작은 분견대가 있으면 좋겠어.’
혼슈와 거리도 어느 정도 떨어진 섬이라 동해 바다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곳이라고 판단했다. 지금 완전히 영토로 만들어 버리면 앞으로 동해에서 함대를 운용할 경우 매우 유리했다.
군수로 결정된 이상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비서관님, 여기의 소를 울릉도로 모조리 가져가면 여기는 어떻게 살죠?”
“가축은 오우치 가문이 장악할 시마네에서 필요한 수를 충분하게 들여오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알겠습니다.”
척계광의 지시로 섬에 있던 많은 소와 500명의 젊은 노예들이 모아졌다. 그들을 싣고 8척의 전함이 울릉도로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도고 섬에 있는 많은 재물과 식량도 싣게 되었다. 우선 울릉도로 많은 물자를 먼저 보내고 이곳은 시마네 지역에서 오우치 가문에게 받아서 충당할 요량이다.
동해는 황해나 발해와 달리 바닷물이 매우 맑아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동해보다 청해라고 불러도 되겠어.”
척계광을 동해 바다를 가로 질러 가다가 망망대해에 떠 있는 두 개의 섬을 발견하고 매우 놀랐다. 섬에는 유달리 갈매기도 많았다. 작은 바위섬의 편편한 곳에는 수많은 물개들이 모여 있었다.
“오라, 저곳이 태왕폐하께서 전에 자주 말씀하신 독도라는 곳이군.”
“비서관님, 동해 한가운대에 외롭게 서있어 독도라고 하나 봅니다.”
“그렇군. 그런데 섬에 유달리 물개가 많아.”
“비서관님, 이곳에 물개가 많은 이유는 그만큼 주변의 바다에는 물고기가 많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겠어. 갈매기도 많은 것으로 보아 어장으로 매우 좋은 곳이야.”
척계광은 이곳에 특별히 물개가 많다는 점도 주시했다. 물개 가죽은 상당히 고가품이라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태왕께서 유달리 독도에 신경을 쓰는 이유가 혹시 물개 때문이 아닌가 생각했다.
‘하긴 해구신도 좋은 상품이니 신경을 쓸 수도 있어.’
척계광은 잠시 이런 생각을 하다가 서쪽으로 이동해 멀리 울릉도가 보이는 해역에 도착했다. 그러자 울릉도에서 연기가 피워 오르며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산에 벌써 관측소를 만들어 놓은 것 같군.’
척계광이 이끄는 전함이 도착하자 부두에 정박한 배들은 도동항에서 나왔다. 아직 접안시설이 충분하지 않아 많은 초대형 함선이 정박하기 어려워 부두의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다.
“부두 시설부터 늘려야 되겠군.”
“비서관님, 노예들을 동원하면 되겠네요.”
이윽고 동쪽의 부두인 도동항에 정박한 전함은 빠르게 물건들을 하역했다. 도고 섬에서 데리고 온 500명의 포로들도 모조리 하선했다. 200명의 여자포로들도 하선시켰다. 남녀로 구송된 포로들은 대부분 두려운 눈빛으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조선의 수군들이 매우 놀랐다.
“이번에는 남자도 많이 잡아왔어.”
“여기서 노예로 부리려고 하나?”
“그런 모양이야. 여기에서 할 일들이 너무 많잖아.”
울릉도를 새로운 행정구역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더구나 방파제도 전보다 확장하고 높일 생각이라 인력은 무진장으로 필요했다.
‘여기를 빨리 개발하려면 500명으로는 부족하겠어.’
이렇게 판단한 척계광은 앞으로 왜에서 노예들을 계속 잡아 올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선을 끝내고 나자 그제야 태왕에 계신 관청 건물로 가게 되었다.
“폐하, 남자 포로 500명과 여자 포로 200명을 데리고 왔사옵니다.”
“수고 많았어. 남자포로들은 바로 부두 공사장으로 보내고 여자포로들은 일단 수용시설에서 지내게 하고 강릉으로 보내기로 하지.”
“넷!”
최인범은 도고에서 오게 된 여자포로의 경우 모두 강릉으로 보내고 그 대신 여자노비를 이곳으로 데리고 와 정착시킬 생각이다.
“소는 이번에 들여온 수로 충분해 보이니 다음에는 남자포로들만 데리고 오도록 해.”
“넷!”
척계광은 물건이나 포로 인계를 끝내자 바로 도동항을 떠나 도고 섬으로 향하게 되었다. 돌아가서 이즈모와 마쓰에를 공격할 생각이라 함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제부터 해군들은 전투 준비해.”
“넷!”
무게 중심 때문에 아래 에 넣었던 화약들도 꺼내서 올리고 바쁘게 움직였다. 드디어 도고 섬에 도착하자 하카타를 출발한 하카타 분견대 소속인 10척의 전함이 도착해 있었다.
“식량은 없나?”
“넷!”
분견대가 가져온 보급품은 대부분 포탄이나 화약 그리고 신기전들이다. 식량들은 모두 오우치에서 조달하기로 약속 했기 때문에 전혀 가져오지 않았다. 이곳을 대진국의 군으로 만들 생각이라 많은 식량이 필요했다.
그래서 척계광은 하카타 분견대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분견대는 포로 일부를 데리고 하마다로 가서 식량과 소를 싣고 오시오.”
“넷!”
모든 포로를 보내지 않는 이유는 이곳에도 부두 공사를 하고 필요한 건물을 지으려면 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떠나는 포로들은 모두 노약자나 어린 아이들이다. 척계광은 10척을 함선을 둘로 나누어 지시했다.
“1조는 이즈모로 가고 2조는 마쓰에로 가서 공격합시다.”
“넷!”
척계광은 1조를 데리고 이즈마로 가서 맹렬하게 포격을 가했다.
쾅! 쾅! 과광! 쾅!
어차피 점령해서 통치할 곳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무조건 영지를 파괴하는 것이 목적이다. 수많은 돌탄들이 이즈모의 마을로 날아갔다. 이어서 화차에서 발사된 신기전에 수없이 날아갔다. 신기전에 날아간 곳에서는 이내 화염에 쌓이고 말았다.
화르륵! 화르륵!
목조로 지어진 건물들이라 쉽게 큰 불로 번졌다. 어촌인 영지는 순간에 거대한 불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대부분 바닷가에 밀집된 형태로 지어진 곳이라 불은 마을 전체로 번지고 산불까지 일어났다.
“불이야!”
“으악!”
“사람 살려!”
대진국의 전함들이 두 영지를 초토화시키듯이 매섭게 공격하는 동안. 드디어 오다에서는 오우치 가문에서 이와미 은광 점령을 위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화포 발사!”
“발사!”
쾅! 쾅! 콰광! 쾅! 쉬이익! 쉬이익!
조선의 대마도에서 운반해 인계된 구형 지자총통에서 불을 품었다. 수많은 돌탄이나 철탄이 날아갔다. 많은 화포의 공격으로 이와미 은광을 지키기 위해 건설된 오다 성의 일부가 와르르 무너졌다.
과광! 쾅! 슝! 슝! 펑! 펑!
화포 공격으로 오다 성의 약한 부분이 무너지자 오우치 병사들이 일제히 돌격했다.
“와! 죽여라!”
“돌격!”
오우치 병사들은 빠른 속도로 오다 성을 점령했다.
워낙 많은 화포 공격으로 오다 성벽이 와르르 무너지자 오우치 병사들은 매섭게 돌진했다. 별로 어렵지 않게 성안으로 돌격해 성을 장악했다. 그러나 적인 오다 성의 사무라이들 방어도 매우 치열했다.
“항복하라!”
사력을 다해 방어하는 오다의 사무라이들이라 결국 모조리 죽이는 수밖에 없었다. 주된 무력인 사무라이들이 집단으로 모여 있다가 화포 공격으로 모조리 죽게 되자 일부 병사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모조리 포로로 잡아!”
“넷!”
은광의 창고로 가서 확인하자 많은 은괴가 쌓여 있었다. 밖으로 반출하려고 모아둔 은괴들이다.
드디어 오우치 가문은 이와미 은광을 다시 차지하게 되었다. 은광에서 전쟁에 동참한 대진국으로 생산량의 2할을 전비 부담금으로 10년간 넘겨줘야 하지만 다시 탈환한 이와미 은광은 큰 자금줄이다.
본래 있던 광산의 인부들은 물론 새로 잡혀오게 된 노예들을 모조리 투입해 더 많은 은을 채굴할 생각이다. 그래서 포로로 잡힌 젊은 사람들은 모조리 은광의 광부로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