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화
함대는 바다로 철수해 혼슈에서 4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오키 제도의 도젠 섬 해역에 도착했다.
최인범은 망원경으로 도젠 섬의 항구나 해안을 자세하게 살폈다. 많은 어선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발견되었다. 이곳에서 주로 울릉도나 독도로 조업하는 어선들이다.
최인범은 함장에게 명령했다.
“함장, 어선들을 모조리 파괴해!”
“넷! 폐하!”
동해에서 활동하는 왜의 어선들을 완전히 소탕할 생각이다. 발견되는 어선은 반드시 파괴시켜야 된다.
전함들은 빠르게 어선들에게 접근했다. 그러자 겁에 질린 왜의 어부들은 빠르게 해안으로 도망쳤다. 엄청난 크기의 전함에서 나부끼는 쌍봉황 깃발을 보자 겁에 질려 외쳤다.
“대진국 해군이다!”
“빨리 도망쳐!”
다들 왜구가 되어 조선의 동해안을 침탈한 죄가 있었다. 이미 혼슈의 해안에 있던 소탕작전을 알고 있어서 어부들은 급하게 섬을 향해 도망쳤다. 15척의 대진국 전함들은 빠른 속도로 선단을 이루는 어선들의 중앙을 가로 지르며 매섭게 공격했다.
“모조리 불살라 버려!”
둥둥둥! 둥둥둥!
어선들에게 접근하자 전함의 높은 상갑판에서 해군들은 미리 준비한 폭탄과 기름 주머니를 던졌다. 기름 주머니는 모두 대부분 물고기의 부레를 이용했다.
펑! 펑! 화르륵, 화르륵.
이어서 어선을 향해 불화살을 쏘았다. 기름 때문에 어선에는 크게 불이 붙었다. 전함이 빠른 속도로 달려들어 작은 어선들과 충돌했다. 워낙 큰 함정과 부닥치자 작은 어선들은 산산이 부서졌다.
“불이야!”
풍덩! 풍덩!
놀란 왜의 어부들이 충돌 직전, 급히 어선에서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추운 겨울 바다로 뛰어들고 있었다. 20여척의 어선들은 순간이 파괴되거나 또는 침몰했다. 작은 어선은 그저 옆으로 지나가도 파고 때문에 훌러덩 뒤집어졌다.
철썩! 파지직! 파지직!
“으아악!”
풍덩! 풍덩!
대형함선이라 옆으로 지나가기만 해도 작은 어선들이야 충돌과 동시에 파괴되어 침몰했다. 어부들은 바다에서 급하게 헤엄치며 동료들의 구조를 기다렸다.
“허프! 허프!”
“살려줘!”
타고 있던 어선들이 침몰되자 왜의 어부들은 부서진 나무 조각을 부여잡고 크게 외쳤다. 살아남기 위해 목이 터져라 외쳤다. 살아야 한다는 생각 이외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살려줘!”
“사람 살려!”
어선단의 중앙을 관통해 지나가는 전함을 바라보며 왜의 어부들을 입을 떡 벌리고 다들 멍하니 바라보았다. 대진국의 전함들은 자신들의 상상을 벗어나는 정도로 너무 크고 빨랐다. 전에는 전혀 들어보거나 보지 못한 괴상한 모습이다.
변두리에 있어 피해를 보지 않은 어선들은 물에 빠진 동료들을 급하게 구했다. 돛을 올려 빠르게 섬으로 도망쳤다. 전선이 자나가다가 다시 공격할 태세로 방향을 틀었다.
“으악! 또 온다!”
급하게 도망치려고 해도 범선인 어선은 느리기만 했다.
쿵! 바지직! 화르륵! 화르륵!
“살려 줘!”
“으악!”
고요하던 바다는 계속된 전함들의 공격으로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바다에는 죽은 시체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어부들에게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무서운 재앙이 닥친 것이다.
급하게 도망치는 어선들은 재차 돌진하는 전함의 공격에 파괴되었다. 두 차례 어선들을 공격한 전함은 빠르게 도고 섬으로 향했다. 도고 섬에서도 비슷한 방법으로 어선들을 공격했다. 어느 정도 공격해 어선들이 줄어들자 최인범은 함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척계광, 10척으로 도고와 도젠 섬을 완전히 점령해! 우선 처녀들은 잡아들이고 나머지 섬사람들은 모조리 잡아서 일부는 울릉도로 데리고 오고 일부는 오우치 쇼군에게 넘기도록 해. 일단 처녀들을 먼저 잡아들이면 나머지 5척은 나와 같이 울릉도로 가자!”
“넷!”
최인범은 10척의 전함은 오우치 가문과 약속대로 이즈모와 마쓰에를 공격해 오우치를 도우라고 명령했다.
자신은 5척의 전함을 이끌고 울릉도로 가서 그곳에 있을지 모르는 왜구들을 먼저 소탕할 계획이다. 처녀들이나 청년들은 잡아서 울릉도로 보내고 나머지 섬사람들을 모조리 포로로 잡아 오우치 가문에게 넘길 생각이다.
‘노예제도를 쓰니 넘겨줘도 돼.’
사라지는 함선들을 보며 살아남은 왜의 어부들은 어항에 모여 대책을 상의했다.
“대진국의 해군들이 나타났으니 앞으로 어부로 살기도 어렵겠어.”
“그럼 어떻게 하려고?”
“육지로 이사 가서 살아야지.”
겨우 남은 배에 몸을 의지하고 살아남은 어부들은 다들 두려움에 덜덜 떨었다. 동해에 대진국의 초대형 함정들이 활동하기 시작했으니 당분간 조업은 못한다고 판단했다.
어선들도 일정한 규모가 되어야 조업하러 먼 바다로 나가게 된다. 사라진 대진국의 전함들을 또 다시 만날까 걱정이다. 또한 원거리로 나갈 정도의 배들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대진국의 전함들이 이미 항구에 정박한 것은 보자 급하게 기수를 돌려 남쪽으로 사라졌다. 잡히면 포로가 되니 가족을 버리고 자신들만 살기위해 도망친 것이다.
도고 섬에 상륙한 격군인 해병대원들은 빠르게 어촌을 수색해 처녀들을 잡아들었다.
“폐하! 200명을 잡았습니다.”
“됐어, 그 정도면 충분해. 나머지 섬사람들을 모조리 잡아서 혼슈를 공격할 때 데리고 가서 오우치 가문으로 인계해. 튼튼한 노예들로 골라 500명 정도는 울릉도로 보내고.”
“넷!”
최인범은 5척의 전함에 포로로 잡힌 200명의 여자들을 태우고 울릉도로 떠나게 되었다. 여자들을 울릉도로 데리고 가서 만약 왜인들이 있으면 그들과 함께 조선으로 데리고 갈 생각이다.
‘조선의 노비들과 바꾸어서 노비들을 울릉도로 이주시켜 정착시키면 돼.’
태왕께서 떠나자 척계광을 해병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섬을 모조리 수색해 단 한 놈도 남기지 말고 잡아 들여.”
“넷!”
척계광의 명령으로 도고와 도젠 섬에서는 해병대원들이 섬사람들을 채포하기 시작했다. 일단 잡아들인 포로들은 모조리 항구 옆에 수용되었다.
항구에 살던 사람들도 차츰 자신들을 완전히 섬에서 쫓겨나게 됐다는 것을 인식했다.
“노예로 팔린다고 하던데. 그게 사실인가?”
“그야 모르지.”
미래를 정확하게 모르니 다들 두렵기만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항구로 모아지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늘어났다.
한편 최인범이 이끄는 5척의 전함들은 유유히 서쪽으로 가다가 기수를 돌려 북쪽으로 이동했다. 5척의 전함은 다음날 오후가 되어 울릉도 해역으로 진입했다.
울릉도 해역에 들어서자 망원경으로 자세하게 살폈다. 왜구들이 포진되어 있다고 판단했으나 의외로 조선의 수군이 와 있었다.
“이상하군! 조선 수군이 와서 주둔하는데 왜 동해안이 침탈을 당한거지?”
“폐하, 왜구들이 울릉도는 약탈할 것이 없다고 판단해 쳐들어오지 않고 동해안을 따라 이동하며 약탈한 것 같습니다.”
“그렇군.”
충분히 그렇게 할 가능성이 높았다. 조선은 대마도를 정벌한 이후로 울릉도에 대해 소중한 점을 알고 이미 수군을 보낸 상태였다. 조선의 수군 소속인 판옥선이 5척이나 있었다. 조선 조정의 관료들도 다들 멍청하게 행동하지는 않았다.
5척의 전함은 서서히 도동항으로 접근했다. 그러자 울릉도의 섬사람들과 조선수군들이 큰소리로 외쳤다.
“와! 와! 태왕께서 오셨다!”
“태왕폐하 만세!”
많은 울릉도 사람들이 신이 나서 크게 환호성을 질렀다.
5척의 전함은 힘들게 부두에 정박하고 포로로 잡아온 200명의 왜녀들을 하선시켰다. 최인범은 강사상에게 지시를 내렸다.
“빨리 울릉도를 군청으로 승격시키는 작업을 시작해.”
“넷!”
동해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울릉도를 행정구역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래서 최인범은 행정조직은 군청을 두기로 확정했다.
대진국의 해군이 드디어 동해에서 활동하게 되자 섬에 있던 섬사람은 물론 수군들도 다들 신이 났다. 이제는 울릉도는 왜구의 침범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마음 놓고 고기잡이를 해도 되겠어.”
“당연하지. 앞으로는 왜인들은 동해에서 고기잡이를 못하게 한다고 하던데.”
섬사람들이나 조선수군들은 신이 났다. 더구나 많은 왜의 여자들을 잡아 오자 남자들이야 더욱 신이 났다. 잘하면 왜년을 차지해 장가갈 좋은 기회가 생겼다. 이곳 울릉도는 조선 수군의 군사들까지 있어 젊은 청년들이 많고 여자들 수는 너무 적었다.
신이 난 동료를 보고 병사가 물었다.
“왜년하고 장가를 가려고?”
“그러면 안 되나?”
“그야 모르지. 태왕폐하께서 어떻게 결정하실지.”
최인범은 왜녀들의 처리를 놓고 고심했다. 왜녀들을 이곳에 정착시키기 보다는 100명은 강릉도호부로 보내고 그곳에서 여자노비들을 이주시키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강 비서관! 3척의 전함을 가지고 강릉을 다녀오도록 해.”
“넷!”
“그리고 군수로 임명할 사람을 데리고 와. 초시 정도 합격한 선비면 충분해.”
“알겠습니다.”
고기잡이 말고는 다른 사업거리가 별로 없는 곳이니 울릉도 군수의 임무가 그리 복잡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조선출신을 군수로 임명할 요량이다.
“앞으로 여기에는 전함 5척이 머무는 분견대를 운영하니 별로 문제는 없어.”
“알겠습니다.”
조선 수군들도 이침에 울릉도에 정착시킬 생각으로 함장에게 지시했다.
“조선 수군 중에서 이곳에 정착하겠다는 사람은 왜녀들과 혼인하도록 해.”
“넷!”
태왕의 이런 명령이 떨어지자 조선의 수군들 중에 하층인 격군들은 대부분 왜녀들과 혼인하겠다고 신청했다. 대진국의 해군이야 대부분 젊지만 조선 수군은 나이 많은 격군들도 많았다.
“태왕폐하 덕분에 늙어서 장가라도 가게 됐어.”
“여기서 사는 것도 좋지.”
나이 많은 격군들은 빠르게 전역 조치를 내렸다. 그들은 왜녀들과 혼인하고 앞으로 이곳에서 정착해 어부나 기타 업종에 종사하면서 살게 된다. 농사를 지으려면 중앙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 때문에 그들은 분지 지역인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