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4화
최인범이 15척의 전함을 이끌고 하카타에 도착했다. 그러자 하카타 총통인 다카마가 상인들과 같이 부두로 나와 환영 했다. 부두에 납작 엎드려 양손을 높이 들었다가 내리며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그리고 목줄이 당기도록 크게 외쳤다.
“태왕폐하! 만세! 만만세!”
“만만세!”
이미 하카타에는 10척의 전함이 분견대를 이루고 주둔하고 있다. 또한 이미 연대 규모 병력인 1천명의 보병들이 있었다. 그 때문에 태왕의 방문은 조선에서 벌어진 왜구 침탈사건으로 응징하기 위해 찾은 것을 알았다.
엄청난 화력을 지닌 전함은 하카타의 상인들도 겁이 났다. 자칫하면 불똥이 자신들에게 떨어질까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려운 눈빛으로 태왕의 표정을 슬슬 살피고 있었다.
총통 관저로 지어진 건물로 들어가자 담로청의 관리들도 긴장했다. 혹시라도 태왕께서 새롭게 관료들을 바꿀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관직이 문제가 아니라 그리되면 돈벌이인 주인장이 회수되니 그게 더 걱정이다.
최인범은 회의실로 들어가 중앙의 의자에 앉아 관료들을 향해 질문했다.
“다카마 총통, 오우치 가문이 관장하는 서왜에 무슨 일이 있었나?”
“폐하, 그건 오우치 가문에서 찾아온 사가라 다케토의 설명을 들으셔야 합니다.”
“그래? 그럼 그를 부르도록 해.”
“넷!”
이곳 하카타는 태왕이 직접 관리하는 담로다. 그 때문에 모든 재정 상황은 보고해야 한다. 다카마는 급하게 그동안 벌어들인 수익은 물론 지출에 대해 보고했다.
“폐하, 남은 수익금은 모두 황으로 보내드렸사옵니다.”
“알았소. 앞으로의 수익도 계속해서 황으로 보내도록 하시오.”
“에이.”
잠시 뒤에 사가라가 찾아와 인사하고 조선의 동쪽을 침범한 왜구들에 대해 설명했다.
“폐하, 이즈모와 마쓰에가 연합해 오다의 이와미 은광을 공격해 빼앗겨서 문제가 발생했사옵니다.”
“뭐라? 어찌 하다가 이와미 은광을 빼앗겼단 말이요?”
이와미 은광은 시마네의 중부 해안 지역에 있는 왜에서 최고 많은 은을 생산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나오는 은의 일부는 대진국으로 조공을 보내기로 약속했다. 물론 생산된 은은 조선으로 보내지거나 대진국으로 보내 오우치 가문에서 필요한 물자와 교환하게 된다.
“폐하, 저의 오우치 가문이 남쪽의 후쿠야마와 오카야마에 신경을 쓰는 동안 기습적으로 당한 것이옵니다. 다시 탈환하려고 병사를 보냈다가 패배해 지금은 소강상태입니다.”
“오우치 가문은 주인장을 통한 무역만 편하게 하며 살다보니 사무라이들이 너무 나약해졌군.”
“넷! 그런 점도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전국 시대인 왜는 조금만 방심하면 이웃한 영주들에게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약속이나 어떤 조약도 소용없고 오직 힘과 이익을 따라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었다. 오우치 가문은 벌어들인 부로 문화를 발전시킨다고 하다가 문제가 생겼다.
최인범은 야심이 많은 오우치 가문이라 너무 세력이 커질까 염려했었다. 그래서 구형 화포를 일정량 보내고 나서 그 후로 공급해 주지 않았다.
“폐하, 이즈모와 마쓰에에서 은광을 차지했지만 은괴를 조선이나 명나라로 판매할 길이 없자 조선과 협상을 벌이려고 동해안을 침범한 것이 옵니다.”
“결국 이와미 은광이 문제로군.”
“그러하옵니다.”
이와미 은광은 엄청난 은을 생산한다. 그 때문에 은광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왜의 세력 분포가 달라질 수 있는 곳이다. 독도 문제로 시마네 지역에 불만이 많은 최인범은 즉시 지시했다.
“우리가 해안선을 따라 동해에 있는 모든 섬을 비롯해 해안 도시를 섬멸할 것이니 오우치 쇼군도 병사를 동원해 협공하시오.”
“넷!”
“대진국의 해군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비는 오우치 쇼군 측에서 부담하시오.”
“넷! 이와미 은광을 다시 찾으면 모두 은괴로 드리겠나이다.”
이런 군비 분담에 대해 약속하고 나자 최인범은 즉시 분견대장을 만나 지시했다.
“분견대는 즉시 모든 군수품을 싣고 미사마 섬으로 가서 그곳을 보급기지로 확보해 놓도록. 확보되면 그곳으로 대마도와 하카타에 비축된 군수품을 옮기는 역할을 수행해.”
“넷!”
미사마 섬을 보급기지로 삼는 이유는 조선과 시마네 사이에 있는 제일 큰 섬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중에는 다른 섬인 오키로 가서 보급기지로 사용할 생각이다. 그렇게 해서 조선의 경상도 지역에서 보급을 받을 요량이다.
이런 결정을 하자 규슈나 오우치 가문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도 내렸다.
“분견 대장은 대마도에 있는 조선 화포들 중에 반은 나가사키로 보내서 팔고 반은 오우치 가문에 판매해.”
“명을 따르겠사옵니다.”
최인범은 왜를 분리시키기 위해 오우치 가문에 힘을 실어주기로 결정했다. 계속 이런 식으로 가다가 보면 오우치 가문은 왜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대진국의 제후국으로 변하게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카타에서 화포에서 반드시 필요한 돌탄을 적재하고 서서히 떠났다.
지금은 태풍이 없는 겨울이라 해상 작전을 펼치기 아주 좋은 계절이다. 함대는 하카타를 떠나 먼 바다를 통해 북쪽으로 이동해 미사마 섬에 도착했다. 그러자 미사마 섬에는 왜인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분견대장, 어찌된 일인가?”
“폐하, 여기 섬사람들도 모두 왜구들입니다. 그래서 모조리 잡아서 오우치 가문에 노예로 팔아 버렸습니다.”
“알았어.”
별로 많지 않은 섬사람들이지만 모조리 잡아서 노예로 팔아서 완전히 무인도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보다 구체적인 작전계획이 수립되었다.
“앞으로 분견대는 야마구치 북쪽의 섬을 모조리 무인도로 만들도록. 섬사람들은 모두 오우치 가문에게 노예로 넘겨주고. 대신 현물을 받도록 해.”
“넷!”
“알겠습니다.”
이런 지시를 하고 제일 먼저 공격할 도시는 마스다로 정해졌다. 약간 안쪽에 위치해 있으나 강과 연결된 해안도시다.
“다카츠 강을 따라 들어가 공격하니 준비를 단단히 하고.”
“넷!”
동해 바다는 바람도 매우 잔잔했다. 미풍을 타고 천천히 마스다의 해변으로 향했다. 망원경으로 해변을 살피던 최인범은 참모들에게 물었다.
“저쪽은 해안선이 단조로워 상륙하기는 좋은 위치군.”
“그렇습니다. 왜놈들도 그걸 알고 해안에 병력을 배치한 것 같사옵니다.”
해안은 길게 백사장만 이어져 매우 단조로운 모습이고 그곳에 많은 왜의 병사들이 보이자 척계광에게 지시했다.
“척계광, 먼저 저 놈들부터 분쇄해.”
“넷!”
태왕이 탄 지휘선을 빼놓고 14척의 전함은 천천히 해안선을 따라 길게 포진했다. 이윽고 충분히 함포 사격으로 공격이 가능한 거리까지 접근하게 되었다.
“사격개시!”
둥둥둥! 둥둥둥!
대북이 크게 울리고 공격 신호인 효시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러자 14척의 전함에서 140문의 함포가 일제히 불을 품었다. 우렁찬 굉음이 해안을 뒤흔들고 있었다.
쾅! 콰광! 쾅!
순간 하늘은 화포에서 발사된 돌탄으로 까맣게 변했다. 어설프게 해안에서 나무로 만든 방어벽과 허술하게 만들 진지는 함포 사격과 동시에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더구나 그래도 함선들의 접근을 막아 보려고 힘들게 가져와 놓았던 화포들까지 돌탄에 파괴되고 말았다.
와지직! 펑! 펑!
“으아악! 으악!”
“살려줘!”
돌탄이 화포와 부딪혀 작은 조각으로 사방으로 퍼지고 있었다. 그런 돌조각에 머리통이 바숴진 병사가 아직도 숨을 거두기 전이라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척계광은 일단 왜인들의 화포를 먼저 공격해 파괴하자 함대를 서서히 해안선으로 접근시켰다.
왜구들은 이곳이 상륙 지점이라고 판단해 화포 공격으로 죽어가면서 처절하게 해안으로 병사들이 계속 몰려들었다. 그저 몰려와서 죽을 것을 알면서도 밀려오자 척계광이 어이가 없었다.
“완전히 개떼와 같군.”
전국 시대로 전쟁을 많이 벌였으니 왜는 그래도 전술도 발달했다고 판단했으나 전혀 그게 아니었다. 그저 앞사람이 죽으면 뒤에서 자리만 채우다가 또 죽어가는 것이다.
‘에이, 포탄이 아깝군.’
함선의 무게를 줄일 필요성 때문에 먼저 돌탄을 소모하기 위해 포격을 했지만 그마저도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사격중지!”
무섭게 쏘아대던 함포 사격은 멈추고 전함들은 서서히 해안 가까이에 접근 했다. 해변에서 100미터 떨어진 곳에까지 접근하자 척계광이 명령을 내렸다.
“사수는 강궁을 사용해 저격하도록.”
“넷!”
20명씩 나누어 승선해 있던 경호원인 사수들은 해안에 있는 적을 향해 편전을 날리고 있었다. 그저 막연하게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적을 정확하게 겨루고 쏘는 저격하는 방식이다.
쉬이익!
“크악!”
쉬이익
“크악!”
보이지도 않는 짧은 화살인 편전에 적들은 처절한 비명을 토하며 죽어 갔다. 그러나 뒤에 있는 적장은 장검을 휘두르며 뒤돌아 도망치려는 부하들을 베어내며 위협했다.
“물러서지 마! 여기를 꼭 사수해.”
그런 모습을 망원경으로 자세하게 살펴보던 경호반장인 사수가 너무 이상해서 물었다.
“비서관님, 높은 지휘관인데 왜 저놈은 죽이지 말라고 했죠?”
“보면 모르나? 저 지휘관은 멍청하게 계속해서 해변으로 부하들을 보내잖아. 저런 어리석은 지휘관이란 오히려 살려 주는 것이 아군에게 유리해.”
“아하, 그렇군요.”
경호원들은 왜놈들을 150명씩 사살해야 된다니 화살을 아껴야 된다. 경호원들이 편전으로 왜인들을 죽이는 동안 할 일이 없어진 포수들은 한가하게 화포 청소하느라 바빴다.
흑색 화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포신 안에 이물질이 남는 경우가 많아 수시로 청소를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이물질이 많으면 화약이 잘 못 터지는 수가 있으니 포신 청소는 자주 해야 된다.
척계광은 사수들이 힘이 달려 명중률이 떨어지자 즉각 명령을 내렸다.
“함대 이동! 포수들은 사격 준비!”
명령이 떨어지자 전함들을 서서히 이동해 다카츠 강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러자 해안에 있던 적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큰 함선이 수심이 낮은 강으로 진입한다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돌탄을 많이 소비했고 평저선이라 낮은 수심에도 진입이 가능했다. 천천히 길게 열을 지어 강으로 진입한 전함들은 이윽고 도심지에 들어서자 일제히 사격을 가했다.
“화차 발사!”
광! 과광! 광! 쉬이익! 쉬익!
돌탄을 날리던 화포는 양쪽을 향해 터지는 작력탄을 발사했다. 더구나 신기전을 화약이나 또는 기름이 달려 있으니 다카츠 강변은 이내 화염에 쌓이고 말았다. 강변의 마을에서는 왜인들이 토하는 처절한 비명소리가 요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