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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413화 (413/519)

413화

<왜를 향한 뜨거운 분노>

제주도에 주둔할 육군과 해군을 정비했다. 그리고 한라 목장 등 사업체를 챙기던 태왕께서 드디어 하카타로 출항을 명령했다. 해군 병사들은 왜로 떠나기 위해 준비로 바빴다.

해군들은 대정 항구의 무기고에서 많은 포탄과 화약을 실었다. 무기고를 완전히 텅 비우는 정도로 군수품을 적재하자 병사들이 다소 이상하다는 듯이 대화를 나누었다.

“왜 이렇게 많은 화약과 포탄을 싣지?”

“왜놈들은 때려잡으러 가니 되도록 많이 가져가야지.”

“그럼 왜로 가면 전쟁을 하나?”

“전쟁은 무슨 전쟁 그냥 함포로 때려 부수는 거지.”

“아! 그냥 함포 사격만 하는 거야?”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생각되는데. 정확한 거야 가봐야 알지.”

왜구들이 조선의 동해안을 침탈해 노략질을 벌여 큰 피해를 당했다. 고심하던 최인범은 드디어 왜를 철저하게 응징하기로 결심했다. 대진국과 밀착된 사이인 오우치 가문이 연루됐어도 공격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왜구들의 상대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줄 생각이다.

‘감히, 왜놈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힘들게 기들을 잡아놓은 해군의 분견대들까지 동원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분견대에 속하지 않은 전함 15척이면 허접한 왜를 상대할 전력으로는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최인범은 자신의 생각을 척계광에게 설명했다.

“척 비서관, 굳이 해병대를 육지에 상륙시며 힘들게 싸울 필요는 없어. 전함을 해안으로 접근해서 도시만 철저하게 공격하면 돼. 그러니 그에 필요한 준비를 해.”

“넷!”

“하카타에 비축된 식량이 충분하니 군량미를 싣지 말도록 해. 하카타의 분견대 함정이 보급을 담당할 것으로 계획을 잡도록 하고.”

“명을 따르겠나이다.”

격군들로 구성된 해병대를 육지나 섬에 무리하게 상륙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해안에 접근해 왜구들이 사용하는 배들이나 어선 그리고 해변의 시설만 공격하기로 했다. 그런 공격을 계획하다 보니 화약도 많이 들고 화공을 펼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기전을 많이 가져가야 한다.

신기전을 이용하면 동시다발로 넓은 지역에 화공을 펼칠 수 있었다. 그래서 추가로 명령을 내렸다.

“제1해군 사령부가 보유한 모든 신기전을 수거해.”

“넷!”

대정항구에서도 화약이나 포탄 그리고 신기전 같은 소모성 무기는 생산이 가능하다. 그 때문에 모조리 가져간다고 해도 별로 문제될 것은 없었다. 얼마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다시 재고량을 채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척 비서관, 화포에서 사용할 돌탄의 경우는 하카타로 가서 충분히 보급 받으면 되니 걱정하지 말고. 돌탄은 적정량만 가지고 가.”

“넷!”

이윽고 출항 준비가 끝나자 15척의 전함은 드디어 대정항을 떠나고 있었다. 제주도 남쪽 해안선을 따라 아주 천천히 이동했다. 아직도 적재 공간에 여유가 있었다.

최인범은 함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성산 항에 들려서 그곳의 함정에 있는 신기전도 모두 가져가도록 해.”

“넷!”

아직은 외부에서 이렇다 할 위협이 없으니 일시적으로 신기전을 모조리 수거해서 떠날 요량이다.

천천히 남쪽 해안선을 따라가는 중. 바닷가에서 해녀들이 물질하는 것을 바라보자 문뜩 멀리 남쪽으로 떠난 현난풍이 떠올랐다.

“현풍 함대가 대만에서 자리를 잡았는지 모르겠어.”

태왕의 말에 척계광이 즉시 답했다.

“폐하, 전함을 12척이나 가지고 갔으니 쉽게 자리를 잡을 겁니다. 그리고 생활력이 강한 제주도의 해녀들이 같으니 쉽게 근거지를 마련하겠지요.”

“바다는 언제 태풍으로 피해를 볼지 모르니 장담할 수는 없어.”

제주도의 해녀들이 떠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수의 해녀들이 물질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드디어 제주도 동쪽 끝에 있는 성산항에 도착해 접안하자 최인범은 지시했다.

“경호실장, 일출봉으로 가서 사슴을 잡도록 해.”

“폐하? 몇 마리나 잡아야 하죠?”

“적어도 30마리는 잡아야 전함 당 2마리씩은 돌아가지.”

“넷!”

전에 제주도에서 사슴을 방목한다고 다소 무리하게 많은 사슴을 풀었더니 성산의 일출봉으로 모여들었다. 개체수가 너무 늘어나 일부를 잡아야 될 지경이다.

와글와글.

많은 사람들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전함들을 살피고 있었다. 5척의 전함도 많은 수라고 판단했는데 15척이나 들어오자 부두가 완전히 가득 차버렸다.

성산 항의 해군기지는 어항을 같이 쓰기 때문에 다소 번잡했다. 이곳도 부두시설의 확장공사를 하고 있다. 그 때문에 앞으로 주둔할 전함이나 기타 함정이 늘어나도 시설은 충분할 것 같았다.

“앞으로 제주의 수리조선소에서 어선이 건조되기 시작하면 어선들이 더 많아지겠어.”

강사상이 조심스럽게 답했다.

“폐하, 수리조선소의 규모가 한정되어 쉽게 어선들이 늘어나기는 힘들 겁니다. 제주도는 배를 건조할 목재가 충분치 않사옵니다.”

“그거야 대형 함선의 경우에 해당되는 거지 작은 어선을 건조할 목재는 충분히 있어.”

큰 배는 모두 단동에서 건조했다. 그 이유는 압록강 상류지역에서 필요한 큰 소나무를 뗏목으로 쉽게 이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인범은 앞으로 동해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그러려면 동해 지역에도 조선소가 있어야 된다고 판단했다.

‘동해를 관리하려면 두만강 지역에서도 배를 건조해야 되는데 간동도의 연해시 발전이 잘 추진되고 있는지 궁금하군.’

그러기 위해서는 동해에서 출몰했던 왜를 철저하게 분쇄해야 한다.

‘왜구를 완전히 소멸시켜야 해.’

국가정보원 소속인 정보원의 보고에는 동해안에 출몰한 왜구들 중에 시마네 지역의 왜구들이 많다고 했다. 전생의 기억도 있는 최인범은 그 때문에 더욱 열불이 났다.

‘시마네 현이라니. 그놈들은 분명 제 정신들이 아니야.’

전생의 기억으로 시마네 현은 불쾌하기 그지없는 지명이다. 시마네 현에서 독도를 자신들의 땅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유난히 싫었다. 그 생각만 하면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다.

“왜놈들이 해적질하던 버릇을 아직도 고치질 못하고 감히 동해안까지 침범했어.”

화난 얼굴로 왜에 대해 강하게 적의를 나타내자 척계광이 슬며시 응수했다.

“폐하, 왜야 본시 그렇게 오래 살아서 그런 가 봅니다.”

“이번에 가서 어선은 모조리 파괴해 앞으로 왜놈들은 동해에서 단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아먹지 못하게 해.”

“알겠습니다.”

이미 산동 반도에서 여러 번 해본 해안 파괴 작전이다. 그러니 어떤 방법이 효율적인지 오래 해군 생활을 한 병사들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경호실장이 성산의 일출봉에서 사슴을 사냥하는 동안. 최인범은 성산에 있는 예비사단 소속인 군졸들을 찾아가 지시했다.

“유엽전과 편전을 모조리 수거해서 실어.”

“넷!”

자신이 데리고 다니는 경호원들은 모두 궁술이 뛰어나 편전도 능숙하게 사용한다. 개인화기로 소총을 지급했지만 여전히 강궁도 휴대했다.

최인범은 300명의 경호원들은 모두 15척의 전함에 20명씩 분산해 배치했다. 그들은 화공을 펼치기 위해 따로 작은 솜뭉치를 만들었다. 필요한 무기들을 전함에 분산해서 적재했다.

경호실장이 사슴을 잡아 내려오자 밤에 잔치가 있었다. 병사들과 같이 해변에서 사슴을 구워 먹으며 시간을 보내게 됐다. 경호원들에게 태왕은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왜로 가서 전투가 시작되면 경호원들은 반드시 왜놈들을 각자 100명씩을 잡도록.”

“폐하, 1인당 100명요?”

“그래, 적어도 그런 정도는 사살할 준비를 단단히 해. 그리고 150명을 잡으면 특진시키고.”

“넷!”

300명이나 되는 경호원들에게 150명씩을 잡으라니 그 수만 해도 4만5천명이다. 다른 해군들의 공격도 있을 것이니 왜로 가서 적어도 10만명 이상을 사살하겠다는 의미다.

‘가능할지 모르겠군.’

이런 엄청난 왜구들 소탕 작전 명령에 척계광은 문뜩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폐하께서 전생에 왜구들에게 깊은 원한이 있나 봐! 왜구들의 씨를 완전히 말리는 정도인 10만명이나 죽인다고 결정하시다니.’

이런 태왕의 지시에 해군들이나 경호원들은 밤이 깊도록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왜놈들을 사살해야 될지 논의하고 있었다.

“우선 대상지는 큰 도시가 적합하지.”

“당연하지. 해병대로 움직이지 못하면 전함에서 공격이 가능한 도시만 정해야 돼.”

“섬도 빼놓을 수 없지.”

“그렇군.”

아무리 큰 함정이라도 장기간 바다에 떠서 작전을 펼치기는 힘들다. 그래서 나름 전초기지로 써먹을 섬들을 놓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최인범이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사소한 일을 가지고 염려하나? 하카타를 떠나면 혼슈의 섬을 돌아다니며 동해에 있는 섬들은 모조리 초토화시킬 예정인데.”

“예? 폐하, 모든 섬을 초토화 한다고요?”

“당연하지, 섬에서 사는 놈들은 모두 평소에는 어민이고 여차하면 왜구로 돌변하는 놈들이니 모조리 처리할 생각을 해. 초가 한 채를 불사르면 사살자 1명으로 계산할 생각이다.”

“넷!”

이런 지시에 다들 솜방망이를 더 만들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화공을 펼쳐서 실적을 올리는 것이 쉽다고 판단했다.

‘이거 단단히 각오해야 되겠어. 허수로 생각하다가는 벌을 받을 수도 있어.’

상벌에 대해 확실한 태왕이시니 특진이 있다면 반드시 강등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니 경호원들도 나름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지 개인들도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해가 바다에서 막 떠오는 중에 15척의 전함은 정동쪽으로 향했다. 성산의 일출봉에서 거의 정동쪽으로 항해하면 하카타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최인범은 세 명의 비서관과 함장을 불러 작전회의를 시작했다.

어떤 방식으로 왜를 공격할지 세밀하게 작전을 구상했다. 최인범은 일어나지 않은 임진왜란의 쓰라린 기억 때문에 이번 기회에 왜에 대해 철저하게 응징할 생각이다.

‘감히 머리를 쳐들지 못할 정도로 처치해 버리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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